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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507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낮공

by All's 2016. 5. 8.



캐스트 -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이태구 심희섭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공연장 - 백암아트홀



(+)트윗 감상 옮김

오늘 1막 체감 시간 10분인 것... 쫀쫀하고 재밌는데 시간이 너무 잘 가서 슬프다ㅠㅠㅠㅠ

오늘 어윈과 아이들의 첫 수업에서 어윈 쪽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조금 더 열린, 혹은 마이너한 환경 쪽의 아이들. 맞은 편에 앉은 리피, 데이킨, 락우드, 팀스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더 메이저한 쪽에 속해있다는 걸 새롭게 만났다. 그 와중에 럿지는 헥터와의 수업과 어윈과의 수업 어느 쪽에서도 선생님과 가장 멀고 수업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인  구석에 있으며 선생님 뿐 아니라 아이들의 모든 말을 받아적는게 새삼 다가와서 너무 슬펐고....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사회인가 윤리 교과서에서 성별과 연령에 따라 신문명을 받아들이는 순서를 일본 원숭이로 시험한 글을 기억하고 있다.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는 법을 알려주자 젊은 암컷 원숭이, 젊은 수컷, 나이 든 암컷 순으로 받아들이고 늙은 수컷 원숭이는 끝까지 흙에 씻었다는.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일 때 마이너한 계층일수록 빠르게 흡수하나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기득권 층일수록 어렵지만 담게 되면 맹목적이 될 수 있다.는 감상..아이들이 주었다.

소년들하고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니까 헛헛해서 생각 정리가 잘 안 된다ㅠㅠ 재밌었던 거 써야지.

1. A레벨 시험 결과 발표한 뒤 수업 뒤에 리피 내래이션하고 아이들 퇴장할 때 락우드가 나가다 친 의자 넘어져서 사람들 빵 터짐.

2. 포스너에게 상주겠다고 호기롭게 들어오던 데이킨 리피한테 헬맷 잘못 던져서 떨어짐. 포스너 포옹해주기 전에 리피한테 미안하다고 함.

3. 포스너랑 리피가 밀회 재연할 때 락우드 악타가 모은 두 손 중 하나는 내리게 하더니 본인도 말미에 오른손 심장 위에 올리고 크~하고 감동. 소년들 감성쟁이야ㅎㅎ

4. 특별한 디테일은 아니지만 포스너 노래 부를 때 눈 반짝반짝 하면서 아이고 기특하다. 노래 듣는 거 너무 좋아. 모드인 악타 세상 음악 사랑하지

5. 학생들 어윈하고 첫 수업 때 어윈이랑 눈 맞추면서 왜들 그렇게 끼를 떨죠!! 나 좋으라고!! 데이킨만 윙크하나 했더니 악타도 그러는 걸 왜 나 이제야 봤대. 그동안 나 뭘 본 거죠ㅋㅋㅋ

6. 첫 수업 때 어윈이 던진 시험지 포스너 제대로 못 받아서 저- 뒤로 날아감. 두번째로 시험지 던질 때는 포스너 꺼 크라우더가 받아서 건네줌. 크라우더 역시 다정해

7. 급 기억난 귀여운 거. 오늘 태이킨 신발 양쪽 다 신었고 신발끈도 다 묶었는데 심스너 굳이 한 쪽 풀어서 다시 묶음ㅋㅋㅋ 내가 마무리 할 거야!!하는 아이 같아서 그런 점이 데이킨에게 포스너가 더 어려보였겠거니 과잉해석ㅋㅋ

...보내느라 우울해서 귀여운 거 말고 자꾸 찡한 거 생각난다.. 걍 질척이자 질척여ㅠㅠ
교장선생님의 걸음걸이에 대해서 늘 고민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문득 유난히 직각으로 일탈을 허락하지 않는 듯 걷는 그의 걸음걸이가 획일적인 가치를 주입시키고 일탈과 반항을 허락하지 않는 학교라는 집단, 그 각진 시스템의 신체적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장선생님이 헥터의 오토바이 추행에 대해 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분노한다기보다는 그 추행이 학교의 상에 금을 가게 하는 것이 불안해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겠지. 학교라는 상을 곧게 유지하는 것, 기존의 세상의 질서와 틀을 유지하고 밀고나가는 것. 그게 목적인 사람.

