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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506 연극 킬미나우

by All's 2016. 5. 8.

 

캐스트 - 배수빈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공연장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 트윗 감상 옮김.

첫 관극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음 관극을 할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될 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었는데 여전히 아팠지만, 이런 말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희망'이라는 글자와 가까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와닿은 단어는 아마도 성장일지도 모른다. 자첫 때보다 인물들의 대사와 변모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한발짝 씩의 변화가 주는 아픈 성장의 그림, 나를 지키고 싶은 열망 등이 이 아픈 극이 그저 고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라우디에게 아빠가 살아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던 조이가 아빠는 지금 아빠가 아니라고 말하며 트와일라에게 아빠는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할 때 느껴진 울컥함을 비롯하여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그런 상황의 전복과 진정한 공감을 통한 이해를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이 극에 대해서 확실한 무슨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그저 조이를 사랑할 뿐 그 아이를 진정 이해할 수는 없었던 제이크가 점점 몸이 아파지면서 트와일라와의 사이에서 자신이 조이에게 했던 일들, 도우미를 두는 것, 기저귀를 차는 것, 선글라스 대신 썬캡을 쓰게 하는 것 등이 그 아이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조이만이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음을 느꼈기에 자살을 돕는 그 무겁고 어마어마한 일의 조력자로서 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오늘 난 느꼈다. 제이크를 너무나 사랑하는 그 모든 사람들 속에서 제이크의 고통을 가장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제이크를 돕는 것이 그를 그답게 만드는 것임을 누구보다 확신할 사람은 오직 조이 뿐이고, 제이크는 그럼에도 혼자 남을 고통을 짊어져야 할 조이가 그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갈 만큼 혼자 설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믿기에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이제 끝낼 결심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이크와 조이의 마지막 욕조신 전. 제이크의 방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 트와일라를 끌어안고 선 라우디, 제이크의 곁에서 그를 다독이는 로빈. 그리고 제이크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홀로 떨어져 눈물을 삼키기 위해 애쓰는 조이와 그런 조이를 지켜보는 제이크. 그렇게 홀로 앉은 조이의 뒷모습을 보며 제이크는 조이가 눈물을 감추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음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이의 탄생과 함께 아버지로 새로 태어났던 제이크는 그저 제이크로,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만들어 준 완벽한 세상에서 성장통을 앓던 조이는 제이크의 아들이 아니라 그를 지키고 제이크를 그로서 완성시켜줄 완벽한 어른이 되었다. 제이크의 죽음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은 누군가를 지키는 자, 그의 보호를 받는 자에서 벗어나 그 끔찍한 고통을 함께 겪으며 서로 나비가 되어 그들의 세상을... 이제는 다른 곳에서 이어질 그들의 세상을 세울 것이다.

첫공 때 만났던 석쫑의 킬미나우가 외면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쪽이 더 강했다면 오늘의 배나무는 고통을 겪고 단단해져가는 과정의 힘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무배우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가끔 안 맞기도 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내 못난 예상과 달리 단단한 씨앗을 가지고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던 그의 조이가 참 좋았다. 나무조이의 서사와 맞춰진 건지, 개인의 노선인지는 다른 조합을 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여리고 조금 더 솔직하고, 웃는 낯 속에서 지침을 느끼며 점점 조이와 비슷해져가며 그 아이의 고통을 진정으로 느끼고,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진짜 이해하기 시작했고 아버지가 아닌 자신을 찾게 된 배제이크도 좋았다.

이거 진짜 전캐가 사랑인 것 같고. 나라는 사람의 취향에 더 좋을 날은 있겠지만 캐슷에 따라 별로일 날은 솔직히 없을 것 같다. 전 조합을 기쁜 마음으로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축복같은 일이 있구나. 참 좋다.

킬미나우에 대해서 쓰는 게 조심스러운 건 몇시간 전 쓴 단어에 대해서도 내가 극을 오독하는 가이드가 될 후기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서 썼던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perfect'라는 뜻으로 읽힐까 걱정된다. 내가 느낀 완벽한이라는 느낌은 사실 완전함에 가까울 것이다. 그 자신, 그 자체, 누군가와 비교해서 결함없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나 자체로 완전하게 바로 서고 완성되어가고 미흡한 부분을 채워가는 그런 느낌. 이 극을 보는 분들이 다들 자기만의 감상을 가지게 되는 게 당연하지만.. 호기심과 공감 등을 위해 검색해 만난 내 후기가 극과의 공감을 방해하지는 않았으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서 더 조심하고 싶은 이야기. 다들 직접 만나 느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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