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윤동주 역 - 안재영
윤일주 역 - 임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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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때는 일제강점기.
시인의 꿈을 품고 경성 연희전문에 유학 중인 '동주'에게는
고향 북간도 명동촌에 두고 온 열 살 터울의 동생 '일주'가 있다.
형을 닮아 문학에 관심이 깊었던 일주는
특히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를 쓰고 싶어 했다.
두 형제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필사와 서신으로
서로의 꿈을 응원하지만 우리말/글 사용 금지, 창씨개명 등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이 날로 심해지고
급기야 전쟁의 그림자까지 드리운다.
그 속에서도 동주는 시끄기와 절필 사이를 오가며
끝내 시를 놓지 않고 형제는 마치 민들레처럼 언젠가 피어날
시와 동시를 끝끝내 써 내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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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워낙 약한 소재라 울거라는 건 예상했는데 이 정도로 울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데ㅠㅠ 하...ㅠㅠㅠㅠ
이런 시대에 시를 쓰는 게 맞는 지 모르겠다는 일주의 말로 시작한 극이 그렇기에 시를 써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맺어지는데, 그 사이에 동주의 시가 일주의 마음을 키우고, 일주의 시가 동주의 마음을 살리는 것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두운 세상에 예술이라는 것의 존재는, 그것을 만드는 이들은 물론이고 그것을 만나는 이들에게도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되묻게 만드는데, 나를, 내가 사랑하는 세상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한 그 무언가를 지켜내거나 찾아가는 길에 무너지게 될 때 나를 일으켜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당신의 행복도 부끄러움도 슬픔도 희망도 다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에 시가, 문학이, 예술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극이라서, 그 말해줌이 따스하고 다정하여 눈물이 났다. 교과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접하고 알고 있다고 믿어온 한 사람이 남긴 시들이 지어질 때의 절박함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고맙고 그렇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살아가고자 했던 이의 순수함이 남은 세상에서 그와 그의 동생이 서로를 진솔한 마음을 담은 시로 그들의 영혼을 살려낸 역사로 지금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로서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부끄러움들을 조금이라도 더 직면하며 살아가자는 맘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 동주와 일주의 다정한 여름방학의 시간 동안에는 다정하고 곱고 재밌는 장면들이지만 너무 사건이 없어서 위인의 삶을 다 안다는 것에 지나치게 기대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우직하게 일주와 동주가 서로 나누는 말을 통해 세상의 어둠 속에서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진솔한 마음과 소망 그 자체인 시로 넘어진 서로를 일으키고 결국 그들이 그러했듯이 포기하지 말고 가끔은 이렇게 예술을 통해 힘을 얻어가며 살아가자고 고운 마음을 말하는 이 극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ㅠ
극 좋고, 넘버 좋고, 배우들 잘하고. 극은 담백한데 보는 나는 눈물이 나는 좋은 관극이었어. 슬픈 부분이 있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치들이 있지만 슬픔을 강제로 쥐어짠다기보다는 공연을 따라가다보면 터질 수 밖에 없게 찬찬히 흘러가는 거라 특히 좋았어.
맆동주도 진섭일주도 진짜 너무 좋았어ㅠ 먼저 길을 걸어가는 다정한 형이었던 맆동주가 흔들리고 무너질 때면 형이 건네주는 이야기들로 자신을 키워내던 반짝이는 눈의 소년이 그를 일으켜세우는 순간이, 그렇게 다시 일어선 맆동주가 결국 또 일주의 것이 되기도 한 서로의 마음으로 일주가 흔들릴 때도 그를 찾아와 영원히 남을 빛을 알려주는 손내밈의 교차가 너무 아름다웠어ㅠ 둘이 음색합도 좋아서 귀도 내 취향으로 행복하고 정말정말 너무 좋았다ㅠ
근데.. 진섭이를 아마 4번째로 보는 걸텐데 톡톡, 무명 준희, 라흐 헤스트, 그리고 민들레 피리라 본의 아니게 시인 필모만 3번째로 보고 있어서 중간에 동주에게 받은 작은 수첩을 꺼내서 시를 쓸 때 정우 생각을 함ㅠ 무명, 준희 생각 자체도 났다ㅠ 몽규의 체포로 자신이 해온 모든 것이 무용하다 여기고 있던 맆동주이게 진섭일주의 동시가 그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이 '종이 너머로 글 쓴 사람이 손 잡아 주는' 무명, 준희 '그런 느낌' 넘버 속 바로 그 순간 같아서... 정우는 준희를 구하고 또 준희에게 구하여졌는데 일주 또한 동주에게 그렇구나 싶어서 더 울컥 했어ㅠ
민피 좋은 극이었고 너무 좋았고 잘 되어서 다음 시즌에는 젠프도 해주면 더더욱 완벽해질 듯ㅠㅠ 아무래도 아직은 공연 올라올 때 배우들 성비가 맘에 안 걸릴 수는 없어서ㅠㅠ 기도했다ㅠㅠ
살아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일과 세상에 대해서 제대로 체감을 하지 못 하는 빈약한 상상력을 가진 복에 겨운 현대인이라... 어릴 때 컴퓨터로 한글 타자 연습을 할 때 별 헤는 밤이 예쁘다고 그렇게 열심히 쳤으면서, 학교 수업 때 시험 잘 보겠다고 문제도 풀었으면서, 그 시를 쓸 때 시인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 시 속에서 '이름'이라는 것을 그리도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한평생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묻혀버린 이름들을 간직한 언덕이 무성하게 피어날 날을 바라는 것이 창씨개명으로 묻혀진 이름이 다시 피어날 날을 말하는 거라는 걸 이 극을 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지도 몰라.
이렇게 남겨진 시에 담긴 시인의 마음이 어떤 절실함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보게 해주어서, 그런 시절을 살아가고 같은 고통을 겪었을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게 해주어서, 그들이 만들어준 자유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나의 몫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어 감사하다.
좋은 극을 보고 이런 깨달음도 얻은 나에만 취하지 말고..... 진짜 착하게 살아야지. 아주 조금이라도 착하게, 넓게, 열린 존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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