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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40816 이머시브 뮤지컬 '흔해빠진일'

by All's 2024. 8. 17.

 

2024년 8월 16일
이머시브 뮤지컬 '흔해빠진일' 캐스팅 보드

코스챠 - 조모세
니나 - 신가은
햄릿 - 김도하
오필리아 - 문은수
아르까지나 - 김사라
트리고린 - 박상준
클로디어스 - 이기현
거트루드 - 김수정
선왕/소린 - 전흥선
마샤 - 조희수
인스파 - 안지현 유지현 김나은 유가은 
메드/멀티 -김태균
레어티스/멀티 - 한민우



캐스트
코스챠 - 조모세
니나 - 신가은
햄릿 - 김도하
오필리아 - 문은수
아르까지나 - 김사라
트리고린 - 박상준
클로디어스 - 이기현
거트루드 - 김수정
선왕/소린 - 전흥선
마샤 - 조희수
인스파 - 안지현 유지현 김나은 유가은 
메드/멀티 -김태균
레어티스/멀티 - 한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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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막
셰익스피어를 우러러 존경하는 코스챠. 그중에서노 자신의 삶과 똑 닮은 <햄릿>을 너무나 사랑한다. 햄릿을 수백 번도 넘게 읽어서 모든 대사를 다 외울 정도이다 힘든 고비마다 햄릿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고 존재하지도 않는 핵릿을 늘 친구로 느끼며 동행한다. 마치 어린 시절 애착 인형처럼.
 엄마와 니나의 사랑을 갈망하며 연극을 준비하는데.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공기, 바람, 생명, 갈매기, 호수, 물고기, 사람, 사랑, 하루하루, 매일 뜨는 달, 그리고 '나' 등의! 흔해빠진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멋지게 성공할 거라고 기대했던 연극은 엄마의 비웃음과 조롱으로 중도에 막을 내리게 되고.
 비참한 심정으로 죽기 위해 절벽 위에 선 코스챠. 문득 자신보다 더 비참한 햄릿의 모습이 떠올라 위로를 받고 상상 속 햄릿 옆에서 "사느냐 죽느냐"를 외치며, 다시 살아보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연인 니나가 트리고린을 사랑하게 되고, 그 장면을 본 코스챠는 분노에 차올라 호수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를 죽인 후 자신도 죽으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총알이 머리에 스치는 미수에 그친다.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코스챠. 그리고 트리고린을 따라 모스크바로 떠난 니나.
영국으로 떠나 죽지 않고 다시 살아 돌아온 햄릿을 상상하며, 자신이 유명한 작가가 되면, 니나도 돌아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고는 오로지 니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희곡 쓰기에만 열중한다.

 2막
그 결과 2년 만에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는 v칭호까지 받는 유명 작가가 되지만 코스챠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니나뿐. 트리고린에게 버려진 니나가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만 만나 주지 않는다. 한겨울인데도 창문을 열고 니나를 기다리는 코스챠. 마침 2년 만에 엄마와 트리고린이 잠깐 집에 들른 어느 날 저녁 그때 니나가 찾아왔다
 유명 작가가 돼서 다시는 사랑하는 니나를 놓치지 않을 거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결국 니나는 충격적인 말을 남긴 채 다시 떠나고..
 그 순간, 햄릿의 마지막 장면인 최후의 결투가 직관적으로 떠오른다. 자신이 엄마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사랑했단다 내 아들"을 들으며 감격하지만, 그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란 자신을 더욱 비관하게 되는 코스챠. 늘 동행한 햄릿과 세상의 흔해빠진 것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햄릿처럼 자신도 죽기를 결정한다.
 그동안 써왔던 원고지를 잊어버린 후, 책상 서랍을 연다. 오른손으로 서랍 속 권총을 꺼내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대고 오른손 검지 두 번째 마디에 힘을 주어 당기려는 순간, 늘 상상하고 함께 해왔던 영감(인스파)과 햄릿, 그토록 미워했던 마샤가 눈앞에 영상처럼 뛰어나온다.
 마치 사고로 죽기 직전 1초 만에 지난 삶들이 필름처럼 펼쳐져 지나가듯.
코스챠에게도 그동안 삶을 함께했던 엄마와 트리고린, 마샤, 니나, 메드,삼촌 그리고 늘 상상 속에서 자신을 위로해 주었던 햄릿과 인스파, 셰익스피어, 사람, 사자, 독수리, 뿔 달린 사슴 등이 눈앞에 필름처럼 펼쳐진다. 그동안 함께해왔던 사람들, 영감과 햄릿, 그리고 상상 속 만물들을 본다.



