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이석준 오종혁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공연장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내가 몇 번을 본들 그 고통, 그 사랑,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과 희생과 이기심과 행복, 이해, 관계. 이런 말들이 한 사람 안에서도, 한 관계 안에서도 부딪치고 각자 나타나는데 내가 그걸 정리할 수 있을까. 결단코 좋은 극이지만 이건 정말 너무 아프다. 공연 예매 페이지에 나와있는 줄거리만 보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의 이야기 전개였다. 독립을 원하는 조이와 그런 아들의 분리 선언을 견디지 못한 제이크의 상처로 인할 갈등, 그리고 싸움 끝에 파국에 가까운 사고를 맞지만 그래도 함께 이겨내는 힐링의 메시지 같은 걸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극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지게 되고, 아내와 어머니를 음주운전 사고로 잃은 뒤 15년 간 그 아이의 아버지로 살면서 진짜 자기 제이크 스터디는 챙기지 못했던 한 사람까지 척추신경계의 희귀병으로 인해 점점 불구에 가까워졌다. 뇌까지 파고드는 고통에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버릴 만큼의 진통제를 복용해야하고 조이를 챙기는 것에 매몰되어 놓게 되었던 자신의 진짜 직업 소설가로서 다시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알아볼 수도 없을 글자를 쓰게 될만큼 모든 것이 망가져가는 제이크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아.. 정말이지 끔찍하고도 슬프고, 목이 메였다.
그런 제이크를 진짜 이해하는 건 그녀와 열살 넘게 차이나기에 제이크에게 돌보아야 할 또다른 대상이었다가 이제는 제이크와 조이를 돕게 된 헌신적인 알콜중독자 여동생 트와일라도, 제이크와 10년 가깝게 매주 만나 사랑을 나눈 그의 숨겨둔 애인 로빈도, 지체장애인 아들 조이의 친구인 낮은 등급의 지체장애인이자 훗날 이 가정의 활동 보조 일도 하게 그들의 가족 아닌 가족이 된 라우디도 아닌.
그를 그렇게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헌신하게 한 지체장애인 아들 조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발작의 두려움과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끔직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 앞으로 나오는 보험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고 싶어 차마 죽고 싶은 진심을 로빈에게 털어놓으며 울부짓던 제이크의 나를 치료하기 위해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절망의 깊이를 알아차린 게 바로 그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그의 아들 조이라는 것.
그래서 그에게서 독립하려고 했지만 아빠를 다치게 한 것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튀어나온 책임감과 또 어떤 사랑으로 평생 아빠 곁에 머물겠다고 한 조이가 제이크가 조이를 씻겨주는 것으로 시작한 극의 첫 장면과 반대의 구도, 욕조 속의 제이크와 그 옆에 앉아 그의 자살을 돋는 것으로 정말 그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kill 하는 것을 heal 하는 마지막 장면까지의 모든 흐름이... 그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각종 이야기와 담론들이.. 그냥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가슴을 치고 그래서 그냥 그대로 눈물로 터져나왔다.
이렇게 지금 무엇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사실
메시지를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아직의 심정이다.
그래서 가볍게 연출과 연기 이야기. 무대는 예쁠 뿐 아니라 쓰임이 괜찮았다. 블랙의 구조상 중블이여도 등짝미가 없는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무대를 깊이 쓰는 편이라 중블이기만 하면 무난히 괜찮을 듯.
처음 극이 시작한 뒤 흘러가는 초중반에는 보면서 전체 암전이 조금 잦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사이를 메꾸는 음악과 음향에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극 후반부, 조이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전 진통제를 맞고 누워있었을 제이크의 꿈 속의 졸업식, 아프지 않은 아들 조이와 자신이 발랄하고 쾌활하게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베개싸움을 하는 그 환상적인 아름다운 소망과 달리 바지에 똥을 눌만큼 상태가 악화되었던 제이크가 그 뒤 그 어느때보다 끔직하게 다가온 발작으로 고비를 넘겼다 깨어난 뒤 조이에게 자신의 죽음을 도와줄 것을 청하는 '조이가 목욕을 시켜달라.'는 말 뒤에 이어진 암전. 그 이어지는 암전 속에서의 물 소리. 그 소리는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빠듯하게 조이는 지독하게 좋은 연출로 기능하기도 했다.
희곡을 읽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굳이 로컬라이징을 위해 애쓰지 않는 듯한 장애인 케어에 관한 설정들이 우리의 현실보다 나쁘지 않음에도 고통을 덜 수 없음에 로컬화되지 않았음에도 더 슬프기도 했다.
한석규 김지수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는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영화가 떠오른다. 그 영화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현실적이냐고 화를 내고 나와놓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데, 이 극을 본 관객들의 마음이 그때 나와 같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크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지만, 그 보여줌의 온도를 정하는 것과 그걸 연기해내는 힘듬을 해낸 연출진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어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기립을 하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온 주변이 다 일어남에 나만 느낀 마음이 아니라는 것에 울컥했다. 차마 자주 보라고 할 수 없을 극이지만 절대 놓치지 않고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꼭 이 극을 만났으면 좋겠다.
