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전동석 박은태 이혜경 이지수 이희정 홍경수 아역 오지환 김민솔
공연장 - 충무아트홀 대극장
나에게는 동은 자둘이자 자막, 딱 노린 건 아니지만 아역까지 자첫 때랑 캐스트가 꼭 같은 동은과 지환민솔의 프랑켄 각자 막공이었다.
막공 주 주연 캐스팅의 개별 막공의 시작이라서인지 앙상블부터 좀 기합이 들어간 느낌이었고, 매진에 가까운 막공주 공연답게 객석이 무지막지 덕덕했고, 그래서 원래 극 안의 웃음 포인트에서 안 터지고, 그렇게 막 웃길 타이밍은 아니나 재관람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애매하게 웃긴 상황인 타이밍에서는 웃음이 터져서 약간이라도 관조적이거나 전체 객석 분위기만큼 동화되지 못했는데 그런 포인트 싫어하는 사람(=나....)은 웃으면서 기분이 꽁기한 전형적인 막공주의 아쉬울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공연 자체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던 날이었다.
북극씬 마지막에 은괴는 '내 친구 빅터', 동빅이 '이렇게 보낼 순 없어'만 하지 않았다면 건조한 걸 조금 더 선호하는 내 취향 상으로는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들만의 리그 느낌이 날만큼 배우들 감정이 앞서나가서 질리고 부담스럽지는 않아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같은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다. 대극장 공연인데도 내 기준에 굉장히 매니악한 관객층을 가진 이 공연의 막공의 온도치고 깔끔했고, 앞서 말한 현웃 터지는 부분 빼면 주연 배우는 당연하고 대부분의 배우와 앙상블들이 꽤 공들여서 공연하고 있는 느낌이고, 2층이라 음향이 덜 나쁜 걸 수도 있지만 평소보다 스피커가 귀도 안 괴롭히고 크게 나쁘지 않았다. 생각할 수록 이야기의 빈 구석이 거슬려서 나 이거 어떻게 계속 보나 싶었던 프랑켄 자첫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꽤 깔끔하게 예쁘게 안녕할 수 있게 해준 공연이었다.
사실 공연 들어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동은에서의 동빅과 은앙괴의 각자 기본 노선의 합 자체는 잘 맞지만 둘 다 감정이 담뿍 들어가면 부담스러워져서ㅠ 나는 배우 손끝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까지 집착하면서 그 날의 감정선을 파악하겠다는 식의 회전문을 돈 경험이 있지만, 이상하게 프랑켄은 유난하게 차게 보게 되어서 그런 걱정을 한 것 같다 대놓고 만들어 둔 신파라 자둘 이상부터 자체 인터로 두는 분들이 많은 넘버인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랑 그 날의 내가를 진짜 신기하리만큼 꼭 눈물 찔끔할만큼 감정이입 쉽게 하면서도 프랑켄 극 자체에는 감정 이입이 유난히 잘 안 됐었다. 그래서 아끼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어린애같은 동빅과, 생명을 살리고 지키고 싶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누구도 제대로 구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책망하다가 신의 위에 올라서서 생명을 직접 주관하고 한계를 넘는 주체가 되자는 빅터의 꿈에 감명받고, 그 꿈과 이상에 가졌던 애정과 지지가 그 이상을 가진 자인 빅터 자체에게 덧씌워져서 그를 위해 희생하는 것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을 만큼 맹목적이고, 나중에 빅터의 배신 아닌 배신에 더더욱 절망하고 울부짖게 되는 은앙괴의 합이 감정이 넘쳐지면 그 넘실대는 감정들을 보여주는 온갖 행동의 의미를 그냥 보면서 느끼는 게 아니라 '저게 그거겠지?'하고 퍼즐만 맞추고 있다가 문제 풀이하고 끝나듯이 혼자 뚱하게 나올 것을 상상하면 암담했는데, 감정과잉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수용 가능한 정도의 농도였다. 현입 되는 애드립들 있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동빅이 룽게한테 '사랑해~'하던 중반 회차보다도 오히려 얌전했던 것 같다.