[출처 - 인터파크 티켓 공연 상세정보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L000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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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공연 전]

트친님이 찍어서 올려주신 스콜 영상 넘버가 귀에서 빠지질 않아서 온 거라 내용이나 그런 거 사실 하나도 모르는 백지 상태ㅋㅋㅋ 근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걍 암 생각없이 봐야지. 혹시 몰라서 망원경 가져왔는데 내가 앉은 구역 맞은편에서 공연 중인 장면 보려고 망원경 쓰기에는 좀 애매할 것도 같은 느낌? 신기하게 생겼다

[인터미션]

갈매기 안톱 체홉 작품이 맞구나. 이름이 러시아 스럽다+전에 학공으로 본 벚꽃 동산 생각이 난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사건도 인물도 뚝뚝 끊어놓은 극인데도 소재가 된 작가 색이 느껴진다는 게 좀 신기하네ㅋㅋㅋ

아직 1막임에도 불구하고 극 자체가 좋냐고 하면 솔직히 모르겠다ㅋㅋㅋ 왜냐면 희곡을 읽었고 변주된 작품과 오리지널 비슷하게 올라온 작품 모두를 봤던 햄릿에서 거트루드가 선왕의 영혼을 보지 못 할지라도 햄릿이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클로디어스에게 햄릿이 미쳤다고 말하는 것과 햄릿이 비록 클로디어스로 오인했을 지라도 폴로니어스를 죽인 건 클로디어스가 참회의 기도 중에 죽이지 않은 것과 달리 비겁하게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중이었기에 지옥으로 떨어질 죽음을 선사할 수 있어 의도를 갖고 행했다는 거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하는데 거트루드가 클로디어스랑 이미 불륜 관계라 함께 모의해서 선왕을 죽여놓은 걸로 개작을 한 마당에 선왕의 영혼은 거트루드를 부탁한다고 햄릿에게 이야기하고, 거트루드는 오히려 자신의 부정에 대하여 아무 고민도 없는게 아니 오히려 클로디어스랑 작정한 불륜인 거 싫지 않았는데 연결이 왜 이래요 싶어짐ㅋㅋㅋ 뭐 근데 그렇다고 해서 줄거리 왜 이래요 막 따지고 싶지는 않은 게 갈매기 희곡은 란 읽어봐서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매기도 햄릿도 매우 주요사건 위주로 뚝뚝 끊어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 하는 처지를 햄릿에게 이입한 코스챠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묶여 가고 있는 거라 성기긴 해도 아예 이해가 안 되고 있는 건 아닌데다가 일단 노래들이 좋고, 이야기와 캐릭터가 정말 굉장히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묶여 있어서 오히려 장면 장면 보기에는 좀 즐거움ㅋㅋㅋ 니나와 트리고린... 과연 모스코바에서도 그 맘이 변치 않겠니 상태로 2막 갑니다ㅇㅇ

[공연 끝]

ㅋㅋㅋ아 결말이 너무 갑자기 네 마음 속의 희망을 찾아로 훅 끝나버려서 아니 이건 구성으로 내는 결말이 아니잖아요 어이가 매우 없어졌는데 말간 얼굴의 청년이 자기 이야기 속 인물들의 목소리로 희망 찾는데잖아요 걍 이해해 하니까 아 그래줄게 함ㅋㅋㅋㅋ

