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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50813 연극 베이컨

by All's 2025. 8. 24.

2025년 8월 13일 연극 베이컨 캐스팅 보드
마크 역 - 조성태
대런 역 - 이서준


캐스트
마크 역 - 조성태
대런 역 - 이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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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마크가 일하는 카페에 대런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잊을 수 없는 4년 전 그날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학기가 시작된 과거의 런더.
전학생인 마크는 낯선 학교에서 혼자이고, 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더.
대런은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충동에 쌓여있어 친구들조차 그를 두려워한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어느 쪽도 이를 깨닫지 못한 채 복잡하고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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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와 무대 세트 엄청나게 쿨하네. 가운데에 큰 시소 하나만 묵직하게 놓여있어. 와.

트리거 워닝에 다소 폭력적이고 성적인 장면이 있다는 이야기 있었는데 그건 물리적인 부분이었을까 관계적인 부분이었을까. 물리적인 폭력 장면들 괴로워하긴 해도 보는 거 자체는 가능한 편이라 별 걱정없이 보게 된 극이었는데 대런과 마크 사이에서 대런이 만드는 긴장감이 나에게 너무 공포스럽게 다가와서 극이 잘 만들어진 게 눈에 보이는 것과 별개로 극을 견디는 게 괴로웠다. 대런이 마크에게 어떤 식으로든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하지만 그 방식이 착취적인 형태가 되는 게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보호받지 못 했기에 그런 거라는 게 보이지만 차라리 이게 책이라면 편히 보았을텐데 눈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형태로 만나자니 대런과 마크가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괴롭힘이나 폭력일 수 있지만 실제 둘에게는 애착의 형성과정이 비틀려서 일어나는 거라는 걸로 소화해내기에는 개인적인 문제지만 내가 학창시절에 은따를 당한 적이 있어서 소화해낼 수가 없었다. 청소년들의 비행과 결핍과 폭력에 대한 노출과 그걸 만드는 세상의 구조에 대한 고발을 하는 작품일 때 그마저도 자기들끼리 얌전하게 고민하는 모범생들 이야기만 소비 가능한 내가 싫은데.. 지금 내 그릇이 아직 이거밖에 안 된다. 슬프다.  

성태마크가 무대 위에서 보이는 바로 그 순간에 '에른스트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사실 얌전한 아이들의 조용한 일탈이라서 소화가 가능했던 거야. 정상성의 테두리를 벗어난 방황을 하는 일세도 그 아이가 피해자성만을 지니고 있기에 괜찮았던 거고... 에른스트의 속성을 지닌 마크라는 인물을 보는데 그 아이와 묶이는 대런이 속절없이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는 걸 그 애의 그릇된 행동과 별개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소화해내지 못 하고 괴로워하는 객석의 나를 느끼면서 이 연극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은 몰라도 적어도 나를 비춰주는 건 느꼈다. 편협하고 덜 자랐고 속 좁고 한참 먼 나. 현실에서 눈 앞에 정상성에서 빗겨간 길을 걸어가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만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그들이 떠밀린 구조를 보는 연습을 이런 극을 보면서 해야하는 걸텐데 그게 내 개인의 트라우마랑 겹치니 너무 힘들다. 이런 내가 싫다.
 
배우들도 극도 좋았어서 내가 괴로운 거지 궁금하신 분들은 그래도 보셨으면 좋겠다. 예전만큼 이 제작사의 선택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지 않게 되었지만.. 이 극은 이 제작사가 선택한 극들이 날 되돌아보게 해줄 때의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극이었고 이해받지 못 하고, 보호받지 못 하는, 그러나 갈 곳도 없는 불안한 삶 속에서 아픈 청소년들의 고통을 바라보자고 개인의 문제로 보지 말자고 전하는 것에 대한 제작사의 줏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게 좋았다.

서준대런.... 한산에서 볼 때도 느낌이 좋은 배우셨고 연극으로 보니 에너지가 특히 좋았는데 굉장히 파괴적인 버전의 문성일적이셔서... 성태배우가 에른스트인데? 싶은 거랑 더불어서 정말 박용호 프로듀서의 취향의 양극점이란 건 정말 꿋꿋하구나 싶었다. 하 근데 진짜 너무 소나무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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