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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630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by All's 2022. 12. 3.





캐스트 - 정연 문성일 정가희 최호승



(+) 트윗 감상

좋아할 요소가 많은 극인데 극이 낸 결말이 취향과 안 맞아서 호라고는 못 하겠고 그렇다고 별로라고도 못 하겠고 애매한 마음이라 후기를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이 된다. 잘못 쓰면 이거 극 되게 구리다고 읽히게 쓸 것 같아. 결말과 이야기 구성의 친절도가 별로인 거지 여성 배우들 쓰임이나 음악이나 극이 표현하려는 정서는 마음에 잘 맞아서 고민이 된다.

힘들고 아프다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다보면 슬픔만 잊혀지는 게 아니라 기쁘고 행복한 기억마저 사라지게 되고, 결국 불행하지 않기 위해 나의 존재마저 잊게 되니 고통도 슬픔도, 그리고 그와 함께 한 행복도 다 기억하며 나를 지키자는 메시지가 좋고 마지막에 하나씩 문을 나설 때까지의 씬이 정말 너무 예쁘고 좋다 그래서 차라리 거기서 끝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로봇이 자신이 부여받은 임무를 거부하고 엠마가 집에 머무르게 하겠다는 선택을 한 부분과 그래서 둘이 다락에서 나란히 휴식을 취하는 부분이 기억을 다 끌어안고 철거될 집에서 무작정 버티라고?의 마음이 되어서 좋았는데 아 이건 좀.. 싶어진달까. 버나드가 끊임없이 초인종을 누르는 아이 모습인 것, 정부가 이주를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 엠마가 트라우마가 있고 집에 집착한다는 것과 괴팍한 노인네로 소문이 났다는 거 등등이 픽사 UP을 참고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싶은데 Up이 명작인 이유는 칼이 결국 엘리와 살던 집을 떠나서도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데 굳이굳이 로봇과 데이케어 센터에 가는 거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다만 그 집에 머무르게 하는 건 왜 성장을 하다가 후퇴하죠 싶어서 아쉽고 당황스럽다.

근데 그렇게 결말에 하는 행동이 이상하잖아 싶다만서도..  그래서 고통도 행복도 다 기억에 남기고 나를 지키며 행복을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은 너무 아름다우니까 극이 구리다고는 하고 싶지 않은데 왜 그 과정을 거쳐서 왜 그 선택인가요 혼란스러워ㅋㅋㅋ 로봇이 심지어 스톤이 남긴 존재가 아니라 엠마가 자신과 스톤의 행복을 생각해서 했던 기억조차 못 하는 과거의 산물이고 그래서 결국 내가 나를 구원하게 된다는 건 극의 중반까지도 생각도 못 했던터라 (엠마의 행동같기도 한 느낌의 행동을 로봇이 하네?싶어도 예상을 못 함) 심지어 너무 감동적이라 그 직전의 고통 회상씬이 너무 길고 좀 지나치게 반복적이라 지친다 이거 끝나긴하냐 하며 괴로웠던 것도 잊힐 만큼 좋았는데(하지만 그때 정연엠마와 가희여자의 연기는 일품이에요. 그럼에도 너무 길어서 괴로울 뿐) 의도하는 메시지와 좀 안 맞는 결말이 끊임없이 엠마가 큐브를 맞추는 걸로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부서지고 망가진 날 고치는 이야기라는 힌트를 줬다고 해도 너어무 이야기를 끼워맞추다보니 보다가 좀 피로할 수준으로 이야기 구성이 불친절한 거랑 겹쳐서 좋은 부분만 오롯이 마음에 남을 수 없어서 하 딜레마다.
 
근데 원래 액자식 구성과 플래시백은 인물의 과거를 대놓고 보여주는 거라서 특히나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한테는 이야기 파악을 쉽게 하게 해주는 장치인데 이 극은 관객을 너무 믿었는지 앞에 떡밥있다!!하고 던져만 놓고 이음새가 깔끔치가 못 해서 후기같은 거 쓰려고 앞에 뭐지 싶은 단서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거 붙들고 끝까지 보는 나같이 집착적인 관객 아니면 사건 순서 이해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끝나고 다음 화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는 드라마면 모를까 영화나 뮤지컬에서 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서가 끊겨있다. 극 속 인물들의 사건 타임라인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봤는데 미아는 어릴 때 죽었고-엠마와 스톤은 미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엠마를 스톤이 어떻게든 달래가며 가끔은 엠마의 환상에 맞장구도 쳐주며 버텨가며 몇 십년을 살았는데-(양갈래 머리 여자애가 이렇게 계속 니가 그러면 난 어떻게 살아라고 하는 부분은 실제로는 스톤이 가끔 버거울 때 엠마에게 한 행동을 엠마가 스톤의 죽음 이후 죽음을 납득 못 해 스톤의 기억을 지우다 엉켜버린 기억의 왜곡이라고 생각한다)-8개월 전 스톤이 죽었고-(8개월 동안 엠마는 밖에 안 나갔다 했으니)-독거 노인이 된 엠마에게 데이케이센터 이주 도움을 위해 엠마가 반려자가 죽었을 때 서로를 위해 신청했던 먼 과거의 데이터를 담은 로봇이 오게 됨으로 난 이야기 파악 할 수 있었는데.. 근데 중간에 엠마와 스톤이 사실 오랜 시간 같이 살아왔다는 게 내가 오독한 거면 이거 이야기 파악 답도 없어져서 나의 파악이 맞기를 바랄 뿐이기도 할 정도로 너무 연결이 힘들었다. 구성이 좋지는 않아ㅠ

