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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40814 연극 꽃, 별이 지나

by All's 2024. 8. 16.

2024년 8월 14일
연극 꽃, 별이 지나 캐스팅 보드

캐스트
미호 - 김지현
정후 - 진선규
할머니 - 이다아야
희민 - 김대현
지원 - 임세미




캐스트
미호 - 김지현
정후 - 진선규
할머니 - 이다아야
희민 - 김대현
지원 - 임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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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제주도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 미호는
오늘도 창문을 활짝 열고, 춤을 추며, 아침을 맞이한다.
친구 희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꽃을 만들련느 그녀에게
떼어내고, 털어내고,
보고싶지 않아도 자꾸만 생각나고,
계속해서 보이는 두려움이자 과거의 인물들이 함께한다.

아픈 기억들을 하나하나
다시 마주하려는 미호는,
꽃에 비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만화 같았던 희민과 지원의 사랑 이야기,
오빠에게 떠 넘겼던 치매 할머니의 병간호,
그리고 엄마의 죽음까지...

제주도의 어느 꽃집에서
미호가 만들어 간 꽃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기로 희민의 손에 쥐어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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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간다극치고 많이 노력한 부분도 보이고, 근데 역시 간다극이라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느껴지고, 그럼에도 간다극이라 보는 동안에는 맘이 울렁이고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정말 굉장히 간다적인 작품이었다.

뜨거운 여름과 우리 노래방에서 얘기 좀 할까가 머리 속의 간다극의 어떤 원형처럼 박혀있는데 하필 그 극들로 만났던 선규배우랑 대현배우를 또 만나서 그때에서 조금 더 노력해본 부분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더 여실히 느낀 것 같아.

간다 극 특유의 움직임의 반짝임, 청춘의 날 것같은 감정의 찬란함, 내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오는 익숙함 등등이 여전히 반짝였고 사람을 사랑하는 창작진과 배우들의 시선이 녹아든 이야기의 온기가 예뻤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결국 여성은 사랑하게 되는 존재면서 떠나는 존재, 힘들게 하는 존재, 겁내는 존재인 건축학개론적인 시선의 한계가 여전하여 내가 이래서 결국 멀리하게 되었지 싶었던 그 부분이 어쩔 수 없음은 슬펐다.

