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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1102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by All's 2023. 11. 6.

공연 전 캐스팅 보드
제이 - 최연우
은기 - 임준혁
공연 전 캐스팅 보드 제이 - 최연우 은기 - 임준혁
공연 후 캐스팅 보드
제이 - 최연우
은기 - 임준혁
공연 후 캐스팅 보드 제이 - 최연우 은기 - 임준혁







캐스트 - 최연우 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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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찬찬히 후기 써야지ㅜ 나 로봇 소재 쓰는 극 보고 호 뜬 거 지금 진짜 처음이다ㅠ 너무 진짜, 사랑 이야기ㅠ

(스포 안 조심하고 쓰려고 합니다ㅠㅠ)

평행우주, 로봇 등의 이야기를 아주 극 초반부터해서 분명히 그게 나올 거라는 거에 지나치게 신경쓰느라 극을 보는 동안에 혹시, 설마, 진짜 했던 부분들이 진짜 거의 다 있어서 보는 내내 저 은기는 정말 은기가 살아난 게 맞나? 저 제이는 어느 순간부터 진짜 제이인 거야 등등의 의심 아닌 의심을 하느라 약간 인물의 감정에 90퍼센트만 공명하기도 하면서 보고 있었고, 그래서 처음 은기가 포맷 되었을 때는 순간 제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로봇 제이가 로봇 은기에게 내가 다시 알려주면 된다고 로봇 은기가 그 제이에게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당황한 은기를 달래주는 순간, 아 이건 제이가 주는 선물이구나 벼락같이 깨달음이 오고ㅠ 그 순간부터 그냥 모든 순간이 다 너무 슬프고 다정하고 아름다워서 은기와 처음과 다시 모두의 사랑이 너무 절실하고 아름답고 정말 너무 뭉클하고 다 감동적이고... 그 뒤에 제이가 자신이 사랑한 은기는 결국 은기가 그녀에게 말했고 제이 역시 은기에게 말했던 대로 그들의 시간과 선택 속에 존재했던 그 은기 뿐이라는 걸 은기를 그리며 우주를 떠돈 시간을 지나, 정말 만나고 싶고 함께 가고 싶던 진짜 은기와 맞이했을 시간을 생각하며 니스를 홀로 다니며 깨닫고, 비록 자신의 곁에도, 모든 평행 우주 속에도 그 은기는 없어도 자신의 마음 속에는 그 은기와 함께한 기억이 있으니 은기는 이제 없지만 그녀에게 은기는 영원이 있다는 걸 깨달으며 아주 오랜 방황과 아픔과 슬픔과 회피의 시간을 지나 진짜 이별을 받아들이고 성장을 이루는데, 너는 왜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냐고 했던 자신의 말을 로봇 은기가 그녀에게 되돌려 말했을 때 그때 차마 대꾸할 수 없던 현실을 넘어 제이답게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은기를 지키며 이제 그와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자신으로 끝을 맺는데 슬퍼도 아파도 은기가 없는 삶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야하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마침내 홀로 일어선 제이가 너무 안타까운데 대견하고 아름다워서 정말 너무 슬픈데 너무 감격스러웠다ㅠ 어차피 다시와 처음에게 진짜 그들이 아닌 기억이 없이 시작하는 삶을 선물해주고 싶던 거라면 둘다 기억을 지웠어야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시의 기억만 지운 것도 처음이 나는 지금 은기를 사랑하고 그의 곁에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스스로 선택한 존재니까ㅠ 사실 서로가 처음이었던 그들에게 기억을 되살릴, 같이 사랑과 삶을 이어갈 기억을 처음에게 남겨주고 그들이 온전히 그들만의 사랑을 할 수 있게 너무 사랑해서 복제 로봇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었던 은기의 기억을 포맷하는 결심을 하고 그들에게 그런 선물을 했다는 게 정말 생각할수록 너무 애틋하고 아름답다ㅠ