어머니는 후회 속에 죽고, 오필리아도 햄릿을 그리다 죽었고, 이 이야기 속 햄릿은 코스챠가 바라보는 자신의 희망을 투영한 햄릿이라서 사실 널 사랑했고 미안하다는 거트루드의 손을 붙들고 죽는 햄릿의 모습이 온 마음을 다해 널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코스챠의 욕망이라서 남성 인물의 투사에 어쩌라고 될 수 있을 부분을, 심지어 코스챠는 어머니 아르까지나와 연인인 니나에게도 사랑을 갈구하는 방식이 굉장히 폭력적이라 감정 이입 차단될 수 있는 걸 오늘 본 모세햄릿도 비록 상세정보 사진으로 봤지만 더블인 한솔배우(더블 강인수배우임. 상세페이지에서 한솔배우랑 모세배우 인상이 비슷해서 헷갈림)도 그렇고 말갛고 보드라운 청년의 얼굴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크지 않았을까 싶은데 적어도 나는 그 의도대로 굉장히 넉넉한 마음으로 결말을 받아들여서 배우에게 이미지라는 게 정말 굉장히 중요한 재능이라는 것도, 그걸 잘 쓰는 게 창작진의 역량이라는 것도 매우매우 실감했다.

근데 그래서 극이 그걸로 충분했냐면 솔직히 그건 아니긴 함ㅋㅋㅋ 갈매기랑 햄릿이라는 희곡을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 속 다양한 시선, 다른 이야기 속의 교차하는 지점의 대비를 이머시브형 무대로 무대 자체로 구현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잘 보이냐면 그건 아님ㅋㅋ 회전 도시는 트친님이 그래서 쉽사리 추천을 못 하신 이유도 이해하겠는게 나 지금 굉장히 즐겁게 보고 나왔는데 이게 모자람이 없다가 아니라 워낙에 연출/이야기 구성 관련해서 경고를 많이 들었고 보고 싶었던 넘버가 확고해서 그거+예상보다 더 좋은 넘버와 다양한 헤테로의 향연에 흐뭇한건데 보편적인 추천 포인트가 될 수가 없는 호 지점이잖아요? 이야기 짜임이 굉장히 파편적이기 때문에 나처럼 내가 납득 안 가면 어떻게든 엮어보는 관객이거나, 아예 그냥 딱 무대 위 즐거움만으로 성긴 거 넘겨주거나 하지 않으면 그래서 어떻게 흘러가는 건데하고 답답할 여지가 많고, 갈매기 희곡은 안 봐서 모르겠는데 햄릿은 오히려 또 원래 희곡을 알아야 코스챠가 자기 욕망의 반영으로 뒤틀어놓은 부분이 보여서 더 연결이 잘 되는터라 이게 원작들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 이해가 쉬운 구조인데 또 그러면 끝이 왜 이리 갑자기 급 네 안의 행복을 찾아!인데요 딴지가 걸린다는 점에서 잘알 관객 낯선 관객 모두에게 미완의 상태가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김ㅋㅋㅋ 

아예 무대 위 즐거움만 누리라기에는 인원이 많고 계속 등장하는 건 맞는데 소규모 인원이 등장하는 씬이 많고 인스파들이 자주 등장하긴 하나 극 사이드에서 기둥처럼 서있는 씬이 더 많아서 이야기보다 퍼포먼스 즐기기에도 좀 애매한 분량임ㅋㅋ 그래서 재미없었냐면 그건 아니고 난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이러저러하게 굉장히 즐거웠는데 이게 20% 이상의 할인만 상시적으로 있었어도 다른 분들도 호기심 해결용으로 보시라할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비싸ㅠ 객석 진짜 많이 비었는데 걍 할인해서 꽉 채우는 게 낫지 않나?ㅠ 배우 수며 라이브 오케며 생각하면 가격이 사실 마냥 비싼 건 아닌데 360도 돌아간다 해도 1층은 무단차라 다른 관객에게, 2층은 각도때문에 가려질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이머시브임에도 보고 싶은 걸 골라본다+내가 이야기 속에 참여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없는 걸 생각하면 쉽사리 추천할 가격이 아니긴 하다ㅠ 아직 직접 본 적은 없고 코멧이랑 아이 위시, 개츠비 등의 이머시브 공연들이 단차를 계단형으로 두거나 1층 관객의 머리 위보다 무대 높이를 높게 하거나 아예 같이 돌아다니게 하는 등의 연출을 한 게 몰입감을 떠나서 객석 시방을 방지하려는 거였겠네를 역으로 깨달음

