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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208 뮤지컬 드라큘라 밤공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박은석 임혜영 강홍석 이예은 진태화
공연장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난 왜 맨날 초연을 못 본 걸까ㅋㅋ
여튼 초연을 못 보고 오늘로 재연 드큘은 자첫자막이라서 그냥 오늘 처음 본 감상 그대로 씁니다.

줄거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예전이라 기억은 흐릿하지만 드라큘라 영화도 독일에서 예전에 만든 노스페라투도 다 봤는데(제대로 보려면 원작 소설을 봐야하지만ㅜ) 흐릿하게라도 기본 줄거리는 대충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워낙 좀 좋아한다.
타락천사라거나 드라큘라류의 신념이나 신앙을 가진 존재의 타락이나 절망으로 인한 배신 뭐 그런 거ㅎㅎ 만화 최유기에서도 그래서 팔계 배경이야기가 참 좋... 아 왜 자꾸 옆길로ㅠㅠ

여어튼!! 신을 믿고 그를 따르던 한 인간이 그를 위한 성전을 치르다 사랑하던 연인을 잃은 뒤 그런 절망을 자신에게 준 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끝없는 절망을 퍼트리다가 연인의 환생을 만나 그녀와 못 이룬 사랑을 다시 꿈꾸다 끝없는 살육을 반복하며 생명체도 죽은 자도 아닌 숭고함을 잃은 존재로 그녀를 타락시킬 수 없어 그토록 꿈꿔온 그녀의 손에서 존재의 소멸을 맞는다는 줄거리가 클리셰로 오래 전해져온 옛 이야기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딱히 구린 구석이 없어서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흠 근데 드라큘라가 그토록 (기다렸다고 볼 수는 있나 몰라.. 환생을 믿고 기다린 게 아니라 복수를 위해 드라큘라가 된 뒤 400년의 세월을 지내며 젊음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잃고 쇄락한 뒤 다시 새로운 삶을 좀 꾸려볼까 본거지 옮기려다가 엘리자벳사랑 닮은 여자한테 날 기억해!! 날 떠올리라고!!라며 세뇌하고 미천한 인간인 미나는 그 유혹에 세뇌당해서 자신이 엘리자벳사라고 믿어버린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늘 본 임미나는 그래도 환생체라는 해석으로 연기한 것 같고 은큘도 그렇게 치고 연기한 것 같으니까...) 오래 기다려온 연인과의 재회로 다시 열망과 열정에 사로잡혀 몇 백년의 세월을 인간들 속에서 그들을 이용하고 유혹하면서 얻었을 노련함을 잃고 흔들리다가 결국 스스로 이어오던 영원의 생을 끊게 되는 그런 건데, 그렇게 냉정함을 잃게 하는 열정과 흔들림? 그리고 그런 부분을 더 대비시켜줄 냉혹함과 잔인함을 오늘 박은석 드라큘라의 연기에서는 딱히 느끼지 못한 것 같다. 프레시 블러드에서 뭔가 굉장히 내내 플랫인 것 같았던 것 빼면 계속 웅웅거려서 막귀인 날 괴롭히던 조나단 넘버 때와 같은 고통을 줄 필요없는 좋은 성량과 배우 자체의 신체 조건이 주는 비쥬얼적 근사함은 좋은데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우라? 존재감이 약하고 연기가 너무 심심해서... 그래도 미나에게 기차역에서 옛 사랑을 고백할 때 좋았고 노래는 프레시 블러드 빼면 다 괜찮았다.

드큘 의상 괜찮은 듯 자세히 보면 요상한 구석들이 있던데 은큘은 기럭지가 워낙 훌륭하니까 그림으로 보여지는 부분들은 다 좋았다.

사실 보고 나서 느낀 감상은 메인롤이 아니라 반헬싱이나 조나단이었으면 되게 좋다하고 뿌듯하게 나왔을 것 같다 싶지만 존재감이 없다고 뭐라하기에는 그래도 임미나 빼고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좋았다.
극에서 본 건 처음이고 전에 이쇼에 주홍글씨 때문에 나왔을 때 노래 참 좋다하고 들었었는데 그때보다 노래가 더 늘은 것 같고?

위에도 썼지만 오늘 사실 은큘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존재감이 다들 약했고 음역대나 이미지 상으로 극에서 본인들이 맡는 배역하고 주요 배역의 인물 대부분이 안 맞는 것 같았다.