진짜 다시, 처음 전까지는 제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 더 컸는데ㅠ 사실 은기가 로봇이었다는 걸 안 순간에 그렇기 때문에 은기를 두고 우주를 다녀올 수 있었던 거고(정말 인간 은기가 의식불명 상태였다면 절대 떠나지 않았겠지) 사실 바로 옆에 있지 않았음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은기의 기억과 체온을 간직한 존재를 계속 사랑하며 그들의 사랑과 은기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던 시간이었고, 그렇게 돌아왔지만 사실 인간 제이도 그 은기를 대할 때 완전히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는 거랑, 결국 떠나는 은기를 끝까지 잡지 않은 모든 게 그녀가 사랑한 인간 은기가 아니라는 걸 자기 자신이 가장 절실히 느껴서였다는 걸, 평생을 후회할 선택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기억 속의 은기를 추억하며 이제 홀로 살아가며 그녀가 사랑한 '우리의' 우주를 지킬 걸 생각하니까 너무 안쓰럽고 근데 대단하고 진짜 너무 제이 대단해ㅠㅠ
 
사랑하는 제이가 우주로 멀리 떠나버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있으면 그런 성취에 대한 꿈과 열망이 강한 제이가 혹시 자신을 잊게 되는 게 아닐까 불안하고 두려운 은기의 마음이 너무 초반에 잘 표현되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잃을까 두려운 그 절박한 애처로움이 와닿기 때문에 어차피 내 일이고 인생이라 통보를 하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제이의 말이 논리적으로는 맞아도, 그래도 결정 전 단계에 미리 말해서 찬찬히 시간을 갖고 아무리 떨어져있어도 꾸준히 소식을 보낼 거고 너를 절대 잊을 리 없다고 은기를 안심시켜주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이가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꽤 길게 가져갔는데, 그 순간과 이전까지는 이기적이기도 했고, 은기의 불안에 무심했던 것도 맞지만, 평행 우주 속의 은기를 찾아 헤맨 1년과, 로봇 은기와 로봇 제이와의 일들과 겪으며 자신이 했어야 하는 진짜 후회를 온전히 깨닫는 제이를 만나고 나면 제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게 되는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라 너무 좋았다. 은기의 아픔도 이해가 되면서도 제이가 마냥 자기만 아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은기와 성향이 다르고 설득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 했던 사람이라는 걸, 적어도 난 느꼈고, 그렇게 서로 엇갈린 부분들을,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한 시간을 보냈던 로봇 은기와 로봇 제이가 그들의 기원이 된 기억을 가진 인간 제이와 인간 은기와 다르게 서로가 완전할 수 없어도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걸 그들만의 삶과 시간을 존중하기 때문에 인간 제이/은기의 기억을 삭제 시켜 그들로만 온전히 채울 앞으로의 시간을 선사해주는 것까지 너무 다정한 사람이라서, 로봇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들에서 그들이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만들어낸 인간 위주로만 사용되고, 버려지거나 남겨진 로봇들의 개별의 인생과 삶을 오롯이 존중하는 것보다 그들을 아프게 한 인간들의 면모를 사실 이런 뒷사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미화시키고, 그들이 현재를 사는 것까지는 배려하지 않는 결말을 가진 극들만을 보았다가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만들었던 로봇 둘을 그들만의 행복을 위해 고민한 선택으로 '다시, 처음'으로 새 시간을 선사하는 제이를 만난 게 로봇 소재의 극들을 보며 그 전에 가졌던 상처마저 치유되는 경험이 되어서 정말 너무나, 너무나도 행복하고 고마웠다. 가장 주축이 되는 이야기는 제이의 성장이고, 그로 인하여 바로 지금 내가 꾸리는 삶의 소중함을 짚어주는 건데 그 과정에서 모든 캐릭터를 오롯이 품어낸 게 행복했어ㅠ

