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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40307 연극 이카이노 바이크

by All's 2024. 3. 8.

 




캐스트 - 문성일 정명군 윤진솔 도예준 김계림 최경식 심우성 김희수 

극단 불의 전차 공연

 

[시놉시스]

"최후에 웃자! 그것을 위해서 모두들, 어쩔 수 없으니까 웃었지."

1952년, 오사카.
일제강점기가 끝이 나고, 고향 땅에서는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하는 시대.

철을 훔쳐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처지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두 청년, '수창'과 '경우'.
그들은 열면 안 되는 곳에 가게를 열기도 하고, 팔면 안 되는 물건을 팔기도 하며,
경찰과 끊임없이 추격전을 펼치는 아슬아슬한 매일을 살아나간다.

어느 날, 수창은 고향 땅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하며 북한으로 홀로 먼저 떠난다.
수창은 일본에 남겨진 가족들의 귀국 순서 역시 곡 돌아올 거라고 장담했고 재회를 기약하며 떠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끊긴다.

시대가 흐르고.
경우의 아들 '명기'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일본 학생들과 싸움박질을 멈추지 않고 폭주한다.
그의 방식대로, 자신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우와 명기, 두 세대에 걸친 조선인을 치열하게 쫓던 경찰 '쿠마타'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었는데...

 

 


(+) 트윗 감상



럭키 드로우 데이였어서 뽑았는데 포카 4종 받음ㅎㅎ
근데 양면이라 기분이 8종이네ㅋㅋㅋ
사진 이쁘다ㅎㅎ

나쁘게 보면 투박하고(사실 장점일 수도) 좋게 보면 단순하고. 만약에 컴퍼니 극이었다면 애배 유무와 관계없이 전자라고 했겠지만 창단 10주년의 젊은 극단의 극이라서 후자로 다가왔다. 왜 인물들이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가 싶었는데 온전히 내가 속한 발 디딜 땅을 밟지 못 한 이들이라 그러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라 역사적 사건들과 개인의 삶의 연결이 촘촘하지 못 함에도 순간순간 가슴이 저렸다.

극들을 비교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고, 이카이노 바이크에서 쿠마타 형사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도 아직 마음의 수양이 덜 된 나라는 인간에게는 일본인 미화인가 싶은 맘도 들지만, 극본 자체가 2020년 간사이 연극제 수상작을 원작으로 하여 상대적으로 덜 올드할 수 밖에 없지만 저번 달에 본 다락방과 동일하게 일본 배경의, 일본 원작의 각색극으로서 애초에 소재가 아예 다르다하더라도, 시대적 배경은 더 과거부터 진행되는 이 이야기가 현대의 사람들에게도 말을 건넬, 떠나온 조국이자 태어나지 않은 조국을 그리며 차별을 견뎌야 하는 재일교포의 마음과 태어났으나 조국이 될 수 없는 곳을 마음에 담고 사는 일본인의 공명을 통해 그들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게 하는 게 주는 울림이 훨씬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국적이라는 단단한 신발을 신고도 마음에 대한민국을 담고 있지 않고 그저 '돈'을 국적으로 삼은 수많은 이들이 즐비한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네. 이 극의 소재가 된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어릴 때 공중파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무관심 속에서 귀화를 택하거나, 일본에서 애매한 외국인이 되거나, 실질적 무국적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2020년 극의 소재가 되도록 여전한 현실에 대해 느끼면서 맘이 복잡해진다. 극에서는 오히려 전쟁으로 그어져버린 국경선이 새들의 낙원이 된 이야기를 하며, 사람이 마음대로 긋고 규정하고 만들어놓은 부당함 속에서 그어진 국경의 부조리를 평화적으로 말해줬는데 시절이 이 모양이라 내가 현실의 쓰레기들을 감상에 끌어들인다.

또다른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극 내적인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극 외적인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이 극을 보게 만든 계기인 '경우'의 배우인 문성일이라는 사람이 오사카에서 태어나 김성일에서 문성일이 되는 동안, 그렇게 지금까지 37년을 살아온 그의 발에 신발이 신겨졌을까, 맘이 저렸다. 

연출이나 무대의 사용이 의도된 단순함이긴해도 내 취향을 기준으로 매우 많이 단순하고 앞에서도 썼지만, 일본에서 재일동포들이 겪었던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역사적 고통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해 사건을 전달하고 거기에 개인의 삶을 엮어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직접적이고 투박해서 오히려 더 성기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그 단순하게 표현하는 방식 중에서 몸을 쓰는 부분이 객원 배우와 단원 배우들 모두 너무 잘하시기도 하고, 깨끗하고 강하게 객석에 던져지는 힘이 묵직했다.

좋은 느낌을 받고 끝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여캐 사용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수양의 경찰서 장면에서의 절규에 실향민이자 배척받는 피해자의 저항이 있긴 했으나 절망하여 떠나고, 삶의 시간 내내 고민하는 다른 남성 인물들에 비하여 수양은 지켜주고 싶었던 수창과 경우의 아련함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미래의 경우에는 이름처럼 '미래'로서 화해를 이끄는 존재라고 긍정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방식이 잘못 되었을 지라도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몸부림치고 달려나가는 명기의 절실함에 비해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다. 모든 인물이 저항에 들끓을 필요도 없지만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 경우의 처이자 명기와 미래의 어머니까지 생각하면 이런 극에서조차 결국 갈등과 고민의 주체는 남성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거에 씁쓸함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어
 
배우들 핫 빼고 다 자첫인데도 다 좋았는데 특히나 진솔수양이랑 예준명기랑 너무 좋았다. 진솔배우 슈퍼스타K 나오셨을 때랑 아이돌 활동할 때 다 기억하는데 투유진도 하시고 공연 오래 하신 거 알지만 그래도 다른 길로 예인의 길을 시작한 분들이 연기를 찰떡같이 잘하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하고 새삼 멋지게 보이고 그래서 진솔수양 깨끗하게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정말 좋았어. 투유진에서 큰유진과 작은유진 어떤 걸 하셨으려나 둘다 잘하셨겠다 싶고 투유진 3연 올 때 돌아오신다면 진솔배우로 보고 싶어짐

예준명기는 한없이 센 척하며 아둥바둥 싸워가는데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 한 불타는 진심이 마음에 스며서 좋았다. 수창 경우 수양 시대의 이야기가 꽤 길게 진행된 뒤 명기의 시대로 이야기가 넘어가는 거라 명기 캐릭터의 액팅이 아무리 화려해도 관객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인물을 옮기게 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텐데 자연스럽게 경우에서 명기로 시선의 중심이 넘어갈 수 있었다. 경우-명기로 중심 인물이 변하면서 세월이 지나고 그와 마주치는 사람이 달라짐에도 쿠마타와 경우와 명기 모두가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극의 흐름이 덕분에 잘 전해졌어

관객과의 대화 서칭을 해냈고! 이 작품이 핫과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줬구나 싶어서 맘이 따스해졌다. 기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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