감정이 막 나가지 않는데 막공이라고 열심히들 하니까 버리는 씬 없이 넘버를 공들여서 해주는 게 느껴져서 그것도 좋았다. 동빅은 그냥 평소 본인이 열심히 노래 부를 때처럼 했다. 생창으로 구분하는 건 좀 지쳤고, 어차피 내가 들은 회차에서 완전한 클린도 한 적 없는 그 넘버로 구분하기도 그래서 가사를 차근차근 곱씹으면 좀 별론데 멜로디 자체가 참 맘에 들어서 늘 열심히 듣는 후회가 들어본 중에 12월 말의 어느 날을 제끼면 제일 좋았다. 박은태 배우는 목이 확실히 완전히 낫지 않았는지 대사 처리 비슷하게 넘기는 부분도 몇 있고 해서 초반에 좀 몸을 사리나 했기도 하고, 난 괴물도 약간 플랫난 것 같은데 나에게는 난 괴물보다 단하미와 너의 꿈 속에서가 중요하고, 역시 동은 단하미가 제일 내 취향이라는 걸 흐뭇한 기분으로 확인했던 시간이었기에 난 괴물 플랫이 귀에 딱히 인상깊게 남지 않을만큼 이날 두 배우의 노래도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동빅에게 은앙은 일단 소중하고 친하고 고마움도 있는 서브 의지처이기는 했지만, 그에게 가장 소중한, 날 혼자가 아니게 해주는 이는 크게 묶으면 가족, 작게는 세상에 엘렌 하나 남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자신이 꿈꾸는 생명 창조의 한 방법론이 될 사체 재활용 이론를 제시했고,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돌봐주기까지 하는 앙리가 참 고맙고 좋았겠지만 결국 이날도 동빅에게 앙리는 원래 대체 불가한 영역을 일정도 이상 대체한 특별한 대체제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동빅의 빅터를 보고 있으면 좀 뭐랄까... 시스콤이라는 단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일 적합한 것 같기도 했다. 진짜 부모형제로만 이루어진 가정의 형태에서 남은 유일한 가족이 엘렌 하나라 누나에게 진짜 지나치게 집착하는 거라고 하기에도 너무 누나만 특별취급해섷ㅎㅎ 그런데 이날 한정으로는 줄리아도 진짜 불행하게 만들기 싫어서 무시하는 척 한 거 같기도 해서 꼭 가족이 아니라 단순하게 엄마를 잃은 뒤에 '내 여자들'을 잃고 싶지 않은 건가 싶기도 했다. 남자인 자기 주변인들이 자신을 돕는 건 전혀 거리끼지 않으면서 엘렌은 연구실 근처에 오는 것도 싫어하고, 꼭 돌아오겠다 약속한 줄리아를 내가 너에게 피해줄까봐 걱정되니 오지 말아줘하는 게 내 맘대로 쓰는 용어인 개량형 마초같기도 했다. 짧게 줄이면 (내)여자는 소중하고 보호해줘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아직 위험한 자신의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은 인물?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좀 바꿔서 생각하면 상황이 좋아졌다면 이들에게는 곁을 잘 내줬을 것도 같다. 만약 장의사가 진짜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의 머리를 웃돈 받고 순순히 줬고 그래서 생명 창조 성공해서 스스로 내가 해냈다 싶어진 뒤(그렇게 될 리 없지만) 하던 연구 멈추고 2주 만에 팔붙여서 얻게 된 훈장같은 거 말고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인정받게 되면 자신감 만땅 되어서 엘렌한테 마구 자랑하고 뻐기고 줄리아한테 청혼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거 있지않나! 자존심 강한 어린 남자애들이 어려운 퍼즐이나 큐브 못 깨서 낑낑거릴 때는 문잠그고 방에서 혼자 풀고 엄마가 말 걸어도 성질내고 아 나가라니까!!!!하는데 그러다 성공하면 들고 나와서 엄마는 관심도 없는데 나 이거 하는 거 봐라!!하면서 신나게 으쓱거리는ㅋㅋ