조금 마음이 진정되어서 배우들 연기 얘기 약간. 개인적으로 이 극과 성일라우디의 만남이 서로에게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한다. 성일배우가 만들어내는 인물과 그 해석을 거의 언제나 좋아했지만 유쾌하면서 방정맞고, 경박하면서 사랑스러운 이 앞뒤 안 맞는 감상이 성일라우디를 보고 내가 느낀 감상이고 이걸 만들어냈고 해낸 본진님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 참 사랑스러운 실비아라 생각했던 진희배우의 트와일라도 그녀가 말한, 괜찮다고 말할 수 밖에 없고 그러려고 하나 그게 아님을 그저 전달해주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아픈 가족이 있을 때의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와 아픔 중 어느 한 구석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그 자연스러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지현로빈은 대사치는 리듬이 다른 배우분들과 살짝 다르신데 본인의 분위기와 눈빛이 주는 설득력이 근사하셨다. 내가 모르는 좋은 배우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분. 종혁조이는 드라마에서 조금 보고 공연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연기를 잘 하실까 걱정했던 내 못남을 실시간으로 셀프반성하게 만들만큼 진짜진짜 너무 잘하셨다. 나 못생겼지라고 할 때 말고는(..아무리 그래도 잘생...) 조이의 모든 행동과 말이 그냥 조이였다. 석준제이크. 난 석준배우의 드라마를 원래 좋아하지만 석준제이크 정말... 이 극이 공개된 예매페이지를 보고 알 수 없었을 뒤의 진행이 가진 먹먹함과 슬픔만큼 무너지고 약해지고 흔들리면서도 사랑이 빛나던 그가 정말.. 진정 되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떠올리다가 또 울컥.
자신을 잃고 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던 고단한 얼굴로 시작한 제이크가 그 버석함 뿐 아니라 스스로를 덥치는 고통과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하는 고민 속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정말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트윗 감상
160501 킬미나우 낮공 이석준 오종혁. 뭔가 날아가기 전에 쓰고 싶어서 시작은 했는데 사실 무슨 말을 써야할 지 잘 모르겠다. 내가 몇 번을 본들 그 고통, 그 사랑,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과 희생과 이기심과 행복, 이해, 관계. 이런 말들이 한 사람 안에서도, 한 관계 안에서도 부딪치고 각자 나타나는데 내가 그걸 정리할 수 있을까. 결단코 좋은 극이지만 이건 정말 너무 아프다.
메시지는 정리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가볍게 연출과 연기 이야기. 무대는 예쁠 뿐 아니라 쓰임이 괜찮았다. 블랙의 구조상 중블이여도 등짝미가 없는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무대를 깊이 쓰는 편이라 중블이기만 하면 무난히 괜찮을 듯.
보면서 전체 암전이 조금 잦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사이를 메꾸는 음악과 음향에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약스포) 극 후반부의 암전의 소리는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빠듯하게 조이는 지독하게 좋은 연출로 기능하기도 한다.
희곡을 읽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굳이 로컬라이징을 위해 애쓰지 않는 듯한 장애인 케어에 관한 설정들이 우리의 현실보다 나쁘지 않음에도 고통을 덜 수 없음에 로컬화되지 않았음에도 더 슬프기도 했다.
한석규 김지수 주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는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영화가 떠오른다. 그 영화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현실적이냐고 화를 내고 나와놓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데, 이 극을 본 관객들의 마음이 그때 나와 같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크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지만, 그 보여줌의 온도를 정하는 것과 그걸 연기해내는 힘듬을 해낸 연출진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어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기립을 하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온 주변이 다 일어남에 나만 느낀 마음이 아니라는 것에 울컥했다. 차마 자주 보라고 할 수 없을 극이지만 절대 놓치지 않고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꼭 이 극을 만났으면 좋겠다.
조금 마음이 진정되어서 배우들 연기 얘기 약간. 개인적으로 이 극과 성일라우디의 만남이 서로에게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한다. 성일배우가 만들어내는 인물과 그 해석을 거의 언제나 좋아했지만 유쾌하면서 방정맞고, 경박하면서 사랑스러운 이 앞뒤 안 맞는 감상이 성일라우디를 보고 내가 느낀 감상이고 이걸 만들어냈고 해낸 본진님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 참 사랑스러운 실비아라 생각했던 진희배우의 트와일라도 그녀가 말한, 괜찮다고 말할 수 밖에 없고 그러려고 하나 그게 아님을 그저 전달해주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아픈 가족이 있을 때의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와 아픔 중 어느 한 구석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그 자연스러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지현로빈은 대사치는 리듬이 다른 배우분들과 살짝 다르신데 본인의 분위기와 눈빛이 주는 설득력이 근사하셨다. 내가 모르는 좋은 배우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분. 종혁조이는 드라마에서 조금 보고 공연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연기를 잘 하실까 걱정했던 내 못남을 실시간으로 셀프반성하게 만들만큼 진짜진짜 너무 잘하셨다. 나 못생겼지라고 할 때 말고는(..아무리 그래도 잘생...) 조이의 모든 행동과 말이 그냥 조이였다. 석준제이크. 난 석준배우의 드라마를 원래 좋아하지만 석준제이크 정말... 이 극이 공개된 예매페이지를 보고 알 수 없었을 뒤의 진행이 가진 먹먹함과 슬픔만큼 무너지고 약해지고 흔들리면서도 사랑이 빛나던 그가 정말.. 진정 되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떠올리다가 또 울컥.
자신을 잃고 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던 고단한 얼굴로 시작한 제이크가 그 버석함 뿐 아니라 스스로를 덥치는 고통과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하는 고민 속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정말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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