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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40314 뮤지컬 이솝이야기

by All's 2024. 3. 16.

이솝이야기 캐스팅 보드
이솝이야기 포토존

 

 


캐스트 - 황휘 송상은 김대현 강연정 임태현 선유하

 

 

 

[시놉시스]

아주 먼 옛날, 2,600년도 더 된 아득한 옛날의 그리스 사모스섬. 
이 아름다운 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유난히 폭풍이 사납던 어느 날 밤, 노예 ‘한나’가 아들 ‘티모스’와 
어린 주인 ‘다나에’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그리스의 신들과 정령들도 그들 곁에 모여든 행복한 순간, 
거세지는 폭풍에 어린 딸 다나에가 걱정된 ‘파빌로스’가 다나에의 방에 찾아온다. 
한나는 주인의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긴 아들 티모스를 
숨기려다 그만 다나에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새기고, 
분노한 파빌로스에 의해 티모스도 같은 상처를 나눠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다나에와 티모스는 서로의 하나뿐인 친구로 성장한다. 
아버지로 인해 집에만 갇혀 사는 다나에는 티모스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티모스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어느 밤, 신들도 쉬어간다는 사모스의 푸른 밤, 
티모스는 푸른 밤바다가 보고 싶다는 다나에와 함께 용기를 내어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불행의 신이 엿듣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모래알과 파도에 행복을 새긴 두 사람은 결국 파빌로스에게 
이를 들키게 되고, 티모스는 아테네에 팔려 가게 되는데… 

“꼭 돌아올게. 어떻게 해서든.” 

티모스는 다시 다나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그리고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아주 오래전에 태어나 지금까지도 우리들 마음에 닿아
곁에 머무르며 반짝이는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

"진심을 전하는 이야기는 마음 속에 꼭 흐르고 닿는다"

 

 


(+) 트윗 감상

서윤미 작가 겸 연출의 작품 중에 밀당의 탄생을 블랙 메리 포핀스보다 훨씬 좋아하고 더 좋은 극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처음 시작 흰 커튼으로 이루어지는 그림자 프롤로그 때 이건 화이트 메리 포핀스인가(?)하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미 있는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찾아내어 엮어냈다는 점이 밀당의 탄생과 블랙 메리 포핀스와 그렇게 크게 다른 건 없지만, 세상의 창작이 모두 완전한 무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너무 사랑스러운 다나에와 티모스의 아름다운 감정에 취해 진짜 자비와 용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스스로의 불행의 고통을 그저 남에게 똑같이 씌우길 바라는 파빌로스를 이기고 둘이 꼭 행복해지길 기원하며 행복하게 잘 보고 있었는데.. 극의 최고 감동 포인트일 페테고레의 자유 이후 선택 부분에서 정말 그 전까지 착착 쌓였던 몽글몽글하고 일렁이는 감정들이 싸그리 씻겨 나가는 큰 불호를 맞았다. 티모스가 왕에게 처형 당하게 된 계기가 된 왕을 원한 개구리 이야기는 주어진 지도자에 만족하지 못 하는 백성들에게 뱀이라는 철퇴를 내리는 제우스를 통해 지배자의 가혹함을 비웃고 조롱했는데, 바로 그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티모스가 아무리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존재인 다나에게 있다해도 허리를 쉬이 펼 수 없을 만큼 아파도 자신의 의지대로 그걸 거부할 수 없이 짐을 나르고 배에 타 바람을 읽는 삶을 살아가야하는 페테고레가 드디어 자유로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된 순간, 그의 목숨을 대신 바치고 돌아가는 게 아름다운 걸까.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며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솝이야기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고 전해주며 꿈꾸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그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노인이 젊은이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걸 긍정적인 선택으로 그리는 걸 아름답게 볼 수가 없다. 모두 같은 낮은 곳에 있어도 더 약자들에게 죽음의 위기 앞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소중한 거지. 비상 상황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출하는 것처럼. 하지만 페테고레가 티모스를 구하는 그림은 살 날이 더 많이 남은 젊은이에게 노인이 생명과 삶의 기회를 양보하라는 모양새로 다가왔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티모스를 구하기로 한 건 페테고레의 자유로운 선택이고, 그는 불리지 않고 잊혀진 자신의 이름인 '이솝'을 통해 자신이 이야기로 더 오래 영원히 살아가게 해달라고 웃으며 티모스를 보내는 걸로 '삶은 끝나도 이야기는 남아'라는 그림을 의도한 건 알겠지만 그 의도가 나에게는 닿지 않았네.. 죽음을 소재로 다루는 이야기들에서 무의식적으로 젊은이의 죽음을 늙은이의 죽음보다 안타까운 것으로 치부하고 노인이 젊은이들을 위해 길을 터주라는 걸 젊은이들이 윗세대를 비난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온 요 몇 년의 심리의 반영 같다.

