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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504 연극 엘리펀트 송

by All's 2016. 5. 5.

 


캐스트 - 전성우 고영빈 고수희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 트윗 감상 옮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잔인한 비극.

내가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신을 건 게임을 하는 마이클의 절박함이 마이클이 오기 전 그 아이의 진료기록을 살필 만큼 섬세하지 않으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절규 속 간절함에 진실 찾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병원장이나 혹은 의사인 그린버그의 직업적인, 혹은 인간적인 상냥함이 맞물린 것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이 참... 씁쓸했던 공연이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시간, 로렌스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믿기에 마이클에게 소중했던 상담 시간이 그의 가족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방해받는 순간, 엄마에게 음악이 그러했듯이 로렌스에게 자신이 밀려나고 버림받을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 아이를 로렌스가 눈물을 흘려줄 수 있을만큼 그에게 가치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끼게 했다는 걸, 그 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아픔이 비극적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 알려주는 90분. 자신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자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고 걱정하는 피터슨을 있음에도 그 아이가 목숨을 건 게임을 한 건, 피터슨은 자기 뿐 아니라 모든 환자들을 아끼고 사랑할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겠지.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극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는 건 극 자체가 깔끔하게 짜여져있고 그걸 전달하는 배우들이 제 몫을 온전히 해냈다는 것의 증명이기는 하나 기본을 잘 갖추었다는 것 이상의 무엇은 전달받지 못했다. 오늘 만난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이 만들어내서 극 안에서 보여준 인물의 무게와 에너지가 극이 요구하는 것에서 넘치지 않으면서도 알맞은 종류였고 참 좋았지만 극 안에서 마이클이 이야기했던 대로, 마이클은 거짓말을 하게 되면 말이 장황해졌고, 90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인지 확인하기 위해 마이클이 그린버그와 피터슨을 상대로 진행한 게임은 마이클에게는 자신의 죽음이 로렌스가 눈물을 흘려준다면 사랑받는 존재로서 죽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것이라는 증거이기에 절박했지만, 오로지 그 아이의 말 속에서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나에게는 그 물리적 시간이 조금은 장황하게 느껴질 만큼 완전히 치밀하지 못했고, 남겨진 이들. 그린버그와 피터슨과 로렌스의 죄책감과 절망감이 마음에 계속 걸릴 것 같은 씁쓸함을 남겼다. 그것마저도 비극의 연장선이겠지만.. 그 모든 뒷맛까지 다 삼켜서 간직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완전히 다가온 작품은 아니었다.

오늘 만난 배우들은 빈 말이 아니고 다 좋았다. 영화말고 무대에서도 고수희 배우님은 참으로 근사한 배우셨고, 원래 참으로 좋아하는 영빈배우와 성우배우의 인물과 연기력은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전에 벌어졌던 병원 내 성폭력 사건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기에 마이클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서두르던 위기로 인해 고압적이고 예민했던 영빈그린버그가 환자를 대하는 의사,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어윈이라는 한 사람을 오가는 과정과 그 사이사이 드러난 어윈 그린버그 속의 인내심과 다정함은 이 극 속에서 결국에는 보조적일 수 밖에 없는 인물이고 지금의 연출상 그래야만 하는 선 안에서 나타냈어야하는 정도와 꼭 맞았으며 깊고 이야기가 많은 눈빛이 주는 묵묵한 존재감은 언제나처럼 참 좋았다.

성우배우의 마이클은... 흠... 이 극 안에서 성우배우가 잡아서 만들어낸 마이클의 톤과 에너지는 싫지 않다. 인물은 촘촘히 잘 짜여있으며 에너지는 적절히 분배되어 있고, 자신의 잔혹한 게임을 위해 불안감과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죄책감과 사랑섞인 미안함을 비추는 타이밍 또한 적절하고 적합했다. 이 극을 이끌어가는 단 하나의 축이자 중심으로서 그는 참 잘 해냈다. 하지만 내가 좋다고 말하지 못 하고 싫지 않다라고 하는 건.. 전에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고 승주배우에 대해 썼던 것처럼 새롭지 않기 때문이겠지. 처음 그 극을 만나고 극 자체에는 불호를 쏟아냈지만(나중에는 치여서 달린 아이러니) 베어 속 제이슨을 만났을때처럼 좀 더 다른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배우를 만나고 싶다. 난 참 왜 이리 욕심이 많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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