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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402 연극 터키블루스 낮공

by All's 2016. 4. 3.

 

캐스트 - 김다흰 전석호 권준엽 정한나 박동욱 임승범
공연장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삼연 터블 (아마도) 자첫자막.
바뀐 부분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초재연을 보셨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대로 터블은 역시 터블이었다.
서로가 같지 않음을 이해할 수 없고, 혹은 그에 상처받을 만큼 소중한 운명의 사람을 만났다가 엇갈렸고, 결국 다시 떠올리고 그걸 찾고자 하는 이야기.
여전히 감동적이고 또 역시 너무나 슬펐다.

나는 강렬한 감정의 극단은 어느 부분이든 그 끝이 서로 맞닿을 수 있다고 믿기에 재연 떄 처음 터블을 봤을 때 시완이와 주혁의 감정을 무엇인가로 굳이 규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시완이와 주혁이의 감정의 색이 조금 다르다고도 생각해도, 그 부분이 시완이 맘 속의 두려움을 극대화시켰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아끼고 서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우정이고 누구는 사랑이라고 가르는 게 서글플 만큼 다르지만 같았던 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극을 본 뒤 후기도 엄청나게 짧게 쓰며 말을 아꼈을 만큼 그냥 그 자체의 모든 뒤섞임이 참 좋았었다. 그래서 삼연 터블에서 해석의 여지를 한 쪽으로 몰아놓았다는 부분이 걱정되었는데, 가는 방향이 조금 달라진 게 못내 아쉬웠지만 자신의 소중한 시절과 감정을 결국 외면하고 겁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시완이의 다짐은 여전히 감동적이었기에 참 다행이었고, 그 시간이 너무나 늦어 주혁이와 어긋나게 되었고, 그게 시완이에게, 결국 주혁이에게 또 긴 아픔과 시련이 될 여지로 느껴졌다는 건 더욱 안타까웠다.

나는 시완이가 주혁이를 외면하기 시작한 지점을,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차마 미워할 수 없었고 없다.
예외라는 것, 돌연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하게 누군가를 몰아붙일 수 있는 지 조금이지만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비난을 두려워하고 어릴 때부터 정도를 걷기 위해, 튀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완이의 생활과 마음이 그만큼 자신이 다른 이와 다를 수 있다는 걸 무의식 중에 느꼈기 때문일 것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치 내일처럼 참 마음이 아팠다.
고작 왼손잡이이고 쌍둥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내가 받았던 상처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떠올리면, 내가 남과 다름을 안다는 걸 알고 그걸 누가 알아차릴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두려움을 품고 사는 한 소년이 참으로 가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남들과 조금 달라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며 스스로를 위해 행복을 찾아가는 주혁이와 2살 차이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만들기 힘든 나이를 떠난 친우라는 관계로 그 아이를 만나기 시작하고, 그리고 그 만남과 관계 자체가 자신의 다짐과 반하는 일임에도 주혁이와 주혁이와의 추억으로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자신에 두려움과 행복을 항상 같이 느꼈을 10대의 시완이가 참으로 또 예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시완이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결국 완전히 그 아이와 자신이 같을 수 없음을 깨달은 순간, 자신의 세계 속 주혁이에 비해 주혁이 속의 시완이가 작을 것이 정녕 두렵고 서글퍼진 순간. 행복의 극단을 느끼고 그것의 상실이 두려워져서 주혁이를 외면하게 되었던 19살 그 아이의 선택이 그 전의 행복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더욱 슬펐다. 그래서 주혁이에게 너무나 잔인했던, 주혁이의 이사 전 날 시완이의 외면을 처음 터블을 만났던 날도, 그리고 이 날도 원망할 수가 없었고, 이 날의 시완이는 더 약한 존재가 되어있었기에 그 외면의 아픔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난 주혁이가 시완이와 자신이 너무나 같다고 느꼈던 건, 시완이가 주혁이 앞에서 남들 앞에서는 안으로만 감춰두었던 진짜 속마음을 투명하게 비추어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 투명함 속에서 주혁이는 하늘과 바다, 산 사이의 경계이면서 그 모든 것을 함께 일컫는 터키쉬블루처럼 다른 형태를 하고 있지만 결국 경계가 있는 듯 경계를 지을 수 없는 동질의 영혼을 먼저 알아차렸기 때문일 거라고도 믿는다. 시완이가 주혁이에게 닮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부분은 이미 시완이 속에 있었고, 주혁이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기에 시완이의 어느 부분을, 혹은 전부를 느끼고 갖고 싶다 욕심내지 않은 게 둘의 엇갈림의 시작이 되었다고도.

