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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0924 뮤지컬 베르테르

by All's 2022. 11. 28.


캐스트 - 유연석 이지혜 이상현 김현숙 송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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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베르는 오르카 말대로 다쳐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실연이 처음이고 누굴 먼저 많이 좋아해본 것도 처음이고. 롯데 한테 고백하려다 좌절된 순간의 충격으로 자신이 롯데를 이렇게나 좋아한 건가 당황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네. 스스로도 본인의 감정의 크기나 상처의 크기를 잘 모르는 느낌이 지금 1막 감상으로는 어쩌면 지나가버릴 상처 정도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의 무게감이라 2막에서 그런데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로의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납득이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흘러갈 지 기대와 걱정이 같이 된다.

상현알베르트는 사람이 정말 다정하고 성숙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롯데를 연모했던 수많은 남자들을 이미 겪어서 새삼 베르테르를 크게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 여유로운 사람이라 떠나려는 베르테르에게도 정중해서 조금 더 치기어린 베르테르들과 붙으면 오히려 벨텔 화를 더 돋굴 지도.

승자의 여유가 느껴진다는 얘기를 주절주절하게 했네ㅋㅋ 연베르는 살면서 좌절이 없이 산뜻한 사람이라 그냥 알베르트가 그러는 것도 크게 개의치않아 하는데 본인이 느끼는 것보다 롯데가 마음에 크게 박혀서 걸음을 단호하게 떼어봤자..라는 걸 정말 잘 표현해야 할텐데라는 생각을 또.

유택배우.. 연기 잘한다는 말을 익히 많이 들어왔지만 정말 연기를 잘하시는 구나. 풋풋하고 꼬인 데 없고 자기 삶에 자신이 있는데 너무 성숙하고 또 계층이 다른 사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소년 카인즈라 아이고 아이야.. 싶어져서 맘이 찡하다. 카인즈와 베르테르가 평행선을 걷는 인물이라는 걸 과하지 않게 잘 깔아놓은 인물 해석이라서 베르테르가 카인즈에게 자신을 보고 사랑을 전하라고 응원하고 소피아와의 결실을 질투섞인 응원을 했다면 극의 맛이 확 살았을텐데 연베르가 너무 산뜻한 사람이고 카인즈와 자신을 대치하지 않아서 연베르의 그 선택이 나쁜 건 아니지만 일단 1막에서는 조금 아쉽다. 연베르가 너무 잘난 사람이라서 이게 카인즈와 자신의 계층이 달라서 쟤는 쟤, 나는 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걸로 나는 좀 느껴지기도 하다보니 베르테르에 대한 내 연민이 좀 약해짐.

졔롯데는 오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시고 잘하시고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으신 듯도 하고🥰 자석산의 전설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순간에 이야기의 완성에 대한 기쁨보다 갑자기 자신을 닥쳐오는 어떤 징조에 대한 불안을 보이시는 거 늘 봐도 너무 좋아

연베르는.... 카인즈가 안 죽었으면 안 죽었을 것 같아. 카인즈 효과로 삶을 등지는 베르테르라니 나는 좀 이해하기 어렵네.

