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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1014 뮤지컬 광주 낮공

by All's 2022. 11. 28.



캐스트 - 테이 민영기 장은아 정유지 이정열 이동준 김국희 김대곤 김태문 문성일 이봉준



(+) 트윗 감상

...인터 탈주 말려.. 너무 힘들군

연출/극작 고선웅 내가 아는 그 고선웅인가. 그러면 이럴 수가 없는데...

그 고선웅이 맞네... 이게 무슨 비극이지

끝까지 보고나니 하고 싶던 얘기는 알겠는데 연결이 이렇게 후지면 안 되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무조건 잘 만들라고 강요는 못 하겠는데 못 만드는 수준은 너무한데...

편의대원들의 선동에도 흔들림없던 광주 시민들이 무자비한 조준 사격과 발포에 무장 투쟁을 선택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결국 다 목숨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남아 싸우는 길을 택한 건 그렇게 버티었던 자가 있어야만 역사에 진실이 남을 것이기에...라는 건 알겠는데. 살아남은 자들이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하는 노력이 안 보이는데 아무리 실제 역사가 결국 그들의 희생이 밝혀졌다는 걸 안다고 해도 극에서도 그걸 알려줘야지 이러면 안 되잖아요. 극에서는 1막에는 내내 평화 투쟁 vs 무장 선동으로 싸우고, 2막에는 무장 희생 vs 투항 생존 으로 싸우기만 하다가 마지막에 하지만 살아남아 기억하고 알리는 것도 의미있으니 살아남을 사람은 살아남자!말만 하면 땡입니까. 계속 인물들이 내내 대립들만 하느라 앞에 서사 쌓인 게 없는데요. 이어붙여서 이해하라고 던져놓은 떡밥들이 있긴 한데 뒤에 이 말하게 하려고 앞에 던졌구나 생각은 하는데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그냥 떡밥이고. 용수의 죽음, 조준사격 등등 그래.. 다 사람들이 각성할 계기가 될 수 있는 건 맞는데 그건 너무 짧게 훅 던져주고 앞뒤로는 너무 많이 나와서 지나칠 수준의 고통 속에도 웃음이 있고 웃음으로 잊는 두려움인 시민들 장면과 큰 사건은 모르겠는데 내적 고민 맥스 찍은 박한수의 고민 솔로 독창들만 줄줄인데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마지막 20분 쯤은 그나마 비극이 너무 눈 앞이라 비극성이 없지는 않은데 그 앞에서는, 특히 1막은 내내 아 지금 군대와 편의부대 선동질이 얼마나 심한 건지 감이 잘 안 잡히게 희미하게 폭력의 흔적을 심어두고 비극에 충격받은 시민들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데.
 
그리고 문수경이랑 박한수 러브라인 치워라. 수경이 동지애를 느끼는 걸 제대로 보여주려면 군인들에게 쫒기던 수경의 뒤를 한수가 따라서 뛰어가던 거랑 둘이 골목에 숨어있는 거 사이에 한수가 구해주는 거 정도는 심어놔라. 아니면 작전 중이라 구하는 척하고 있었는데 민간인한테 너무 심하게 폭력행사하는 군인들의 모습에 순간 진심으로 말리다 위기에 처한 한수를 수경이 구해주던가... 갑자기 둘이 같이 숨어있다가 수경이가 자기 이름이랑 번호 팔목에 남겨주고 손등에 입맞춤 해주는 거 뭐 어쩌라고. 한수 서사로만 생각하면 무자비한 폭력 앞에 이해할 수 없어 절망하는 수경을 보고 혼란을 겪기 시작하는 계기 되겠다만 저기요 그 계기되는 행동 제공하는 수경이가 그냥 단순히 한수에게 동지적 기운을 느꼈다고 윤이건한테 말 한다고 수경이 행동 안 뜬금없어지는 거 아니거든요?