이렇게 불호를 먼저 풀긴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멀찍함을 제외하면 엄청나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 얼굴들과 목소리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배부른 관극이었다. 인형극장을 연상시키는 무대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고 무대 중앙에서 돌아가는 동그란 원형 무대는 중블에서도 배우가 배우에게 가리는 부분이 많아 쓰임 자체가 아주 좋았다고는 생각이 안 들지만 돌고 도는 이야기의 숙명에 어울리기도 했고 배우 시방이 있더라도 S석 사이드 블럭에서 특별히 더 좋을 시야가 있어 사석 자체는 줄기도 할 테니 싶었다.

서작가는 헤테로를 말아주는 것에 정말 특출난 재능이 있는 작가이기때문에 그 아기자기하고 동화적인 무대에서 티모스와 다나에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서로를 그들 자체만으로 사랑하고 티모스는 다나에에게 돌아가기 위해, 다나에는 티모스가 돌아왔을 때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순간들을 티모스의 시선으로 보았고, 다나에의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보면서 행복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ㅠ 티모스가 마침내 돌아가 다나에를 마주했을 때 그에게만이 아니라 당연히 다나에의 얼굴의 흉터가 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그 흉터가 있어도 괜찮은 세상을 깨닫게 되는 부분으로 다나에의 얼굴을 치료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오일을 갖고 싶어한 게 왜 헛된 욕심이었는지 깔끔하게 떡밥을 회수했다는 것도 그 메시지 자체도 좋았다. 앞서 말한 페테고레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티모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사모스에서 아버지 파빌로스에게 맞서 노예들을 친구가 될 수 있게 그곳을 바꾸고, 작은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게 아니라 방 밖으로 나와 무역왕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한 다나에의 이야기는 그걸 어떻게 한 거야?라고 상상만으로 남겨야 한다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따스함과 뭉클함이 더 컸어.

공연 상세 정보를 보면 티모스의 모험은 전래된 '이솝'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개작한 부분인 것 같으니 이솝이야기 - 다나에편을 만든다면 고된 창작의 과정이 생기겠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한 한 씬의 추가라도 담기게 되면 좋겠다는 걸, 창작산실 지원작이니 아직 큐레이팅 작업 중인 극에서 숙제로 여겨주길 바라며 남겨본다. 아 그리고 프롤로그 연출은.. 솔직히 연출가 본인의 취향이겠고 그림자 인형극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블메포와 다르게 밝은 흰천 사이로 배우들 얼굴이 다 보여서 그림자를 봐야할지 배우들 자체를 봐야하는 지 헷갈리고 원형 무대라 그림자가 평평하지 않아 그림자를 쓰고 있으니 거기에 집중해보고 싶어도 제대로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그냥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개인적 의견도 남겨본다. 이야기의 막을 여는 이미지 같은 걸 의도하는 건 알겠지만... 차라리 그럼 더 빨리 걷는 게 낫지 싶었어.

ㄱ님이 이솝이야기에 끝내주는 헤테로가 있대서 기대를 잔뜩잔뜩 하긴 했는데 기대가 컸음에도 그 기대를 가득 채우는 너무 예쁜 헤테로를 너무 예쁜 휘랑 상은으로 만나니까 한정없이 행복했다.. 휘티모스 정말 너무 예쁘고 다나에보고 울보라고 하면서 되레 자기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우는데 너어무 예뻐서 정말.. 티모스 배우 좋아하면 이 극은 내내 행복할 수 밖에 없구나 했고 나는 휘 좋아해서 그런 의미로 너무 행복했다ㅠ 휘 목소리랑 얼굴만 맑고 깨끗한 게 아니라 분위기가 소년적이고 순수한데 티모스 아예 소년 역할이니까 정말 본인 장점이 오롯이 담겨서 너무 좋았어ㅠㅠ 다나에는 아주 멋진 캐릭터지만 서작은 남캐를 정말 매력적으로 잘 쓰고 그런 면에서 세상 예쁜 휘 얼굴과 목소리로 티모스를 만나는 거 정말 행복 가득 했다고 합니다. 작씨들 로리도 예쁜 소년이고 좋았지만 노래 간만에 들으니 그게 또 기뻤어ㅎㅎ

