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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40823 뮤지컬 홍련

by All's 2024. 8. 24.

2024년 8월 23일 뮤지컬 홍런 캐스팅 보드

캐스트
홍련 - 김이후
바리 - 이아름솔
강림 - 신창주
월직차사 - 임태현
일직차사 - 정백선

 

캐스트
홍련 - 김이후
바리 - 이아름솔
강림 - 신창주
월직차사 - 임태현
일직차사 - 정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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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하늘과 땅이 갈라진 날 세상은 질서가 생겼네
사랑으로 살 것 귀하게 서로 사랑할 것

저승 천도정, 이곳에 한 소녀의 영혼이 끌려온다.

그녀는 <장화홍련전>의 '홍련'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동생을 해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두 사람을 해친 것은 맞지만,
하늘을 대신해 단죄한 것이니 아무런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건을 이야기하는 홍련의 말은 조금씩 모순되어 있다.

이에 천도정의 주인인 저승신 바리는 차사 강림과 함께
홍련의 진짜 죄는 무엇인지 재판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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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한창 상연 중인 공연인데 극 퀄리티에 자신이 있으면 생중계 도움 되지 싶으면서도 그럼에도 중계 봤으니 되었다 할 수도 있는데 큰 결심이네 싶었다가 중계 보면서 알고 보면 그거대로 더 잘 보이니 그런 거겠구나 머리로 생각한 거 이상으로 실제로 보니 확실히 더 뭉클하고 애틋하네ㅠㅠ

홍련이 나는 무죄라고 주장하기 시작할 때 차사들이 손바닥 부딪치는 거 13만 9999번째 하는 거라 아픈 건지 그건 하기 싫은 티를 내는 걸 제외하면 바리공주도 차사들도 반복되는 씻김 의식이 귀찮고 싫은 게 아니라 그저 이 고통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홍련이 안쓰러워 이번만이라도 그 애를 꼭 자기혐오의 늪에서 꺼내주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구나 홍련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하나의 의미가 온전히 와닿으니까 극을 보는 내 시선마저 그들과 같은 맘이 될 수 있어 이입이 깊이 되는 게 좋았는데 그게 결국 마지막 씻김 때의 의미를 저승신들이 아닌 세상의 시선 그 자체로 확장되게 하더라. 

중계로 봤을 때 그 전까지 집중을 덜 한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극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클로즈업되는 각 인물의 얼굴이 잘 보이는 것만큼 전체의 시선이 안 담기는 일장일단이 있어서 홍련이 바리가 자기 일처럼 홍련의 아픔을 풀어주고 싶어함에 결국 자기혐오를 벗게 되는 게 마음은 뭉클해도 앞의 13만 9998번까지는 안 되었던 게 왜 이번에는?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버려진 소녀_오구물림 때 실은 홍련이 바리의 상황과 말, 심정 하나하나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음을 바리가 걸어둔 천이며 노래하는 바리의 뒷모습에서 떠나지 못 하는 시선 등으로 만난 뒤, '나를 외면한 세상'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들이 자신과 같이 아픈 존재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들이 홍련이 진심으로 아무런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구해주고 싶어함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던 나라는 사람이 정말 잘못한 게 아니라 역시 아팠던 피해자임을 온 세상이 그걸 당연함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라는 걸 마음 깊이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외면해야 했던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잘못된 방향의 단죄에 대한 집착을 홍련이 벗을 수 있게 된 거였다는 게 무대 위 모든 존재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객석의 모두가 홍련이 제발 스스로를 용서하길 바라는 그 공기로 전해지니 극장 속에 앉아있기에 중계에서는 놓쳤던 이야기의 완성을 만날 수 있었다. 홍련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던 건 이제는 온 세상이 당연히 홍련과 장화와 같이 차별받고 학대받는 존재들이 나약하지도 비겁하지도 않았으며 그들이 혹여나 살아남기 위해 침묵한 순간마저 죄가 아님을 알고 있으니 스스로를 제발 미워하지 말기를, 고통 속에서 괴롭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던 이 극 속처럼, 정말 지금 세상이 그렇게 되어야만 이렇게 홍련과 같은 이들이 아픔의 굴레를 끊어내고 살아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으니 그렇게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객석에서 함께 기원했던 것처럼 노력하자는 것까지도. 커튼콜 음악이 담장 안 사람들인 건,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이야기를 모두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역시 이 극장의 담장 밖의 이야기 역시 들을 수 있게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그런 의미라는 것까지 이해하려고 크게 애쓰지 않아도 다가와서 너무 좋았다. 극장에 와서 직접 보길 정말 잘했어ㅠ

