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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415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by All's 2016. 4. 16.


캐스트 -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이태구, 손승원,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공연장 - 백암아트홀



자둘로 다시 만났고 여전히 재밌었던 히스토리 보이즈ㅎㅎ
오늘 손스너와 좀 많이 싸우는 관극이었지만 다른 캐스팅들이 다 매력적으로 받쳐주고 극 자체가 이리저리 재밌는 구석이 많다보니 역시 재밌고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듬직하면서도 선하고, 끝까지 진짜 글을 쓰고 싶어했을 것 같은 선량한 강우 스크립스도 좋고, 자신이 평범하다고 툭 까놓고 얘기할 수 있기에 특별하고 근사한 아이인 정택럿지도 좋고, 웃음 속에 반짝이는 재치와 서늘한 한 구석을 가진 휘종악타도, 가만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게 보이는 지온락우드, 생생하고 재치있고 생기 넘치는 동혁팀스와 바다크라우더 다다 좋다.
나날이 더 자기 색을 갖추면서 극의 활기와 무게를 뒤흔들 좋은 원캐들.
자삼 때는 또 더 좋아지겠지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중장년 배우들의 탄탄한 호연을 젊은 에너지로 근사하게 잘 받쳐나가면서 뻗어내는 참 좋은 공연이고 아주 훌륭한 캐스팅.

오늘 유일하게 싸운 인물은 손스너.... 손스너는 데이킨에 대한 열망보다 질투가 더 강한 인물이고, 유태인이고 동성애자라는 걸 핸디캡 정도로 여기는, 자신이 아주 똑똑하고 괜찮은데 그에 맞지 않는 무시를 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는 강한 캐릭터라 새롭기는 했는데, 그 인물 해석이 내가 극 전체에서 포스너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역할과 인물 해석 자체가 맞지 않는데 2막이 시작되고 방송국에서의 어윈과 포스너의 재회부터는 포스터의 감정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하는 연기력도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냥 자기가 느낀 포스너를 진심을 담아서 연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단순히 연기 스킬이 아쉬운 느낌이 아니라 씬 단위로 주어진 대본 속 감정을 연기하려는 척을 하는 느낌이라 포스너가 보이지 않고 그 대사를 하고 있는 배우가 느껴질 뿐이었다. 드라마에서 봤을 때는 연기를 막 잘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여도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았는데 오늘은 꽤나 많이 실망스러웠다. 가능한한 이후에도 피할 것 같은... 참 아쉬웠다.

포스너가 내 안에서 흔들리는 만큼 데이킨도 별로였다면 관극이 아주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오늘 처음 태이킨은 정말 뭐랄까..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18살의 태이킨을 보고 있자니 정말 귀여웠다. 잘생겼고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데 밉지 않은 그런 아이. 아이들의 위에 선 강자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본투비 알파메일. 헥터와의 수업에 대해 어윈에게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데이킨이 그 분위기를 몰아가는 중심이라는 게 은석 데이킨보다 더 강했고, 특히나 밀회 시연 이후에 어윈의 수업의 마무리가 어윈이 아닌 자신과 아이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끝났다는 걸 짜릿해하는 게 이전까지 번번히 실패했던 어운과의 주도권 싸움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린 것을 짜릿해하는 모습에서 승부사적인 스포츠맨의 쾌활함도 느낄 수 있었다. 어윈이나 다른 이의 관심이 자기에게 있는 게 너무 당연해서 승기를 잡는 쪽에 집중하는게 원래 내 취향으로는 얄미워서 싫어야 하는데 생김이 뭐랄까.. 쟨 저렇게 자신만만할만 하긴 하네. 설득력 있고 그 자신감 자체가 매력으로 승화된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었다.
은데이킨과 그렇게 분위기가 많이 다르니 헥터가 데이킨에게 느낀 슬픔의 색 역시 굉장히 다를 것 같았다.
태이킨, 매우 귀여운 아이지만 다른 이의 감정 자체에 대한 흥미가 낮다보니 포스너든, 어윈이든, 헥터든 그를 더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좀 가엾게 만드는 점이 그랬달까?
그래도 이 셋 중에서 태이킨은 헥터를 가장 좋아하기도 했고, 그를 특별히 아끼는 듯도 했지만, 어윈과의 주도권 싸움을 위해 헥터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헥터를 좋아했기에 그의 기분을 지켜주려한 배려를 조금씩 놓기 시작한 느낌이라 이 쪽 역시 조금 슬펐다.

그렇게 1막에서 만났던 오만하면서 매력적인 태이킨은 2막에서도 그 심보를 재밌게 드러내는 구석이 있어서 눈이 계속 갔는데, 1막에서 느꼈던 감상 그대로 태이킨은 어윈에게 인간적인 감정의 흔들림보다는 다른 쪽의 흥미로 그를 함락시키기 위해 머리를 쓰고 덫을 치는 인물이었다. 그런 데이킨의 덫 속에 휘말려 헥터에게 사랑에 대해 묻고, 회한에 젖은 헥터의 어깨를 감싸줄 뻔할 만큼 흔들리는 어윈이 너무나 가엾을 만큼 아주 냉혹하게 우열한 위치를 지키고 쟁취해 가는 포식자.
12일에 헥터와 비교하여 덜 아프게 느껴졌던 어윈이 데이킨의 손아귀에서 감정적 보상없이 휘둘리는 게 안타까워서 포스너가 왜 그리도 어윈에게 동지의식을 인정받고 싶어했는 지 그림이 선명해져서 재밌었다.

