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옥주현 류정한 송창의 임춘길 김희원 선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위에 쓰기는 했지만 내가 스포없이 보고 싶어서 프리뷰 공연 갔다온 것이니 만큼 스포 밟기 싫으신 분들은 기회는 지금입니다.
뭐 상세하게 씬 단위로 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포 싫으면 스크롤 내리지 않으시길ㅠㅠ
스포 방지선 겸 내가 보면서 쓰기 위해 올리는 넘버 리스트
지금 내 감상은 매우 호일 텐데 가장 크게 전제되는 이유는 내가 괜히 있어보이겠다고 이거저거 넣었다가 수습 못하고 정신없는 이야기보다는 별 깊이가 없어도 깔끔하게 재밌는 걸 차라리 좋아한다는 것이고, 이 이야기를 먼저 쓰는 뒤에 이어질 당연한 수순은 이 극이 스토리가 아주 근사하고 아름답고 파헤쳐 볼 구석이 많고 문학적인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것. 그냥 잘 나가는 댄서 마타하리가 매우 예뻐서 엄한 놈들 때문에 고생하다가 인생 세이 굿바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치있고 메시지 있는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뭐야 싶을 수 있으나 나는 일단 재밌었으니 스토리 특별한 거 없는 건 걍 무시하려고 합니다ㅎㅎ
하여간 그래서 이 극의 전체 줄거리인 그 단순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파리 물랑루즈에서 활동하는 인도 출신이라고 속인 인기 무희 마타하리가 '그 미모를 이용해 독일에게서 정보를 빼내라, 안 그러면 인도 출신 신의 가호를 받은 신비로운 여인 마타하리가 아니라 네덜란드 출신의 마가렛 거트루드 젤르라는 니 정체를 만천하에 폭로해주지!'라는 프랑스 정보국 라두 대령의 협박에 의해 원치않는 스파이 행각을 하게 되고, 마타하리를 의심해서 라두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연인인 척 접근시킨 비행기 조종사 공군 아르망 소위와 마타하리가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자 마타하리의 매력에 빠져서 아르망과 마타하리 사이를 질투한 라두가 아르망을 폭격기 있는 지역으로 파병 보내서 아르망 폭격 맞아서 떨어진 뒤 독일에 포로로 잡히고, 아르망을 찾으러 독일로 가려는 마타하리한테 열받은 라두가 '그 놈은 널 속인 거야!'라고 폭로하고 마타하리가 베를린 못 가게 하려고 방해하는데, 예전 마가레트 시절 여권을 위조하고 변장까지 해가며 아르망 잡혀있는 독일로 간 마타하리는 '진짜 나 너 좋아하는데 사실 너 속인 거 맞음.'이라는 아르망의 진실 고백에 상처받아서 파리로 돌아오고, 마타하리가 스파이 활동을 하며 정보를 빼냈던 독일 장교가 앙심을 품고 그녀가 독일의 스파이라고 일부러 흘린 암호문을 프랑스 정보국이 입수하고, 그녀가 이중스파이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야 너를 죽이고 말겠다+자기 지위 유지를 위해 라두는 그녀를 이중 스파이로 몰고, 마타하리는 그렇게 죽고 만다.
이런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마타하리의 처형 장면으로 시작해 처형 장면으로 끝나고, 마타하리의 물랑루즈 입성을 계획한 물랑루즈쇼의 사회자이자 이 극 자체의 엠씨(역할 이름이 진짜 엠씨)인 엠씨가 왜 그녀가 이런 상황에 처했나!를 시작해서 중간중간 해설해가며 마지막 처형 장면까지 진행된다.