극단 간다의 뜨거운 여름 초연을 2015년 1월에 보고, 그 재연을 2015년 9월에 보는데 첫 만남 때는 마냥 눈물만 펑펑 쏟았었는데 9월에는 남자 주인공인 재희보다 채경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맘이 괴로워 마냥 눈물이 나지도 않네라고 생각을 했었다. 사랑하는 동안은 그렇게 반짝이며 기억해놓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별 이후에 채경이를 내도록 원망하고 욕하고 자신의 인생의 실패까지 어쩔 때는 그 애의 탓을 하다가 사실 채경이가 힘들고 아팠다는 걸 그 사람의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뒤 후회하는 재희에게 더는 몰입할 수 없었거든... 꽃별은 바로 그 2015년 10주년의 간다극이 보이던 여성인물의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 했고, 알 수도 없었는데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자기 상처만 붙들고 있으면서 이유도 모르는 존재의 허상에게 원망을 틈틈히 퍼붓다 그것마저 자신의 미숙함이었음을 깨닫고 행복했던 반짝였던 뜨거운 청춘의 시절을 오롯이 사랑하게 되는 '한 남성'의 시선을 여성인물이자 사건에서는 반보 떨어진 인물이기도 한 미호에게 돌려서 이야기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우노얘와 뜨여 등에서 보였던 날 것의 이름을 쓴 남성 인물들의 거친 폭력성이 굉장히 약해졌고, 원망의 목소리보다는 곁을 지키는 자의 안타까움과 고통을 감내하는 이로 남성인물인 희민과 정후가 기능하고 있어서 나를 떠나버린/힘들게하는 여성은 '쌍년'이다라는 그 원망의 정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사실 이건 민준호 극작가가 남성인물을 앞에 세울 때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해놓은 안전 장치였다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말을 듣지 않는 할머니를 홀로 부양하는 정후와 과거의 트라우마들로 제대로 된 사랑이 뭔지 알아볼 수 없고 그래서 좋지 못 한 연애를 했던 고통을 겪었던 지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지만 사랑하니 떠나지 않겠다며 매달리는 희민이 좋은 사람인 것처럼만 그려지는데 그 안에서 정후는 돌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있는 이모와 여동생 대신 희생하고 희민은 끝끝내 지원을 떠나보낸 뒤 그 아픔으로 자신의 생일조차 기뻐하지 못 하는 것으로 그리는 와중에 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나 정작 치매노인의 판단력 부족을 이용해서 집을 뺏어간 이모도, 지원의 새아빠의 성추행 고발을 지원이 죽을 때까지도 믿지 않고 원망하는 가혹한 엄마도 다 여성인 걸 마냥 극 안에서 언급되고 연기되는 인물이 여성 비중이 높다고 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할 거리는 아니라는 맘을 지울 수 없었다. 나를 떠난 '그녀'를 원망하는 남성의 모습을 빼낸 거 뿐이지 민준호 연출/극작 극들에서 반복되는 그림인 '외면하고/떠나고/상처주는 존재'의 성별이 여자인 건 그대로 인 거고, 지원을 상처입힌 존재 중에서 추행한 새아빠와 아내와 헤어질 거라고 속이고 불륜하게 만든 알바처 사장 등의 남성은 양육자인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 해서 마음이 무너진 게 지원의 근원적인 고통이라는 이유로 대충 넘어가고, 방에서 쉬고 있느라 엄마가 돌아가신 걸 옆 방에 있고도 알아차리지 못 한 트라우마로 오빠에게만 치매 환자인 할머니의 수발을 맡기고 제주도로 멀리 떠나버린 미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건 나는 그래도 할머니의 치매 증상으로 알게된 기억들로 인하여 할머니의 모든 시간을 알게 되어서 그 독박 수발의 날들이 행복했다는 그리고 그 안에 너에 대한 사랑이 어린 시절부터 가득했다는 오빠의 말로 할머니를 두고 떠난 죄책감도, 엄마의 죽음을 몰랐던 것으로 얻게된 우울증과 슬픔에서 치료를 받을 힘도 얻게 되었던 거라는 식으로 넘기는 것도 결국 고통을 주는 건 여성 캐릭터라는 거에서 전혀 바뀐 게 없는 걸 어머니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 하던 것이 우울증의 원인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 떠나보냄을 못 하는 건 왜인지에 대한 답을 지원의 화장터에서 온전히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옆 소각로의 가족들을 보며 나에게 필요한 건 충분히 그리워하는 애도였다는 걸 미호가 알게 되고, 그게 지원이 자신에게 준 마지막 선물 같았다고 죽은 지원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보내는 건 극 안에서는 아름다운 장면이 맞았지만 결국 상처 속에 죽고만 실제 지원의 삶의 고통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지원에게 그런 고통을 준 지원의 새아빠와 엄마도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이고 미호와 정후가 엄마가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뒤에도 아픈 가족의 수발 그 자체로, 혹은 그 수발에서 떠나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운 게 근본적으로 병자가 있을 때 보호자인 가족들이 일상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사회안전망의 부재인 걸 짚어주는 대신 개인의 슬픔과 희생과 그 모든 걸 넘어서는 이해와 사랑으로 퉁치는 걸로 예쁜 끝을 내니까 그 나쁜 선택을 했던 여성인물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가 되지도 않고, 그래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 지 짚어주지도 않는다는 것도 맘을 씁쓸하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너무 크다 싶어도, 이제는 남성 시선으로 깊은 후회 뒤에 해탈하는 듯한 인물이 앞에 서는 게 아니라, 슬픔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또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해가는 여성 인물의 시선을 더 중심으로 세워놓은 것도, 적어도 그냥 솔직하지 못 했던 게 아니라 지원이 상처 입게 되고 사회 통념적으로 옳지 못 한 사랑에 쉽게 빠져들고 또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도 세상이 잘못한 부분이 있음을 그려낸 것 만으로도 정말 많이 노력하기는 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각성을  애초에 기대하는 건 무리일거라 생각하기도 했던 데다가 원래는 더 격하게 괴로운 수준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을 걱정하며 극장에 들어갔던 거 생각하면 뒷맛이 쓴 부분이야 어쩔 수 없어도 기대보다 좋기는 했던 거고, 그래서 덜 거북했기 때문에 간다 극이 감성을 따스하게 건드리고 아픈 상처를 포근하게 위로하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슬픔으로 너무 축소하여 그리는 면이 있었다는 것마저 깨닫게 된 거라 다른 단점을 알 수 있을 만큼 그 전의 큰 단점을 극복 아닌 극복을 했다는 게 고무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를 내려놓은 지점에서 그럼에도 이 극단의 감수성과 시선이 주는 위로가 근본적인 해결책인 제시하지 못 할 지라도 한 개개인들의 슬픔을 다정하게 보듬으니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내가 쓰다듬받는 듯 위로받게 한다는 게 참 착하고 이런 식의 위로가 분명히 필요한 시기, 상황도 사람도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생각도 했다.

