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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317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by All's 2016. 3. 19.

 


캐스트 - 전동석 최우혁 서지영 안시하 이희정 홍경수 문서윤 쥬만 조에
공연장 - 충무아트홀 대극장




오늘의 공연으로 중간 하차한 아역 선준이를 제외하면 빼면 아역까지 프랑켄 전캐 완성했다!
그동안 봤던 아역 아이들도 다 난 큰 호불호없이 잘하네 혹은 귀엽네 혹은 예쁘네 등의 감상을 하며 잘 봤지만 새로운 아역들도 둘 다 괜찮았다.
특히 서윤이는 남자애들 중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조에는 처음 등장할 때 너무 작아서 충격 받았지만 나이에 비해 연기를 하려고 그 작은 애가 애를 쓰는 게 기특했다.
이쁘고 똘망똘망한 아가였고 그 쪼그만 게 연기를 하겠다고 용을 쓰는데 맘이 찡해지는 기분ㅠ
사실 난 아역에 심하게 후한 편이라 평이 안 좋은 주디도 잘 보고 나왔지만 주디보다는 조에가 연기는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할 정도로 괜찮았다.

하지만 키 크려면 자야 할 시간에 저 어린 아이들이 출근하고 퇴근 해야 한다는 게 안쓰러웠다는 감상이 공연 중에 더 컸으니 곧 공연이 끝나는 것에 감사하며 아이의 연령에 맞는 수면을 보장받게 되길 기원하고 있다. 더 커서 연기에 입문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을 아주 어린 아역들을 보다보면 하게 된다ㅠ

전동석-최우혁 페어는 처음 프랑켄을 이 페어로 자첫한 뒤 다른 페어로 각각은 봤어도 둘로는 엄청 오랜만이었는데 꽤 흡족한 공연을 보여줬다.
뭔가 각잡고 길게 쓰기에는 디테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의 문제도 있지만, 지나친 애드립 없어 크게 나쁠 것 없이 깔끔한 공연이었다.

막공주이고 워낙 배우들 감정이 과해지기 쉽고, 동빅에 대한 근래의 평이 호 쪽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 날의 공연이 별로일수도 있겠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는데 꽤 흡족하게, 마음이 차서 공연장을 나왔다. 기본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의 성격이 달라진 건 없었지만 형들하고 할 때보다 동뉴에서의 전동석 배우는 상대적으로 쿨하고, 최우혁 배우는 앙리/괴물 양쪽 다 좀 더 성격이 강해졌는데, 한 쪽은 좀 넘쳐서 볼 때 한 번씩 피곤할 때가 있었고 한 쪽은 시원스럽지만 심심하기도 했던 터라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각자에게서 과하고 약하다고 생각했던 면이 조금씩 균형이 더 맞게 다가와서 재밌었다.

둘 다 마지막으로 본 때보다 목상태가 괜찮아서 넘버를 잘 뽑아줘서 시끌벅적하고 불량식품 같지만 듣다보면 자꾸 생각이 나는 프랑켄 넘버를 즐기기에 참 좋았다.
특히 동빅의 생창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으나 난 내가 들어본 것 중에는 제일 좋았기에 만족스러웠다.

이 날 공연에서 동빅의 온도가 아주 맘에 딱 맞는데 동뉴는 이 날이 막공이었고ㅋㅋ
앙리에게 관심이 아주 많았지만, 그게 자기 위주의 관심이었다가 같이 연구하면서 친해진 적당히 곁을 둔 친한 사람이자 동료 정도로 앙리는 대하는 빅터였는데, 동빅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불행해진다는 운명의 저주에 매몰된 인간이라 사람을 곁에 안 두는 성격이니 그런 친애의 감정이 있다는 것부터 굉장히 특별한 관계지만, 또 앙리가 동빅의 안에서 그 소중함의 층위가 아주 높지 만은 않은, 소중한 사람들 중에 앙리가 있으나 그게 제1도, 제2도 아니라 한 3,4정도 일 것 같은 빅터라, 한번씩 실험을 성공시키고 싶을 때 앙리를 보면서 뇌... 신선한 뇌..하고 망상에 빠지고 앙리의 희생 겸 죽음 이후에 그에게 부채감은 있어도 실험 자체에 집착하는 건 또 이해가 되는 정도의 온도였다.

자크 때는 괴물한테 귀엽다고 했던가, 이고르 퇴장 춤 보고 부끄럽다고 했던가 뭐 자잘한 애드립이 없던 건 아닌데 애완남편에 대한 애정이 좀 더 드러나는 혜경엘렌에 비해 좀 더 시크한 서엘렌의 온도에 맞춰서인지 덜 흥흥거리고 덜 이쁜 짓 해서 보기에 덜 부담스러웠다. 귀엽기는 하지만 난 자크의 애드립이나 잔망이 너무 강하면 왠지 극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동자크가 내가 전에 봤던 회차보다 튀지 않아서 좋았다. 동석배우 살도 많이 빠져서 빅터/자크 다 보기에 비쥬얼도 참 좋았는데 쓰다보니 비쥬얼이 더 괜찮아져서 내가 평가가 후한 건가 싶기도 하다.ㅋㅋ