내용이 단순한데다가 구성도 액자식이라 스토리 자체는 이상한 구석없이 깔끔하다. 좀 어이없고 정말 어이없고 진짜 아쉬운데 또 바뀌어버린다면 웃음 포인트가 사라져서 아까울 것 같은 구성상 티는 (아마 진짜 죽였을 것 같은데) 마타하리의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밝히는 재판장에서 스파이도 아니라면서 독일에는 왜 갔냐는 검사의 추궁에 마타하리가 내가 그 곳에 간 건.. 하니까 '날 만나기 위해서였소!!'하고 아르망이 갑지가 튀어나와서ㅋㅋㅋㅋ 둘이 같이 사랑의 노래를 막 부르다가ㅋㅋㅋㅋㅋ 어머 이게 뭐야 하고 있는데 노래 끝나고 아르망이 퇴장해버리고(히게 뭐죠) 아련하게 마타하리가 제가 간 건.,, 아르망을 만나기 위해서 하면 검사가 아르망 소위는 베를린에서 죽었소! 하는 건데ㅋㅋㅋㅋ 아 이거 진짜 실제로 보면 진짜 웃긴데, 난 또 러브씬 호구라서 웃기면서 벅찼다가 이게 뭐야 싶어서 너무 웃기고ㅋㅋㅋ 그런 뒤에는 마타하리가 라두한테 니가 죽였지!!!하고 악 쓰다가 끌려나간다.
아니 진짜 질투에 눈 먼 라두가 베를린에서 마타랑 아르망 재회했다가 마타하리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 아르망을 죽였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내가 둘이 같이 부르는 듀엣송이 굉장히 노래 자체가 맘에 들어서 좀 아깝다는 마음인 걸 빼면 그 장면은 빼는 게 진지한 재판 장면에서 두근두근하던 관객들 폭소터지고 허무개그 같은 기분 안 들게 하지 않을까 싶긴 했다. 2막에서 아르망이랑 마타하리랑 베를린에서 재회했다가 헤어진 뒤에 프랑스로 돌아와서 황망하게 기차역에 기대 선 마타하리-아르망-그녀를 잡아와야하는 복잡한 심경의 라두 셋이 부르는 삼중창이 25번 너를 통해 아니면 26번 끝내야 할 임무 둘 중에 하나일텐데 그 노래를 들어내거나 아님 그 노래 뒤에 이어지거나,(빼자니 옥송류 목소리 합은 쫌?싶은데 노래가 좋다. 하 이것도 아깝네) 하여튼 괴한으로 위장한 프랑스 군인들한테 끌려나가는 아르망 같은 걸 넣어서 얘 신변이 위험하다. 같은 느낌을 주고 재판장에서 마타하리가 아르망을 만나러 갔습니다-그는 죽었습니다.로 바로 이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재판장 마타하리-아르망 듀엣 노래 진짜 난 맘에 들어서.. 그 장면 자체가 웃긴 건 너무 알겠는데 빼고 싶지가 않다. 웃겨서도 빼고 싶지 않다. 아 아깝다ㅠㅠㅠㅠ
내용이 가벼우니까 극의 무드도 그렇게 무겁지 않고 스피디하고 빠르다.
1막 85분, 2막 65분인데 2막이 조금 늘어지고 1막은 훅훅 지나가고 정말 재밌었다.
삼각형 모양이고 살짝 기울기가 있는 회전 무대를 가운데에 두고 좌-후-우, 중간에 천막을 내리거나 벽을 내리거나, 이동 세트를 넣었다 뺐다 돌렸다 하고, 가운데 있는 삼각 무대도 돌아가면서 세트 전환 되는데 무대가 참 만족스러웠다. 무대 전환이 크게 정신없는 느낌이 아니고 꼭지점 끝 쪽에 마타하리가 서 있을 떄 방향에 따라 무대를 장악해서 내려다보는 것이든, 배우의 시선으로 객석을 보는 것 어느 쪽으로든, 한 쪽에 시선이 모이니까 무대 자체가 주는 포스가 있다. 물랑루즈 모드일 때 가장자리에 삽입되는 세트들과 조명이 이엠케이 인스타 공개 사진 속 무대인데 세트에 알알이 박혀있는 붉은 색 조명들은 나머지는 다 하트이고 상단 액자 프레임의 자잘자잘한 것들은 장미! 그 장식이 너무 직접적이고 빨갛고 그래서 낯간지러우나 직접 보면 또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무대 전환 보면서 좀 드라큘라 생각이 난다 했는데 무대 디자이너가 오필영 디자이너(=드큘 디자이너)였다. 여튼 난 무대는 맘에 들었다.