상은ㅜ 우리 달새ㅠ 눈단어로 보고 2년 만에 보는 달새라서 또 너무 좋았고 노래하는 목소리를 다나에와 시타스로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두 인물 다 아주 멋진 사람들이라 그것도 좋았네ㅠ 이야기의 시점이 티모스라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다나에가 파빌로스에게 티모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자신의 얼굴에 일어난 일은 사고지만 아버지의 행위는 죄를 짓는 거라고 10년 넘게 좁은 방 안 속 삶을 살았어도 그렇게 단단하고 곧은 가치관을 갖고 자라났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도 믿고 그에 맞게 실천한 인물임이 너무 좋았는데 그런 멋진 존재를 연기하는 달새를 본 게 정말 좋았다. 마음 속에 애배로 오래 두고 있는 것에 비해 보았던 작품이 번점, 블메포, 레베카, 눈단어 정도로 단촐하고 항상 소녀에 가까운 역이기도 했어서 극의 시작을 열 때도 시타스도 그렇고 노역의 목소리를 내는 걸 들은 것도 뜻깊었어
 
대현배우까지가 본사배우였고! 대현배우는 저번에 블메포 한스로 본 걸 제외하면 우빈이는 그럼에도 밝은 텐션도 있는 역이라는 걸 감안하면 파빌로스와 왕 같은 느낌의 역을 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자기만의 비극에 심취해 진짜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고 불행을 퍼트리는 파빌로스와 티모스의 이야기 속 진리를 발판삼아 더 나은 존재가 되길 꿈꾸기보다 지금 자기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티모스를 가혹하게 벌하는 왕과 같은 인물을 할 때의 냉혹함이 페테고레와 왕이 유머러스한 행동을 할 때의 익숙한 느낌과 다른 엄격한 선이 그어진 가혹함을 잘 보여주셔서 좋았네. 따지고 보면 파빌로스와 왕 모두, 자신들의 가족이나 비슷한 계층의 존재들을 제외한 노예나 평민들을 그저 자신의 감정과 행복을 위한 도구로만 쓰려고 한다는 점에서 같은데 그런 두 인물이 비슷하게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르게 잘 구분해서 연기하신 점도 좋았다.

연정대지, 태현바람, 유하물은 전부 자첫배우였는데 연정배우.. 관록있는 배우이신데 나하고 연이 잘 안 맞으셔서 이제야 보았는데 연기를 너무너무 잘하셔서 그녀의 한나로 인해 초반부터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ㅠ 한나가 기름을 자기 손에 부은 건 파빌로스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더라도 단 며칠만 지났어도 모두가 알아차렸을 티모스 얼굴의 가짜 흉터와 진흙 가림막을 10여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저 지나친 건 파빌로스가 자기 역시 다나에의 기름을 대신 맞아줄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싶게 연정한나에게 절실함을 느꼈어. 비록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그 기만 아닌 기만을 넘겨왔으면서도 그 세월 동안 용서과 반성이 아니라 점점 더 아름답게 커가는 티모스의 얼굴에 자기 아이가 갖지 못 한 현실에 대한 질투와 얼굴에 억지 상처를 내는 마음 또한 사랑임을 알지 못 한 게 파빌로스의 한계지만 그럼에도 묵인을 이끌어낸 마음의 개연성을 배우가 주고 갔기에 정말 그 세월 동안 몰랐을 리가 없는데 갑자기 그런다고?하지 않게 해준 연정한나가 참 멋졌다.

지난 10년 동안 블메포의 캐스팅을 보며 항상 느껴온 게 서작과 참.. 취향에 교집합이 많다는 거였는데 그런 의미로 유하물과 태현바람도 참 좋더라. 아무래도 연기적으로 보여줄 구석이 적은 역할들이라 배우들의 느낌이 많이 남았는데 둘다 아주 예쁘게 남았다. 다정한 동화같은 이야기에 맞는 고운 아이들을 정성껏 꾸려 무대 위에 올려놨구나 했어.
 
페테고레의 끝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ㅠㅠ 다나에의 노력과 함께, 애써 잠든 척 했던 병사들이 통나무 하나를 찾아와 페테고레의 옷을 입혀서 대신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다는 더 동화같은 선물을 페테고레에게 주어서 마지막에 모두 함께 사모스 섬에 서있는 결말을 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커튼콜 직전 일부러 비워둔 것 같던 페테고레의 자리가 마음에 남아 아팠던 걸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그런 결말도 떠올려봤다. 기왕 이솝 우화들, 신화와 전설과 민담과 동화에 걸친 이야기들을 모은 거니 재연 때는 현실성없어도 그런 무한정의 해피엔딩 주면 안 될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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