강홍석배우는 나이가 좀 젊기도 했다만 그래서 존재감이나 위압감이 약한 게 아니라 본인 음역대보다 높을 노래 애써서 소화하다가 목이 갈렸는지 깊은 어둠 속에서(맞나? 반헬싱이랑 드큘이랑 성량 전쟁하는 넘버)에서의 딱 본인 음역대 맞는 것 같은 특정 소절 몇 개 제외하면 고음은 약하고 저음은 쉰소리 나고.... 안 맞는 넘버로 2주동안 원캐로 부르느라 힘들었나보구나 안쓰러운 심정이 들긴 했는데 줄리아를 품에 안고 나갈 때 제외하면 노 존재감을 뽐내는 얄팍한 인물의 무게와 연기와 그걸 상쇄해주지 못할 만큼의 넘버 소화력이라 이걸 왜 한 거니...싶게 첫 인상이 참 별로다. 노래가 안 맞는 건 뭐 어쨌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뭐 우리나라 뮤지컬 업계에서 자기 음역대랑 이미지 맞춰서 골라서 연기가능할 레벨의 배우는 솔까 전무하고 자사 공연이라 출연하게 된 거겠거니 싶으니까.. 그런데 인물이 너무 심도없고 얄팍했다. 극 자체에서 뭘 해주는 게 없다고 보기에는 본인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너무 없는 느낌? 드라큘라에게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그를 없애는 것에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그를 위해 선량한 척 하지만 실은 미나를 이용하고, 미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조나단에게는 드라큘라에 대한 공포심과 책임감을 덧씌워서 미나의 곁에 머무는 것보다 길잡이 역할을 하게 조종하는 등 드라큘라를 해치우겠다면서 그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만 대하는 비인간성이 있고 성에서의 재회를 통해 이전에 반헬싱과 드큘이 그냥 재물의 남편과 사랑하는 이를 앗아간 괴물 이상의 우정이나 관계성이 있었음이 내포되기도 하고...  매력적일 부분이  엄청 많고 깊이가 얕은 인물이 아닌 것 같은데 오늘 내가 본 반헬싱은 그냥.... 좀 그랬다.

강홍석배우 전작들에서 평이 괜찮고 킹키로 신인상도 탄 것 같고 기대가 좀 많았는데 많이 실망스럽다ㅜ 본인에게 맞는 노래가 아니라고 연기도 약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예은 루시는 연기랑 노래는 평타친 것 같은데 극 중에서 내가 보면서 자연스럽게 기대할 인물 싱크와 이미지가 제일 안 맞았다. 여기도 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인데 자기 음역대보다 넘버가 높은 것 같아서 좀 쥐어짜는 느낌이 별로고... 난 이런 희생양 캐릭터는 좀 더 사랑스럽고 더 철없고 더 순백의... 백치의 그런 티없던 사람이 빨갛게 젖어드는 그런 게 취향이고 초연 캐스팅이 이지혜였던 걸 보면 극본 자체에서 추구할 인물상도 그 쪽인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아씨들 자매 중 막내인 에이미 정도의 이미지? 예은루시 앙큼상큼하게 이리저리 열심히 연기는 하는데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작은아씨들에서 둘째 조같아서 맞는 옷이 아닌 느낌이었다. 얼굴은 적당히 귀염상이지만 새침하고 조금 꼬인데 있는 씩씩한 둘째상인 본인 이미지를 뛰어넘을 만큼의 소화력은 아닌 것 같다.

근데 그래도지금 쓰려는 사람보다는 훨씬 나았다.
진태화랄까 진태화랄까 진태화...
사실 자기는 신인이지만 열심히 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잘은 못 하지만 기대도 없었어서 암 생각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을거다. 씨제스 음향팀이 일을 좀 잘해줬다면ㅠㅠ

성량 딸릴 수 있는 거 이해한다. 이해하는데 조나단 넘버마다 노래 좀 부른다 싶으면 스피커를 어떤 식으로 높여놓은 건지 너무 웅웅거려서 3층에서 보고 있는데도 듣는데 귀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ㅠㅠ
본인은 그래도 미진한 성량을 이상한 애드립으로 채우려는 악화일로의 길 대신 깨끗하게 음 맞춰서 부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 성량 맞춰주겠다고 음향이 웅웅거리니까 그냥 본인이 어떻게 부르든 듣기 싫어졌다.
나는 굉장한 막귀인데 내가 이렇게 청각적으로 거슬릴 정도면 귀 평균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테러일 듯.

쓰고나니 배우 잘못이 아니라 음향팀 잘못 같네ㅋㅋㅋ 근데 뭐 조금도 잘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막 거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아이돌이 뮤지컬을 할 때 귀에 깍지가 씌여서 성량 딸리지만 괜찮네, 열심히 해, 기특하군!하고 적당히 넘어갔던 내 과거의 콩깍지 씐 기억 빼고 아이돌 출신 배우 캐스팅 대극장 공연 본 적 없던 입장에서 이번 진태화처럼 엄한 스피커 장난쳐서 귀 아프게 하는 일이 예사라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덜컥 그래도 캐스팅 보드에 개인 이름 올라갈 만큼의 역으로 데뷔하는 게 탐탁치않은 분들의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로 열심히 함. 이상한 짓 안함. 이상의 장점은 못 찾겠다.

젊기는 확실히 젊고 몸이 안 뻣뻣해서 조나단의 침실 때 여기저기 훅훅 휘둘릴 때가 좋았다는 게 제일 좋은 점이었던 것 같다.