가뜩이나 여성 인물들이 거의 뒤에만 있어서 투쟁은 남자만 하는 거냐 빡치는 마당에 비중있는 편인 여성인물은 행동 앞뒤 동기를 대충 뭉개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그리고 극 내내 윤이건이랑 주로 이야기하던 정화인이랑 문수경이 후반부에 갑자기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참 연결성 있고요. 그냥 남는 화인이가 수경이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 뽑겠다는 충만한 의지 네.. 잘 보았습니다. 총들고 남는 사람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고 죽은 남자 가족, 연인 생각하며 눈물만 흘리게 해주신 것도 참 잘 보았고요. 그 앞에도 같이 군부대에 돌 던진 때랑 평화 시위 말고는 음식 조달만 시키신 것도 매우매우 잘 보았고요. 야학 다니는 학생들 중에도 여학생이 어쩜 이렇게 없는지 몰라. 선생님 성비는 남자하나 여자하나인데 학생은 죄다 남자네.

근데 쓰다보니 여성 비중 서사도 별로라 열이 더 받는 거지 극이 무난 이상인데 여성 비중 및 서사 구린 게 아니라 극이 못 만들었는데 그것마저 구리다는 거라 그냥 더 열받는 겁니다.

꼭 이런 이야기에서 무자비하게 학살 장면을 보여주면서 폭력 전시할 필요는 없지만 이 극은 비극은 너무 겉핥기로 그리는데 (그럼에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선량한 광주 시민들을 그리려던 건지 뭔지) 희극적 장면은 너무 많고 근데 심지어 안 웃김.

2015년에 푸르른 날에 보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작작해라 싶었네요. 연출 스타일은 알겠는데 앞에 잘 쌓았어야지. 푸날도 울고 나오긴 했다만 극호 찍은 극은 아니었는데 이번 극은 극불호 찍네.



그리고 편의대원 배우들은 다른 역이면 몰라도 편의대원이었으면 걔네 쁘락치인지 아닌지 보는 관객 입장에서 헷갈리니까 시민군에 넣지 말아주실래요. 그냥 들어가만 있으면 모를까 대사까지하면 저게 선동용인지 진심인지 헷갈리거든요.

극본이랑 연출 다 구려서 안필단, 고선웅 중에 누구 탓을 더 할 수는 없는데 극이 이렇게 못나게 뽑힐 동안 그 누구도 손을 못 대었다는 건 대단하다 싶다.

배우들은 걍 다.. 잘하세요. 음악은 극이랑 구성 내내 싸우느라 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괴롭네요. 음향은 제 기준 홍아센 치고 좋은데 검색해보면 별로라는 분들이 또 나온 거 보면 상대적 멀쩡함인가봐요.

차라리 극 제목을 편의대원으로 하고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데 내적 고민만 하는 한수 앞뒤 캐릭터 빌딩이라고 제대로 해서 편의대원마저 개심하게 만든 잔혹한 역사를 그리지 그랬어요. 광주라는 제목 달고 이따위로 만들면 안 되는데요.

광주 퀄리티..
이 무슨 살벌한 재앙인가
이 무슨 엉뚱한 비극인가
벨텔 극본가를 벨텔 가사로 까자니 어이가 없는데 진짜 내내 보는 내내 저 가사가 맴돌아서...

심란한 마음이 진정이 안 되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냥 제 여건 되는 대로 후기 서칭을 해보았는데 뮤지컬 광주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나쁘게 조명하려던 극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건 선량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희망을 갖고 세상을 옳게 바꾸려던 광주의 옳은 사람들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하는 동안 받았던 독재 정권의 폭력과 학살과 그로 인하여 평화 시위에서 자신들의 목숨과 대의를 지키기 위해 무장을 선택하게 된 것도 당연하며, 또 그들이 마지막에 몰살 당할 것을 알면서도 도청에 남아서 끝까지 투쟁하거나 혹은 살아남아 그들의 진실을 알리기로 마음 먹거나 어떻게든 그들은 독재 정권에 맞서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노력했고 그 진실은 숭고하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 거라고 생각해요. 독재 정권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 사람들이 혼란과 갈등까지 겪어가는 과정 모두를 그리고 싶었고 그게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서 그냥 생각없이 나라가 시키는 건데 뭐 난 당당해하고 프락치 일도 서슴지않는 박한수를 감화시킬 만큼 너무나 옳았다는 말을 하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문제는 그게 그 의도만 보이고 결과로 잘 전달받기에는 못 만들었다는 거고요.