1막에서도 연베르는 자기 마음과 상황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고 발하임을 떠나 다른 곳을 헤매며 자신이 롯데를 잊기에는 너무 사랑해서 잊을 수 없으니 어쩌면 이렇게나 그녀를 잊지 못 하는 건 그녀와 맺어질 운명이라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발하임에 다시 왔고, 그녀의 결혼 소식에 그래서 대체 이런 운명일 거면서 왜 자신을 발하임에 돌아오게 했나 운명에게 분노하는 것 같았다. 롯데를 다시 만나러 간 건 자신이 그래도 혹시 롯데를 잊을 수 있는 지 확인하러, 하지만 알베르트 부인이 아니라 롯데라고 그녀를 불러달라고 롯데가 말한 순간 롯데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치기어린 확신은 무너졌고, 그 뒤에는 자신의 감정과 상황과 생각에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말그대로 세상에 휘청거리는데.. 카인즈를 변호하고 싶던 마음이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그와 카인즈를 동일시하고 있어서 자기 사랑의 순수함을 카인즈의 사랑이 순수했음을 증명하는 걸로 확인받고자 했다는 것을 알베르트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것까지는 너무 자기 확신이 없는 거 아닌가.. 답답했다. 연약하고 안쓰럽기는 한데 유택카인즈가 사랑으로 죄를 지었고 그 죄의 무게마저 분명히 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도망치며 손을 씻고 확신에 가득 차서 발하임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의 완성을 말하는 아주 잘하는 카인즈가 아니었다면 베르테르가 카인즈의 모습에서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이 숭고해지는 길을 홀로 찾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래도 토끼몰이 이후에 이미 세상을 떠날 결심을 하고 롯데를 만나러 온 것이기에 그가 롯데에게 하는 모든 말들이 삶을 등지기 전에 하는 인사라는 건 분명해서 마침내 찾아온 불안한 징조들을 알아차린 롯데가 그의 목숨을 구하고 싶어서 그에게 제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 달라는 간곡한 호소로 다만 지나치지 않게를 만들어준다는 건 선택의 과정이 너무 비자발적이라고 느끼게 한 것과 달리 엔딩은 확실하게 해줘서 이야기 구멍이 생기지는 않아서 또 이상하다고는 못 하겠다. 롯데의 마음은 불길하고 내 마음은 복잡하군.

그나저나 유택카인즈는 정말 잘하네. 카인즈가 또다른 베르테르라는 걸 사실 소피아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해준 마음이 그를 온전히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안쓰러움에 건넨 한줄기 위로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함에도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니 내 마음의 중심은 온전하고 자신의 사랑은 흔들림이 없음을 베르테르를 안 잡아먹으면서 표현해서 복잡한데 과하지가 않다. 괜찮아요 넘버가 카인즈 캐릭터가 약해도 과해도 극이 무너질 수 있는데 딱 좋게 그 씬의 주인공이었다가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에게 다음 씬을 넘겨주며 걸어 나가는데, 정말 정말 잘한다.

연베르 연기 고민 많이 한 거 보이고 표현이 나쁘지 않고, 노래를 잘하지는 않아도 뮤지컬 넘버는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 연기를 해야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곡 해석을 해서 부르고 있긴 한데, 약간 빈다 나한테는. 졔롯데와 유택카인즈의 서포트가 아니었다면 이야기가 그냥 흘러가서 흘러갔나 싶게 마무리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이게.. 졔롯데가 롯데로서 자신이 흔들리는 거에 대한 그리움과 연약한 사람을 두고 지나지 못 하는 선량함으로 베르테르를 마음에서 놓지 못 하고 있고, 택카인즈가 소피아가 자신을 남자로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한줄기 위로를 건넬 만큼이라도 아꼈다는 것으로도 충분해 했기에 롯데의 유일한 한 사랑이 아니며 그게 될 수 없지만, 또 롯데에게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사랑으로 죽음을 택하는 베르테르로 극이 정리가 되었는데... 물론 공연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연베르가 처연하게 흔들리고 상처를 이기고 만든 보호막이 없는 사람을 가져왔기에 지금의 휩쓸린 안타까운 이별...이 된 거긴 한데, 베르테르가 힘을 더 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냥 나랑 안 맞는 건지 배우가 아쉬운 건지 찬찬히 고민해야할 듯.

그리고 불호 얘기 많이 나오시는 것 같지만 난 현숙오르카 참 좋다. 사랑도 정도 많고 아는 것도 눈치챈 것도 많은데 그 사람들이 아플까봐 모른 척하고 본인 일처럼 아파하고 너무 착하고 다정해. 괜히 자기를 우습게 만들어 남을 웃기는 너무 착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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