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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412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by All's 2016. 4. 13.

 

캐스트 -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박은석 심희섭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공연장 - 백암아트홀



(+) 트윗 단상 옮김

문학에서 삶을 만나는 순간의 아름다움. 아주 어릴 적에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던 죽은 시인의 사회를 히보에서 접하게 된 1막이었다. 그냥 흘러넘치게 만들어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내 안의 어떤 아름다운 순간들. 내 어린 날의 모든 경험과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깊고 긴 의미를 지니는 지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아름다움을 지금의 아이들은 지금의 나처럼 얼마나 먼 시간 뒤에 깨닫게 될까. 누구하나 무리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그마다 생생함을 지니고 살아있는 1막이었다.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는 지 조금은 느꼈던 시간. 2막의 이야기와 사람들은 어떨런지. 좋다ㅜ

후기를 써야하는데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래서 또 아릿하고, 그렇지만 슬프다고만은 할 수 없고. 비극이라 하기에는 그 누구도 스스로를 비극이라 여기지 않는데 내가 그럼 안 되는 것 같은 극이다ㅜ

흠.. 일단 시작하자면. 아름다운 극이여서 좋았다. 왼쪽 창문으로 아스라이 들어오는 햇살이 한 낮일 때도, 노을져가는 해질녘일 때도 과장되지 않게 교실 안을 감싸며 아이들을 비추는 게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초재연 히보 무대를 봤을 때 굉장히 고정된 무대인 것 같다 싶었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도 그래보여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지 싶었는데 칠판이 올라가는 순가 오-하고 놀랐고, 핀 조명으로 이야기의 공간을 분리해내는 부분도 과하지 않고 좋았다. 특히나 스크립스가 스크립터로서 반보 떨어져서 이야기의 터닝포인트, 혹은 키워드를 던질 때면 그 이야기 속의 인물이자 서술자임을 조명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특히나 좋았던 것 같다. 정확히 어느 장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교실에 각자 둘러서있고, 조명과 초침 소리로 긴박감을 표현할 때는 이미 모범생들의 시험 장면에서 보았던 연출법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계산된 꼼꼼함이 주는 효과가 또 좋았다. ㅌ연출의 작품 중에서 몇 개 굉장히 안 맞았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히보 만큼은 탱연출이 했기에 지금처럼 섬세하면서도 냉소적이고, 그러면서도 인물이 생생하게 각자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똑똑한 아이들이라고 칭해지는 아이들. 주변사람들에게 누구보다 관심을 받고 사랑받는 것 같지만 사실 그냥 똘똘하다는 그 이유로, 그 사람 자체의 다른 특성은 깊이 들여보아지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더 섬세하게 그려내기 어려운 모범생 아이들 하나하나를 무리하지 않고 과장되지 않게, 그 인물 하나하나의 사람을 볼 수 있었고 그 결이 섬세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거리감을 남겨두는 반의 반 보 떨어진 차가움이 인물을 꼼꼼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가슴으로만 느끼는 것도, 객관적으로 떨어지지 만도 않게 해줄 수 있는 거리감 있는 섬세함이 었고 극 전체의 무게감도 그렇게 섬세하면서도 적당히 차가웠어서 그게 참 좋았다. ㅌ연출 안 맞는다고 질색팔색하고, 좋아하는 작품들 있으면서도 내가 그게 왜 좋지..하면서 궁시렁거렸는데 히보는 정말 좋았고, 그래 내가 이런 면 때문에 싫다싫다하면서도 한 번씩은 이 연출의 극에서 마음이 울리는 순간을 느끼는 구나. 히보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난 고집쟁이에 옹졸해서 화해했다고는 못 하겠는데 그래도 히보로는 뭐라고 못 할 것 같다. 정말 그답게 연출했는데 그게 참 좋았으니까. 극 속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와 사건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정말 많아서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자첫 전에 불빛님이 대본 미리 사두시면 좋을 거라고 귀뜸해주셨는데 왜 그러셨는 지 정말 알 것 같다ㅠㅠ 헥터와 어윈, 어윈과 포스너, 포스너와 데이킨, 데이킨과 어윈, 또 포스터와 헥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어지고 대구되는 관계와 감정의 마주침과 충돌들이 의미있게 기억되는 지점들이 너무 많았고, 그 모든 대비들이 어윈이 말하듯 사실에서 멀어져서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는 동시에, 그 안의 사건들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 속에서는 그냥 가슴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있어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그 고리들을 이어가는게 한 번의 관극으로는 명료하게 정리할 수 없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고, 금요일 자둘에도 그게 잘 될 지 모르겠다. 일단 자둘 때 넘겨준다.라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마음을 두드리던 감정이 아닌 머리로 이해해보고 싶은데 그게 잘 될지는 사실 모르겠다ㅠㅠ

