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0 뮤지컬 살리에르 낮공

 

캐스트 - 최수형 조형균 허규 이하나 이민아
공연장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살리는 나에게 참 이상한 극임.
초연 때는 본진인 성일배우가 나왔어서 봤는데 참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은데 이상하게 욕하고 끝이 아니라 자꾸 맘이 쓰여서 초연 때 결국 더블 캐슷도 한 번 보면서 전캐를 찍고 구린 거 하나하나 다 까면서도 나름 재밌게 보다가 좀 잘 바뀌었기를 바라면서 이번에는 본진도 안 나오는데 보러가고..

여튼 잘 만든 극은 아니지만 MSG같은 맛이 있고, 창작진 포함한 제작 스태프가 그들만의 리그 느낌을 매우 낭낭하게 내면서 자화자찬을 해도 이상하게 잘 되기를 바랐고,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극을 응원하면서 재연을 봤는데... 손을 댔으니 물론 괜찮아진 부분도 있지만 꼭 바꾸길 바랐던 부분이 내가 기대한 수준까지 좋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몇 안 되던 장점마저 사라진 그런 극이 되어서 돌아왔다ㅠ

초연 살리에르는 극이 서사가 빈약한 것 같아도 의외로 인물들 캐릭터성은 명확하고 관계도도 간결한데다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유치하고 직설적인 가사들 탓에 극 자체가 그래도 이해 못 할 부분 없고 몇 개 있는 개그씬 빼면 슝슝 진행되는 시원스런 맛이 있었는데 그걸 보강하고 싶으셨는지, 아니면 극장 크기가 커졌다고 좀 있어보이는 클리셰들을 더 추가하고 싶었는 지 이상한 사족이 붙으면서 간결하다는 장점이 사라지며 극이 축축 늘어지게 바뀌었다.

욕하기 전에 깔아놓을 몇 안 되는 좋게 바뀐 건 앙상블이라도 확 늘린 것과 여전히 열심히 하는 초연 배우들? 이날의 초연 캐슷 배우들인 최수형 조형균 이민아 배우는 초연 때도 참 애쓴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애썼고, 여전히 괜찮았고, 뉴까뜨리나 중 한 명인 이하나는 뭐 그렇게 엄청 잘하지는 않아도 나름 성악발성 쓰면서 열심히 꾀꼴꾀꼴하려고 하면서 무난하게 극을 소화해서 배우들은 뒤에서 뭐라 할 허규 모차르트 빼면 괜찮았다. 개취의 부분이겠지만 앙상블이 많아서 합창소리가 꽉 차는 게 호였고, 새로 추가된 모차르트에 열광하는 떼창 넘버도 곡의 완성도를 평가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네 싶었다. (무대가 저렴해서 그렇지) 작곡에 전념하는 것 같지만 젤라스의 형상을 빌어 모차르트의 공연을 훔쳐보는 살리에르와 매진 사례에 도취되며 성공가도를 걷는 모차르트의 모습이 추가된 게 줄거리적인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여겼음. 1막 초반에서 요제프의 대관식을 위해 살리에르가 작곡한 곡인 나의 영광을 노래해에서 춤추는 앙상블들의 몸매와 안무의 완성도의 허접함이 뿜겼어도 곡이 좀 더 풍성해진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럼 뭐해... 지금 극장 크기와 사람 수만 늘고 극이 돈을 들여봤자 허접해보이는 게 변하지 않았는데ㅠ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세종엠에서 올라왔을 때 대충 5-6만 정도의 극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극은 VIP 10만원 짜리 극이 되었다. 보통 대극장 공연 뷥석이 이제 12~14만원이 되었기에 나름 대극장인 BBCH에서 한다고 할 때 오히려 극장 규모에 비해 저렴한 공연같기는... 현재 극장의 규모에서 기대할 만큼의 비쥬얼적인 완성도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초연보다는 무대에 돈을 들였어. 초연에는 되게 저렴해보이는 유리 판을 뒤에 세워놨었고, 소품 들어갔다 나오는 거 말고 별다른 무대 전환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기본적으로 집착하는 유리창틀벽은 여전히 있지만 나름 오페라 하우스랑 객석을 세트를 끌고 와서 구현하기도 하고 뒤에 그림 배경을 넣기도 하고, 계단도 쓰고, 살리에르네 작업실인지 거실인지에는 책장도 3개인가 4개 위에서 내렸다가 올렸다하고 딱히 예쁜 건 모르겠지만 천장에서 샹들리에도 내려갔다 올라간다. 앙상블들도 엄청 많이 쓰는데 그 사람들 다 옷도 다르게 만들었고, 카트리나랑 테레지아 옷도 새로 해서 입혔다. 그런데 그럼 뭐해.. 초연보다 의상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봤자 옷 소재가 놀이공원 퍼레이드 의상 수준이고, 무대 세트는 대형 아동극 수준의 완성도인 걸ㅠㅠ 돈을 더 들여봤자 bbch 수준의 크기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고자하는 관객의 기대치에는 너무 못 미친 결과물이라 난 어지간히 잘 팔린 대극장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 정가를 주고 이 공연을 봤다면 돈 아까워했을 거고 허접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확신하고, 이런 저런 저렴한 결과물 돈 들인 결과물 다 본 내가 보기에는 당연히 더 별로였다.