난 주혁이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지만 또한 자신을 외면하고 마음을 닫고자하는 시완이에게 서운했을 수는 있으나 자신이 느꼈고 믿었던 시완이와의 교감과 추억을 부정하지 않고 오롯이 믿는 그 사람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고, 그래서 참으로 좋다. 자신의 모든 꿈이 무너지고, 누구보다 아꼈던 사람이 자신을 외면해도, 홀로 남은 듯 외로워져도 슬퍼할지언정 남을 원망하지 않고,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으로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해주고 떠올려주는 강한 사람. 세상에 이보다 근사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터블 속 나이는 언제나 시완이가 주혁이보다 형이었고, 또 어떤 세월이 지나가도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난 시완이는 마지막으로 주혁이를 찾겠다고 결심을 밝히는 순간까지도 19살 어린 소년으로, 주혁이는 처음 둘이 마주했던 16살 때부터 자기 자신의 힘을 지닌 어른으로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시완이는 안쓰럽고 주혁이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람으로 내 안에 남아있다.

그렇게 나에게 참 애툿한 사람인 시완이와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 믿는 주혁이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면서도 한없이 슬픈 건, 주혁이가 가슴이 무너지게 슬픈 순간들을 그 아이를 묻어두고자 했음에도 제주도에서도, 어느 날 밤의 꿈 속에서도, 시완이가 느끼고 스치는 것으로 주혁이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나는 느낄 수 있는데, 그 절절한 순간을 시완이와 주혁이 둘은 함께 느낄 수 없다는 것.

16년을 헤어진 것 같았어도 헤어진 적이 없으며, 서로 다르나 그렇기에 같은, 누구보다 날 이해할 또 다른 내가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고 있단 걸 둘이 서로 마주보며 느끼고 다독여줄 수 없다는 것.

그 서글픈 엇갈림에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던 주혁이가 혹시나 자신이 혼자라고 처음으로 느꼈을까봐, 나중에 주혁이의 소식을 알게 된 시완이가 또 다시 자신을 감추고 살고 싶어할까봐. 그게 참으로 서글프고 아팠다.

재연 때는 지금보다 시완이가 좀 더 솔직했고,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전에는 주혁이를 찾으러 간다는 말을 할 때 걱정과 옅은 설렘이 같이 느껴져서 엇갈려버렸지만 아주 늦게라도 시완이가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거쳐 주혁이에게도 자신이 어떤 의미로, 어떤 방식으로 소중했는 지 그 아이의 남은 흔적을 되짚어가며 자신의 행복도 찾고, 주혁이에게 뒤늦은 위로도 주지 않을까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는데, 오늘 만난 삼연의 시완이는 아직 걱정도 두려움도 많지만 힘겹게 한 발을 떼기 시작한 것 같아 제주에서의 스침 이후로 음악을 다시 찾고 사람들에게 주혁이를 꺼내놓는데 걸렸던 1년의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또 숨어버리고 아파할까봐, 다시 19살의 시완이로 돌아가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시완이와 주혁이의 이야기를 음악과 풀어내는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주혁이를 혹시나 너무 오래 걸려서 알게 될까봐, 그런 걱정이 되었다.

그저 바라는 건 그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터블 속에서의 시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게 주혁이가 바라는 것이기도, 서로 다르지만 하나인 주혁이와 시완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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