전에 봄날이라는 드라마에서 조인성 역할이 자존감 바닥이던 애새끼였는데 현재 식물인간 상태인 자기 형의 여친으로 추정되는 고현정 역할이 뭔가 칭찬해주니까 신나서 막 그 앞에서 자기 멘사 회원이라고 몇 십초 안에 큐브 맞출 수 있다고 혼자 막 퍼즐 맞추던 장면같은 거? 근데 쓰고나니 너무 예전 드라마라 아는 사람이 없을 듯ㅠ
하여간 그런 철 덜 든 어린 애 같은 인물이 전동석의 빅터였고, 자존심과 보호 욕구를 다 세우고 싶을 만큼 마음의 성 깊숙히 있는 존재는 아닌 앙리의 머리를 실험에 쓰는 게 미안하면서도 사실 실험할 생각에 기쁜 그런 빅터였기도 했다. 일단 앙리가 죽고 나니 진짜 앙리가 살아나면 앙리를 살렸으니 된 거고, 새로 태어난 존재가 앙리의 기억이 없어도 자기가 생명 창조 한 거니 사실 좋았을 애새끼! 정작 만들어놓고보니 선악 구분 따위 없이 나름 소중한 룽게나 물어죽이는 괴물시키라 또 '실패라니ㅜㅜㅜㅜ 실패작아 앙리 머리 달았든 말든 죽어버려ㅠㅠ'라는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일단 실패작으로 낙점했으니 괴물이 앙리 머리를 달고 있어서 호칭 부를 일 있을 때야 앙리라고 했으나 진짜 앙리 그 자체로 여기지도 않았고 마음 속으로는 독립체라고 생각했는데 은앙괴 기준으로는 기억이 너무 늦게 돌아왔을 뿐 그는 앙리이기는 했고, 북극씬에서 성공했던 자신의 연구를 스스로 박살냈으며 처음의 패착으로 소중했던 사람을 다 잃고 그토록 원치않던 혼자 남겨지는 상황에 처해 죽음을 맞게 생겼으니 결국 자기가 자초했으나 불행해졌다는 것만 놓고보면 동빅의 빅터는 좀 가엾기도 한 인생으로 느껴졌다.
괴물... 은앙... 나 진짜 좋아하는데 은앙ㅜㅜ 지금 너무 졸려서 길게 못 쓰겠다ㅠㅠ 자꾸만 눈이 감긴다ㅠㅠㅠㅠ 쓸 수 있는 만큼 써봐야지 그래도ㅠㅜ
이날 은태배우의 앙리는 빅터의 꿈에 자신의 꿈을 새롭게 끼얹었다가, 아무리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줬다지만 성격 별로고 안하무인에 지밖에 모르는 애새끼를 케어하다가 제네바에서 엘렌에게 빅터의 과거를 들은 뒤 빅터에게 인간적인 연민도 물론 있었겠지만 자신이 가진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을 강한 동기 또한 찾게 되어서 더더욱 자신은 죽더라도 빅터를 살리는 것을 마음 먹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뻗어가게 해줬다. 아무래도 넘버 좀 아쉽긴 했다만... 그곳에서부터 울고 있어서 '엄청 우는 거야? 나 곧 이 공연장에서 혼자 뻘하게 감정 이입 못하고 왕따당할 수 있는 거야?8ㅁ8'하고 날 겁먹게 했지만(한 번씩 혼자 놀다가 대부분 구경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였다 다행히ㅋㅋ) 그러지는 않았다ㅋㅋ 그렇게 스스로의 꿈이자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같이 연구하는 동료로 지내던 앙리가 인간적 연민이라는 허울까지 얹어서 빅터의 꿈에 대한 애정을 빅터 자체에게까지 투영해서 그를 위해 아끼지 않고 스스로를 실험 재료로 바치는 그 다정한 광끼가 재밌었고, 그 맹목적인 신뢰와 믿음이 짓밟히고 배신 당하고 무너진 뒤 떠오르는 기억과 함께 빅터에게 분노하고 실망해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아하는 애새끼에게 절대 고독을 선사한 뒤 난 주의 품에 안기러 이만 이 세상을 뜬다. 굿바이하고 홀가분하고 홀리한 미소로 빅터의 품에서 세상과 안녕하는 것으로 다가와서 잘 완결된 이야기를 만나서 좋았다.
