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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508 뮤지컬 헤드윅 낮공

by All's 2016. 5. 10.


캐스트 - 조정석(헤드윅) 서문탁(이츠학) '앵그리인치 = 제키 신석철 최기호 이한주 고경천'
공연장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뽀드윅을 보고 왔다.
세상에 핑크톤을 치덕치덕해도 위화감 따위 1도 없게 세상 예쁜 언니.. 다리도 아주 이쁘고.... 미모에 정말 눈이 행복했던 뽀언니.
얼빠로서 등장부터 감사했던 미모의 언니였다.

아주 예쁘고 새침하고 센 척 하고 싶어하지만 아픔을 갈무리하지 못한, 외로운.
태연한 척 감추려고 하지만 자꾸만 슬픔이 튀어나오던 아직은 젊고, 어리고, 여전히 참 많이 아팠던 외로운 사람이라서 보는 동안 참 많이 짠했다.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날 완성해 줄 영원한 사랑을 찾아헤매이는, 사랑받고 싶은 참 아픈 사람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아주 솔직하게 한다고 했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처음 마주 한 관객들 앞에서 풀어냈지만, 모든 것을 낱낱이 다 말하고 아주 깊은 자신의 감정들까지 내놓기에는 삶에서 느낀 고통을 입 밖으로 낼 수 있을 만큼 갈무리하지 못한 것 같이 느껴지는 여전히 아픈 사람.

난 이전에 본 헤드윅이 조드윅 밖에 없어서 샘플이 너무 적지만, 조드윅과 다른 느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내는 게 아직 쉽지 않은 상처가 생생한 젊은 헤드윅이라는 대비가 확 왔고 그래서인지 자기 자체의 이야기와 드라마도 있었지만 전에 본 조드윅보다 헤드윅 본인과 그 주변, 이츠학과 앵그리인치와의 관계성에서 주는 이야기가 더 많이 느껴졌다.

서로 세월을 함께 겪어가며 가까워진 패잔병들의 모임 같던 조뒥과 탁츠학, 이준 음감이 함께 한 앵그리인치 때와 다르게 여권이라는 권력 속에서 자신의 아픔과 억압을 통해 외로운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사람들을 붙들고 있는 뽀뒥과 탁츠학, 그리고 제키의 앵그리인치는 서로 간에 유대감보다 신경전 같은 게 느껴지고, 가까운 듯 서걱서걱한 관계가 흥미로웠다.

여튼, 그렇게 자신을 오롯이 예뻐하고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속에서, 가발과 화장 속에 자신이 보여주기를 원치 않을 때 비집고 나오려는 아픔을 감춘 헤드윅 자신과 달리 긴 가발과 화장, 의상 등 같은 분장 속에서 진정한 기쁨과 자신을 찾는 이츠학을 질투하기도 한 헤드윅이었고, 그렇기에 이츠학을 자신처럼 원치 않던 다른 이름과 모습 속에 가두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갖고 안아주길 염원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그게 나홀로 아픔을 갈무리하고 이겨내기에는 참 연약한 영혼같아서 아주 못된 행동인데도 이츠학의 코러스를 한 뒤 니가 내 반쪽일수도 있잖아라며 이츠학의 등 뒤에서 그를 안으며 이츠학에게 자기처럼 가면을 쓴 아픔을 가지고 살아달라는 청을 할 때 이츠학이 팔을 풀어내는 걸로 거부당하는데 참 안쓰러웠다.

그렇지만 그 연약한 영혼이 이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영혼의 반쪽이라 믿었던 토미가 자신이 만들어준 노래로 전한 염원, 홀로 완전한 자신을 찾으라는 염원을 전해들은 뒤 가발과 의상 속으로 도망친 헤드윅이 아닌 한셀의 모습으로 드랙퀸인 자신을 찾은 이츠학과 마주 안았을 때, 바로 그것을 시작으로 그렇게 자신으로서의 걸음을 걷기 시작할 것 같아 뒤돌아 퇴장하는 뒷모습이 쓸쓸하지만 참 아름다웠다.

탁츠학은 조드윅이랑 할 때는 과거 이야기를 할 때 토미와 토미를 추억하는 것에 질투한 것 같았는데, 뽀드윅과 할 때는 자신을 억누르는 헤드윅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아름답게 무대에 선 그를 질투와 헤드윅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부딪치는 것 같아서 같은 사람이 하는 이츠학인데도 헤드윅에 따라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 정말 좋았다. 헤드윅과 함께 있을 때는 고집스레 숨겨놓은 그녀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그녀 대신 무대 위를 채울 때는 풀어놓고 마는 게 괜찮은 척 안 아픈 척하는 뽀드윅과 닮아보여서 서로 노래를 이어부르는 것 같아 또 안타깝기도 했고.ㅠㅠ

그렇게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가끔 너의 뒤에 서서 코러스를 할테니 나와 같이 있어달라고 등 뒤에서 자신을 안고 싶어하던 헤드윅을 뿌리치는 건 헤드윅의 상처를 끌어안기에는 그녀에 대한 분노와 상처가 갈무리 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부족한 조각끼리 삐걱거리며 같이 붙어있는 것보다 홀로 서서 진짜 자신을 인정하고 보듬어야만 진정한 치유와 행복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았다.

재미적으로도 슈가 대디 때 뽀드윅 가발에 세일러문 드립치고 반박해보라는데 뽀가 제대로 대응 못할 것 같아서 넘어가려고 하니까 내가 얼마나 이 시간을 위해 준비하는데 그냥 넘어가려고 하냐고 생각 더 하라면서 왼젖 오른젖 드립으로 시간 더 끌면서 생각하라고 놀리는 능글맞이나 노련함이 좋았고ㅋㅋㅋ 탁츠학 허벅지 탄탄하다고 닭가슴살 자꾸 먹어서 허벅지가 탁...(닭을 의도한 듯) 드립을 치려다 결국 포기하는 뽀의 완패는 그래서 귀여웠다.
그렇게 서로 안 지려고 아웅다웅하는 뽀드윅의 이야기 속 탁츠학과의 관계성과도 잘 맞아서 또 좋기도 했고.ㅎㅎ

헤드윅은 수다스럽고 인생 길게 살아낸 듯한 조언니도 좋았고 새침한 뽀언니도 좋았으니 다음에 올라오면 다른 언니들도 좀 봐야지.
한 번 오피에서 놀아보니 더 뒤로 가기 싫으니 그게 제일 문제다.
이미 전 회차 오픈 되어서 더는 오피 잡기 힘드니 다음에 올라올 때 다른 언니들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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