여튼 그래서 관객이 돈이 좀 아쉽지 않다 여기게 하려면 무대가 차라리 확 더 높거나 아예 더 싸거나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쉽네 생각 몇 개의 트윗에 걸쳐서 하게 되는 건 그냥 역시 난 좋은 부분이 좋았어서ㅠ 너무 단순하게 엮어놓은 거 아닙니까 싶어도 그러기 위해서 극대화 시켜놓은 인물들 캐릭터성과 사건을 배우들이 선명하게 잘 전해줌ㅇㅇ 원캐인 배우들 중에 저음 소리 볼륨이나, 음정 등이 앗 아쉬운데 싶은 분들도 있긴 한데 막 그래서 엄청 별로다 싶은 건 또 아니고 다른 더블캐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늘 만난 더블캐스트 배우들 본사/못사 배우 상관없이 좋음.

원캐 배우 중에 수정배우는 실비아랑 키키에서 뵈었던 분 같은데 이 극 속 햄릿이 코스챠가 자신의 자아를 투영한 햄릿이라 햄릿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던 거트루드가 마지막에서야 후회하는 흐름이 극 속 갈매기의 아르까지나와 비슷한 결을 보이다가 다른 끝을 보이는 걸 넘 잘하셨고 역시 원캐 사라배우 필모 중에 앙상블 하신 극 들 중에 본 게 많은데 이제야 제대로 인식을 하네ㅠ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누구보다 내가 소중한 가혹한 디바를 너무 잘 연기하셔서 초반에 아니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아들 공연 중인데 왜 그래요 싶던 게 솔로곡 부르기 시작하니까 성격 나쁜 디바에게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까지 착착 마음 속에서 진행이 되어버리는 거야.. 코스챠의 붕대를 갈아주는 씬부터 트리고린을 붙들기 위해 협박하는 씬까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보다 클 수는 없는 코스챠에 대한 사랑, 그래서 자기는 코스챠를 떠날 거지만 트리고린은 자신을 떠날 수 없게 목숨을 담보로 붙들어매는 이기심까지 다 너무 재밌게 연기해주셔서 정말 좋았어ㅎㅎ 2막에서 코스챠가 얻은 유명세를 자신의 키링으로 쓰고 싶지만 끝까지 그 애를 진짜 이해할 생각도, 그래서 버려둔 걸로 코스챠가 자신을 원망할 거에 대한 두려움이 남은 걸 코스챠의 창문 열기에 자신에게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거라고 해석하고 히스테릭하게 짜증을 내는 것까지 다 좋았다ㅎㅎ 아르까지나가 극에서 제일 재밌는 캐릭터였는데 그럴 만하게 보여주셨다.

굉장히 쫄보라서 무대 위 배우들이 뭔가 객석의 나에게 약간의 영향만 미쳐도 최소 5분 간 머리 속이 하얘지는 이머시브와 정말 안 맞는 성향의 관객인데 (신나는 건 좋아하나 새우젓 상태를 즐김) 인스파분들이 방긋방긋 웃어주시면서 손 흔들어주시고 그러는데 아니 저를요!하다가도 멋지고 귀여운 분들이 날 보며 웃어주니(착각 아닙니다 어깨를 톡 치고 이쪽 보라고 해주심 꺄) 좋더라.. 캣츠 뮤지컬 영상으로 보면서 매력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은 아닌 듯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오늘 뭔가 그런 무대와의 소통의 행복감이 이런 건가봐 깨달음>_<