둘 중에 누가 더 낫다를 따지는 것의 의미 자체를 논쟁해보아야 하는 거 아니겠냐고 묻는 듯 하면서도 결론을 주는 듯한 극이었지만, 일단 2016년 4월 12일 히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에게는 헥터적인 것과 어윈적인 것 중에 헥터다움이 더 마음을 두드렸다. 정작 내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헥터와 같이 마음의 여운, 깊이 가져갈 수 있을 울림을 주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를 기꺼워하시던 한 노년의 선생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수업에서 영양가가 없다여기기도 했던 게 아이러니지만, 바로 그 점이 린톳이 말한대로 오래 가는 것이고, 오래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포스너는 오롯이, 스크립스는 반 정도 몸을 담군 채 헥터의 수업과 그의 말과, 그의 이야기와, 그의 사랑을 그때도 알고 이해했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직 그 가치가 자신의 안에 어떤 의미로 담겨있는 지 알기에는 너무 그 행복이 지척이었고, 어렸으니까. 1막이 끝나고 썼지만,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남겨질 의미 그 자체를 헥터가 포스너와 이루어냈던 것 같던 핫지씬이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교장과의 면담으로 상처받고, 데이킨의 변심 아닌 변심에 씁쓸함에 젖어있던 헥터가 북치는 소년 핫지 속에서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고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낸 포스너의 순간을 느끼고, 스스로의 일생의 의미를 찾았기에 모든 것이 멈춘 듯 그 아름다움에 집중되던 순간. 회한에 젖어들려다 희망을 찾고 의미를 얻은 듯 슬픔과 기쁨을 같이 이야기하던 헥터의 조금은 느려진 목소리와 손짓, 그 내민 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 살포시 안아주던 포스너의 위로. 우스꽝스러운 말투 속에 깊은 여운으로 아이들에게 남고 싶었던 선헥터의 절절한 열망을 그 자체, 그대로 심스너 받아주고 안아준 듯해 그냥 정말 눈물이 났다. 그렇게나 절절하면서도 포근한 그러면서도 우아한 순간을 극에서 만난 게 언제였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1막의 마지막이었기에, 어윈의 휠체어로 끊임없이 암시하는 이 극의 뒤이을 사건들이 궁금하면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내가 히보 자삼을 한다면 그건 아마 심스너의 핫지신을 보기 위해서 일 거다. 여리고 힘없는 듯 하나 사실 따뜻하고 강한 아이가 투명하고 맑은 눈으로 누군가를 오롯이 비추고 알아주는 순간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순간.

북 치는 소년 핫지에서 그 자체로 완성되었던 헥터의 수업의 의미는 헥터의 수업이 아이들 속에 남긴 문학의 샘과 그 자연스러운 습득에 대한 어윈의 강렬한 호기심과 열망이 그 열정이 너무나 젊고 순수한만큼 또 그대로 자기 본위라 헥터를 상처입혔고, 가치를 폄하하게 했으며 어윈 스스로의 반짝임까지 도구적인 무언가로 변모시키는 씨앗이 된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했고 또 매력적이기도 했다. 헥터의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어윈이 이해했으면서도 그걸 자기 식으로 바꿔냈지. 젊고 열정이 넘치고, 세상이 편하게 하는 이야기를 다른 시선의 끝에서 바라보고, 지적할 부분을 찾고, 그렇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사실을 사실이 아니게 해보겠다는 어윈의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세상의 관습을 삐딱하게 보고 싶어하며, 그래서 얻는 것의 의미보다 그 과정과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얻게되는 결과로 그 가치를 해석한다는 게 아닌 듯 하면서도 관습적인 부분이라 그가 가진 자기 확신만큼 왠지 그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켰고, 스크립스가 그의 첫 인상에 대해 쓴 만큼 어리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리고 반짝이고 치기어리지만 그래도 역시나 젊고 사랑스러웠던 젊은 날의 어윈. 그랬던 그가 같은 방식의 일을 하나 정말 가치를 잊은 듯 헨리 8세에 대해, 수도원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며 자신의 젊은 날의 불타오를 듯, 선을 넘을 뻔 했던 감정과 기억과 데이빗과 데이킨을 쫓아내는 순간은 또 그래서 서글펐다.

