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60228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낮공

by All's 2016. 3. 12.

 


캐스트 - 고영빈(톰) 이석준(앨빈) 
공연장 - 백암아트홀





나는 삼연으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솜)을 처음 만났고 처음 보았던 페어가 바로 이석준 고영빈 페어였다.
처음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았기에 오히려 아름다웠던 내 감상이 흐려질까봐 둘의 상대역을 바꿔가면서 몇 번 더 봤었는데 아무래도 이 둘을 또 안 보고 보내면 나중에 후회하겠지 싶어서 막공을 봤는데 안 봤으면 후회했겠다 싶게 과하지 않은 애드립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잘 끌고간 깔끔하고 감정도 충만한 좋은 막공이어서 후회가 없다.

솜은 처음 줄거리를 봤을 때 생각했던 거랑 극 내용이 정말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그 줄거리를 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이 정말 좋았다.
오디 신춘수 대표가 솜을 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걍 이곳 저곳 커뮤에서 주워봤는데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는 이야기쟁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맘을 갖게 한 이야기였다.

그냥 이야기로만 보면 어릴 때부터 참 잘 지냈던 톰과 앨빈 중 톰이 독특한 친구인 앨빈과의 추억, 그의 재기발랄한 발상을 동화로 그려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시골 구석을 떠나지 못하던 특이한 애 앨빈은 부모와 친구 모두와의 감정적 고리가 끊긴 뒤 서글픈 죽음을 맞고, 그 뒤에 톰이 앨빈의 송덕문을 작성하면서 그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떠올리다 자신의 내면 속 답을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앨빈의 죽음을 만들어낸 자신과의 단절, 앨빈이 죽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한 치열한 톰의 고민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고 사이사이 박힌 메세지도 너무나 따뜻했다.

이 극에서 제일 유명한 넘버는 아마도 나비겠지?
나비와 이게 다야, 눈 속의 천사들 이 세 넘버의 가사만 파헤쳐도 솜이 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완전히 전달될텐데 난 그 세 넘버가 정말 너무나 좋았고, 노래 실력은 정말 둘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답답하지만 이 세 가지 넘버들을 위해 톰의 기억을 파헤치는 동안 톰의 머릿 속 존재이던 앨빈에서 점점 한 사람이 되어가던 이석준의 앨빈과 너무나 아꼈지만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멀어지게 되었던 친구를 다시 이해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어서 치열하게 고민하던 평범해서 너무나 큰 실수를 했고, 그럼에도 치열하게 다정했던 고영빈의 톰이 만드는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넘버 소화력까지 다 넣어서 이번 솜에서 나에게 가장 좋은 울림을 선사한 공연은 이석준-강필석의 공연인데, 이 공연에서는 석앨이 실제 자기보다 동생인 필톰이 영 귀여운 건지 친구-친구가 아니라 동생같은 친구처럼 톰을 대하고, 필톰 역시 마음의 일정 부분을 앨빈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지신의 일정 부분을 앨빈에게 의존했다가 그걸 잃었다 찾게 된 것 같아서 앨빈이 아니라 톰의 성장과 위로가 더 크게 다가와서 앨빈 중심으로 이 극을 받아들였던 나에게는 석고가 제일 특별해진 것 같다.

석고에서의 석앨과 고톰은 정말 서로가 너무나 특별했고 아꼈던 좋은 친구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앨빈과 톰의 애정도라고 할까. 그 인물의 마음 속과 인생에서 그 사람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톰에게 있어서 앨빈이 더 컸던 것 같다.

톰에게 앨빈은 앨빈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고,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는 또라이같은 앨빈이 자신의 할로윈 복장을 알아준 것처럼 자기의 마음 속 숨은 어떤 감성을 이해해주는 소중한 존재였겠지. 하지만 그에 비해 앨빈에게 톰은 무언가의 대체제이기도 한 존재였기에 그 자체로 더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앨빈의 세계는 엄마와 아빠만이 있었고, 자신은 그 둘의 완벽한 합이라 행복했던 작은 아이의 세상에서 엄마가 사라지고, 톰은 비워지지 않는 엄마의 자리 때문에 늘 마음이 외로웠던 자리를 채워준 약간은 더 도구적인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외롭고 마음 한 구석이 빈 앨빈에게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 멋진 인생의 클라렌스 천사로 선생님이 소개해준 톰과의 만남은 이제는 영화처럼 한 순간의 기억으로만 남은 엄마의 흔적을 생동하는 인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 큰 의미였겠지.

그런데 톰이 앨빈이 했던 작은 이야기들, 순간들을 '나비'라는 이야기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 이야기라는 영원한 생명으로 다시 움트게 하면서 소중한 친구이자 엄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던 존재인 톰의 위치가 앨빈에게서 자신의 작은 이야기들, 순간들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앨빈에게 톰의 이야기의 원천이 자신과의 추억, 자신의 말에서 나온 영감인 것이 소중했던 건, 사랑하는 친구 톰이 작은 나비가 일으킨 파동이 큰 바람이 되듯 어쩌면 보잘 것 없을 수 있는 자신의 인생과 추억들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는 것이 주는 감사함이 너무나 컸기 때문일텐데, 영원히 남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이 남의 이야기를 빌려쓰는 것 같다는 불안으로 잠식당한 톰은 자신의 이야기는 너와 상관없는 것이라며 앨빈에게 이야기의 단절을 표했고, 소중했던 아버지와 그 추억으로 마을과 책방에 매여있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초라해진 자신과 톰의 연결고리마저 끊겨버린 앨빈은 그냥 그렇게...