근데 이야기가 막 노답이라고 하자니 또 그건 아니고 그래도 적당히 납득 가능하다고 진행이 되다가 마지막에 급 마무리된 방식이 희망적인 끝을 위해서 재료가 된 두 이야기의 결과 좀 겉돌아서 아쉬운 거라 재연이 가능할까 싶은데 재연이 오게 된다면 그걸 좀 손봐주면 좋겠어. 마지막에 머리에 총을 쏘려던 코스챠의 눈 앞에 사실은 그가 꾸린 극 '흔해빠진일'의 등장인물들이었던 존재들이 인스파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뛰어나와서 극 극초반에 코스챠가 극작/연출을 하고 니나가 연기를 했던 연극이 진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게 희망이었잖니, 그게 너의 이야기잖니라며 나를 사랑하는 이는 자신이 새롭게 쓴 햄릿 속의 햄릿보다도 없게, 아무도 없다는 절망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는 코스챠에게 네/내가 갖고 있는 희망을 잊지 말고 앞을 향해 달려봐봐라고 하는 게 서로 등장하는 입구마저 가지각색이던 인물들이 모두 코스챠를 바라보며 밝은 노래로 힘을 주는 거 장면적으로는 너무 뭉클한 거 맞는데, 난 사실 그 전까지 니나와 코스챠의 마지막 이별 장면도 그렇고 코스챠가 꾸린 햄릿의 분위기도 그렇고, 이 이야기가 아름답지만 서툴렀고 언제나 그립겠지만 거기에  얽메여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는 유년 시절과의 작별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급 마무리가 그런 깊이감을 오히려 훅 날려버려서 아니 왜 잘 가다가 힘이 빠졌지 싶어서 되게 아쉬웠다. 코스챠가 찾아 갔는데도 만나주지 않았던 니나가 아르까지나와 트리고린이 온 뒤 코스챠를 찾아온 거 자체가 트리고린을 찾아 온 거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로또 게임을 하는 아르까니와 트리고린을 보고 그들의 재결합을 확인하는 걸 보면서 아 역시 그게 맞았네 싶었는데 원망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너를 사랑하니 떠나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코스챠에게 니나가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며, 떠나는 거 이미 지나버린 과거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선언이었고, 폴로니어스를 죽일 때 작정하고 칼을 휘두른 것이 아니고 오필리아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사랑하는 스스로에 대한 환멸이 아니라 더는 햄릿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미쳐버린 것부터 세상에 대한 복수심과 스스로에 대한 환멸보다는 비극의  연쇄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음에 서글퍼하며 죽음을 맞는 고운 햄릿도 다 약하고 여리기에 더 크게 상처입었던 어린, 혹은 젊은 시절에 대한 비유같았고 그 죽음 또한 그래서 지난 아픈 상처의 시절과의 내적 이별과 그로 인한 성장의 발판일 줄 알았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이 후회 속에서 작품을 찢던 코스챠가 그를 사랑하는 그의 독자들, 그의 삼촌, 마샤 등이 있던 말던 1막과 2막까지 내내 자기가 사랑받길 원했던 아르까지나와 니나의 사랑을 얻지 못 했다는 거에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1막부터 계속 이어진 고민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 한 절망으로 죽으려고 하다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주마등으로 아 근데 내 원초적 이야기 속에 희망이 깃들어 있었으니 죽음 따위 바라지 않고 잘 살아가볼게로 끝나는 게 '답은 내 안에 있었다.'라는 게 보통 나쁜 마무리는 아니나 나에게 너무 급 마무리로 다가왔고, 앞에서 풍기던 젊은 시절과의 이별과 함께 오는 성장의 뉘앙스와 동떨어진 결말이라 슬펐어. 