1막 내내 시민들이 무장 투쟁을 해서 빨갱이 반동 분자 폭도라고 군대에서 강경 진압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광주 시민인 척 잠입한 편의대원 프락치들이 그래도 무기 드는 건 좀 그래.. 그건 옳지 않은 것 같아..하고 갈등하는 시민들에게 무장하라고 부추기는데 이미 시민들이 무장 투쟁까지 했던 걸 아는 입장에서는 1막 후반부에 다다르기까지 시민들이 무장 투쟁까지 마음 먹게된 게 당연했는데 그 투쟁의 결심이 편의대원들의 잠입 선동 때문이라는 건가 어이없고 화난 상태로 어떻게 가나 보자하고 극에서 마음이 일단 멀어진 상태로 화를 누르고 이야기 흐름을 보고 있게 되어요.

1막 후반부에 다다를 때까지 시민들이 무장 투쟁은 안 된다고 그래도 흔들리던 사람들도 그건 안 된다고 하고 있다가 극 내 인물 중 어린 학생인 오용수가 군대에게 끌려가 죽고 그걸 계기로 군부대에 시위를 하러 갔을 때 (살해 목적으로) 조준 사격까지 이루어져 많은 이가 죽자 시민들은 무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이미 총칼로 목숨이 위험한 그들에게 당연한 선택이죠.) 글로 적은 사건 진행으로는 꽤 합당한 흐름인데 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군대의 폭력은 솔직히 1막 말미의 총격 정도 아니면 크게 충격적이지 않게 약해요. 제가 너무 폭력에 무딘 인간이라 그런 거면 제 잘못이지만 그전까지 선량한 사람들을 왜 괴롭히는 가에 대한 전반적인 공포 분위기가 극에 잡혀있지가 않아서 용수가 죽고 나서부터 1막 말미의 총격까지가 뜬금포로 느껴지는데 이게 잠재된 싹이 터진 게 아니라 진짜 뜬금포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군부대에 시위하러 몰려간 사람들 중에 프락치 박한수가 있는 걸 보고 부대장 허인구가 저기 우리편도 있다고 사격 안 된다고 하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발포를 해서 아니 왜.. 부대장이 발포하지 말라는데 쟤네는 쏘는 건가 상황적인 부분에 대한 의아함도 생기고요. 가뜩이나 광주 시민들 무장이 공산당이라는 날조용 선동에 넘어간 거라는 건데 뭔데하고 극이랑 거리감 두고 있던 중에 그런 자잘한 의문까지 끼어들어서 극에서 아마 관객에게 시위마저 해학을 담아(시위 장면들 대부분을 흥겹게 구성해놨어요. 실제 시위는 안 그랬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세상에 대한 믿음이 조금은 남아있었기에 밝은 미래를 믿고 밝게 운동하던 시민들을 그리려던 걸까요)

하나의 놀이판처럼 하던 광주시민들에게 폭력 그 자체인 총격을 가하는 독재 정권의 파견 부대의 무자비함에 대한 충격을 크게 하려던 장치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져서 의도했을 충격도 100퍼센트 받지 못 했다 싶었고요. 앞에 괄호 안에 길게 쓴 의도를 고민은 해 봤지만 그게 좋게 느껴지기에는 앞뒤로 공포적인 폭력의 상황은 너무 짧고 희미하고 그런 밝고 희망찬 뉘앙스의 장면들은 늘어지는 기분이 들게 재미없게 만들어져서 길어서 극의 무드가 안 잡혀있어서 1막은 정말 내내 좀... 지쳐요. 그리고 폭력의 상황은 짧은데 그걸 지켜보는 작전세력 박한수의 고민은 너무 자주 반복되고 노래가 너무 깁니다. 14일 낮공 박한수역을 했던 테이배우를 여명의 눈동자 중 대치 역으로는 좀 아쉬워한 부분이 있었는데 광주 극에서는 아쉬움 없이 좋았는데 배우 연기랑 노래랑 아쉬운 곳이 없고 여명 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대도 가수로 원래 호감 탑재된 분이라 본체에 대한 불호가 없음에도 한수 쟤는 너무 자주 고민하고 또 너무 많이 나와라고 생각들 정도로 그냥 너무 많아요. 그렇게 많은 이유가 박한수의 시선으로 봐도 이 상황들이 말이 안 되는 걸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하기에도 앞서 쓴 대로 독재 정권이 계엄령을 내리고 광주에 한 극악무도한 행태에 대한 묘사가 약해서 쟤는 상황 다 알고 광주 시민들 선동하기 위해 특수 훈련까지 받은 놈이 왜 큰 차이도 없는 사건의 반복 속에서 가열차게 흔들리는데 그 흔들리는 것도 무대 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무대 위에 서서 진짜 내적 고민하는 걸 주야장천 보여주는 배우 원맨쇼만 하게 하나 지칩니다.