의상은... 한정임 디자이너가 그럼 그렇지 싶다. 남자옷은 진짜 다 예쁘다. 군인 역할의 앙상블들이 입는 작업복도 깔끔하고 이쁠 정도로 다 예쁨. 특히 라두 대령의 옷들은 영혼을 갈아넣어서 만든 것 같이 예쁨. 하 수트핏도 그렇고 퍼 달린 코트도 그렇고, 수트가 한 두 벌이 아니었던 것 같은 기분.. 등장마다 라두 수트가 바뀐 것 같고, 심지어 잠깐 입고 들어가는 나이트 가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정작 여주인 마타하리가ㅋㅋㅋㅋ 내 기준 크게 나쁘지 않은 옷들도 몇 개 있긴 한데 마타하리랑 아르망이 그의 전출로 인해 헤어지게 되는 장면 때인 1막 마지막 넘버인 '어딘가에서' 입는 연보라색 의상이 진짜 제일 구리고 좀 괜찮아보이는 옷들도 2막 마타하리 등장 넘버 마지막 춤을 때 입는 옷을 비롯해 여배우들 몸매 찬스가 빛나는 옷들이 참으로 많다. 덕분에 옥마타 몸매는 실컷 보기는 했는데 또 그렇게 여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옷이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여체의 미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의상과 함께 안무들도 좀 아쉬웠다. 전체 구성은 쇼뮤에 가까운 정체성으로 만든 것 같긴 한데 넘버들이 막 그렇게 신나지는 않고 특히 '춤을 시작해'는 안무도 구리고 넘버도 구리고 캉캉춤 추는 앙상블들 의상도 구리고... 근데 또 '춤을 시작해 플레이오프'는 나름 좋았다. 마타하리 무대 의상 중에서는 그 옷이랑 그 안무가 제일 좋았다. 옥마타 춤연습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았다ㅠㅠ 막 그렇게 춤 자체로 가슴이 설레게 몽환적이고 농염하고 섹슈얼하게 잘 추지는 않는데 그래도 난 재밌게 좋게 잘 봤다.
여튼 춤출 때 부르는 넘버와 의상, 안무가 딱히 좋지 않다는 걸 제끼고 나머지 넘버들이 참 좋다.
마타하리랑 아르망이 엄청나게 간지럽게 사랑하고 좋아합니다를 뿜어내는 대왕 커퀴이고 로맨스 장면이 많아서 남녀 듀엣 넘버가 낭낭하고, 송르망 솔직히 노래 잘하지는 않던데 잘생겼고(세상 중요) 옥마타랑 같이 보니 진하고 동글동글한 옥마타랑 흐릿하고 동글동글한 송르망 비쥬얼 케미가 참 좋아서 눈이 훈훈하고, 목소리도 꽤 잘 맞는 것 같고 그랬다. 극 초반에 마타하리보고 이렇게 여장부같은 인물이 마타하리 일 줄 몰랐다느니 하는 걸로 시작해서 아르망이 꽤 개그적인 걸 살려야 하는데 이 회차에서 옥마타랑 송르망은 둘의 첫 만남 때 대화 로그에서 조금씩 마가 뜨기는 했지만, 여튼 너스레 떨고 잔망 떨고 위트있는 느낌을 송르망이 꽤 잘 살렸다. 송창의배우를 공연으로 본 건 처음인데 아르망 넘버가 그렇게 심하게 어려운 것 같지 않은 것 치고 노래 소화를 잘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노래를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잘생긴 얼굴 보면서 좀 아쉽네 싶을 정도는 되고 능글맞는 거 잘해서 귀여웠다. 급 송르망 후기로 넘어갔는데 하여간 그래서 남녀 듀엣이 좋고 분량이 많으니 러브송 잘 부르는 아르망이 보고 싶어졌다. 엄송택 중에서는 노래 자체는 택르망이 제일 나을까? 택르망 조합으로 듀엣을 들으면 노래 자체가 더 좋게 들릴까 궁금해질 만큼 좋은 넘버들이 많았다. 아르망이랑 라두가 서로 대립하면서 무르는 남남 듀엣인 '남자 대 남자'도 참 좋다. 이 넘버 진짜 좋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택르망이 노래를 잘할까 궁금해짐. 복면가왕에서 부르는 건 개인적으로 쫌 그랬는데 잘 불렀으면 좋겠다. 노래 듣고 싶어지면 노래 잘잘 페어로 골라서 한 번 보게.