내 자리 H열 통로였는데 아예 좀 뒤로 꺼져서 그런가 생각보다 음향 잘 들리더라? 음향 나쁘다고 해서 걱정을 너무 많이 했어서 그런 건가 체감 상으로는 걱정에 비해서는 들을 만 했고 솔직히 시야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데 이게  앞쪽과 같은 R석 가격이라 생각하면 좀 억울한 그 정도ㅇㅇ

극이 오히려 딱 필요한 것들을 열심히 챙겨서 깔끔하게 만들어놓은 이야기라서 중심 메시지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나니 긴 후기는 안 써지는데 좋은 감상을 얻어서 할 말이 길어지지 않는 건 즐거운 할 말 적음이라서 나중에 내가 추억용으로 읽을 것 또한 적어짐이 아쉬워도 지금 기뻐ㅎㅎ

중계 때도 느껴지만 넘버가 좋다. 배우들이 노래를 잘해서 무난한 넘버가 좋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넘버가 괜찮아서 배우들이 잘 맞게 잘 부르니 시너지가 나는 종류임. 나는 음악 쪽 취향이 다채롭지 못 해서 랩 종류의 리듬감 많은 넘버는 재미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 나같이 멜로디 위주로만 즐기는 관객에게도 비슷한 장르만 있어서 심심하지도, 낯선 게 많아서 불편하지도 않을 그 선 안에서 좋은 넘버들이라 배우들이 감정 쏟아내는 씬이 많아서 컨디션 관리는 좀 힘드시지 않을까 싶어도 보는 내 입장에서는 좋았다. 약간의 힙합, 적당한 락, 시의적절한 국악 등이 느낌적으로 가미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다 알고 보는데도 귀가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중계 캐슷하고 오늘 캐슷하고 거의 비슷하고 홍련하고 강림 캐슷만 다르긴 했지만 배우 안 타고 노래 좋다고 느껴지는 거면 넘버 자체가 좋은 거 맞지.

배우 호불호는 내 개취인 거니까 비교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얘기하기 좀 조심스럽긴 해도 역시 취향에 다른 호불호가 컸어서ㅠ 나현배우의 홍련 너무 잘하는데 초중반 부분을 연기하는 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시다 영 내 취향 아닌데 싶었다가 중후반부터 대화해를 이루었다면 원래 잘 맞아서 좋아하던 배우 아니랄까봐 후홍련 너무 나한테 잘 맞더라ㅠ 바리공주와 차사들에게 위악을 떠는 방식을 빈정거리는 쪽으로 잡아왔는데 시비와 빈정을 오가면서 신들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어서 빨리 모든 걸 끝내려다가 저건 내 딸이 아니야에서 아비에 대한 분노로 평정심을 잃기 시작하고 점점 스스로 감춰뒀던 죄책감이 위악의 껍질을 깨고 나오기 시작하고 모든 진실을 다시 인식하고 난 뒤 16살의 그 소녀가 되어 홀로 서있는데 저 아이를 지켜주지 못 하고 구해주지 못 한 세상의 한 조각이 나일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슬펐어.. 그리고 그렇게 순수하기에 더 아팠던 어린 존재가 마지막에 자신의 약함이 죄가 아님을 깨닫고 한층 단단해진 얼굴로 일어서 걸어나갈 때 그게 또 너무 대단하고 멋져서 눈물이 났다. 다 깨어졌던 조각이 온전히 다시 하나가 되어 더 단단해졌구나. 고마웠어.