큰 극장에서 보는 공연에서 관극 경험과 상관없이 관객들은 일정도 이상의 시각적인 화려함? 적어도 완성도를 원하는데 이 극은 지금 세트와 의상의 퀄리티가 너무 저렴하다. 좀 좋은 소재로 옷을 만들면 큰일 나나? 돈 들여서 애쓴 걸 알겠는데 애만 쓴 거 같다.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하는데 규모만 어색하게 키웠고 내실이 없다. 표값이 올랐어서 오른 만큼 좀 떼깔이 좋아지길 바랐는데 떼깔이 조금 나아져봤자 10만원에 못 미치는 허접함이라ㅠㅠ

차라리 규모 그대로 두고 유니버셜이나 세종엠 크기를 유지해서 올리지 왜 극장을 키웠는지 이해가 안 됨. 어차피 돈을 들여서 개작을 할 거면 세종엠 크기를 유지하고 디테일을 강화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초연 살리는 그래도 가격 대비로 궁금하면 그냥 시도해봐라고 남들에게 추천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노할인으로 쉽게 추천하기에는 극의 비쥬얼이 가격에 너무 못 미쳐서 욕먹을까봐 추천 못 하겠다.

그리고 극의 서사적인 깔끔함도 사이즈를 키우면서 있어보이고 싶었는 지 1막 전반에 추가시킨 인물들의 정치적 대립 설정과 그걸 보강하겠다고 만든 대부분의 대화로그가 너무 축 쳐지고 사족이어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황제 요제프를 개그캐로 잡고 가는 거 초연 때는 극 자체에서 짧게 지나갔고, 다른 장면에서 지나치지 않아서 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요제프는 과하게 웃긴 인물인데 그런 인물을 놓고 살리와 모차를 앞세워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시종장과 발자크의 정치적 싸움이라는 추가 설정이 어이가 없다. 정치적인 대립의 도구로 살리에르와 모차르트가 이용된다는 꽤 진지한 떡밥같은 걸 뿌리고 싶다면 그렇게 정치 세력이 음악이라는 무기로 들이대고 싶을 만큼의 권위가 요제프에게 보여야 하는데 추가 설정의 중심축이 되어야 하는 인물인 요제프가 초연보다 더 새털같이 가벼운데다가 연기를 지나치게 더 못함. 요제프 웃기지도 않는데 대립 상황 심화하겠다고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첫 대면 장면 이후 요제프의 작곡 선물로 이어지는 부분이 엄청나게 늘어져서 진짜 보면서 실시간으로 하품 나려는 거 간신히 삼킴.