그리고 버나드.. 극의 극 초반에 버려지는 반려로봇 문제도 심각하다고 뉴스에 나온 거 계속 기억할 사람이 많을까? 너도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구나라는 로봇의 말이 있고 진짜 어른은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는 걸 관념적으로 알아도 버나드가 주인에게 버려진 로봇이고 엠마에게 전달하는 편지는 버리고 간 주인이 마을에 유일하게 남아있을 괴팍한 노인네에게 남아있을 거면 로봇 좀 대신 책임져줄 수 있냐는 편지일 거라는 걸 엠마가 사실 그 편지의 진짜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데 이해가 쉬울까? 엠마가 버나드랑 로봇이랑 같이 센터로 이주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에 남아 끌어안고 살 구실을 엠마는 버나드에게 임무를 주고 마음을 열었다고 뭔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어요!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근데 마을은 폭발로 버려졌고 로봇들 고장나면 엠마 케어는 어쩌라고 결국 사람 하나 없는 마을에 엠마가 자기가 머물 구실을 늘리는 선택을 긍정적 변화로 보여주는 건지 답답했다.

초연과 달라진 부분이 많다고 풍월만 들었는데 초연에는 이야기 구성이 더 매끄러웠을까 궁금은 한데 이미 지났고 난 알 수 없지ㅠ

근데 결국 아쉬운 얘기 너무 길게 써서 구리다고 생각되면 안 되는데 싶은 게 괴팍한 노친네로 딱딱하게 굳어진 일상으로 자기를 지키려다가 스스로를 불행에 가둔 서글픈 존재였던 엠마가 끊임없이 그녀의 숨겨둔 기억을 자극하는 로봇으로 인해 순간순간 웃음과 감정이 터지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일생의 트라우마를 고백하고 마침내 기억을 묻고만 살지 않고 문을 열어두는 이가 되겠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배우의 연기력을 양껏 감상할 수 있어서 이런 여성 중심 이야기가 있다는 게 맘에 들고 배우의 능력치가 펼쳐지는 게 참 좋아서 그걸 놓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엠마 뿐 아니라 여자 역할이 너무 좋다. 이건 일부러 그래놓은 것 같지만 극 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헷갈리는데(미아 말고 다른 딸이 있는데 그 딸이 자기도 챙겨달라고 싸우는 거 같잖아요? 전 여튼 그건 엠마의 기억 속 왜곡된 스톤과의 다툼이라고 생각을..) 사춘기의 소녀, 사랑과 미래를 꿈꾸는 여인, 사랑하는 아이를 잃어 고통스러운 엄마, 세상을 밝게 유치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쁨을 알던 참 좋은 사람을 오고가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여배 서브롤 너무 귀하고 오늘 매다리 때 잠시 뵙고 너무 오랜만에 본 가희배우가 정말 잘하셔서 좋은 역이라는 걸 증명도 하셨다.

그리고 좋은 역을 정연배우와 가희배우가 너무 잘하는 걸로 보여주셔서 좋았다. 마음이 뿌듯했어. 그렇다고 로봇이랑 남자(+버나드) 역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 참 좋고. 로봇은 정말 사랑스러운 역이라 본진이 로봇이면 행복 그 자체일 역임. 배우들이 별로인 캐릭터를 살리는 극이 아니라 캐릭터가 좋아서 배우가 잘하면 배우들의 능력과 매력이 터지는 극이라 이야기 구성이 아쉬운 부분만 어떻게 해서 3연이 잘 올라오면 좋겠다.

내가 배우 본체를 본진에서 내려놓고 시간에 맡기겠니 어쩌니 한 것과 별개로 핫이 왜 캐스팅이 되었는지도 알겠고 그걸 알겠구나 할 만큼 잘하기도 했다. 몸 연기가 중요하고 학습한 감정 이상으로 사람처럼 보여서도 안 되는 어려운 역인데 춤은 물론이고 몸 연기 정말 좋고 얼굴 근육을 잘 움직이는 게 장점이기도 한데 프로그래밍되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 같은 시점이 아닐 때 눈가만 미세하게 움직이며 순간순간 아 사람이 아니구나 싶게 표현하는데 아 역시 잘하네 싶어서. 근데 로봇도 아무리 오류가 있대도 대사 초반에 버벅인 건 고질적인 면이 있으니 노력해주면 좋을 것 같다.

