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엄기준 이지혜 박은석 최나래 임준혁 수하 이강
엄 연기로 노래 아쉬운 거를 까방하며 공연 보는 타입이었는데 그동안 그래도 여러번 여러 작품에서 뵈온 중에 사랑을 전해요에서 좀 거대하게 노래랑 싸워서 좀 어쩌지 싶은 마음이었는데(베르테르 넘버가 부드럽게 힘줘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엄 창법 자체가 사랑을 전해요에서 그 만큼을 할 만큼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발길을 뗄 수 없어서에서 '아 역시 난 엄 연기 좋아'하고 그의 설득력에 패배해버렸다ㅋㅋㅋ '내 마음엔 그림자가 지는데'라는 가사가 아직 말하지 못 한 사랑을 피우지도 못 하는 고통이 베르테르라는 사람에게서 빛을 뺏고 그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걸 완벽하게 전해주는데 배우가 곡 해석과 연기를 할 때는 머리로 하는 걸텐데 그게 내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게 참 너무 너무하더라. 간신히 돌렸다 믿었던 발길의 그림자는 발하임에 묶여 이미 얼어버렸다는 여운까지 남기면서 떠나가는 그 말도 안 되는 걸 해내더라고요. 엄베르의 발길을 뗄 수가 없어서가 그래서 너무 쓰렸다. 아마 이때 그의 마지막까지 엿보였다는 걸 막이 내리면서 깨달았고, 엄 연기 너무 좋아. 진짜 너무 좋아ㅠㅠ
발길을 뗄 수 없어서가 충격적으로 좋았지만 그 앞들도 좋았다. 조심스럽고 다정한 사람이더라 엄베르는. 배우들 디테일과 연기의 다양성을 존중해야하지만 그래도 취향에 들어맞는 해석은 가슴을 뛰게 하는데 왕년의 사랑에서 오르카에 푹 빠진 이들과 조금 동떨어져 롯데에게 선물받은 시집을 한 권 한 권 넘기던 엄베르의 순간이 참 좋았다. 오르카처럼 사랑을 왕년의 한 때로 넘길 수 없는 이들인 카인즈와 베르테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에서 오로지 사랑하는 이만을 그리며 나만의 세상 속에 떠있는 그런 부분을 정말 너무나 좋아해. 2015년 베르테르를 조베르로 처음 봤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순간을 좋아했다. 왕년의 사랑 속 시끌벅적한 오르카의 펍에서 고요히 미소지으며 리본을 곱게 접어 가슴팍에 소중하게 담으며 롯데를 그리던 순간 그런 거에 마음이 움직이는 타입이라ㅎㅎ 그리고 카인즈에게 사랑을 전하라고 힘을 줄 때 본인이 사랑의 열기에 도취되어있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그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의 힘에 대해 말하며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걸로 다가와 좋더라. 짖궂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발하임 사람들 다 카인즈가 이루기 힘든 사랑으로 아파하지 않기를 바래서 놀리기도 하고, 왕년의 일이 된다고 말하며 괜히 가볍게 말하고 그러는 건데 엄베르 역시 카인즈를 위로하고 싶다는 다정함이 행동의 시작이라 각자의 방식으로 카인즈를 위로하고자 했던 발하임 사람들과 그 마음의 온기가 섞여서 좋고. 기운을 되찾은 카인즈를 보며 발하임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베르테르에게 감사를 전할 때 신분을 다 떠나서 그들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베르테르의 따뜻함에 대한 감동이 섞여서 예뻤다. 그렇게 따뜻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스스로도 무의식으로 느꼈던 사랑의 힘을 깨닫고 아침 일찍 달려가 전하려던 고백의 절망이 아니 고백의 좌절이 참 아팠나봐. 이날 이상하게 가슴이 빠듯하게 부풀게 자석산의 전설이 아프게 들렸는데 그 때의 애틋함 발길을 뗄 수 없어서에서 모든 빛을 빼앗긴 듯한 엄베르의 모습이 보이려고 그랬나 싶을 만큼 아팠던 게 그렇게 순수하고 예쁜 사람이라는 게 와닿아서 그랬을까.