여튼 그렇게 앨빈이 떠나고, 앨빈을 떠나게 한 건 자신의 무엇이었을까.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톰은 송덕문을 쓰면서 이야기를 더듬다가 앨빈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가졌던 의미를, 그래서 자신이 앨빈과의 추억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비록 순간의 엇갈림으로 이 세상에 실체의 앨빈은 없어졌지만 앨빈이 나비에서 그렇게나 처음에는 놀라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지으면서 웃게 한 감동의 순간을 톰이 자신과 앨빈 모두를 위해 이어갈 것으로 느껴지는 석고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참으로 좋았다.

아마 석고의 앨빈은, 톰의 오지말라는 이야기에, 아버지의 삶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 남겨주지 않은 톰의 행동에, 앨빈이 지난한 삶을 이어가는 희망이었던 톰이자 앨빈의 이야기와의 톰의 단절 선언에 많이 아팠겠지만, 그래도 톰이 동화를 써서 세상에 앨빈의 생을 아름답게 살게 하는 동안의 행복을 하늘나라에서 느끼고 있을 것만 같아서 눈천사부터는 몇 번이나 지고 다시 내리고 지고 하지만 또 찾아오는 눈처럼 앨빈이 끝없이 행복할 것만 같아서 그게 너무나 아름답고 감사해서 이게 다야부터 에필로그까지가 그렇게 감격스럽고 좋았다.

자첫 했던 때 남긴 감상을 보면 지금하고는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한 부분이 있다.



---------------------

151204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고영빈 이석준. 너한테는 수천가지의 이야기가 있어. 너와 나의 이야기. 토마스와 앨빈의 사소하고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나의 이야기. 오늘이 내가 앞으로 볼 솜을 통틀어 가장 좋은 공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공연은 그 어느 날도 처음을 잊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일어설 수 있었다. 참 예쁜 이야기. 너무나 따뜻한 품. 정말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감사할만큼.

처음 톰이 앨빈에게 나비를 읽어줄 때, 앨빈이 상처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순간 앨빈의 표정이 슬프면서도 따뜻해서 앨빈은 톰이 자신과 함께 한 기억들로 수천개 중 하나씩의 예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참으로 사랑하는 친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자신의 영감과 이야기들을 그렇게 예쁘고 소중하게 톰이 그 추억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느끼고 기쁘기도 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앨은 너무나도 톰의 환상 속 천사라 그 모든 게 톰의 마음 속의 기원의 발로일 수 있지만, 4일 고톰에게 나비를 전해듣는 석앨빈의 표정에서 슬픔만이 아니라 감동과 사랑을 느낀 나로서는 나비가 슬프면서도 정말 아름다웠다. 할로윈 파티날 나에게 온 천사가 나와의 이야기로 자신의 꿈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앨빈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분명히 행복하기도 했을 거야.. 그렇게 느껴졌고 그래서 나비가 슬프면서도 참 아름다웠다.

-----------------------

이런 느낌으로 써놨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페어들을 보면서 처음 본 날에 대한 마음 속 감상이 지금 쓴 것처럼 바뀌게 되고, 석고의 마지막 공연에서 내가 느꼈던 행복감을 다시 전달해줘서 그냥... 정말 많이 고마웠다.

노래를 둘 다 너무 못 하니까 싫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싫었을 페어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행복했고... 둘 다 진짜 다시는 안 할 것처럼 무대인사를 하던데 난 번복을 해줘도 고마울 것 같다ㅠㅠ

정말 좋았다. 다시 꼭 만나고 싶을 만큼.




더보기

(+)트윗 감상

160228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세미막 이석준 고영빈. 페어막은 원래 피하는 편이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간 내 선택이 후회되지 않았던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내 삼연 솜 자첫 자막 페어 안녕ㅠㅠ  솜은 보았던 모든 페어 전부 사랑이었지만 석고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는 마음, 혹은 그 핑계로 엇갈렸고 멀어졌던 앨빈과 톰이 이야기를 통해 결국 이해하게 되고, 엇갈렸던 둘이 this is it부터 에필로그까지 다시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톰이 자신의 이야기 속, 그리고 자기 안의 앨빈을 감싸안으며 앨빈과 톰 모두가 영원히 피어날 것 같아지는 그 순간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따뜻하고 그래서 슬프지만 정말 사르르 눈이 빛나듯 아름다워서 정말 좋았다.

처음 솜을 나에게 만나게 해줬던 날도, 오늘도 그랬고.. 나에게는 앨빈의 눈으로 보게 되는 이 이야기에서 가슴이 저리고 아프고 원망스럽다가도 결국 다시 만난 친구와의 따뜻한 화해로 앨빈을 인정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석고의 솜은 포기하지 않고 앨빈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했고 이제 그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인 이야기들로 앨빈을 안아줄 톰을 믿게 되기에 정말 큰 위로이고 감동이었고 그렇게 남을 것 같다. 삼연 솜 해줘서 고마워요 석앨 고톰ㅠ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