극 중에서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악역이라고 여겨질 쪽의 역할이지만 난 어윈 자체도 그 만의 서사 속에서 불타올랐다가 구겨진 부분이 있고, 그게 20대의 청춘이라는 수험생 아이들의 시절과는 또다른 종류의 푸르름에 금이 간 형태라 더 아팠던 것 같다. 냉정하고 강한 척 했지만, 아이들이 진짜 그의 삶은 도대체 어떤 거였을 지 궁금해했던 조금은 금욕적으로도 보였던 사람. 세상을 다른 식으로 볼 여지를 찾고, 그걸 뒷받침할 모든 것을 수소문해 흥미를 끌게 만드는 공식을 완성했음에도, 그 교수법과 이론의 도발성과 달리 자신의 마음 속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욕망과 끌림을 인정하지 않고 빙빙 맴돌다 결국 좌절하고 마는 인생. 너희들이 내 인생의 전부라면 끔찍하지!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이들의 전원 합격에 홀로 몰래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 하고 승리의 세레모니를 하던 역시 젊고 생생한 열정의 사람이 움트는 자신의 마음 속 데이킨에 대한 열정마저 꺼내보일 듯 스스로에 대해서 집중하고, 헥터의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것을 기꺼워할만큼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고, 조금 다르게 보는 것처럼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한 발짝 발을 내딛으려다 모든 것이 사고로 인해 없었던 것이 되는 그런 비극. 히보 속 인물들 그 누구에게도 비극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어윈에게만큼은 그가 훗날 얻은 사회적 성취의 대단함에도 비극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진다. 그는 정말 행복했을까,라고 궁금해지는 지점. 포스너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했던 데이킨에 대한 고통. 그와 비슷한 색이었을 것이며 고통만이 아니라 어떤 다른 색을 입게 되었을지도 모를 어윈과 데이킨의 시절. 어제의 은석데이킨은 자신이 아름답고 똑똑하며 매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랑받고 싶고 그것을 갈망하는 아이같은 구석이 신기하면서도 쓸쓸해서, 어윈 뿐 아니라 데이킨에게도 그가 그렇게 이끌렸고 유혹했으며, 시험을 보러 가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만큼 그의 19살 한 시절을 꽉 들어찼던 그들 사이의 감정을 서로의 마주침으로 터트리고 끝을 맞았다면 그 아이의 설명 못 할 외로움도,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여기면서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 모순이 주는 슬픔이 덜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서 흐지부지하게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둘의 끝이 씁쓸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랬다면 데이킨은 조금은 덜 사랑스러워졌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기분. 등장과 동시에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정말 너무나 잘생겼고, 스스로에게 당당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조금이라도 눈길을 주는 묘한 아이. 포스너는 너무 어려서 뭘 해줄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하면서도 포스너의 자신을 향한 마음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두며 그 아이와 타인의 관계를 한 번씩은 훑어볼만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한 아이. 누가 날 사랑하든 그건 당연한 거니까라고만 여기며 자신을 열망하는 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은석배우의 데이킨은 꼭 그렇지가 않아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 불빛님이 얘기해주신대로 왠지 슬픈 아이였다.

린톳쌤도 정말 좋았고 다른 아이들도 다 생생해서 쓰고 싶지만 내 후기 쓰는 체력이 더는 안 될 것 같다ㅠ 약속도 있으니 심스너 얘기만 하고 마무리 해야지. 심스너ㅠㅠ 좋다는 이야기의 내용 속 묘사가 정말 좋아하는 성격의 인물이라 기대가 많았는데 아ㅠ 정말 후기들처럼 사랑스럽고 맑고 애잔한 아이였다. 실제 배우들의 나이 순서는 잘 모르겠지만 동기들보다 한 살 어리고, 소수자인 유대인 아이, 모두가 그 아이를 아껴주지만 진짜 끌어안아 주지는 않는 외로운 아이.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고 순수하며 그 순수함이 강한 근사한 아이였다. 그게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뭔가 포장을 해야 옥스브릿지에 갈 수 있는 세상과는 맞지 않아 주기적인 신경 쇠약과 홀로 오두막에 사는 삶을 그 아이에게 이끌었을 수도 있지만. 어제 만났던 희섭배우의 포스너는 정말 맑고 솔직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며 스스로를 모르는 삶만은 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오히려 세상이 그 아이를 보는 시선과 방식은 그 아이를 제대로 아껴주지 못 하기에 굴곡질 수 있지만, 언젠가는 길을 찾지 않을까. 포스너의 심리 상담을 하던 상담사가 책을 출간해 그에게 사회적으로 좋은 피드백이 오면 포스너의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여겨서 그걸 권유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으니 그걸 따르다 어윈과의 대화를 녹음하라는 출판사의 요구를 따르게 되는 등 포스너는 그렇게 자꾸만 흔들리고 외면받기도 하겠지만, 자기 안을 가득 채웠던 모든 것을 그대로 잊지 않고 간직하며 결국 자기만의 무언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질만큼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을 인물이었고, 그렇게 세상의 비극과 아픔, 아름다움의 가치를 도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느끼고 가슴에 담는 의미를 간직한 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참 좋았다. 아마 내 바람과 달리 결국 행복을 찾는 게 아니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는 삶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스너같은 아이가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기에 헥터의 가르침과 그의 시간과 역사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깊게 지속될 것이라는 것 만으로도 포스너는 한 사람의 의미를 지켜낸 소중한 아이니까 그 것만으로도 아름답지 않나.. 그렇게 또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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