사실 축가로 쓰이는데 문제가 없을 만큼 가사가.... 너무나 하...그래서 우앙으로 자첫 때 가사 자체가 너무 러브송이라 충격 받아서 그 내용을 흡수하지 못했던 '너의 꿈속에서'를 극에서의 이야기로 다시 찬찬히 듣게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나에게 은앙은 좀 특별할 것 같다. 한 번 그렇게 듣기 시작하면 그 뒤야 문제가 없지만 처음에 싫었던 노래가 좋아지는 건 힘들었는데 노래를 다시 새롭게 듣고 극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서 은앙은 참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었고, 잡아서 보여준 캐릭터와 그걸 소화해낸 연기력과 노래 실력도 여튼 프랑켄을 보는 동안 다 고마웠다.
한 명은 무대인사 중에 울고, 한 명은 커튼콜 중에 울고, 처음으로 공연을 포기할까까지 생각해봤다고 한 사람도, 하는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고 하는 사람도 '다 열심히 했네. 공연 기간 무지하게 길었는데 무탈없지 않았던 공연하느라 고생했어. 그럼 나도 진짜 이젠 안녕.'하는 거에 아쉽지 않을 이해가 갈 캐릭터를 막공 때도 보여줘서 수고했다. 고맙다. 그렇게 공연장을 가뿐하게 나올 수 있었다.
혜경엘렌은 오늘 공연에서 은괴 다음으로 감정이 충만하셨는데 난 뭐 신파를 좋아하고 정많고 여성스러운 혜경엘렌은 늘 동빅과 합이 좋기에 좋았다. 게다가 에바가! 아주 많이 좋아져서 진짜 신기하고 좋았다! 언제부터 이 정도로 혜경배우의 에바가 버거워보이지 않게 된 건지 모르겠다만 늦게라도 혜경배우가 자기만의 에바를 편하게 소화하는 걸 본 것 만으로도 괜히 기분상 다행이었다ㅠ
지수배우.. 지수 배우도 오늘 좋았다. 사실 배우 자체는 그냥 늘 하던대로 객관적인 실력은 부족하나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했는데 나 혼자 모르고 있던 걸 확인해서 재밌었다. 내가 그동안 줄리아/카뜨린느를 취향을 강력하게 적용해서 시하배우보다 지수배우 쪽을 넘사로 편애했을 지언정 줄리아는 지수 기준으로도 남녀케미 포옹씬 눈 흐뭇하기 용으로만 소비했는데(-_-);; 지수배우가 줄리아를 생각보다 꽤나 의뭉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놨다는 걸 17일에 간만에 시하줄리아를 보면서 어라? 다르네??하고 설을 세우고 그걸 19일에서야 확인해서 재밌었다.
지수배우의 카트린느는 '어리고 상처받은 가엾은 녀석이 물건이 아니라 인간 취급 받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양심이라는 인간의 도덕적 책임감을 버리고 자신을 아껴준 괴물을 배신하고 인간 이하의 짓을 하게 됩니다.'정도의 역할이라서 내가 지수까뜨의 그곳에서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냥 뭐 평범한 인물이고 흑막이랄게 없는데 다시 보니 줄리아가 의외로 의뭉스러웠다.
