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이승원 김종구 정순원 임강희 최영민 김민건 김성수 김지혜 권동호 문경초 장민수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김태형 연출극하고 자주 싸우는 편이고 이 극도 일정 부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기는 한데, 제일 아쉬운 쪽은 오히려 연출보다 넘버이고 뻔한 극본에 비해 연출을 사실 잘한 것 같다...극 중에서 기수와 기진이 삼촌 나와서 기진이가 기수를 살리기 위해 삼촌을 죽이고, 몰래 새햬 제사를 지내려다가 돗드 사령관에게 들켜 엄마의 유품인 거울을 뺏긴 기수가 기진과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둘의 어머니가 나올 때부터 울어놓고 재미없었다고 하면 솔직히 양심없는 것 같다..
결론은... 이번 극 연출이 넘버와 각본에 비해 감정을 살릴 수 있게 잘 빠진 것 같아서 이번에는 김태형 연출한테 좀 진 느낌이기도 하다ㅠ
내가 김태형 연출의 극 전체에 대해 어떤 호불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 장면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 만큼은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이 연출의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된 곳들이 있어서 아찔하리만큼 마음에 든 순간들이 있었다. 기수가 세상의 모든 리듬에 맞춰서 춤추기 시작했을 때, 적십자 무대 위 기수와 이층 무대 위의 기진이가 교차되고 그 뒤에 단 하나의 불빛 아래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그저 기수가 춤을 출 때, 그리고 1막 때 쏟아지는 조명으로 표현된 폭우 속에 기수가 춤을 출 때 마음이 꽉 조이듯이 아려왔다.
사상과 이념 속에서 인간성이 버려지는 것, 무거운 세상 속에서 꿈을 찾는 것의 무게.
기수 단 하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마음까지 찔러가며 냉혹해진 기진이도, 자신의 부모도, 다정하던 형도 망가트린 미군이 싫건만 그들의 일깨운 자신의 춤이 너무 좋아서 혼란스러운 기수도. 익숙한 신파의 공식이고, 극을 보면서 어느 한 구석 반전이랄 것 없게 빤한 이야기라 참 쉽게 이해될 인물들 같지만, 흔한 이야기와 인물들의 아픔이라 오히려 깊게 스치지 못할 이야기가 그래도 마음 깊이 와닿았다.
넘버가 전반적으로 심심해서 오히려 대사에서 넘버로 넘어가면 감정이 끊기는 것과 잠시 시간이 멈추고 회상이나 생각을 하는 부분이 너무 잦은 건 역시 노취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간 걸 떠나서 이 극 전체의 연출이 꽤나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이 들고, 그걸 구현해낸 배우들의 연기와 그래서 와닿은 인물들이 참으로 좋고 좋았다.
넘버는 초연 때부터 좋아하시던 분들이 왜 넘버가 더 좋아져서 재연이 오길 바랐는 지 느껴질만큼 좀 많이 별로였다. 몇 개 좋은 곡도 있었고 배우들 연기도 노래도 진짜 다 춰낸 탭도 좋았지만 절절한 극의 감정에 비해 넘버가 많이 심심하고 임팩트가 없는 감이 컸다. 이런저런 기대도 걱정도 관극 전에 참 많았는데 그래도 보길 잘한 것 같다. 무대 전환 방식이나 뾰로롱하는 효과음같은 게 좀 더 정갈해지고, 넘버도 좀 더 좋게 3연이 와서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싶어지는 기분... 무대 속을 꽉 채운 에너지가 참 좋았다. 무언가가 미치도록 좋아서 돌아버릴 것 같은 그 순간을 만난다는 건 참 좋은 거니까, 그런 경험을 하는 분들이 생겼으면.
오늘 처음 만났던 기수역의 승원배우가 왠지 더 뭉글뭉글하게 생긴 영민배우같은 마스크라서 처음 등장부터 괜히 호감이 갔는데 연기를 정말 잘하셔서 진짜 좋았다. 종구배우 기진이 평이 참 좋아서 기대가 많았는데 잠깐씩 등장하는 데도 깊숙이 전해지는 감정들이 마음을 여러 번 쿡 찌르고 갔다. 기수를 살리기 위해 인간 백정 소리를 들어가며 해방전선에 충성하면서 점점 매말라가고 피폐해져가는 기진이의 상처받은 마음이 눈빛 하나하나에 담겨져 나에게 와닿았다.
아쉬움 아닌 아쉬움은 우리나라가 실제로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이면서 흑인이나 백인배우가 없다보니 돗드와 프랜이 실제 백인과 흑인이 아니라 처음에 그들이 각각 미군 백인 사령관, 흑인 파병 미군인게 대사와 상황으로 유추하지 않는 한 처음부터 느낄 수는 없다는 것? 근데 그건 우리나라의 한계 아닌 한계니까..
만약 이 극이 더 많이 개선 되어서 정말정말 오래 이어졌을 때, 실제 한국계 백인 배우와(이라는 말도 좀 이상하지만)배우와 흑인 배우가 연기를 하게 된다면 더 극의 메시지가 좋아지겠지 같은 뻘 생각이 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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