아 근데 보는 동안은 인물들 사랑스럽고 움직임 여전히 너무 좋고 무대 세트도 소품도 아기자기하고 라이브 피아노 연주도 좋고 결국 이야기 자체의 따뜻함은 좋다 생각했지만 극 중  사건들의 시간 순서가 명확하게 잘 보이는 편이 아니라 헷갈려서 그건 좀 아쉬웠다.

이게 아직도 자신이 없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희민-지원 갈등(지속 중)
> 미호 졸업 후 제주도 독립
> 할머니 돌아가시고 장례식에서 정후가 미호 위로 및 할머니 얘기 가득해서 애도 끝
> 미호 상담 치료 후 어머니 떠나보내기 고민
> 지원의 죽음 후 지원의 화장터에서 옆 소각로 가족 애도 목격
> 진짜 애도는 온전히 그리움을 마음껏 토해내는 것임을 깨닫기
> 지원과 희민과 엄마 할머니 등등을 외면했다는 마음 버리고 마음껏 그리워하며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 한 희민을 챙기며 꽃다발을 만듬
> 희민의 생일 날이 극의 시작이자 끝인 액자구조

인데 이게 맞나 지금도 확신이 안 가ㅠ

이게 맞다고 하자니 독립하고 몇년 째 제주에서 살고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를 동안 지원과 희민이 계속 그렇게 힘들었나가 되나 싶은데 지원이의 죽음이 느낌 상 뭔가 대학 시절 아닌가 싶어진단 말이야.. 근데 미호가 할머니 죽음 이후에 엄마 죽음을 극복해나간 거니까 지원이 음은 그리 먼 과거여서는 안 되고.. 그게 영 헷갈렸다. 울컥하고 눈물 닦으면서 아 근데 사건 순서가 지금 이게 맞나 내가 뭘 놓쳤나 계속 고민하면서 봤어.

아쉬움도 있으나 좋은 점도 있던 관극을 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지현배우 차기작이었기 때문이고, 그런 점에서 이 극단의 창단 멤버였다는데 내가 한창 입덕한 쯤부터는 간다극으로 지현배우를 보지 못 해서 상상이 잘 안 가던 간다적 따스함 속의 지현배우를 볼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유머의 리듬감을 비롯해서 솔직하면서 잔잔하게 스미다가 마음을 툭 건드리는 지현배우의 부드러운 강함이 포근하게 반짝였어. 지현미호가 정후와 희민과 함께 엄마와 할머니와 지원을 그리고 사랑하며 단단해질 날들을 그려졌고 예뻤고 좋았다.
 


커튼콜 끝나고 이 노래가 나와서 끝까지 듣고 나왔다. 지현배우의 말하는 소리, 노래하는 소리, 지현배우의 목소리가 좋아. 정말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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