나이는 최우혁과 함께 주요 배역 최연소를 자랑하고 있지만 지수배우의 줄리아는 제일 어린 아역인 조에랑 주디 기준으로도 빅터랑 헤어지고 20년 넘게 지났으니 최소 28살의 완연한 성인에 맞는 정신 연령을 보여준다. 단적으로 지수줄리아는 평화의 시대에서도 빅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자신이 상처받고 놀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빅터에게 하는 비난에 상처받는 엘렌을 걱정해서 엘렌의 편을 든다. 시하줄리아가 자기의 왕자님을 욕하지 말라는 자기 방어적인 소녀심이 보이는데 비해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기 자신은 상처받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게 의외로 빅터랑 비슷한 면이기도 했다. 나랑 관계없는 남들이 어찌 떠들든 데미지 입지 않는 인물. 이게 딱 여기까지 봤을 때는 성숙한 성인인데 빅터를 대하는 태도까지 넣으니 좀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 그 어린애가 그런 느낌까지 어릴 때 받았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한데 강아지를 살려냈으니 이제 죽은 엄마를 살려낼 수 있다고 기뻐하는 빅터에게서 그 맹목적인 순정이 자신에게 향하길 기원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좀 기이한 인물로 느껴졌다. 안쓰러울수도 있지만 집요하고 오싹한 빅터의 집착을 사랑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면 꽤나 절절한 순정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왜곡된 감상을 받게 된 인물 같았달까? 그렇게 비틀렸을지라도 강력한 순정의 대상이 자기가 되길 꿈꾸는, 사랑을 바라나 그걸 원하는 사람인 줄리아도, 그녀가 받고자 하는 형태도 이상해서 멀쩡해보이나 속이 좀 음험하게 느껴졌다. 지나치게 조숙하다못해 성숙함이 이상한 구석으로 빠진 인물이라 빅터가 사람을 욱해서 죽였대도 맹목적인 순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기 안의 빅터가 깨지는 건 아니니 '너의 선택이 어떤 방향이든 나는 널 지지한다. 너의 곁이 내 자리가 되기만 한다면'으로 나는 왜 전 대사가 꼬여서도 들렸고, 그래서 나는 왜 이후에 재판장에서 소극적으로 재판 장면을 지켜보다 앙리의 사형 집행이 확정된 뒤 아버지 슈테판 시장의 위로를 받는데, '정신착란으로 해서 빅터 좀 도와주세요ㅠ'라고 줄리아가 슈테판 시장에게 사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인물이라서 이쪽은 빅터의 마음의 빈 구석을 파고 들어서 괴물이 룽게를 죽인 때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서 한 번씩 빅터가 내 곁에 있으면 저주받는다고 츤츤거려도 짝사랑만은 아닌 쌍방같은 느낌이 몇번씩은 통하게 빅터를 서서히 얻어냈고, 엘렌의 죽음 이후에는 나를 무조건 아껴줄 유일한 사람이라는 빅터의 신뢰를 기반으로 짧게나마 그의 연인 자리를 진짜 차지한 걸로 느껴졌다.
제일 무존재하게 여겼는데 가만히 보니 프랑켄슈타인의 인물 가운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스스로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제일 잘 사용한 인물로 자체 크리에잇, 혹은 과잉해석일 수도 있게 구경할 수 있을 여지를 줘서 지수배우가 새삼 다시 보였고 계속 예뻐했지만 19일 밤공 지수 많이 이뻤다ㅠㅠ
이 날의 감상 기준으로는 지수배우가 레베카 이히를 하는 게 보고 싶어질만큼 지수줄리아의 해석이 너무나 맘에 들었지만 그럼 역대 제일 노래 못하는 이히가 되겠지!ㅠ 지수배우 노래 연습, 연기 연습 좀 더 해줘서 나중에 이히 해줬으면ㅠㅠ 차기작도 맘에 들게 하면 지금 심정으로는 지갑 자녀로 입양도 가능할 것 같은데 사실 지금 객관적으로 노래며 연기가 능숙하게 잘하는 건 아니니까 더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수배우의 줄리아랑 까뜨린느 다 좋아했다ㅜ 재연 동은 막공 상대역이 지수배우라 기뻤을 만큼ㅠ
다른 캐슷도 다 보았지만 난 동배우를 보기 위해서 거의 이 공연을 보았고, 동배우가 관극의 가장 큰 이유였으니 전동석 배우와 그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감상을 좀 더 붙이고 싶다.
