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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419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by All's 2016. 4. 21.


캐스트 -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이태구, 심희섭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강바다, 이동혁
공연장 - 백암아트홀




(+)트윗 단상 옮김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웃다가 가슴이 쩡하고 찔린  것처럼 묵직한 외로움이 다가왔다.특별하지만 가치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그렇게 특별하고 이해받지 못 하기에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는, 늘 변두리에 머무는 것 같은 외로움.누구도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헥터와 자신 안의 그 외로움을 꺼내놓은 포스너의 외로움이 핫지에서 만난 순간. 그 순간이 위로이자 그 고독감이 가장 생생하게 다가와 가슴이 아팠다.
포스너에게 헥터의 죽음이 처음으로,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고독감을 이해받았던 존재의 죽음으로 자신이 사랑받고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의 붕괴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북치는 소년 핫지의 마지막 구절을 읽고 흘리는 포스너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포스너와 헥터가 마음 속 외로움을 이해하고 이해받은 1막 이후 첫 시작이 진실을 이해받고 싶던 포스너가 거부당하는 장면인 2막의 시작이 참으로 차갑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어리고 연약하고 유태인에 지방 소도시에 사는 자신의 존재를 오롯이 아껴주지 못하고 데이킨, 혹은 데이킨의 세상을 질투하고 동경하며 사랑할만큼 자신을 긍정하지 못했던 포스너가 어윈과 헥터의 첫 합동 수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도, 이후 어윈이 던진 팁에도 긍정하는 것으로 진실과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세상에 인정받을 수 있는 법 또한 익히고 자기 자체로 당당해지고자 했던 시도가 첫 이해자의 죽음, 이해받고싶었고 옅게나마 동지애를 나눴던 어윈의 변심과 그와의 분리, 그리고 그렇게 케임브릿지에서 주변인 중 주변인이 되어서 점점 다시 무너지고 망가져갔을 모든 것이 안타까웠던 오늘이었다.

전에는 헥터와 포스너만이 진심과 진짜를 이해할 능력, 씨앗을 가졌다가 좌절하며 망가진 것으로 느꼈는데, 오늘은 어윈에게서도 그런 움틈과 좌절을 함께 느낀 것 같아 순수를 간직해서 망가져버린 헥터와 포스너, 자신의 진실에 다가가다 모든 가능성의 전환점에서 무너진 뒤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남에게 믿게 만드는 것을 그럴 듯하게 꾸며대며 사는 삶을 살게 된 어윈 모두에게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진짜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지 못 하고 스스로를 억누르며 우스꽝스러우 웃음을 짓다가 학생을 오토바이 위에서 추행하기도 하는 헥터의 비틀림, 세상을 적당히 이용하는 법을 놓고 자신 안의 모든 가치를 간직하다가 스스로의 외로움과 절망에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된 포스너, 겉으로는 망가지지 않았으나 진심에 다가갈 인생의 전환점의 가능성이 흔들린 뒤 교장에게 옥스포드를 졸업했다 속였던 과거보다도 자신을 꾸밀 가짜 껍데기를 씌우고 포장하는 삶을 살게 된 어윈. 순수에 다가갔거나 다가가길 원했던 이들이 모두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게 된 극의 현재가 아름다움이 꼭 행복하고 인정받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듯한 잔인함.

그동안 본 것 중에 유독 어리고 혹은 부드럽고, 자신도 모르게 포스너에게 느끼는 교감을 전하고 마는 2막의 어윈으로인해 그동안 계속 마음에 걸렸던 셋의 연결고리와 대비, 그리고 아픔이 선명하게 다가온 공연이었다.

진짜 자신, 세상의 어떤 깊은 가치, 그냥 보고 스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과 그것의 탐구와 이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핍이 셋 사이에 특별히 흐를 수 있었던 이유이자 데이킨이 헥터를 참으로 좋아했으나 끝내 그의 이야기를 가장 잘 간직하게 만들 수 없는 원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그 생각을 시작으로 이어졌다.

