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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430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밤공

by All's 2016. 5. 2.



캐스트 -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박은석 심희섭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공연장 - 백암아트홀




(+) 트윗 단상 옮김

은데는 핫지 이후에 포스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는 구나. 전에 느끼기는 했지만 어윈에게 정말 관심이 많은 게 태이킨과 꽤나 대조될 정도. 오든의 시를 낭송하면서 어윈을 살필 뿐 아니라 그에게 다가갈 정도 많이 다른 데이킨.

하디적 언어에 대한 설명을 하며 un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던 헥터가 unspared를 이야기하는 순간 포스너 그 자체를 함께 묘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 훅 하고 날 치고 갔다. 눈 앞의 포스너의 아직 끝이 나지 않은 그 청춘을 그 표현들로 함께 이야기하는 기분. 그 순간부터 북치는 소년 핫지의 마지막 구절을 포스너가 다시 읽는 마지막까지, 그 수업은 헥터만의 시간도, 포스너만의 시간도 아닌, 그 둘이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었고, 포스너의 손을 놓으며 화들짝 놀라는 모습은 광대의 가면으로 자기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며 자신의 슬픔과 열정을 감추고자 했던 헥터가 자기도 모르게 가면 속 진짜 얼굴을 들킨 것에 놀란 것 같아 감동적이면서도 안타까웠다. 선심 핫지 정말 늘 좋아ㅜ

진짜 잊기 전에 써놔야지. 리어왕 할 때 자켓 깃 세우는 락우드 진짜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은데는 전에도 그 느낌이기는 했는데 힙합퍼 느낌ㅋㅋㅋㅋ 라임이 있어ㅋㅋㅋㅋ

옥스브릿지 아이들은 분명히 헥터를 아끼고 사랑하지. 그렇지만 그가 일부러 쓰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가면 속을 들여다보고 그 자체에 닿았거나 닿고자 하는 인물은 오로지 포스너 뿐. 아이들은 우울한 헥터를 자기들이 생각하는 헥터로 돌려놓으려고 그를 위해 애쓰지만, 당신이 주는 이야기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언젠가 만날 진짜 가치를 마음 속에 담게 되었다는 헥터의 바람 그 자체를 간직했고 그를 이해한 아이는 오로지 포스너 하나. 리피가 말한대로 그건 너무나 지독한 짝사랑이라 헥터는 그 고통을 무시하기 위해 아이들을 지나가는 기차 취급을 하려하면서 그 자체가 가지는 모순에 스스로가 서글프고 그럼에도 또 아이들에게 상처입는다.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력, 잊혀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넘겨질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겼다는 건 생애의 순간에 확인할 수 없으니 그 자체가 문학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생명력은 길지만 누가 그 가치를 언제 어떻게 알아줄지 그 작품 자체는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서글픔.