배우가 혼자 내적 고민 원맨쇼 하는 넘버야 많지만 광주 같은 극에서는 뒤에 참상이 펼쳐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한 충격을 인물의 눈으로 같이 전달받아가며 봐야하는 게 있는데 이 극은 그게 너무 약해요. 이런 말 어이없지만 지나치게 묘사가 평화롭습니다.

독재정권 다루는 콘텐츠들에서 민주화 운동하느라 경찰이나 군인들 피해서 도망가는 학생들, 그리고 갑자기 밤에 잡혀가는 시위 관련자들 그런 씬 사실 많이 봤잖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보면서 아니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왜 괜히 시위나 해서.. 이런 식으로 불평하는 연출도요. 광주는 시민들과 박한수가 저 선량한 사람들을 왜?하고 충격 받아야 하는 장면들이 다른 매체나 콘텐츠 등에서 그런 식으로 그 무리에 속하지 않은 부외자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왜 저러는 건가 싶게 오해도 받던 상황들 수위의 상황에서 고민해요. 그 영화도 마음의 별점에 비해 진짜 만듦새 자체는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외부자로서 못마땅해하던 한 사람이 실제 폭력의 실체를 접하면서 마음이 달라질 수 밖에 없던 변모를 그려냈던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부분이 그래도 사람이 북적북적하던 서울의 광경과 지나치게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광주의 거리 풍경, 병원에 가득하고 또 계속 실려들어오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이건 뭔가 잘못 되어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 흐름을 그려낸 부분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뮤지컬 광주는 그게 전혀 안 되어 있어요. 부상자 이야기 등을 극 초반에 안 하는 건 아닌데 눈 앞에 안 보여주고 밝고 희망찬 시민들을 그래도 공포 분위기 조성할까 싶으면 또 보여주는데 이게 또 택시 운전사 영화보다 뮤지컬 광주의 시작 시점이 훨씬 이전도 아니에요. 거리천사가 길에서 라디오로 뉴스 들을 때 나오는 극 시작일이 5.16 군사정변 기념일이니 이게 진짜.. 미쳐요. 광주 평이 안 좋아서 기대는 놓았지만 얼마나 못 만들었나 보자하고 작정하고 비뚤게 보려던 마음은 없었고 그래도 내가 실제로 볼 때는 나쁘지 않은 걸 기대도 아니고 기원했는데 높지도 않았던 기대치보다 한참 못 한 무드 조성부터 실패한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게 너무 괴로워서 정말 객석에서 답답했어요.
  
그리고 위에 광주 시민들의 편의대원의 선동에는 넘어간 게 아니지만 무자비한 독재 정권의 파견 군대에 의해 무장 투쟁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사이에서 시민들이 편의대원에게 선동 당할지 말지 고민하는 러닝타임에 비해 넘어간 게 아니라는 건 총들고 무장 찬성까지 가던 용수가 박한수에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총 돌려주고 떠난 뒤에 박한수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걔네 넘어가지도 않던 착한 사람들이라고 부대장 허인구에게 말하는 잠깐이고 그 뒤에 바로 시민들이 용수의 죽음으로 강경 투쟁 결심하는데 같은 러닝타임 줄 필요는 없는데 이게... 너무 대충 설명해버리니 머리로 사건 글로 정리하면 이렇구나 하면 그런 거지 눈으로 보면 박한수가 입으로 읊은 것처럼 느끼기가 어려워요 솔직히. 관극 직후에 쓴 후기부터 새벽에 갑자기 추가로 풀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 반복하는 연출이며 극본이며 다 잘못 했다는 제 감상은 이런 모든 조율의 실패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국 편의부대랑 독재정권이 의도한 대로 무장 투쟁 되어버렸는데... 이게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긴한데 그게 정말 이 극 안에서 그린 수준으로만 생각하면 이들이 피해자인게 맞기는 한데 또 뭔가 너무 수동적으로 느껴져서 기분 나빠. 상태가 되어요.