뛰어나고 완벽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그 순수함에 대한 고집과 감성을 느꼈기에 헥터를 특별하게 여기고 좋아했으며, 그의 인정을 통해 더 완전한 자신이 되기를 바랐던 데이킨은 북치는 소년 핫지를 통해 포스너와 헥터가 자신이 헥터에게서 받고자 했던 이해와 교감의 시간을 가졌음을 느꼈고, 첫 합동 수업에서 그것을 확인했으며, 자신에게 헥터가 전한 예술을 비롯한 지식을 새롭게 해석하는 법을 전한 흥미로운 존재인 어윈 또한 포스너와 자신과의 사이에서는 하지 않는 다른 무언가를 공유할 싹을 발견한 뒤 포스너를 경계했고, 그를 이기기 위해 포스너가 뚫고 들어가는 그 틈, 그 특별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어윈을 뒤흔들 결심을 굳히고 그것을 실행하는 승부욕과 잔혹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사고로 인해 헥터는 세상을 떠났고, 어윈은 강함을 잃었고, 포스너 또한 다른 학교로 진학하여 멀어졌으니 느끼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에게 없는 그들의 힘에 대한 호기심과 승부욕은 그렇게 사그라지고,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가지고 있으나 헥터에게는 참으로 슬펐던 그대로, 그렇게 데이킨은 평생 머무르겠구나.라는 감상으로 오늘의 데이킨이 다가왔다.

태구 데이킨과 희섭 포스너가 붙을 때 태이킨은 심스너를 자신이 이기지 못함을 알고 있고 질투한다고 불빛님이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는데 말해주셨던 느낌이 이런 방향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의 태이킨에게서 저번 관극 때는 찾지 못했던 헥터를 좋아했고 포스너를 경계한 이유를, 내 나름대로는 찾은 것 같아서 그래도 좋았다.

새벽에 심스너 영상보고 웃다가 내가 잠이 부족해서인지, 배우들이 오늘 대사를 다들 살짝씩 씹으셔서 였는 지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이전의 관극들보다 조금 루즈하긴 했는데, 못 본 사이에 소년들 정말 다들 잔인할만큼 또 각자 시강시키는 매력들이 업되어서 역시 귀엽고 그리고 좋았고 또 뭉클했다. 특히 강우리피가 포스너를 정말 너무 살뜰히 챙겨서, 포스너만큼 헥터의 가르침을 온전히 가슴으로 담지는 못 할 지라도, 리피 자체가 포스너가 가진 고유한 소중함을 그래도 인정하고, 구럼에도 자신의 연약함과 결핍에 외롭고 상처받은 포스너의 상처를 다독여주듯 아끼고 챙겨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역사소년들 다 착하고 다정해서 포스너를 귀여워하지만, 그 아이가 그냥 늦되고 보호받기만 할 존재가 아니라는 걸 오롯이 아는 소년은 (다른 방향이지만) 리피와 데이킨 그 둘 뿐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리피는 진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기에 포스너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고. 여튼... 리피 정말 좋은 아이 다정한 아이ㅠㅠㅠㅠ
강우리피 정말 좋아합니다ㅜ
심스너 노래만큼이나 강우리피 피아노도 엄청 늘었어서 뿌득하기도ㅠㅠ
흑 발전하는 소년들 너무 장해ㅠㅠㅠㅠㅠ

히보에서 린톳이라는 인물 자체가 대사와 행동 뿐 아니라 그 인물의 쓰임과 위치 자체로 보여주고 기능하고 전하는 메시지가 참 좋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사실을 전해듣고 진정 한 발 떨어진 관찰자가 되어 그들을 냉정히 판단하며 사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며 가끔은 그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할 수도 있지만 린톳이 학교와 학생들에게서 그랬듯 세상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와 역사 그 자체, 사건을 써내려가는 인물로 기능할 수도 대우받지도 못한다는 것. 그렇게 린톳을 통해 보여지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 현실 속 여성의 위치 그 자체인 것이 참 좋다. 쓸데없이 여성을 추켜세우지도, 그렇다고 깎아내리지도 않고 그냥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보다 몇 십년이 지났어도 바뀌지 못한 세상의 서글픈 진실에 대한 꾸밈없는 표현. 린톳이 교장에게 왜 포장이 필요하죠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것도 린톳이 세상 속 여성의 포장된 어떤 상이 아니라 실재 그 자체임을 스스로 천명하는 것 같아 첫 관극 때도 시작부터 참으로 좋았던 인물. 이 극 속의 여성의 현실성은 린톳이 너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만큼 세상 자체가 변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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