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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304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정영주 이정열 백형훈 오소연 안재영 임현수
공연장 -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


 

후기라기보다는 공연을 보면서 느낀 단상!
오늘 보고 참 좋았는데 그게 좀 의외였다.

넥은 작년에 칼린다이애나 정열댄 재림게이브 전성민나탈리 형훈핸리로 자첫하고 그때 재밌게 잘 보고 나와서 더 안 보려고 했는때 퐁당퐁당 챙기게 되었지만 나름 예뻐해서 필모 챙겨보는 편인 백형훈배우가 게이브 한다길래 오소리랑 재영헨리도 궁금한 겸 오소리-훈게이브만 맞춰서 잡아보니 정열댄 빼고 캐슷이 다 달라졌다.

이게 처음에 공연 시작할 때는 여전히 좋은 정열댄, 초면이지만 예쁘고 센 척 하지만 눈이 울망울망하고 노래도 좋은 오소리, 간만에 만나는데 약쟁인데도 거참 사람 설레게하는 재영헨리까지는 셋 다 맘에 들어서 이들에게는 오 좋네 하고 있었고 영주다이애나랑 훈게이브는 흠 좀 별로다 하고 있었다. 꼭 겉으로 히스테릭하고 부서질 것 같을 필요는 없지만 노래는 아쉬웠지만 캐릭터가 참 맘에 들었던 칼린다이애나랑 다르게 영주다이애나가 꽤나 담담해보였다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별로야.. 노래는 좋기는 한데 내가 원한 분위기랑 달라.'이러고 있었고, 훈게이브는 다정하고 착한 아들인 것 까지야ㅇㅇ인데 이게 그걸 넘어서서 변연출의 디렉션을 충실히 소화하고 싶은 건지 너무 유령처럼 구는 것 같아서 노래가 재게보다 성량 아쉬운 거 빼면 몸도 의외로 곧잘 쓰고 잘 소화하고 있는데도 노선이 맘에 안 찬 상태였다.

어 그런데 막.. 1막 난 '산이 그리워'부터 뭔가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나 떨어져요'부터 당황스러울 만큼 눈물이 막 나기 시작했다. 자첫 때는 아무리 끝이 희망적이어도 굿맨 가족의 삶의 무게가 너무 히스테릭하고 안타깝고 힘겨워서 엄청 차게 보고 나왔는데 오늘은 그렇게 눈물 죽죽 나다가 2막 빛에서 진짜 이들은 앞으로 행복해질거야. 빛을 찾아서 가고 있어.라는 마음이 휘몰아쳐서 진짜 벅차올라서 나왔다.

전에 본 거는 3열이고 오늘은 5열이라서 한눈에 다 잘 들어와서 그런가 별 쓰잘데기없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냥 뭐 다른 거 필요없이 배우들끼리 합이 잘 맞았던 거 아닐까..그래서 극이 전하는 메시지가 오롯이 들어온 거 아닐까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도 해볼만큼 좋았다.

다이애나는 이제 진짜 슬픔의 실체를 인정하고 땅바닥까지 내려간 뒤 날아오를 결심을 했고, 다이애나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변명 속에 자신의 아픔을 외면했던 댄이 스스로의 아픔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자신 역시 미쳐갈 것이 두려워 도망치지만 사실 혼자이고 싶지 않았던 외로운 소녀 나탈리는 같이 모든 아픔을 겪고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완벽한 짝이 되고픈 굳은 결심을 가진 소년을 만났으니 굿맨 가족은 이제 진짜 한발짝씩 좋아질 것이라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막 그 아픔 뒤에 고통 뒤에 찾은 희망이 쏟아져오는 느낌?

저번에는 예사롭게 넘겼던 최면 치료 때의 계단 아래로 내려갈 때의 다이애나의 불빛 찾기가 희한하게 귀에 박히더니 극 안에서 치열하게 힘들어하고 방황하고 아파하다가 길을 찾아서 새롭게 나아가기 시작하는 굿맨 패밀리를 보는데 램프를 하나씩 찾아들고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 같고.. 오늘에서야 넥을 제대로 느낀 것 같고 진짜 완전 만족스러운데 사실 배우들 노래가 완벽하지는 않았고 락스타 때 타이밍도 조금씩 삐끗해서 조명 좀 늦게 들어와서 미묘하게 응?스럽기도 했고 오케도 구렸고 심지어 훈게이브 노선은 안 맞았는데도 이렇게 좋다니 너무 신기했다. 사실 형훈 배우가 유령 혹은 뭔가 실체인 것처럼 연기해도 다이애나랑 댄이 철저히 슬픔 취급 해줘서 의외로 극 감상에 큰 지장이 없던 것도 있지만ㅎㅎ

여튼 위에 쓴 이런저런 절대 완벽하지 않은 조건들 속에서 난 처음으로 극을 제대로 만난 것 같은 감동을 받고 나오고나니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공연이라는 게 공연의 당일의 완성도와 꽤나 별계로 갈 수 있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내가 좋으면 레전이야!!같은 생각을 하며 공연을 봤지만 소위 말하는 '레전'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줘서 극도 좋았지만 관극 라이프에 유의미한 의미가 될 수도 있을 다른 관점을 스스로 생각해볼 계기가 되어준 점이 고마웠다.

넥은 참 좋은 공연이구나.
사실 난 박용호 대표가 남의 돈으로 덕질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페이를 받지 않고 출연해줬다거나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런 얘기들을 보면 그거 열정페이라는 거 아니야????하면서 좀 밉게 보는 편이었는데 넥으로 왜 그렇게 덕질하는 지 오늘로 좀 이해했다. 기왕 남의 돈으로 덕질할 거 좀 많이 벌어서 열정에 걸맞는 페이를 지급하는 열정페이로 실천하는 박용호 프로듀서가 되길 기원하게 될만큼 유의미한 관극이었다.

좋았다 정말! 160304 넥: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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