뭔가 있어보이고 싶어서 설정을 더 넣었으면 그 설정이 추가 되었을 때의 전체 그림을 생각해서 극의 무드와 톤도 조정해야하는데 시종장이 모차르트 너무 잘 나간다고 살리 너 곡 준비 잘하고 있냐고 살리한테 안달복달하고 살리가 나는 음악을 정치적으로 안 쓸거라고 서로 나름 심각하게 받아치는데 요제프의 환심을 사는 일이 무게감이 없으니 그 장면이 하나도 안 심각하게 다가온다. 요제프를 조금 엉뚱한 황제 정도로 설정해도 황제의 사랑 이후에 모차르트에게 얼굴 싹 굳히고 분노하면 앞에서의 태도와 대비가 충분히 될텐데 개그캐 하나 넣어서 초반에 웃기고 지나가겠다는 강박도 못 버리는 수준이니 극의 전체 무드가 널을 뛰고 늘어질 뿐.

그리고 적어도 설명 안 되는 캐릭터는 없었다는 게 장점이었는데 나름 중요한 인물인 카트리나가 되게 철없고 이상한 애가 되어서 나타나버렸다.

초연 카트리나는 가난해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가면쓰고 무도회를 즐겨도 피아노 옆에서 얼굴 다 드러내고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했지. 극 초반에 요제프에게 모욕을 당하고 살리에게 혼나는 도중에 내가 재능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고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같은 말도 함.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하고 있고 자신의 재능에 대한 믿음도 없는 무기력한 존재. 세상사가 제 맘대로 되지는 않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인생이 시무룩하지. 난 초연 때 그런 카트리나라는 인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지만 극 자체에서 인물의 완성도가 살리 속 모든 인물 중에 가장 탄탄했고 설득력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재연 카트리나는 집이 가난해서 술집에서 알바하는 설정이 빠졌다. 얘가 술집에서 밤에 노래하는 이유는 자기는 노래 하는 게 너무 좋아서 무대를 가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 황제 대관식에서 데뷔할 기회가 코앞인데 전 무대를 가리지 않아요 하면서 밤에 술집에서 몰래 노래부르는 철딱서니... 하 이런 애를 뮤즈라고 살리에르가 너와 나의 멜로디를 완성하고 싶다고 아련하게 걔 떠난 뒤통수보면서 노래하는데 쌍으로 둘다 이상한 애들 같고... 카트리나 진심 이해 안 되는 이상한 애가 되었다ㅠㅠ

초연 카트리나는 살리를 배신하는 것도 내 기준에는 납득이 가능했다. 집이 가난해서 노래하는 사람이니 얼마나 절실했겠어. 살리는 너가 할 수 있다했고 그의 진실된 위로와 격려에 감격도 해서 더 잘해봐야지하고 힘을 냈지만 생활고에 지친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자신감도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확신은 없던 상황이었는데 모차르트는 카트리나의 가능성과 능력 자체를 긍정했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음악을 연주했지. 여유라고는 없던 카트리나가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느끼게 해줬기에 은인과 같은 살리에르를 배신하면서까지 모차르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거! 단순명료하면서도 이해가 쉬운 진짜 깔끔한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카트리나를 썅년이라고 했어도 난 그 아이를 이해는 했다. 머리스타일이 너무 별로라 좋아하지 않았을 뿐.