프랑켄으로 자첫하지 않았으나 전동석을 애정배우 이상으로 둔 뉴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엘리지벳 삼연에서 동석배우가 처음 좋아졌기에 (처음 본 건 노트르담드 파리 그랭구와르인데 진짜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전동석이라는 배우가 좋은 건지 그 사람이 연기했던 토드가 좋은 건지 스스로 간보는 공연이 프랑켄이었다. 그런 점에서 드디어 이 공연이 끝나고 내린 결론은 난 전동석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하는 게 맞지만 이 배우에게서 내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인 노래와 목소리가 매우 굉장히 좋아서 아직 젊은 나이지만 경력에 비해서는 많이 아쉬운 연기력을 스루하고 좋아하고 있는 거구나이다.
이번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동석배우의 빅터는 상대 배우에 따라 앙리에 대한 감정의 정도와 종류가 아주 살짝 달랐을지언정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노선은 확실했고, 그 해석 자체가 극에서 동떨어지지 않는 이해 가능한 노선이어서 일단 프랑켄 한정으로 극 해석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배우들이 진짜 부르다 지치겠다싶게 고저를 넘나들고 후르륵 몰아치는 넘버를 워낙 재미지게 불러줘서 신나서 보았을 뿐, 연기와 해석력 자체에 감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취향인 목소리로 스펙타클함이 느껴지는 성량으로 몰아치는 넘버가 나를 기쁘게 해줘서 단단하지 않은 연기력을 스루할 수 있었지만, 훗날 애정이 식어갈 만큼 세월의 흐름이 지난 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노래가 쳐지기 시작할 때 그걸 상쇄할만큼 연기가 늘지 않는다면 지금만큼 좋은 마음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싶다.
나는 동석배우의 빅터가 꽤나 마음에 들었지만 이것저것 많이 짜깁기해서 체감에 비해 의외로 구조적으로는 문제는 없고, 허나 텅텅 비어버린 곳이 없는 것도 아닌 프랑켄에서 그 역할이 엘리자벳의 토드에 비해 등장 빈도며 비중이 너무 많다보니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심도가 얕은 동빅의 캐릭터 자체는 몇 번 보고 나니 급격히 흥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이제는 프랑켄슈타인의 넘버들이 좋다만 또 오로지 동석배우의 노래만을 듣기 위해 공연을 돌만큼 이 극의 넘버가 또 내 마음을 후벼파지도 않았기에 동빅 고정으로 3명의 앙리를 다 본 뒤에는 다른 빅터도 보자~하면서 전캐를 찍는 거 자체가 가능해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 배우가 좋은 기분을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게 그의 (위에는 연기력이라고 쓰기는 했지만ㅋㅋ 생김 자체가 너무 크고 얼굴 근육도 유연한 편이 아니라 내가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은 자잘하고 섬세한 액팅은 어울리지도 않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맞는 옷이 아니다ㅋㅋ) 인물 해석의 깊이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디테일이라고 많이들 일컫는 자잘한 행동들 이렇게 저렇게 바꾸는 거 말고, 극의 메시지와 줄거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물 자체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주문이 너무 어렵나... 여튼 좀 관객으로서 보면서 혼자 궁금한 게 많아지는 인물, 같은 일을 매 공연 하고 있어도 보다보면 점점 더 내가 파고드는 게 재밌고 새로워서 두근두근하면서 살 붙일 수 있는 그런 인물.. 그런 해석력과 표현력은 생겼으면 좋겠다. 이전의 공연과 해동이 어떻게 다른 게 뭔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인물을 연기해낼 수 있게 되길!
공연평으로 시작해 전동석 연기력 향상 기원으로 끝낸 이상한 글 정리 이제 끝!
그리고 재연 프랑켄슈타인하고도 이제 안녕.
이 길디 긴 공연 기간 동안 내 기준 꽤나 많이 이 공연을 보고 달린 나 정말 고생했다.
안녕.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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