름솔 마리앙에서는 바로 그녀가 어리고 세상에 휘둘리다 아파하고 분노하게 된 영혼이었는데 홍련에서는 나의 아픔과 세상의 아픔을 하나로 잇고 아픈 이들을 온 마음을 다해 구해내고픈 자애로우면서도 간절한 존재라 너무 다르면서 또 같아서 새삼 또 반했다ㅠㅠ 나 름솔이 좋아ㅠㅠㅠㅠ

전리농 중계는 기억이 너무 흐리고 해서 잘 기억 안 나고, 창주배우를 거의 연극으로만 만나서 뮤에서 노래랑 연기 함께 하는 거 처음 봤는데 워낙 연기 잘하는 분이라 노래 연기도 잘하시더라. 노래 자체를 엄청 잘하냐면 사실 그건 아니지만 확실히 노래 연기를 하셔서 소리 자체를 다양하게 쓰는 게 아님에도 노래로 살려야하는 유머 포인트나 그런 것도 잘 이끌어가셔서 노래하는 거 못 들어봤는데 하고 걱정 좀 했던 게 민망했어ㅎㅎ 원래 뮤도 많이 하시는 분이지만 내가 너무 연극으로만 만났다보니 감이 안 잡혔는데 이제 알게 되어서 뮤 캐슷에서 편안한 선택지가 늘어서 좋다.

우리나라 저승 세계관을 신과 함께(...하ㅠ)로 배운 터라 일직차사랑 월직차사 중에 일직차사가 더 선배(?)같은 느낌을 기본 원형으로 갖고 있었는데 이 날의 홍련에서는 태현월직이 선임, 백선일직이 후임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일직/월직 상관없이 배우들 나이에 따라서 그날 그날의 느낌이 달라지는 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설정을 해놓은 건지 좀 궁금하다. 여튼 그런 느낌 받을 수 있게 삼차사나 삼차사와 바리공주 사이에 유대와 위계가 섞인 그런 직장 동료같은 합을 태현월직도 백선일직도 잘 꾸려주셔서 좋았어. 아무래도 천도 의식을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름솔바리는 그런 기색이 없이 의욕적으로  천도정의 재판을 이끌어가고 마치 처음인 것처럼 하는 것에 비해 강림은 말로 아예 바리에게 계속 위험성에 대한 걱정과 경고를 쏟기도 할 만큼 삼차사들을 홍련을 구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같이 재판을 반복할지언정 걱정으로 인한 불안과 권태가 있는 걸 월직과 일직이 귀엽게 보여줘서 극 초반에 소소하게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 속 깊이 홍련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반항 모드일 때의 홍련이의 터프함에 성질 나쁜 강아지 조심하듯 경계하는 행동들도 보이는데 귀여움 ㅋㅋㅋ 후홍련이 바닥에 드러누워서 땡깡부리다가 태현월직한테 일으켜달라는 듯이 손 뻗었는데 태현월직이 멀찍이 서서 조심히 손 잡고 홍련이 자리 의자 쪽으로 쭉 당겨서 끌어와서 나만 아니라 객석이 빵 터짐ㅋㅋㅋ 원하는 대로 해준 거 아니라고 후홍련이 발끈하며 앉아서 그것까지 귀여움의 완성이었다 ㅋㅋㅋㅋ

바닥의 타일 조각의 의미는 솔직히 모르겠고 세트에서 동그란 원과 그 뒤의 배경을 쓰는 방식이 좋다. 원이라는 것이 돌고도는 생과 사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반복된 재판이기도 하고, 그 모양 자체가 태양과 달 무엇과도 같아 빛 같은데 나중에 동그란 빛 사이로 삼도천이 완성되고 그 앞에 홍련이 서는데 반복된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 슬픔과 자기 혐오의 어둠을 씻어낸 홍련이 환히 빛나며 빛 너머의 삼도천으로 걸어나가는 그 순간이 너무도 뭉클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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