커튼콜 순서로는 마타하리 바로 다음 2순위이지만(마타하리가 진짜 좋아한 남자라 간택 당했나) 아르망은 위에 넘버랑 엮어서 들어간 거 외에 크게 더 덧붙일만큼 재미가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젊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매력적인(=잘생긴) 사람이라 라두가 마타하리 감시하는 임무 시킨 것 같은데 그녀를 진짜 사랑하게 되어서 흔들리고 사랑을 고백하는 러버 캐릭터인데, 일단 송창의의 아르망의 경우 잔망 떠는 것도 많고 쾌할한 인물이라 귀엽고 매력있었다. 노래만 좀 더 잘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잘생겨서 상쇄해서 무난함을 드립니다. 상플로는 엄르망은 노래는 몰라도 인물 자체는 잘 살릴 것 같고, 남자 대 남자에서 기싸움도 잘할 것 같고, 제일 어린 아르망인 택르망은 무대에서 어떻게 변모할 지 모르겠으나 팬들이 이야기하는 실제 캐릭터가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라고 해서 이 쪽은 젊고 순수한 어린 군인 느낌은 좋을텐데 능글맞은 건 아쉬울 것 같고... 택르망은 잡아놓은 표가 없는데 소셜이나 뭐 할인 더 뜰 거 없나. 궁금은 한데 통장을 지켜야 하니ㅠㅠㅠㅠ
오늘 본 류라두는 난 인물도 맘에 들고 노래는 더없이 맘에 들었다!! 1막 '수 천명의 목숨'에서 잠깐 플랫이 있었나 싶은 구석이 있긴 했는데 워낙 막귀라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고, 막귀인 사람이 이거 좀 이상한가 싶게 자잘한 음에 집중하는 일 없게 노래를 아주 시원스럽게 잘 매우 잘!!!! 소화해주셨다. 두 남자 중에 인간적인 호감은 아르망 쪽이 좀 더 가는데 극 중 캐릭터가 가지는 다채로움의 측면에서는 라두 쪽이 더 재밌고 흥미로웠고, 이게 류배우 개인의 캐릭터 소화인지 원래 그렇게 복잡할 구석도 있는 지는 다른 라두를 봐야할텐데 다음에 볼게 옥류엄이라 일단 가진 표로는 구분을 못하게 될 것 같다ㅠ 하여간 그래서 지금 딱 한명만으로 보게 된 라두인 류정한의 라두는 정말 보는 맛이 있게 재밌었다. 처음 마타하리의 공연 이후 그녀에게 접근할 때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으면 과거를 밝히겠다고 협박하고 나서면서 하지만 오늘의 무대가 정말 좋았다고 말을 할 때 미묘하게 떨궈놓는 매혹됨의 여지가 직접적인데, 쇼윈도 부부인 아내 캐서린한테 나 그냥 업무상 만난 거라고 할 때 내가 당신 취향을 모르겠냐고 아내가 하는 걸 보니 애초에 바람피던 여자들이 다 몸매 좋고 키 크고 그런 타입인가 했는데 이건 사족이고.. 하여간 그렇게 첫 등장씬에서 여운을 잘 남겨놔서 군인으로서는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가진 선량함과 전쟁의 종결과 승리를 바라는 사명감이 있었으나 정말 그 목적, 그것만을 위해 사심없이 마타하리에게 스파이를 하라고 하며 접근한 건 아니었을 거야라고 애초부터 조금 미심쩍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그 이후에 라두는 극 중에서 점점 마타하리에게 집착하게 되고, 아르망에게 질투하는 과정이 직간접적으로 매우 자세히 잘 나오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인물이 아니지만서도 기반이 더 탄탄해지는 기운이 있다는 건 좋으니까!