그런 카트리나였기에 딱히 아름다운 비쥬얼은 아니어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씬이 있었는데 카트리나 설정 바뀌면서 그것도 다 무너졌다. 오늘 밤을 마시자 넘버 때 술집에서 카트리나를 모차르트가 발견하는 것부터 오 사랑 오 음악으로 넘버가 이어지는 씬 전체를 참 좋아했는데 주요 인물 셋의 감정선이 아주 선명하게 잘 드러나는 데다가 로맨틱한 무드가 있어서 넘버 가사가 엄청나게 허접해도 난 살리 볼 때마다 그 장면에서 뭉클했었는데 그 장면의 설득력이 사라짐. 사랑에 빠져서 감미로운 음악으로 그녀를 표현하는 모차르트, 자신도 모르던 나의 음악을 발견하고 그걸 연주하는 모차르트로 인해 그동안은 모르던 자신의 음악에 감동받은 카트리나,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연정의 대상이자 뮤즈인 카트리나가 모차르트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 2층 무대인 모차르트의 집에 숨어들어간 살리에르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에 매료되어서 감동과 질투에 사로잡히지. 이제는 캐스팅 보드에서도 카트리나에게 밀려난 테레지아를 제끼고 극 속에서 살아있는 존재 중 가장 중요한 세 남녀가 어떤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꼬이게 되는 지 나타나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재연 때도 그랬어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의 카트리나 인물 설정에서는 그게 불가능함. 지금은 노래하는 게 좋고 무대에 서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는 건 그냥 천지분간 못해서 일의 경중을 모르는 거지라는 감상 이상을 줄 수가 없다. 밤무대 서느니 황제 대관식 빡세게 연습해서 제대로 데뷔하는 게 누가 생각해도 오래 노래할 수 있는 길인데 술집에서 노래하면 못 한다고 욕 안 먹으면서 노래하니 가는 거겠지라는 기분 이상을 느낄 수 없음. 인물이 너무 가볍고 자기 음악에 대해서 성찰이  없어서 카트리나가 모차르트에게 감동받고 마음을 여는 과정의 임팩트가 없다.

재연 살리에르가 한 것 중에 제일 잘 한 게 '연습한다면'이랑 '나에게는 아내가 있어' 따위의 허접한 가사를 몇 개 뜯어 고친 것도 있는데 그렇게 가사를 바꾸면서 특히나 나에겐 아내가 있어 넘버가 카트리나의 등 뒤에 대고 너와의 멜로디를 완성하고 싶다는 우회로로 방향을 틀었다. 너 좋아해서 니가 내 노래 잘 불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지만 뭐야 저거 불륜이잖아. 같은 상상을 안 하고 싶다면 안 할 수 있을 만큼의 정리. 그런데 그런 꿉꿉함을 걷어내게 했으니 카트리나가 음악에 관심이 많아야 하는데 정작 애가 음악에 성찰이 없다니 하... 할 말 없다. 근데 이부분과 연결해서 카트리나 디테일 또 이상해진게 원래는 노력한다면 넘버 끝나고 자신을 위로해주고 격려하는 살리에게 감동한 카트리나가 제자로서 살리에게 포옹을 한 뒤 악보를 소중하게 껴안고 뛰어 나가는데 재연에서는 난 잘 모르겠어요 하고 그냥 울면서 뛰쳐나간다. 카트리나가 살리에게 동질감과 감명과 감사를 통해 그에게 일정도 이상의 교감을 해서 카트리나의 발전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이 무슨 앞 뒤 안 맞음인지 개작의 방향을 이해할 수가 없음.

카트리나는 초연 때는 이상한 가발로 배우를 안타깝게 하더니 이번에는 인물의 설득력을 소실시키고...
뉴캐인 이하나배우 노래 나름 열심히 잘하고 열심히해서 서사 부족한 인물 잘 해내려고 애써서 안쓰러웠음.

근데 여튼 이렇게 1막은 바꾼 게 이상한데 2막은 또 하나도 바뀐 게 없어서 문제임.
1막 고치다 지쳐서 2막은 놓은 것 같다.

재연 보면서 1막에서 맘에 들었던 게 하나 있었다. 살리에르와 젤라스만 오피 피트 위를 걷는 것.
오피를 닫아놓은 상태에서 본 무대가 피트보다 성인 종아리 반 정도 높이까지 될만큼 높은데 그렇게 단을 살짝 높였고, 무대 좌우에 커튼도 달려 있어서 무대 자체가 좀 프레임은 없지만 액자 같고, 살리에르와 젤라스만 오케 피트 위를 걸어다니면서 지휘도 하고 움직이기도 했다.
본 무대와 살리를 분리해서 오케 피트 위를 유일하게 자유롭게 거니는 살리와 젤라스의 동선으로 이 극이 모두 살리에르의 기억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젤라스는 유형의 창조물이 아니라 살리의(혹은 다른 인물들의) 형상화된 질투라는 건 시각적으로도 나타내는 거구나 싶어서 그래도 뻔하지만 명료하게 무대를 쓰는 부분도 있네.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왠걸... 2막에서 초연 때랑 똑같이 질투의 속삭임에서 똑같이 앙상블이 관객석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오케피트를 침범하고 바깥에서 극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지?하고 실시간으로 짜식고 말았다.