최우혁배우의 앙리/괴물은 노선 자체는 뭐 달라질 건 없는데 단하미 도입부에서 더 깡깡하게 빅터에게 맞서다 과학의 목적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시점에서의 내면의 극적인 변화의 시작, 첫 재판장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어리게 굴다가 두려움을 누르고 신념과 친구를 위해 자기 목을 내놓는 결심이 굳어지는 과정 같은 게 이전보다 촘촘해져서 좋았다. 연기는 신인치고 참 좋다고 생각했던 배우지만 연기가 늘어가는 과정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 괜히 흐뭇하기도 했고ㅎㅎ 이날의 북극신 속 괴물은 내가 본 우괴의 괴물 중 가장 절절하게 빅터에게 앙리인 듯 애달프게 말을 하고 떠났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앙리가 희생하고, 그를 살린다고 한 실험의 결과로 룽게가 죽고, 엘렌이 죽고, 줄리아가 죽어버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빅터에게 처음 괴물을 탄생시킨 것은 앙리의 부탁이기도 하니 자신이 잘못한 것 만은 아니라는 빅터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을 면죄부를 없애기 위해 앙리를 또 죽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 같았다. 연기한 배우 본인의 생각은 모르겠다만 나에게 전해지는 그 감상이 아주 맘에 들었다. 특히 오늘은 북극씬 결투에서 동빅이 제발 이제 끝내!같은 대사도 해서인지 빅터를 북극에서도 가장 중심으로 몰아서 절대 탈출 못하게 만들기 위해 괴물이 슬금슬금 계획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흔적을 흘려서 포기도 못하게 도망갔다가 이쯤이면 되었다 싶어서 끝을 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앙리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갖게 된 앙리의 기억 속 습관이나 약속으로 빅터를 더 궁지에 몰고 처절하게 고독하게 만든 느낌. 그래서인지 그동안 본 중에 오늘의 북극씬에서의 동빅이 진짜 어느 것 하나 남지 않게 휑하니 외롭게 느껴져서 그 공허감에 눈물도 좀 났던 것 같아. 프랑켄을 본 중에 가장 맘에 든 북극씬이었다.

상처 노래가 끝나고 하늘 보면서 까트린느에게 하듯이 안녕 손 동작 작게 하는 거 원래 하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디테일을 포함하여 추가 된 이런 저런 자잘한 행동들이 조잡하지 않은 정도로 괜찮았다. 여전히 노래 스타일이 올드하다는 게 내 개인적인 취향권하고 멀긴 하지만 오늘 공연이 아주 맘에 들어서 다음 차기작이 영 안 끌릴 작품 아니면 한 번쯤 챙겨서 보고 싶어졌다. 노래 스타일 좀 세련되게 단련해서 잘 커줬으면 좋겠다:)

서에바/엘렌은 오늘 목 컨디션이 좀 아니신가 싶은 거 말고 딱히 특별할 건 없었고 아주 오래간만에 시하 줄리아/까트린느를 봤는데 이쪽이 간만에 좀 흥미로웠다.
안시하 배우 개인의 기준으로만 흥미로운 건 아니고 더블캐스팅인 지수배우와의 인물 해석 차이가 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동안 너무 외향적인 생김새에 치중해서 시하배우가 연기하는 줄리아와 까트린느 두 인물의 성격을 대충 본 게 있었는데, 서구적인 생김이라 이목구비의 자기 주장이 지수배우에 비해서 강한 시하배우의 외향적인 조건과 그 큰 이목구비처럼 큰 표정과 액팅에 무의식적으로 지수배우에 비해 줄리아, 까트린느 둘 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좀 더 열심히 바라본 시하배우의 인물이 지수배우가 잡고 가는 인물들보다 줄리아는 훨씬 여리고 어린 아가씨로 다가와 새로웠다. 까트린느의 경우에는 괴물을 품어주는 느낌으로 가기도 했고, 반복되는 폭력에 지쳐서 폭력 자체에는 좀 탈력감을 느껴도 인간 세상에 대한 체념과 분노가 교차하는 정도인데 거기에 큰 대비가 느껴질만큼 연약하고 어린 줄리아였다. 평화의 시대에서도 엘렌보다 줄리아가 더 놀라고 상처받는 느낌이라 엘렌을 감싸고는 있지만 줄리아가 더 속상한 것 같고, 빅터의 무시에 상처받는 것도 정말 조금도 예상 못 했다는 듯이 크게 충격받는데다가, 나는 왜 전에 빅터에게 '난 믿고 있어~그대의 선택을 믿어' 등의 이야기를 할 때 줄리아의 머릿 속에 빅터가 진짜 어린 시절 상처가 있지만 사실은 착하고 반듯한 왕자님이라는 환상의 외피가 있는 게 아닐까 싶게 순진한 느낌이었다. 재판정에서 빅터가 헛소리하는 거라는 아버지를 말릴 때도 빅터가 사람을 죽인 것도 정말 너무 욱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거 아닐까 믿는,(욱하다고 사람 죽이는 착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빅터의 행위의 원인이 선한 마음에 있을 거라고 믿기에 그렇게 강하게 변호하는 순진한 공주님 같았다.. 지수줄리아는 어떻게 다른 느낌이었던 건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쓸까 싶은데, 동은 막공 때 지수줄리아니까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건 미루고, 여튼 오랜만에 만난 시하 줄리아의 해맑음? 어림이 신선했다.

진짜 진짜 길었던 프랑켄이 이제야 드디어 정말 끝이 보이고 있다.
17일은 정말 흡족한 공연이었으니 진짜 재연 프랑켄슈타인 마지막 관극인 19일도 마음에 차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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