그런 뒤에 2막에서는 도청을 점거하고 무장 투쟁 중인 시민군이 투쟁 유지 vs 투항 앞두고 싸우는 게 반복인데 여기에서 투쟁 유지해서 싹 쓸어버리고 전부 폭도로 매도하고 딱이라고 또 뒷공작하는 놈들이 깔깔거리고 거기에 대해서 이런 죽음을 막아야 해!!하고 고뇌하는 박한수가 시민군에게 집적거리고 다 그들이 노린 거라니까요! 계속 싸우면 안 됩니다 부르짖고 있는데 이 극의 시점의 메인 인물은 박한수니까 이 극이 유도하는 방향성으로 보면 투쟁 계속 한다는 사람들이 무모해 보여요. 그들이 투쟁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냥 열심히 살아서는 비극을 양산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건가라는 고민을 하게 하는 넘버는 윤이건의 넘버 정도..? 1막에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는 순이라는 노동자의 죽음으로 윤이건이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게 하는 넘버 하나이고 나머지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들은요!!하면서 말로 대적하는 윤이건 뿐이고 추가 레퍼토리 없이 그 상황만 반복이라 제가 이 극이 결국 주고 싶은 메시지는 투쟁을 하며 목숨 바친 사람이 남아있고 또 그걸 증언할 산자들도 있기에 진실이 살아남았다라는 거라고 의도를 한 것 같다고 쓰기는 했는데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며 남은 건 우리의 진심의 증명'이라는 부분에 대한 극의 증명은 솔직히 너무 없어요. 그냥 제가 끝에 가서 계속 반복하는 말이 저거인 걸 보니 이런 의도이겠거니 머리 속에서 구멍 채운 거고 극 보면서 이 장면이 바로 그거야!!하고 확 온 거 없었어요. 정화인이 방송실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십시오.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전하는 부분이 그거려나... 그거일까 고민은 되는데 그게 맞대도 이미 그보다 한참 전에 그게 느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시기가 역시 또 이상해요. 중요한 이야기를 장면으로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고 뒤에 이런 거 있으니 그거야라고 생각하라는 건가 끼워맞추기 해야한다는 건.. 이미 구조가 글렀어요.

뮤지컬 투자와 제작이 극본 완성의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본 극의 결과물로는 좁게는 시나리오 넓게는 트리트먼트 단계까지만 괜찮게 볼 수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 수준에서 괜찮았다해도 지금 내놓은 결과물 수준이 될 때까지 프로듀서, 극본, 연출 누구도 해결 못 하고 시놉단계에서는 말이 되어보일 수도 있지만 힘줄 때 안 줄 때 구분을 이렇게도 못 해서 의도를 전달받는 게 불가능에 가까우며 심지어 재미도 없는 극을 만들어서 내놓았다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어쨌든 만든 의도는 선량했을 것 같은데 결과물이 안 선량해요. 3월 기사 보니까 2019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 세계화 사업 결과물 중 하나고 해외 쇼케이스도 예정이라는데 코비드 때문에 실행 불가인 걸 떠나서 지금 퀄리티로는 온라인 생중계도 솔직히 안 했으면 좋겠어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 생존한 광주 시민들은 무력하게 독재 정권에 당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 먼저 투쟁을 시작했고 자신들의 대의를 지켜낸 분들이고 현재의 광주 시민들도 5.18을 잊지 않고 꾸준히 그때의 진실을 수호하고 기억하게 하는 투쟁을 이어받게 해준 분들인데 이 극에서는 그런 부분을 지금은 솔직히 못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유희적 감동이라도 있다면 메시지가 지나치게 약하지만 그래도 5.18에 대한 관심이라도 한 번 더 환기시킬 수 있을텐데 심지어 지루해서 그것도 힘들어요.