그리고 레베카 때보다 살 빠지셨나? 그때도 우아한 귀족 남자 느낌+슈트or코트 조합의 비쥬얼이 굉장히 근사해서 설렜는데 류라두 헤어 스타일도 되게 괜찮고, 옷도 잘 빠졌고 넘버도 잘 어울리고 아 좋았다 류라두... 뒤에 베를린 가는 통행증 써달라고 찾아온 마타하리한테 질척거리는 씬이 있는데 넘버 제목이 순서상 '선택권'일 것 같은 그 장면 캐서린한테는 되게 고자세로 고고한 척 하는 남편인데 그런 사람이 계속 뒤에서 아내를 두고 꾸준히 바람을 피워왔고, 자기를 맘에 두지도 않는 여자한테 질척이는 그 끈적함이 소름끼치고 징그럽고 연기를 정말 잘하셔서 아 그때 라두 진짜 싫다 싶을 만큼 연기 잘하셨다.(라두가 싫은 겁니다.) 앞의 고고한 느낌과 대비되는 지점이 매력인 인물ㅎㅎ
극에 그런 내용까지는 안 나오지만 이 쪽은 원래 좀 농염하고 자기가 휘두를 수 있는 여자가 취향인데 성공하고 싶어서 고위층 딸인 캐서린 꼬셔서 결혼한 뒤에 쇼윈도 부부로 사는 거 아닐까, 캐서린이 남 이목 때문에 이혼하지 못할 걸 알고 이제 그녀한테 공도 안 들이고 다른 여자나 슬쩍슬쩍 만나고 다니기는 하지만 성공하겠다고 여자 꼬셔서 결혼했고 장인 눈치를 보긴 봐야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을 것 같고 그랬다. 한 번 보고 이런 저런 생각하는 건 사실 상플 수준의 일이니 이건 나중에 자둘할 때 확인해봐야지.
마타하리는 옥마타의 인터뷰를 보고 인물 전사가 왜 저래. 왜 없던 걸 넣어하고 굉장히 짜증나 있었고, 표 두개 가진 것 중에 하나 놓을까하다가 취소 수수료가 아까워서 그냥 오늘 본 건데, 그렇게 기분 나쁘게 했던 추가 설정인 삼촌에게 강간당했다는 설정은 라두에게 협박받은 뒤 '헐 어쩌지. 이 난관을 어떻게 하지?;하고 험난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넘버인 '돌아갈 수 없어'에서 그냥 말로 훅 지나갔다. 그리고 그 말로 지나간 상황 뒤의 마타하리의 태도가 일단 오늘 기준으로는 맘에 들어서 기분 상하지 않고 잘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옛날의 내가 어땠나. 그때 나는 어릴 때 삼촌한테 강간당했는데 아빠가 '이런 집안의 수치! 내 동생을 유혹해!'하는 거에 '아니예요! 삼촌이 난 싫다는데 그런 거라고요!'하고 아버지에게 썽을 내고(가련하고 세상 잃은 듯 행동 안 해서 좋았다1) 그 뒤에 결혼했는데 '신문광고에는 21~2n살 이라고 했는데 넌 몇살이지?' '열 여섯 살이요'(덜덜) '그럼 남자를 어떻게 만족시키는 지~~블라블라'하면서 남편한테 추행당하는 느낌으로 마타 대역앙과 남편역 앙이 우층 사이드 2층 발코니같은 무대에서 잠시 재연을 하고 들어가면 그 장면을 회상한 마타하리가 그런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남자들에게 휘둘리고 노예처럼 부려지는 그런 과거 안 돌아감!!(가련하고 세상 잃은 듯 행동 안해서 좋았다22)하고 그럴바에야 스파이가 되겠다.하고 결심해가는 과정으로 나와서 기분 크게 상하지 않고 잘 지나갔다.