아예 뭔가 될 거 같지 않았으면 기대도 없었을텐데 점점 그래도 뭔가가 쌓여간다 싶었고 코스챠가 아픈 과거를 딛고 이제 비참한 상황이어도 과거의 반짝임만을 쫓지 않고 그녀를 받아줄, 과거의 행복의 상징인 코스챠에게 다시 성공하여 돌아오겠다는 허울같아도 극복을 암시하는 말과 함께 비록 버림 받았어도 여전한 자신의 사랑 또한 인정하며 떠나는 게 어리고 소녀같은 외형에 초췌한 분장 속에서도 오히려 단단해 보이는 게 워낙 좋았어서 그런 부분과 맞물려서 코스챠가 자신이 새로 쓴 햄릿과 결국 과거만 그리워하지 않는 걸 택한 니나의 모습의 대비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 또한 과거를 극복해나가는 걸로 먼 과거 속 자기가 쓴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과거 양 쪽에서 답을 얻어냈다면 원래 코스챠 첫 작품 속에 답이 있었는데 그럼 그 앞의 160분은 뭐가 된 거죠 싶어질 것도 없고 이야기 자체도 더 단단해졌을 것 같아서 계속 결말 아쉽다고 곱씹게 된다. 찾아보니 원래 희곡 갈매기의 결말이 코스챠의 자살이라서 이 공연이 개작을 안 한 건 아닌데, 기왕 개작을 할 거였다면 권총을 들기 전에 깨닫거나, 권총을 들었어도 마지막에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노래가 첫 연극의 노래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결국 코스챠의 앞에 나타난 존재들이 그의 햄릿과 그의 사람들 모두이니까 겪어온 과거와 마지막 니나가 있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근데 마지막 넘버에서 첫 연극의 물고기 불가사리 노래 부른 거 맞잖아... 그러니까 역시 그거 아닌 것 같아ㅠㅠ 이 극의 재료가 된 두 희곡 속에 망한 사랑과 치정이 가득 해서 헤테로가 넘실거려서 내가 행복했어서 합리화하고픈 욕구가 들끓는데 아무리 그래도 아쉬운 걸로ㅠ

https://x.com/justanother_kr/status/1812774109144637528

ㅋㅋㅋ이제 줄거리 얘기 아쉬운 거 끝냈으니 행복했던 헤테로의 향연에 대해서 써놔야지... 원래 이런 거 귀찮아서 안 찾아보는데 안 헷갈리려고 넘버리스트도 찾았잖아.. 나 행복했다고 진짜 ㅋㅋㅋㅋ

이쪽은 이 극 속 클로디어스가 코스챠 각색 사람이라 아르까지나 반영된 거트루드는 오히려 생기가 생긴 거에 비해 클로디어스는 참 평면적인 악인이 되어버려서 (선왕 살해를 같이 모의한 거라 사랑하는 이를 속인 죄책감도 없음) 배덕한 쪽 내 취향에서도 멀어졌음에도 거트루드와 클로디어스가 기현클로디어스, 수정커드루드 둘 다 훤칠하고 늘씬해서 눈이 훈훈하고 한쪽은 끝에 속죄를 하고 한쪽은 안 하고 차이가 있을지언정 욕망에 취해서 서로에게 몰입하는 씬에서 합이 되게 좋아서 좋았어. 골격이 근사한 얼굴 그림체부터 잘 어울림