와... 캐스팅 보드 나 이상하게 써놓은 거 지금 봤... 쓰는 김에 다 쓰자. 160507 히스토리보이즈 낮공.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이태구 심희섭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앉아본 중에 가장 오블 사이드여서인지 럿지가 정말 잘 보였는데 시험을 통과하고 진학하기 위해 겉도는 환경 속에서 정말 악착같이 힘쓰는 럿지를 보는 마음이 너무나 뭉클했다. 태이킨은 굉장히 쾌남과라서 태이킨 회차일 때는 아이들과 럿지가 그래도 몸으로 부딪치는 느낌도 좀 더 살고, 럿지가 열심히 받아적는 걸 보면서 데이킨이 기특하다는 듯 그 모습을 보고 웃기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서로의, 혹은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수업에 바로 느끼고 웃을 동안에 당장에 알아차릴 수 없어서 어리둥절한, 혹은 속상함과 답답함도 섞인 얼굴로 그 모든 것을 받아적은 뒤 홀로 남아 그 모든 것들을 곱씹으며 씹어 삼키기 위해 애쓰는 럿지의 그 절절한 노력의 과정이 주는 뭉클함이 오늘따라 참 컸다.

그동안은 럿지와 린톳의 대화에서 럿지가 어윈의 수업에 대해 평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오늘은 어윈과 린톳의 수업을 이야기하며 자신만의 메타포라며 린톳에게 말하는게 심장을 훅 치고 지나갔다. 언뜻 모든 수업 속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꾸역꾸역 적고 외우는 듯 하지만, 느릴 지라도 자신만의 메타포를 만들 수 있게 그 아이는 꾸준히 스스로를 노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비유가 어윈이 진주만 공습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발표해서 세상을 발칵 뒤흔든 것처럼 새롭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알맞고 적절했던 것처럼. 세상의 변화를 잘 반영했으며 나름 똑똑한 아이이기도 하지만 학교 럭비부를 위해 옥스포트에 선발된 학생으로 그 곳에 들어간 뒤, 옥스브릿지 특별반에서 그랬듯이 건축에 대한 모든 것을 꾸역꾸역 씹어삼킨 뒤 느리지만, 크게 새롭지도 않고 언제나 똑같을 지라도 누군가의 첫 주택으로 참으로 적합할 자신만의 평범하지만 괜찮은 주택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럿지의 미래가 특별하지는 않아도 강력하고 감동적인 건 스스로를 허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쿨한 것 같지만 자기 안의 공동을 내비치는 번쩍이는 현실의 어윈과의 단단함의 차이만큼이나 오늘의 나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의 단 하나의 어윈인 것도 있겠지만, 난 병희어윈의 알파고스러운 뻣뻣함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그 어색함과 뻣뻣함과 멋지려고하나 결국은 서툴러보이는 학교 속 모습이 그 역시 젊기에 여러 가능성으로 흔들리는 그 모습 그 자체로 참으로 나에게는 어윈같달까. 병희배우가 보여준 어윈은, 특히나 셰필드 시절의 어윈은 젊은 열기와 서툼과 흔들림이 '어리다'라는 말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참 뭉클하다. 오늘 데이킨이 유피미즘을 이야기하며 걸어나갔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이. 데이킨에게 갖게 된 마음에 대한 두려움, 헥터와 같이 무언가를 잃게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가 그렇게 놀림거리가 되는 것에 대한 속상함 등을 제대로 터트리지도, 완전히 숨기지도 못한 채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해 들썩이는 어윈의 뒷모습, 그 순간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극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헥터의 뒷 모습. 포스터와 어윈이 다가갔지만 포스너는 닿고, 어윈은 닿지 못했던 그 순간 헥터의 등도 오늘의 어윈의 등처럼 애처롭게 들썩였을까..