은데도 태이킨도 둘다 어림을 가지고 있지만, 태이킨의 어림이 19살 똑똑하고 자긍심 높은 청소년같은 어림이라면 은데의 어림은 혼자 잘 있다가도 어느새 눈물이 터지지 않을까 싶은 사춘기에 닿을락말락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어림으로 다가온다. 쾌활하고 단순하고 가볍고 난잡하지만 잘생기고 근사한 남자애 속에서 어딘지 깊이 외롭고 여린 듯한 아이의 그림자가 느껴지고 그게 누군가를 깊이 응시할 때면 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런 어림. 은석배우의 데이킨은 바로 그런 자기 안의 잡히지 않는 외로움이 자신에게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알려준 어윈에게 갖게 된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길을 여는, 새로운 자신을 찾아 좀 더 완전해지는 자신을 찾는 법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진짜 자신, 혹은 새로운 자신을 찾는 방법이자 감정 그 자체, 그런 자기 자신에게 매우 집중하기에 오히려 어윈에게 흐르는 감정을 숨길 생각도 않고 자신과 어윈에게 공을 들이는 만큼 생각보다 주변에 관심이 없어서 공평하게 다정한 듯 하나 그 누구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진짜 자신의 선 안에는 들이지않아서 그게 참으로 진심이 아닌... 외롭고 쓸쓸하고 사랑스럽지만 잔인하기도 한 인물. 은데와 어윈의 술약속은 그것이 어윈을 정복하여 더 강한 인물이 되고 싶은 태이킨의 호승심과 달리 정말 서로에 대한 가능성이 출렁이는 느낌이고, 그렇기에 생긴 둘만의 기류, 혹은 세계의 껍질이 공연을 보는 동안 왠지 눈 앞에 닿는 듯도 할만큼 아련하다. 누구보다 온전히 그것을 지켜봤을 포스너가 그렇기에 더더욱 어윈을 일깨우려는 듯, 다큐멘터리 촬영장에서 더 다정하고 상냥하게 둘의 이야기를 하는 건 그래서 일지도. 태이킨과 어윈은 무슨 일이 있을 뻔했다면, 사실 그 감정의 진실됨으로 은데와 어윈은 이미 무언가 있었던 것이니까. 그렇지만 어윈이 다른 사람들과 반대로 몸을 기울이며 휠체어를 타게 된 순간, 다른 길을 감으로써 어떤 파괴와 상처가 그의 몸으로 실체화되면서 이둘은 각자 진실되지만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가는 모든 가능성을 자신들의 안에서 거세해버렸고 둘다 참으로 허정하지 않은... 사실 내 눈에는 표리한 삶으로 자신들의 생을 이끌어가게 되어버린.. 이 극 안에서는 그렇게 거짓말들 속에서 윤택한 삶을 살게 되어버렸지. 그리고 난 그게 참 슬프고.

심스너 맘이라 심스너 고정으로 놓고 태이킨이 잔인하고 야성적인 알파메일이라 가지는 매력적인 잔혹성이 주는 대립이 위희적인 선헥터와 붙으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꿰뚫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선헥터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것을 가진 자인 포스너를 뒤흔들고 그를 짓누르고 혹은 대립하는 것으로 진정한 정복자가 되려는 점이 참 좋고, 낮에 본 최태심은 비슷한 기조에서 최쌤이 훅 뿜어내신 쓸쓸함이 조금 다른 결을 내는 것도 좋았는데, 표가 없어 못 본 최은희를 빼고 선은희도 은데의 해독제를 잃은 외로움이 그가 어윈과의 관계를 겪는 것을 통해 완벽해질 순간의 가능성을 놓쳤고, 그걸 지켜본 포스너가 부서진 그 가능성을 다시 살려보려다 외면당한 듯한 공허감도 좋다니 이건 뭔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그런 기분. 오늘 밤공의 심스너는 왠지 어윈을 찾아가기 전, 글을 쓰며 인터뷰를 위해 데이킨을 찾아가고, 데이킨에게도 어윈에게 한 것과 같은 질문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각자 다른 울림에 어깨가 무지막지 아프지만 종일반하길 정말 잘했다 싶고 그렇다. 심스너가 아껴줘야할 여린 식물, 혹은 초식동물 같지만 그럼에도 가슴 속에 담긴 헥터의 모든 가르침의 강함을 흐릿한 미소로나마 자신은 불행하지도 않다는 말을 함으로써 보여주는 그 흐릿한 강함을 두 데이킨, 두 헥터쌤의 다름으로 조금 더 다르게 만난 것이 좋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마음 속에 남았고, 이것은 내 문학이 될테니 가치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까지도 드는.. 몸은 정말 고되지만 마음이 꽉찬 종일이었다.

종일반하고 나니까 원캐 배우들 진짜 새삼 대단한 것 같아. 투데이킨 투헥터 투심스너 다들 동선이나 디테일이 꽤나 다른데 그걸 다들 어쩜 그렇게 유연하게 이어가는 지. 특히 오늘 낮밤 헥터와 데이킨이 다르니  바로 차이가 보였는데 같은 대사를 해도 서있는 위치, 어조, 시선, 주는 감정이 다들 다른데 어쩜 그걸 다들 그렇게 빈틈없이 다들 이어가는 걸까 멋져. 대단해. 소년들 선생님 내가 다 사랑해ㅠㅠㅠㅠ 럿지가 면접 얘기할 때 '나이 든 목사'가 (태업하는 내 청력 때문에) '낡은 목사'라고 들릴 때가 있는데 그것도 참 말이 되는 것 같다. 오청마저 문학적인 히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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