1막의 안타깝고 애틋하던 사람의 마지막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던 선택으로 이어지고 끝이 나더라. 이미 떠나보려했지만 다시 롯데에 대한 마음에 이끌리어 발하임으로 돌아와 버렸기에 차마 발길을 뗄 수 없어서.. 다시는 그녀에게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마저 해보았음에도 그렇지만 그녀를 떠날 수가 없어서. 정말 발길을 뗄 수 없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길을 택하고 말아버린 걸로 담담하게 노래하다가 마지막에 훅 무너지며 어찌할 수 없는 가릴 수 없는 마음의 모습을 터트리는데 엄베르를 보는데 그가 롯데에게 다가가지도 떠나지도 않는 법은 이 곳에서 죽는 그 것 뿐이었구나. 그냥 그 자체로 납득했다. 잘잘못을 가리자면 아무리 그래도 남겨진 롯데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는 말을 해야할텐데, 그냥 그렇게 다가오더라. 이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그냥 인물 그 자체를 인정하게 해준 엄베르의 베르테르가 참 좋았다. 보길 잘했어 정말.
그리고 엄베르가 그런 슬픈 사랑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졔롯데는 태양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자석산이라 베르테르의 빛을 다 끌어가버렸더라. 졔롯데가 워낙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이고 알베르트에 대한 사랑 역시 다정하고 견고해서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데 또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베르테르가 더 아팠겠구나 싶은 1막을 선사했고, 1막 얼어붙은 발길의 아픔은 그만큼 롯데가 아름답고 알베르트와의 사랑도 견고해서 만들어진 게 컸다고 생각해. 달빛 아래에서도 빛나는 롯데의 눈동자를 보면서 자신은 그녀의 사랑이 아님을,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미소에 쉽게 고개 돌릴 수도 없음이 베르테르의 절망이겠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 롯데는 베르테르와 다른 미래를 살 것 같은 느낌이 씁쓸함과 애틋함을 더했다. 금단의 꽃을 총이 담긴 찬장 위에 올려두는 알베르트의 행동이 베르테르에 대한 롯데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을테니 흔들리는 마음을 누르고 넘어가라는 경고로 느껴질 수도, 롯데의 흔들림을 지금 그저 참고 넘어갈테니 알아달라는 신호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날은 왠지 후자로 느껴졌다. 잠시 쉬었다 일어난 뒤 자신에게 차마 손이 닿지 못 하는 롯데마저 끌어안고 그저 사랑하겠노라는 절실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날이었다. 이번 베르테르 자첫을 하고 베르테르가 그렇게 죽어버리면 롯데는 어떻게 사냐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렸었는데, 같은 졔롯데인데도 이 날은 롯데의 뒷날에 대한 고통스러운 걱정이 조금은 눌러지더라. 해바라기는 롯데에게 베르테르겠지. 마지막에 해바라기 밭에서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롯데를 보면서, 눈물짓게 하고 바라보게 하지만 끌어안을 수 없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까지 뿌리채 흔들리게 만든 고통스러운 사랑의 감정에 아프고, 또 오래도록 아플 것이고, 혹은 그 상처가 영원히 남을 수도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 했어도 롯데는 해바라기 밭을 떠나 걸어나갔으니까 남은 삶들을 살아내지 않을까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 그리고 그 뒷날에는 금단의 사랑을 안았던 롯데마저 기다리겠노라 위로한 알베르트가 기다릴 거고. 엄베르에게 롯데에 대한 사랑이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었다면 지혜롯데에게는 아주 큰 흉터를 남길 난치병이지 않을까.. 아파하는 롯데가 슬펐지만 그래도 살아낼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이고, 그렇게 살아낼 운명이 되지 못한 베르테르는 아픈 그런 연쇄가 일어났다.