그 장면 전까지는 오케 피트 위는 살리와 젤라스만의 공간이었고 그런 공간 분할로 이 극이 살리의 내면의 회상이며 젤라스와 살리는 사실 한 인물과 그의 파생체임을 연출하고 있다가 그냥 무대 좌우에서 쏟어져 나오는 걸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대중의 비난과 조롱을 초연과 똑같이 가는 안일한 방식으로 구현하면서 배우들의 관객석에서 움직여서 무대 위로 올라가니 관객들은 정신없이 그거나 보고 있어서 집중력 흐트러지고, 앙은 되게 많아서 오래도 걸어 올라가니 씬 자체가 지저분하고 산만해졌을 뿐더러 (나 혼자 오해한 걸까..) 동선으로 표현하던 연출적 의도도 소실되는 어이없는 결과물이 튀어나와버렸다.

2막의 충격은 거기가 끝이 아닌데 살리 넘버 중에 제일 무성의하며 지킬 in his eyes 열화 카피 낭낭해서 무조건 없애거나 최소 곡을 다시 쓰길 바랐던 '누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나' 리프라이즈가 그대로다. 다시 들어도 별로다. 카트리나랑 테레지아가 노래 열심히 해도 애초에 곡이 별로인 걸 까방할 수는 없다!! 구려!! 구리다고!! 근데 그걸 계속 남겨놨어 젠장ㅠㅠ

1막은 이상하게 바꾼 게 문제고 2막은 너무 그대로라 서사가 흐트러졌고ㅠㅠ

무대, 의상, 서사적 완성도, 캐릭터 완결성 다 볼 구석 없는 건데 심지어 음향이 말도 안 되게 별로다,
진짜 충격적으로 별로.
그 상황에서 배우들이 초연 때 어떻게는 열일해서 하드캐리하려고 애쓰는데 이제 배우가 하드캐리해서 채워넣기에는 극장이 너무 크다ㅠㅠ

거기다 그래도 애쓰는 구나하고 볼만은 한 다른 주요 인물과 달리 허규.. 허규 왜 그래. 노래 왜 그렇게 불러요?
목이 되게 안 좋은 것 같긴 했다.
말하고 노래하고 뭘해도 목이 갈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갈린 목소리로 나의 음악 샤우팅 하나 빼면 모든 넘버를 몇 키 낮춰서 부른다.
그런데 난 사실 원래 노래 낮춰부르는 거 별 생각이 없다.
노래랑 연기 중에 뭐 하나라도 괜찮으면 된다는 주의임.

문제는 허규 배우의 모차르트는 연기가 노래보다 더 별로다.
자유로운 영혼인 모차르트,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영혼 뭐 그런 노선일거라고 끼워맞춰주려면 할 수 있는데 그냥 대충 연기한다.
나름 시대극인데 껄렁한 말투로 툭툭거리는데 모차르트라는 실존 인물이 그렇게 고상한 인물은 아니었어서 헐랭하게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연기를 안 하는 수준.
사실 뭐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배우도 인물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질 만큼 무성의했다.

혹여 3연 온다면 꼭 그때는 진짜 꼭 극이 잘 바뀌어서 발전했구나 기뻐할 수 있게 변했으면 좋겠는데...
삼연... 그거 가능할까. 모르겠다ㅠㅠ
지금으로서는 HJ컬쳐 돈 벌긴 글렀네 그 이상의 감상이 안 나옴ㅠㅠ

하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