만약에 과거 회상하면서 망쳐진 나, 짓밟히고 가련하고 불쌍하고 안쓰러웠던 나의 과거... 이런 분위기였고, 앞서 말한 부분 중 삼촌 부분이 씬 단위로 재연 되어 있었으면 아주 짜증났겠지만 넘어갈만 했다. 원래 실존인물은 잘 살던 집안이 망해서 가난에 질려서 신문에 난 신부 모집 공고 보고 결혼한 걸로 일단 난 알고 있는데, 잘 살던 집안이 몰락해서 주변 사람들의 취급이 바뀌고, 가정 환경이 불우해지고 이런 걸 지금처럼 슝 지나가게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예전 시대 배경으로 여자가 험한 일 당하면 피해자여도 가해자 취급받고 꽃뱀 취급 받으니까 정도로 쉽게 가려고 추가 설정한 거 자체가 안일하게 느껴지고 기분 나쁘기는 한데, 남자에게 순결을 뺏겨서 인생 망친 인물도 아니었고, 그걸로 잊지 못할 트라우마 가지고 사는 수준도 아니니 그냥 내 자체적 기준으로는 아 이 게으르고 무능한 설정 추가여. 정도로 욕은 한 번 하고 기분 나빠서 남은 표 놓지는 않아도 될 정도이고 그랬다.
논란이 되었던 추가 설정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쓴 것보다 인물 전체 후기가 더 짧을 것 같아서 민망하고... 하여간 앞선 과거사를 가졌다가 남편이 하녀를 강간했고, 하녀가 앙심을 품어서 자기 딸을 죽이자 남편이랑 이혼하고 자바섬을 떠나온 뒤 파리에 오게 된 마타하리는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하다가 물랑루즈까지 흐르게 되고, 거기서 엠씨와 디자이너 안나의 손길 아래 마가레트라는 힘들었고 치열했던 과거 대신 인도에서 태어난 신비로운 춤을 추는 무녀라는 새로운 역할과 이름을 부여받고 승승장구하게 된다. 새로 얻게 된 자신의 이름과 삶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이 높은 인물이었고, 파리에 와서 했던 과거의 일들(서커스단에서 일한 거나 매춘을 한 것 등등)에 대해서 창피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고 재판장에서 말할 때 뻔하게 넣은 장치일지라도 맘에 들었다. 자기가 열심히 산 것을 스스로 긍정하는 여성 캐릭터가 너무 없기에 난 일단 그런 면이 있다는 것부터 좋았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쇼와 인물의 매력에 대해 가지는 열정같은 것도 좋았다. 아르망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그가 그 과거를 감싸안고 마가레트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하자 마가레트도, 마타하리도 아닌 평범한 한 여자로서 사랑하며 살고 싶어~라고 하는 게 좀 그런 맥락에서 거슬리기도 하는데 너무 힘들었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 하나 자체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의미 정도로 자체 긍정 해석 가능한 수준이고, 난 이 극이 재밌었기 때문에 보면서 점점 기분이 나빠지거나 구멍을 찾거나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오늘은 자체 긍정 해석 쪽으로 내려놓고 싶다.
옥주현의 마타하리는 그런 면에서 존재감이 아주 강해서 무대를 잘 채웠고, 안무를 잘은 아닐 지 몰라도 무난하게 소화해냈고, 몸매야 늘 참 근사하고,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나 옥콘에서는 크게 좋은가?싶었던 넘버들도 극 안에서는 참 좋게 소화해냈다. 마지막 처형 장면 전에 감옥에서 안나의 도움으로 처형 전에 죄수복 대신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으면서 무대에 서기 전 안나와 늘 하던대로 '관객은?' '기자들은?'을 할 때는 눈물이 왈칵 했고.... 난 왜 이렇게 쉬운 눈물을 가졌는 지 모르겠지만 울컥 한 게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ㅋㅋ 그렇게 아름다운 의상으로 갈아입고 처형대에 서기 전부터 설 때까지 마타하리의 자세가 참 초연한데, 또 다른 삶을 꿈꾸게 했던 사랑인 아르망이 죽어서 이제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저 살아가고자 했을 뿐인데 자기들 멋대로 그녀를 휘두르고, 찬양했다가 비난했다가 하는 세상에 치여서 죽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 무대 위의 모습으로 떠나고 싶어서 초연한 걸로 난 받아들였다. 스스로 자신의 사랑과 마지막 모습을 선택하고, 죽음 앞에서 가장 당당하고 아름다울 모습으로 자신의 죽음마저 그녀의 쇼로 만들며 세상에 마지막 키스를 보내는 마타하리의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극을 보는 난 마지막 처형 장면에서 기꺼이 그녀의 최후의 관객이 되었다.