취향에 극도로 부합하는 헤테로를 선사해준 건, 가은니나와 상준트리고린, 그리고  가은니나와 모세코스챠고요. 처음 갈매기처럼1 니나랑 코스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머 예쁜 커플 비록 니나는 키스를 사랑스럽게  계속 거절하는 걸 보니 마샤에게 코스챠만큼은  아니어도 한쪽 마음이 훨씬 크구나 싶었어도 너무 예쁜 사람들이라 마스크 속으로 신나서 함박 웃음 짓고 있었는데, 유명인이 자신의 공연을 보러왔다는 것 만으로도 설레하던 니나가 아르까지나의 노래를 청한 뒤 빈 자신의 자리에 트리고린이 니나를 에스코트하여 앉힐 때 엄청나게 설레여하는 걸 보면서 응 저쪽이랑 뭐가 생기는 구나 했던 예감이 그대와 나에서 니나는 도시의 유명인에 대한 선망으로 트리고린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서로의 삶으로 1시간만 살 수 있다면 이러면서 각자를 부러워할 때 내용은 아 이미 그런 마음부터 망한 시작이세요 서로 사랑하게 되어도 현실이 되면 망할 관계란 걸 머리는 시작부터 니들은 틀렸어라고 외치는데 아가사 때 경감님일 때도 경감님 너무 젊고 젠틀해요 눈이 가던 상준쓰.. 심지어 이제 유명인의 아우라에 쓰리피스 정장 입은 상준트리고린이 너무 멀끔하고 목소리를 비단 같고, 그런 트리고린를 바라보는 가은니나는 눈이 별처럼 반짝이는 요정이라 그림부터 사기인데 뿌연 머리 속이 힘들다고 하는 트리고린 노래에 니나가 그거 흩어주겠다고 손으로 트리고린 머리 위 막 휘젓는데 아 진짜 사랑스러움 과다임. 나중에 아르까지나랑 트리고린 대치 때 분위기 보니까 유명한 가수였던 아르까지나의 후광이 트리고린이 출세하게 된 밑바탕이 된 거 아닐까 싶은데, 유명 가수와 그의 젊은 연인으로 시작된 관계가 아닐 수도 있지만 상준트리고린 사라아르까지나와 함께일 때 근사한 연하키링적인 느낌이 도는 게 1막 동안은 니나 앞에서는 점점 감정이 저도 모르게 커져가는 청춘같은 얼굴을 하는 게 마을 속 사건들과 호수 옆 죽은 갈매기에게 이야기의 영감을 얻을 때 등 혼자 있을 때는 냉하고 계산적인 얼굴인 거랑 각자 다르게 젊어지고, 어려져서 그걸 일깨우고 마는 니나와의 사랑이 너무 설레게 다가오는 거야ㅠㅠ 비록 1막 마지막에 모스크바에 가서 배우가  될 거라는 니나에게 호텔 주소를 적어주며 이런 사랑을 하는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웃으며 니나를 끌어안는 바로 그 순간 그 대사마저 지금 여행의 순간이 끝나면 아르까지나에게 트리고린이 그렇듯 젊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존재에게 사랑받는 '나'에게 취한 사랑이라는 걸 알 수 밖에 없음에도 눈 앞에 아름다움에 나도 설레어버릴 수 밖에 없었어ㅠㅠ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될 걸 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고린이 니나를 처참하게 버렸고, 무대 위에서의 니나마저 비웃어 사랑으로도 장래로도 니나를 모두 망가뜨려놓고 그는 아무것도 잃은 거 없이 아르까지나의 곁으로 돌아갔다는 게 참 슬펐다. 그런 그를 니나는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까지 모두ㅠ

잠시 마주보는 형태도 있지만 결국 유지되는 커플은 아르까지나와 트리고린인 극 안에서 니나는 트리고린을, 코스챠는 니나를, 마샤는 코스챠를, 메드는 마샤를 사랑하나 이들 모두 사진이 원하는 사랑만을 바라보고 기다리는데 갈매기처럼1에서의 예쁨을 제외하고 코스챠가 니나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방식이 내내 폭력적인 협박이고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마샤에게는 이 극의 특징인 툭 던져지는 분절성으로 마샤가 코스챠-하고  불렀을 뿐인데 난 너 정말 싫어하고 대뜸 폭언을 퍼붓는 것 등으로 부드럽고 고운 얼굴과 달리 아주 못된 사랑을 하는 구나 싶어서 코스챠 사랑에는 반감이 컸는데 2막에서 쓸쓸한 마음을 기타 연주로 달래면서 한겨울인데도 창문을 다 열어놓는 모습이 아.. 얘 니나가 언제든지 창밖에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도 그런 니나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그러는 거라는 걸 모를 수가 없어서 그 절절한 사랑이 마침내 찾아온 니나에게 원망하기도 했다 말하지만 정말 그 원망이 과거가 아닐 수 없게 현재 진행형의 사랑으로 청순한 달빛같은 웃음과 눈빛으로 빛나니까 그게 너무 예뻐서 앞선 지독함들을 순간 잊어버리고 그의 각색 속 햄릿이 오롯이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슬픔으로 죽음을 택한 오필리아의 사랑을 맞은 것과 달리 비참한 실연 뒤에도 돌아오지 않는 연인에 대한 절망으로 끝이 난다는 거에 그만 모세코스챠의 사랑에 마저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ㅠ 그 변함없음이 버거워 니나는 코스챠에게 아직도 트리고린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떠나게 된 거겠지만, 재회의 순간만큼은 자신이 여전히 사랑받을만한 이라는 걸 확인했기에 그런 결연한 이별 선언을 할 힘도 생겨난 게 아닐까 코스챠의 사랑이 니나가 그를 바라보게 하지는 못 했어도 니나를 일으켜세우고 자신만의 미래를 위해 걸어나가게 할 힘을 준 걸 수는 있다는 과잉해석을 하고 싶을 만큼 티없이 환하고 고왔어ㅠ