심스너... 나 심스너 어떻게 보내지... 소년들도 선생님도 다 너무 사랑하지만.. 원래 자첫자막하겠다고 티켓꽂이도 미리 하나만 인화했던 히보를 이렇게나 매주 보게 만든 건 선심 핫지씬과 심스너가 9할이라도 해도 과장은 아닐 거다.

느리지만 천천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며 성장해가는 심스너가 정말 정말 너무 좋았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정말 어리고 미숙하기도 했던 포스너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지식과 고민들 속에서 진짜 자신의 것을 찾아가며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사랑했다. 어윈에게 데이킨에 대한 마음을 상담할 때는 헥터는 그저 인용문을 줄 것이기에 조언을 위해 어윈을 찾아왔다했던 아이가 북치는 소년 핫지를 통해 문학이 주는 힘과 위로를 깨닫고 절망에 빠진 헥터의 손을 잡았고, 홀로코스트는 수도원 해산과 다름을 외쳤음에도 진학을 위해 면접에서는 중립적 태도를 보였던 것처럼. 포스너는 여러 가능성과 길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겠지만 그 모든 길을 걷고 세상을 겪으며 느끼게 될 고통들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걸 오롯이 느끼고 감내하며 그 속에 숨겨진, 혹은 그 뒤에 올 진짜 자신과 의미를 찾아내고 그걸 남기고, 넘겨줄 것이다. 차마 나는 꿈도 꾸지 못할 그 숭고한 진심을 위한 심스너의 고행을 오래도록, 가능하다면 영원토록 심장에 담고 마음으로 이해하게 될 수 있길.

선헥터는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참 건방지게 생각하며 무시했던 노년이셨던 문학쌤과 닮은 부분이 많으셨다. 아이들이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말라고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진행했던 선생님의 수업시간 때 말장난 한다며 집중하지 않고 교과서의 지문을 혼자 읽으며 딴 생각주머니를 찼던 치기어리고 못났던 나를 떠올리게 하셔서 참으로 공감이 가고도 아팠다. 헥터가 아이들은 모두 다 안다고 했듯이 선생님들도 모두 다 아시기에 어느 날 그 문학선생님이 ㅇㅇ이는 똘똘한데 자기 수업에 집중을 덜 하는 것 같다고 예쁘게 말해주셔서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남겨주셨고, 수업 시간에 내 맘대로 선생님의 깜냥을 재고 무시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만드셨던 그 순간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만큼 너무나 너무나 과장된 것 같지만 그대로 선생님이셨던 분. 나의 문학선생님이 참으로 예쁘게 나의 건방짐을 타이르셨던 것처럼 히보 속 헥터가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표정과 각종 장난 속에서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느끼고 쌓아둘 수 있는 문학의 힘을 그 속에 넘겨주고 싶어하셨던 그 진심, 그 열정.. 아이들이 기차같다 할 지언정 자신의 시간 속에서 문학의 힘을 넘겨주고자 했던 그 열정만큼은 헥터 본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언제나 나에게는 새롭고 생기있고 감동적이었다.

아.. 내가 히보에서 나의 사랑 수정을 느낀 노래는 바이 바이 블랙버드였다... 히보 그렇게 봐놓고 이제 알다니.. 난 멍청이.. 나는 바보...

마지막으로 이거 써야지.... 선헥터쌤ㅠㅠ A레벨 시험 결과 나오고 들어와서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 부르면서 하이파이브 하는 디테일 그거 진짜 처음 본 날부터 악타한테 락우드라고 실수할 때도 오늘도 늘 정말 좋아했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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