처음 2015년에 봤을 때나 앞선 2020년 자첫 때는 졔롯데가 사랑스럽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롯데가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자신도 베르테르를 사랑하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또한 사랑하며 영원의 약속을 한 알베르트를 떠나는 배신을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 하나를 누르고 고통을 심고 살아갈 결심을 한 걸 배우가 보여줘서 그랬나봐. 방향을 조금 바꿔서 생각하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프란체스카의 책임감과도 같은 결이고, 내가 느낀 롯데의 강함을 많이들 봐주시면 롯데가 어장관리녀라고 20년 째 욕 먹지는 않을텐데 극 타이틀이 베르테르인 극에서 이런 감상이 보편적으로 쉽게 느껴질 만큼 극 자체가 그려낼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게 롯데 스타일 캐릭터들을 좋아하고 연기하는 배우가 본진인 덕후의 슬픔이지만 나라도 느꼈으니 그래도 그게 어디야 하련다. 언젠가는 롯데가 어장관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요?소리가 대세가 되는 날도 오겠지ㅠㅠ 아마 그동안의 모든 롯데들이 그러하였겠지만 속절없이 끌리는 사랑의 흔들림을 억누르기 위해 손을 꼭 쥐고 손목을 부여잡고 자신을 누르고 누르기 위해 손 끝 하나까지 노력하며 괴로워하는 2막 졔롯데의 많은 순간들이 참으로 아픈데, 롯데가 이렇게나 힘들어하는데, 롯데는 누군가에게 그를 사랑한다 속시원히 고백조차 못 해보고 자기 손으로 그의 마지막을 예감하게 하는 총의 중간 전달자가 되기까지 해야하는데.. 이런 롯데의 안타까움도 많이들 알아주셨으면하고 슬픈 날들이 과거가 되게 해주세요ㅠㅠ
아 그리고 이건 급 딴 소리지만 캐릭터 해석에 대해서 많이 풀어놓는 게 내가 나중에 추억하기에 좋은데 졔가 진짜 노래를 너무 잘한다. 정말 너무너무 잘해. 예전에도 노래 잘한다는 말은 늘 들었지만 이번에 진짜 노래 너무 잘함ㅠㅠㅠㅠ 진짜 소리 너무 탄탄해ㅠㅠ 하 막 콩콩 뛰어다니고 울고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고될 구간 많은데 노래가 숨도 음정도 하나도 안 흔들려. 너무 잘하길래 신나서 자랑하고 싶어서 뜬금없지만 썼다... 내 본진 너무 노래 잘해.. 짱 신나 ㅋㅋㅋㅋ
박은석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늘 괜찮게 봤는데 이번에는 연기가 살짝 아쉽긴한데(뭔가 대사가.. 살짝 어색하게 들리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극 톤하고 살짝 떠. 노래 해석은 잘 묻음) 캐릭터 잡아온 거 자체는 좋다. 알베르트는 얼굴이 부드럽지만 사람이 참 단호한데 그래서 롯데와의 로맨스도 살고 베르테르와의 대비도 됨. 첫만남에서 벨텔이 차마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롯데와 자신을 바라볼 때, 떠나기 전 마주쳤을 때 베르테르의 마음이 엿보일 때 사람이 참 싸늘하다. 달빛 산책 전에 베르테르에게 발하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롯데를 기억 속에 묻어두라는 경고임을 숨기지 않는 그런 부분들이 강한 사내임을 보여준다. 배우가 젊어서 그런가 알베르트 등장씬에서 비주얼은 산뜻한데 말을 고요하게 하는데도 여지가 없어서 선이 분명하고 칼같음이 느껴져.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목숨마저 어찌하지 못한 베르테르랑 참 달라. 아 그리고 박은석 진짜 수트핏 미쳤음. 기럭지 자랑 너무 쩔어. 알베르트 등장하면 너무 설렘. 노래도 너무너무 잘하고 연기 살짝 아쉬운 거 그걸로 다 까방했다. 잘생김은 참.. 소중해 ㅋㅋㅋ
나래 오르카는 노래가 약간 전보다 못 하신데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푸근하고, 임준혁 카인즈는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거에 비해 연기 스킬이 모자라는데 막 극에 방해될 그런 수준은 아님.