태이킨에게 애정이라는 것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쪽은 그래도 헥터이기에 헥터가 어윈에 비해 덜 동정적이냐고 한다면, 사실 어느 쪽을 더 소중히 여긴다해도 태이킨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감정의 종류 자체가 어느 쪽이든 차가웠기에 그렇지는 않았다. 데이킨이 헥터보다 어윈 쪽에 더 흥미를 갖고 그동안은 하지 않으려고했던 헥터를 상처입힘을 알면서도 어윈과의 관계 쪽에 중심을 두고 노력한 건, 어윈이 세상을 다르게 보고 그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조종하는 또다른 수단을 일깨워준 존재였기 때문일 뿐이고, 그렇게 자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 인물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면서도 그의 페이스에 맞춰 흔들리지 않겠다고 벽을 치는 게 싫었을 뿐.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의 영향력 아래 휘둘리기를 원했기에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좀 더 공을 들여서 손아귀에 쥐고 아래에 굴종시키려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자신이 포식자임을 믿는 입장에서 다른 종류의 사냥감이었던 어윈이 헥터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궁금증으로 데이킨의 분위기 몰이로 인한 헥터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폭로로 자신의 시간을 어윈의 주도권 아래 끝마치지 못하고 결국 쓸모없이 흘려보낸 것을 시작으로 점점 데이킨에게 사냥되어가는 과정이 데이킨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짜릿한데, 어윈의 흔들림을 생각하면 또 안쓰럽고... 짜릿한데 짠한 재밌는 순간을 만들어줘서 오늘의 태이킨이 만들어낸 서사는 정말 재밌었다. 데이킨과 술을 마실 것을 고민하는 어윈의 모습을 보면서 이겼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짓는 태이킨이 너무 잘났는데 또 너무 얄미울 만큼 생생한 관계의 전복이 느껴졌다.

어려운 사냥감이었던 어윈을 손에 쥐는 것에 성공했으니, 그동안 한 쪽에 집중하느라 잠시 밀어두었던 헥터를 다시 챙기는 것도 어윈에 대한 유혹이 감정보다는 전쟁의 승리임을 증명하는 것 같았는데, 사냥 성공 자축하는 세레모니 같았달까? 교장에게 피오나를 추행하는 건으로 그를 협박해서 헥터의 자리를 지켜주려고 하는 행위가 헥터를 위한 것이자 아주 어려운 어윈이라는 고지를 점령한 승리감에 도취되어서 자신감이 풀로 차서 취한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헥터를 일단 좋아하기는 했기에 그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목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만, 태이킨은 워낙 스스로를 왕좌 위에 군림한 왕처럼 여겨서 좀 더 아끼는 백성에게 관용을 배풀듯이 정말 상을 준 느낌이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앞에도 썼지만 어쩐지 좀 가엾게 여겨졌다. 오늘 손승원 포스너의 존재감이 약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특히나 포스너에 대한 감정의 경우 12일 날 포스너가 다른 이들과 점점 맺어가는 특별한 유대감에 대한 오묘한 질투를 다시 느끼기에는 오늘의 태이킨에서 손스너는 정말 중요치 않은 존재이고, 그냥 가끔 귀찮은 애 정도로 여겨졌기에 어떤 느낌으로든 관심의 대상인 다른 인물들에 비해 특히나 무가치하게 대해져서 더더욱 그랬다.

앞에 쓰다가 설명을 안 한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여튼 그런 냉한 감정선, 강한 자신감 때문에 헥터가 데이킨에게 느낀 슬픔이 데이킨마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아이들을 지켜봐 온 헥터는 태구데이킨이, 그 아이가 절대로 진짜 상처받지 않을 것이기에 문학의 가치. 세상을 살면서 받을 수 있는 어떤 아픔과 시련에 대해 방패가 되어주고 위로와 공감이라는 단열제가 되어줄 수 있다는 문학의 진짜 가치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을 느낄 만큼 그가 절절히 아플 수 없는 사람임을 느꼈기 때문에 그가 슬펐을 것이라는 생각. 은석 데이킨이 자신이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함에도 왠지 모를 깊은 외로움과 틈을 보이기에 그 아이가 슬펐던 것과 참으로 다른 슬픔을 느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
헥터 자신이 넘겨주고자 하는 가치들이 그 매력적인 아이에게 정말 가슴에 담길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슬픔이 반사되는 것도 슬펐을 것 같고.

난 사람이 성숙해지기 위해서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주 많이 굉장히 싫어해서 굳이 태이킨이 헥터가 가슴으로 담기를 바랐을 순간들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데, 헥터가 시가 어렵다는 팀스에게 말했듯이, 언젠가, 그냥 알게 되는 순간이 올 때의 내 안에서 오는 위로를 그 아이가 문학은 위로의 산물이라는 게 우울해서 싫다는 통찰력 말고 가슴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깝기는 했다. 관용을 배풀 수 있는 지도자가 진심까지 가진다면 더 근사해지는 건데 태이킨에게는 그런 일을 없을테니까. 만약 그것까지 느낄 만큼 진짜 스스로가 흔들리는 경험, 그로 인해 세상과 타인을 그 자체로 보는 법을 익힌다면 태이킨 스스로의 생각보다 더욱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아깝다. 그런 마음.

누구 하나 오롯이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 이 차가운 극에 아주 잘 어울리는 결말이고 극이 주려는 메시지와도 너무나 어울리지만 그냥 오늘의 데이킨마저 너무 맘에 들어서 내가 그 아이가 더 행복해졌으면 싶어서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 같다. 재밌고 귀엽고 매력적인 아이. 19일에 태심으로 만날 때는 어떻게 지금같으면서 또 다를 지 기대된다. 새벽에 산책하다가 표 잡은 나에게 잘했다고 해주고 싶은 기분. 다음 주 화요일 어서 왔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울렸던 선헥터와 심스너의 핫지신도 다시 만나고 싶고, 태이킨과 심스너의 합도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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