결국 다 못 만들어서 문제라는 말을 엄청 길게 늘어놓았는데 의도는 나쁜 극이 아닌데 결과가 나빠요. 결과가 정말... 많이 나빠요. 상연 초 후기 대세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이미 불호 얘기 나온 극에 불호를 너무 길게 공들여서 쓰지는 않아야겠다고 내적 약속을 한 게 있는데 이 극은 솔직히 지금 퀄리티로는 생명력 길게 가서는 안 된다는 맘이 들어서 불호 장광설 늘어놓았네요. 이 장광설들이 무의미해지게 극이 환골탈태 하게 되길 바랍니다. 의도한 사상이 5.18 조롱은 아닌데 결과물이 너무 나쁘니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화나는 사람들도 이해가 됩니다 지금은ㅠ

그리고.. 계속 올라올 건데 타이틀 광주로 가고 싶으면 박한수 빼던가 조연으로 놓고 메인 시점을 가진 중심 인물 윤이건으로 가는 게 차라리 맞지 싶네요. 아님 그냥 다 갈아엎던가요. 일단 광주 사람 아닌 사람 시선으로 만들지 마세요. 2015년에 푸르른 날에 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 못 하겠는 건 아니고 변절자를 무조건 욕하는 것도 나쁘지, 이렇게 살아남은 상처도 있을 수 있다. 민호처럼 살아남아 평생 아플 수 있고 민호처럼 고통만 겪는 게 아니라 일단 살고 그 뒤에는 계속 5.18의 참상을 알리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리고 민호가 아주 늙게라도 부끄러움을 직면했으니 외면하지 말자는 이야기니까 좋게좋게 다 좋게 생각하자라고 자체 정리는 했는데 그럼에도 이거 너무 변절자에게 온정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고... 여성 인물 도구적 사용 지나치고 등등의 불쾌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민호는 광주 사람이기라도 했지.. 아니 타이틀이 광주인데 왜 바깥 사람 박한수를 앞세웁니까 아예 역사 속 그 현장의 모든 걸 다 대표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면 그려내는 건 겁이 나서일지, 그들과 대적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감화시킬 만큼 당연한 일을 그들이 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일지는 알 수 없는데 전자면 비겁하고 지금 결과인 후자는 실패했어요.

5.18을 다룬 소설, 영화, 웹툰 등에서 제목까지 대표성을 내포할 때 희생자나 그 희생자의 가족들을 메인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 그들의 눈으로 보았다는 걸 알려주는 거고 그래서 시민이 아닌 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택시 운전사는 제목이 택시 운전사인데 메인 중 메인 인물이 편의대원 박한수인 극이면서 제목을 광주로 붙이면 안 되는 거죠. 박한수가 살아남아서 광주의 참상과 독재정권의 행태를 알리는 운동을 한 걸로 끝난 것도 아닌데 이건 아닙니다 정말. 박한수는 광주를 대표할 수 없어요.

아니 근데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되는데 허인구는 왜 그렇게 박한수 살리는 거 집착해요? 난 2막 쯤 가서는 허인구도 편의부대니까 위장 신분이고 사실 박모씨라서 박유철씨 아버지신가 했네? 한수가 떠나기 전에 그럼 아버지, 유철아 어쩌구 할 줄? 수경이 동지애보다 더 이상함

그래도 제가 본 14일 마티네에서은 마지막 교신 이후에는 증거 인멸해야한다고 걔도 죽이라고 2막에는 했다만 첫공에는 2막에도 걔는 살리라고 했다면서요. 왜죠 대체 왜죠. 정말 허인구의 박한수 집착 이해불가입니다.. 너무요...

아 그리고 이거 진짜 치졸한 트집잡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1막 수경이 넘버는 가사가 존대말인 건지 해명 좀. 서로 반말하는 해외 영화 번역에서 여성 인물은 남자한테 존대말하는 바로 그 상황 생각나서 기분 나쁨. 수경이 세상의 부조리함에 질문하느라 세상이라는 대상이 있어서 그래요라고 자체 납득하기에는 그래도 왜 굳이 여캐 혼자 굳이 왜 존대말인지 어이가 너무 없음. 사실 2막 수경이 넘버도 존대말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그 넘버 쯤에는 혼이 탈출해 있어서 가사가 귀에 안 들어왔어요. 여튼 그래서 1막에 크게 당황했고 불쾌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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