지금 쓰고 남은 사람들 중에 비중있는 인물은 미나만 남았고 그건 임미나였고 뒤로 미룬 건 그래도 제일 오늘 좋았던 사람이라서!
팬텀인가 아리랑 때 득음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는데 배우 개인이 주는 존재감도 넘버 소화력도 오늘 그래도 맘에 찬 배우는 임혜영미나 뿐이었다.
남격이랄지 레베카2 유툽 영상이랄지에서 내가 귀에 익었던 사람하고 동일인 맞나 싶게 노래가 늘었다.

은큘과 함께 자기가 부르는 넘버가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유일한 배우여서 들으면서 귀가 괴롭지 않아서 정말 좋았고, 연기는 1막에서는 그냥저냥 했는데 2막에서 최면 이후부터였나? 드라큘라에게 마음과 영혼이 쏠리기 시작해서 반헬싱에게서 드큘을 도울 단서를 찾기 위해 가면을 쓰려는 듯 다른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듯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선량하던 이전의 미나와는 다른 눈빛을 비추기 시작한 때부터의 인물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전까지는 사실 좀 밋밋했다. 쟤는 조나단한테 왜 가는 거야? 지고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고, 자신을 흔드는 유혹을 벗어나 현생에서의 연과 신념과 약속을 지키려는 뭐 그런 복잡다단한 면모가 딱히 보이지 않아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드큘의 이야기로 인한 각성에도 드큘이 아니라 조나단을 찾아 떠나는 감정선이 영 와닿지 않았는데,(은큘이 이야기를 풀어낼수록 너무 절절히 감격하고 젊어진 드큘과의 런던에서의 재회 때 되게 금사빠처럼 해맑기도 했어서 더더욱) 2막 이후에 다른 사람인 듯 자신과 인간세상을 지키겠다며 횃불을 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꿍꿍이와 근심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며 이미 마음 속을 지배하기 시작한 어두운 사랑에 기우는 부분의 감정선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 지 장막으로 가리워져있던 서로 껴안고 있는 남녀 조각상들을 미나가 장막을 치우고 드러내고 사랑을 인정하며 무너질 때 눈물이 찔끔나고 울컥하고....ㅠㅠ
그 순간 만큼은 그 닳아빠진 조각상들이 그렇게 돌마저 세월에 쓸려 깎일만큼 오랜 시간 그 조각상들처럼 영원히 사랑하던 엘리자벳사와 함께하고 싶었던 순정이 미나에게, 그리고 나에게 들이닥친 것 같았다.
설사 자신의 영혼이 엘리자벳사의 환생이 아닐지라도 그런 지독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싶어지게 만들 만큼의 지독한 집착이자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냥 그 찰나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공연에서 제일 좋았던 건 아무래도 그 순간인 듯.

굉장히 인상깊고 매력적이었던 무대 빼면 의상도 조명도 매우 촌스러웠어서 그런 면이 지루했는데 조각상이 드러날 때 감정적인 임팩트가 컸어서인지 미나가 존재가 소멸해버린 드큘의 관을 두드리며 오열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그래도 나쁘지 않은 감정적 기조를 유지하며 관극을 끝낼 수 있었다.
난 분명히 해피엔딩을 좋아하는데 뮤지컬에서는 왜 이렇게 지질한 사랑이야기에 감정을 빼앗기는 지 참 모를 일이다 싶다ㅎㅎ

드큘 무대 좋다는 얘기는 꽤 들었고 기대가 많았는데 진짜 휙휙 돌아가면서 레고 맞추듯 새롭게 조합되면서 바뀌는 무대가 정말 좋았다.
3층에서 봤는데 위에서 내려다봐서인지 더 신기하게 느껴지고 경사가 되었다 방이 되었다 드넓은 성이 되었다 공연 뭐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본 공연들 무대 중에서는 제일 신기하고 재밌고 기술적으로 공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싶었다.

그리고 넘버가 참 좋았다. 은큘이랑 임미나말고 넘버 소화를 맘에 차게 해준 배우들이 없었지만 뮤직비디오 몇개 찾아보고 기대했던 넘버도 처음 듣는 넘버들도 심장 툭툭 건드는 로맨틱한 구석과 짱짱하게 말초 신경 자극하는 시끌벅적함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뭔가 악기 중 몇개가 뿡뿡거리고 쾅쾅거리고 중후반부에 어딘가는 좀 뽕짝같기도 했어서 넘버들을 내가 세련되고 떼깔 좋은 사운드로 들은 느낌은 아니라 못 알아듣겠지만 원어 오슷이라도 좀 찾아들어볼까 싶은 맘이 들게 귀에 잘 맞았다.

이거 사실 재연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기간이지만 여튼 3연이 올라오게 되면 그때는 여배우들 의상이랑 이상한 조명이랑 역할과 이미지 혹은 음역대 씽크 어느 하나라도 맞는 배우들로 돌아오면 좀 더 좋은 자리에서 제대로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다.
내 개인적 취향을 비추어 보건데 다른 건 몰라도 캐슷만은 초연이 왠지 더 취향이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뭐 초연 올라온다하면 일단 상쩌리 석이라도 한 번은 봐두는 게 좋겠다 싶은 맘이 들게 해준 관극이었어.

드큘 삼연은 좀 더 좋게 돌아오면 좋겠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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