정연 배우를 예전에 유도소년으로 뵈었고 그 뒤에 한 번을 못 뵈어서 마치 지금의 여자 나이대의 역할을 연기하던 세상 밝고 사랑스럽던 그 소녀를 연기했던 사람이 이렇게 속은 아프지만 겉은 딱딱한 척 서글픈 방패를 쓴 굴곡진 노인을 너무나 잘 연기해낸다는 게 아 정말 멋진배우다 했다. 중간 고통 회상 씬을 제외하고 신기하리만치 허리를 절대 쭉 피지 않으시는 섬세함도 좋았고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라는 농담을 남길 수 있을 만큼 밝고 명랑한 사람임을 그 괴팍한 척 하는 노인 상태에서도 적절히 흘리셔서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어서 좋았다.

이 극이 그래도 사랑받아서 다시 더 잘 디벨롭되어 오길 바라게 되는 게... 인생영화이자 뮤지컬인 러브테러를 많이 떠오르게 한다. 럽레에서 여자 이츠키가 아버지의 죽음과 남자 이츠키의 전학 등 연속된 이별이 너무 괴로워서 중학교 시절을 통째로 거의 잊고 살았다가 히로코와의 펜팔로 소중한 그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도 알게 되고 이츠키가 뒤늦게 그 고통들도 씹어삼키며 앓던 날 남편의 죽음의 트라우마 속에 살던 이츠키의 엄마도 여자 이츠키를 시아버지와 다시 구해내며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가족이 상처를 진짜 딛고 치유했듯이 엠마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도 찾는 게 너무 닮아있다ㅠ 또 그렇게 생각하면 이츠키네가 이사 안 가는 거랑 엠마가 로봇이랑 집에 머무는 것도 겹치나 싶은데.. 아니 근데 럽레는 이츠키 엄마가 남편 죽은 트라우마 때문에 집을 거부하고 무조건 잊으려고 한 거의 연장선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 거라 집에 남는 게 경우가 다르잖아요ㅠ

땡베리야 이야기 연결이랑 결말만 좀 어케 해봅시다. 정말 좋은 캐릭터와 괜찮은 메시지와 재즈 느낌있는 음악도 너무 낯설지 않으면서 따뜻하고 특색이고 정말 좋은 게 많이 좋으니까ㅠㅠㅠㅠ

근데 좋은 역을 맡는 게 배우에게 정말 너무너무 중요한 거 같다. 매다리에서 가희배우 뵈었을 때 감정의 진폭을 이렇게 잘 드나들 수 있는 분인 걸 알 수가 없었는데(그 사이에 더 실력이 일취월장 하신 것도 있겠지만) 좋다고 기억했던 노래는 당연하고 연기가 정말 좋았다. 일부러 연출 상으로 극 중반까지 여자가 젊은 엠마인지 미아가 아닌 엠마의 다른 딸인지 헷갈리게 해놓은 부분이 있어서 현재의 엠마와 서로 분위기를 적당히 맞춰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 잘 와닿았어ㅠ

호승배우는 처음 뵙는 거 같은데 목소리가 부드럽고 정말 좋고 다락방에서 청혼 준비할 때 너무 귀엽고 힘든 엠마를 설득하고 지탱하려할 때 다정함의 표현이 좋아서 인상이 좋게 남았다.

아 공원 복권 긁으려다가 생각났어... 땡베리 극은 극으로 봐야하는 거 너무 알지만ㅋㅋ 사실 공연 보는 동안 엠마에게 필요한 건 케어 로봇이 아니라 사실 상담 로봇이 아닐까, 로봇은 엠마를 데이 케어 센터가 아니라 상담 센터에 데려가서 트라우마 치료를 좀 받게 해줘야하는데 생각을 한...

극에서는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이지만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하는 게 그렇게 쉽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로봇이 너무 그냥 작정하고 들쑤시고 다녀서ㅋㅋㅋ 설마 그럴 분들은 없겠지만 이 극을 보고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는 법으로는 상담 센터/정신과 등에서 전문가와 함께하는 적절한 치료를 꼭..

넘나 과하게 나아간 얘기다 싶지만 진짜 특히 과거 완전 회상씬에 엠마와 스톤 부분을 보는데 몇 십년 후에는 거의 사람처럼 보이는 로봇도 나오는 시기인데 왜 엠마랑 스톤은 저렇게 트라우마 속에 방치되는 건가.. 차라리 정보 입력이 된 상담 로봇이면 더 말이 되지 않을까 막 생각하고ㅋㅋ
그 극에서 그 과정이나 방법을 잘 다뤘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라흐에서 달이 라흐를 상담치료하려고 했던 것보다도 너무 들쑤시기만 하는 극이라 뭘까 뭐지 하면서 보다가 절정-결말 부에 그래도 엠마가 엠마를 위했다는 게 좋아서 잊었다가 다시 생각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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