아.... 여주와 남주조 둘을 드디어 다 썼다. 이엠케이가 마타하리 캐스팅 보드로 전체 캐슷 보드에서는 라두-마타하리-아르망, 더블/트리플 캐슷만 나오는 쇼트 버젼은 아르망-마타하리-라두 순서로 이상한 장난을 쳐놔서 욕도 많이 먹던데 어차피 삽질할 거면 마타하리-라두-아르망, 마타하리-아르망-라두 순으로 조정해도 될 것 같다. 극 안에서는 서사의 중심도 마타하리 한 명 중심이라서 내 개인적인 기분과 기준에는 이건 여주 원톱 극이 맞는데 왜 이상한 장난을 치는 건지 영 모르겠다.
하여간 여튼 주요 인물이 저 셋인 건 맞고. 나머지 더블 캐슷은 임춘길엠씨는 노래가 별로고 존재감이 약하고, 김희원 안나는 노래가 별로고 캐릭터는 아직은 귀여운 정도이나 나중에 좀 과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오늘은 귀엽고, 선우 캐서린은 목소리가 고음에서 (아주) 별로고 존재감이 약합니다. 자세히는... 안 쓰려고 한다. 지친다.. 힘이 든다ㅠㅠ
위의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줄여보자면 인물들 깔끔하고 무대가 볼만하고 안무는 재미없고 넘버는 떼창은 하나 정도 괜찮고 솔로랑 남남 남녀 듀엣, 여남남 삼중창 좋습니다.
개그 코드를 곳곳에 너무 박아놔서 현웃이 자꾸 터지는데 [ex) 베를린에서 마타하리랑 아르망 재회할 때 타이밍도 엄청 웃기다. 부상으로 누워있던 아르망이 눈 뜨고 일어나서 간호해주는 수녀님께 나 대신 편지 써달라고 하며 마가레트(=마타하리 예전 이름)에게 막 고백하고 있으면 마타하리가 뒤에서 들어와서 그거 아련하게 보면서 다가와서 완전 뭉클했는데 편지 다 쓰고 이 편지 누구에게 드리면 되죠?하고 수녀님이 물으니까 마타하리가 훅 다가와서 저에게 주시면 돼요. 하는데 현웃 터져서ㅋㅋㅋ 내 아련함이 소멸되었습니다] 가볍고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어이없게 웃기는 거 싫어하는 분들은 싫을텐데 난 머리 비우고 보는 것도 좋아해서 괜찮았다.
다보고 나니까 소향 마타도 궁금하고,(여장부 드립을 자주 치는데 이 쪽은 어떻게 그걸 바꾸려나 궁금. 캐릭터도 어떻게 잡을 지 궁금), 라두 넘버 어렵던데 록르망이 어떻게 해낼지가 너무 궁금하고, 아르망이 여주보다 진짜 어려보이는 거+노래 잘 하는(거였으면 좋겠다) 아르망이 부르면 넘버 또 어떤 지 궁금해서 택르망이 궁금해서 김소향-신성록-정택운으로 보고 싶어졌다.
삼카데이 중에 4월 17일에 그 조합 있던데 같이 가줄 사람 구하면 그때보고, 아니면 소셜이나 통신사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냥 지르기에는 대극장은 역시 너무 비싸서ㅠㅠ
여튼 난 재밌었다.
다음에 친구랑 보러 가는데 그때도 재밌었으면:)
'공연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412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0) | 2016.04.13 |
---|---|
20160407 연극 터키블루스 (0) | 2016.04.08 |
20160402 뮤지컬 헤드윅 심야 공연 (0) | 2016.04.03 |
20160402 연극 터키블루스 낮공 (0) | 2016.04.03 |
20160329 뮤지컬 로기수 (0) | 2016.03.30 |
20160325 뮤지컬 thrill me (0) | 2016.03.26 |
20160324 뮤지컬 thrill me (0) | 2016.03.25 |
20160323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밤공 (0) | 2016.03.24 |
20160319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밤공 (0) | 2016.03.21 |
20160317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0) | 2016.03.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