후기를 쓰면 쓸수록 그래서 극 자체가 잘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조형이라서가 아니라 배우의 매력에 기대어서 행복하다는 거 아닌가요 싶은데 네 그게 맞아요. 배우들의 외형과 음색과 분위기의 시너지가 너무 많은 구멍을 해결해주고 있어서 캐릭터 후기가 사실 배우 후기와 다를 게 없음. 그래서 상준, 가은, 모세배우가 아름답고 잘해서 설득력을 강제로 부여하면서 눈과 귀 로맨스 모두로 저를 유별나게 행복하게 해준 거 맞고요. 관극의 이유가 트친님이 찍으신 도하햄릿의 사랑했어요 스페셜 커튼콜 영상이 귀에서 안 빠져서였는데 갈매기 쪽에 비해 턱없이 적은 분량일 수 있으나 도하햄릿과 은수오필리아도 저에게 고운 행복 주심에 감사했다고 합니다. 마샤와 메드 사이에도 있는 매정함과 다른 모든 조합에 깃든 폭력성이 없는 게 코스챠 ver 햄릿 속 이 둘이라 수녀원 씬마저 순하기 그지없었어. 도하배우 20베어 앨런이랑 드큘 렌필드로 만나와서 이렇게 고운 소리로도 명창인 줄 몰랐는데 명창력 절절하고 예쁜 넘버로 뽐내주심에 말 그대로 1열 직관하면서 너무 행복했고요. 솔로 넘버 끝난 뒤 비탄에 빠져서 오열할 때 팔뚝으로 입 막아서 울음을 억지로 숨기는 듯한 그림과 코 앞에 붙은 객석 관객에게 너무 큰 소리 공격도 주지 않는 섬세함 좋았다고 합니다. 은수오필리아 맑고 사랑스럽고 깃털처럼 보드라운, 코스챠가 꿈꾸는 사랑을 잘 그려내셔서 현대인이 또 이렇게까지 여린 결을 굳건히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힘든 과제를 잘 해내셨습니다 박수를 보냄ㅠㅠ 오필리아의 천만번의 키스를 나눠요가 햄릿에게 이어짐도 잘 느껴졌어ㅠ

ㅋㅋㅋㅋ블로그에 후기 쓴 거 백업하려고 공연 상세 페이지 보는데 시놉시스 부분에 1,2막 줄거리를 그냥 다 써놨네. 그리고 코스챠의 첫 작품이 '흔해빠진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극이었다는 것도 다 써져있음. 이런 건... 극을 보면서 알게 해야지 줄거리로 다 써놨으니 헷갈려도 그렇게 안 느껴져도 아 그냥 그건가보다 하라고 하는 것만 같은 직무 유기 아닐까?ㅋㅋㅋ 시놉시스 제대로 안 써놓는 극도 안 좋아한다만 공연 상세 정보는 그냥 가이드 정도가 되어야죠. 관계도까지는 등장인물도 많고 그럴만해 싶은데 시놉시스 1막, 2막 다 써놓은 거 진짜 과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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