이 날 커튼콜에서 졔롯데가 엄베르한테 가려는데 은석알베가 안 된다고 손잡고 데리고 나가니까 졔롯데가 은알베 손 떼찌떼찌하면서 갔는데 귀여웠다ㅋㅋㅋ 엄베르는 거기에 다가가다가 포기하고 그런 뒤에 객석에 손으로 네모 모양 그리고 감사합니다 했던가 박수를 쳐줬던 가. 여튼 마스크 끼고 관극하는 거 감사하다는 거 같아서 롯데알베로 귀여워서 웃고 베르 덕에 뭉클하게 안녕했다. 공연 애틋하고 커튼콜 따숩고 참 좋았어.
(+) 트윗 감상
말하지 못 한 사랑을 피우지도 못 하는 고통이 환하고 다정하던 베르테르에게 빛을 뺏고 그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간신히 돌렸다 믿었던 발길의 그림자는 발하임에 묶여 이미 얼어버렸나... 엄베르의 발길을 뗄 수가 없어서가 너무 쓰리다..
엄 그동안 그래도 여러번 여러 작품에서 뵈온 중에 사랑을 말해요에서 좀 거대하게 노래랑 싸워서 좀 어쩌지 싶은 마음이었는데 발길을 뗄 수가 없어서에서 아 역시 난 엄 연기 좋아하고 오늘도 패배했습니다...
카인즈에게 사랑을 전하라고 힘을 줄 때 본인이 사랑의 열기에 도취되어있어서 말하는 것보다 상처받은 그에게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의 힘에 대해 말하며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느낌으로 다가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카인즈를 위로하고자 했던 발하임 사람들과 그 마음의 온기가 섞여서 좋았다. 기운을 되찾은 카인즈를 보며 발하임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베르테르에게 감사를 전할 때 신분을 다 떠나서 그들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베르테르의 따뜻함에 대한 감동이 섞였다. 스스로도 무의식으로 느꼈던 사랑의 힘을 깨닫고 아침 일찍 달려가 전하려던 고백의 절망이 아니 고백의 좌절이 참 아프네. 얼어붙은 발길에서 모든 빛을 빼앗긴 듯한 엄베르의 모습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가슴이 빠듯하게 부풀게 아프던 자석산의 전설 때의 애틋함 같아 너무 아프다. 롯데의 태양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자석이 되어 베르테르의 빛을 다 끌어가버리네. 졔롯데가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서, 알베르트에 대한 사랑 역시 다정하고 견고해서 더 아프다. 달빛 아래에서도 빛나늦 롯데의 눈동자를 보면서 자신은 그녀의 사랑이 아님을,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미소에 쉽게 고개 돌릴 수도 없음이 베르테르의 절망이겠지.
캐릭터 해석에 대해서 많이 풀어놓는 게 내가 나중에 추억하기에 좋은데.. 오늘 새삼스레 또 졔롯데 노래에 너무 감격하고 말았다. 소리가 어쩜 이렇게 깨끗하고 탄탄한데 또 그게 맑거든요.... 하 막 콩콩 뛰어다니는데 노래가 막 하나도 안 흔들리고 서서 부른다 해도 믿겠다😇😇😇
은석 알베는 얼굴이 부드럽지만 사람이 참 단호하다. 첫만남에서 벨텔이 차마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롯데와 자신을 바라볼 때, 떠나기 전 마주쳤을 때 베르테르의 마음이 엿보일 때 사람이 참 싸늘해지네. 아름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는 말이 롯데를 기억 속에 묻어두라는 경고임을 숨기지 않는다.
차마 발길을 뗄 수 없어서.. 다시는 그녀에게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마저 해보았지만 하지만 그녀를 떠날 수가 없어서. 정말 발길을 뗄 수 없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길을 택하고 말아버린.. 엄베르가 롯데에게 다가가지도 떠나지도 않는 법은 그 뿐이었구나.
