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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707 연극 빈센트 리버 낮공

by All's 2022. 12. 3.





캐스트 - 우미화 이주승



(+) 트윗 감상


엽서 예쁘다ㅎㅎ




전에는 이런 극을 보면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비밀을 말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곳에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컵이 그냥 그 자체로 편하게 쓰일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데이빗의 엄마가 죽었기 때문에. 완벽한 아이이지 않아도 되기에 아니타에게 말하러 올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숨이 턱 막혀왔다.

아니타도, 아니타의 엄마도, 데이빗도, 데이빗의 엄마도, 그리고 빈센트도. 모두 서로를 사랑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아니라고 외면하거나 말하지 않게 만든.. 그들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내려온 사랑이 외면과 거부를 택하게 한 세상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신유청 연출의 연출은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에서 시작해서 시대를 바꾸고 인물을 중첩해가며 세트 전환도 많았던 와이프를 보았었는데 와이프와 달리 오로지 한 공간, 두 사람의 인물, 조명만 달라지는 빈센트 리버에서도 세상을 보게 하는 울림을 잘 전달받았다는 게 신기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물론 극본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힘이 가장 크겠지만 와이프를 좋게 봤어서 빈센트 리버 고민하다가 보게 된 거라 완전히 다른 스케일로도 좋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역시 애초에 극본이 가진 힘이 가장 크긴 크고. 빈센트라는 한 사람의 죽음에서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모든 하필, 들을 아주 천천히 아니타와 데이빗이 서로를 경계하며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면서 사실 그의 죽음은 어느 하나의 하필이 아니라 그들이 하필 그렇게 모든 게 몰려간 세상이 끔찍하게 막혀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가게 만든 집중력 있는 이야기를 보면서 새삼 극본 자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면서 또 그만큼 계속 고민하게 된다. 과연 나는 내 가족을 떠나서.. 이 세상이 자기 그대로 솔직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일까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요즘 의도하는 메시지가 좋거나 보는 동안 재미있어도 애초에 서사가 비었거나 연결이 깔끔하지 못 한 작품들을 보아와서 이야기 자체가 탄탄한 작품을 좋은 연출로 만나니까 극이 준 울림으로 세상에 대한 원망과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과 별개로 좋은 이야기를 편하게 들이킨 것에 대한 충족감에 마음 한 구석의 허기가 채워진 기분을 느끼고 있다. 확진자도 너무 늘고 해서 표 잡는 날부터 보러 가는 동안도 계속 고민했는데 보길 정말 잘했다. 정서를 떠나 이야기 자체에 대한 갈망이 정말 오랜만에 가득 찼다

분명히 나중에 그때 왜 후기를 길게 남기지 않았어 나새끼!!하고 나에게 욕할 것 같은데 너무 만족스럽고 좋아서 그냥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글이 안 써진다ㅠ 충만하고, 슬프고 고민을 만들고 정말 좋은 극이다. 이게 연극을 보는 이유였지하고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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