잘잘못을 가리자면 아무리 그래도 남겨진 롯데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는 말을 해야할텐데, 그냥 그렇게 다가오게 될 때가 있다. 이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그리고 오늘의 엄베르가 그랬다.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금단의 꽃을 총이 담긴 찬장 위에 올려두는 알베르트의 행동이 베르테르에 대한 롯데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을테니 흔들리는 마음을 누르고 넘어가라는 경고로 느껴질 수도, 롯데의 흔들림을 지금 그저 참고 넘어갈테니 알아달라는 신호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왠지 후자로 느껴졌다. 잠시 쉬었다 일어난 뒤 자신에게 차마 손이 닿지 못 하는 롯데마저 끌어안고 그저 사랑하겠노라는 절실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2일날 이후로 지금까지 가슴을 아리게 한 롯데의 뒷날에 대한 고통스러운 걱정이 조금은 눌러지는 그런 날이기도. 눈물짓게 하고 바라보게 하지만 끌어안을 수 없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까지 뿌리채 흔들리게 만든 고통스러운 사랑의 감정에 아프고, 또 오래도록 아플 것이고, 혹은 그 상처가 영원히 남을 수도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 했어도 롯데는 해바라기 밭을 떠나 걸어 나갔으니까 남은 삶들을 살아내지 않을까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엄베르에게 롯데에 대한 사랑이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었다면 지혜롯데에게는 아주 큰 흉터를 남길 난치병이지 않을까.. 아파하는 롯데가 슬펐지만 그래도 살아낼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래서 그동안은 졔롯데가 사랑스럽고 너무나 선량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롯데가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 또한 지금 하고 있다. 이제 자신도 베르테르를 사랑하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또한 사랑하며 영원의 약속을 한 알베르트를 떠나는 배신을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 하나를 누르고 고통을 심고 살아갈 결심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방향을 조금 바꿔서 생각하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프란체스카의 책임감과도 같은 결인데, 나는 지금 롯데의 강함을 느꼈지만, 타이틀이 그러하니 베르테르 위주로 극이 보일 수 밖에 없어서 이런 감상이 보편적으로 쉽게 느껴질 만큼 극 자체가 그려낼 수는 없는 한계가 있겠구나. 한발짝 더 깊은 감동을 받고 그래서 보이는 극 자체의 한계가 느껴지는 모순이 감동과 씁쓸함을 같이 준다.
아마 그동안의 모든 롯데들이 그러하였겠지만 속절없이 끌리는 사랑의 흔들림을 억누르기 위해 손을 꼭 쥐고 손목을 부여잡고 자신을 누르고 누르기 위해 손 끝 하나까지 노력하며 괴로워하는 2막 졔롯데의 많은 순간들이 참으로 아프다. 롯데가 이렇게나 힘들어하는데, 롯데는 누군가에게 그를 사랑한다 속시원히 고백조차 못 해보고 자기 손으로 그의 마지막을 예감하게 하는 총의 중간 전달자가 되기까지 해야하는데.. 이런 롯데의 안타까움도 많이들 알아주셨으면...
오늘 컷콜에서 졔롯데가 엄베르한테 가려는데 은석알베가 안 된다고 손잡고 델꼬 나가니까 졔롯데가 은알베 좀 떼찌떼찌하고ㅋㅋ 엄베르는 거기에 다가가다가 포기하고ㅋㅋ 그런 뒤에 객석에 손으로 네모 모양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셨나 박수를 쳐주셨나. 마스크 끼고 관극하는 거 감사하다는 거 같아서 롯데알베로 귀여워서 웃고 베르 덕에 뭉클하게 안녕했다. 베르테르 좋아. 따뜻해.
배우들 디테일과 연기의 다양성을 존중해야하지만 그래도 취향에 들어맞는 해석은 가슴을 뛰게 하는데 왕년의 사랑에서 오르카에 푹 빠진 이들과 조금 동떨어져 롯데에게 선물받은 시집을 한 권 한 권 넘기던 엄베르의 순간이 참 좋았다. 오르카처럼 사랑을 왕년의 한 때로 넘길 수 없는 이들인 카인즈와 베르테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에서 오로지 사랑하는 이만을 그리며 나만의 세상 속에 떠있는 그런 부분을 정말 너무나 좋아해.
2015년 베르테르를 처음 보던 날 조베르의 순간 중 가장 심장을 두드린 때도 비슷한 순간이었다. 왕년의 사랑 속 시끌벅적한 오르카의 펍에서 고요히 미소지으며 리본을 곱게 접어 가슴팍에 소중하게 담으며 롯데를 그리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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