연우는 늘 제대로 확실히 보고 싶다 생각한 배우인데 할 것도 많고 오래 나오고 너무 멋진 캐릭터인 제이를 진짜 왜 인간 제이 얘기를 들으시는 지 납득할 수 밖에 연기하는 걸 보여주셔서ㅠㅠ 노래도 너무 좋고ㅠㅠ 연우제이로 인하여 극을 깊이 느낄 수 있었기에 너무 행복했다ㅠㅠ 이건 공연 다 보고 지인님하고 얘기하다가 더 정리된 감상인데, 인간 제이와 로봇 제이의 감정선의 진행이 둘다 극적인 면이 있는데 계속 이어서 연기를 해야하는 거라 각각 가져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걸 너무 꼼꼼하고 설득력있게 잘 보여주셔서 '다시, 처음'까지의 로봇 제이와 이후 로봇은기와 로봇제이를 두고 평행 우주 속의 다른 은기를 찾으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은기를 그리며 메시지를 남기며 우주를 다니고, 그러다가 니스를 가고, 다시 자신의 은기는 이제 나의 추억 속에만 있음을 받아들이는 부분을 또 온전히 감정의 단계를 밟아가며 보여주시는데 자첫이라 <다시, 처음> 이후에야 이제 캐릭터들의 로봇 여부에 의심없이 보게 된 상황에서 다시 또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근데 그게 과장되지 않은 것도 다 너무 좋아서 진짜 너무 좋다 연우제이의 '제이'와 '처음'이 너무 좋아서 관극이 끝나고 곱씹을 수록 더 배우에게 감탄했다

준혁은기 그리고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ㅠ 준혁배우를 몬테 알버트로 처음 보고 웃는 것도 너무 귀엽고 사람 자체가 깨끗한 매력이 있어서 호감이었어도 아주 잘한다는 생각은 사실 해본 적 없었고 이번 여보셔 때도 우와 엄청 늘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준혁은기 늘었다가  아니라 잘한다라서 좋은 의미로 배우가 새롭게 보였다. 은기를 3단계로 나누면 사고 전까지의 인간 은기 - (정체가 밝혀지기 전) 로봇인 걸 관객도 알 수 없는 로봇  은기 - 포맷 이후의 로봇 은기인 '다시' 3단계로 나눌 수 있을텐데 제이를 너무 사랑해서 그녀의 반짝임을 더더욱 찬란하게 느끼기에 항상  불안하고 두려운 인간 은기와 자신의 정체는 모르지만 로봇제이와의 시간으로 불안을 치유받았기에 이제 제이를 우주로 보내고도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진짜 자신의 사랑이 어디를 향하는 건가 다시 혼란에 빠졌으나 스스로는 몰랐던 '진짜 겪은 사랑'을 찾아낸 로봇 은기, 기억을 잃어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같이 했던 시간을 함께 찾아갈 것을 말하는 '처음'을 보며 새롭게 웃어가기 시작하는 '다시'의 모습까지 모든 층위를 다 잘 표현하는데 그게 특유의 맑은 매력이랑 섞이니까 제이와 은기의 모든 순간들이 연우준혁의 멋짐으로 반짝이며, 애틋하게, 따스하게 다가와서 정말 자첫극으로 간만에 너무 행복한 관극을 해서 너무 행복했다ㅠ 그리고 요정같이 작고 새처럼 뾰료롱한 연우랑 거대 멍뭉이 같은 준혁 이미지랑 체격의 대비가 굉장히 설레는 비주얼 합을 보여줘서 그것도 너무 좋았어 ㅎㅎ

예스24 3관에서 어쩌다보니 늘 연극만 봤어서 뮤지컬은 처음 만났는데 항상 봤던 극들이 다 좋았던 극들이라 첫 뮤지컬의 기억은 어떨까 싶었는데 아주 크지는 않은 극장을 조명과 소품들을 깔끔하게 사용해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잘 전달한 연출로 그려낸 좋은 극으로 만나게 되어서 운이 좋다 싶을 만큼 이보통 관극이 너무 좋았다. 보통 사랑하시는 트친님께 여쭤보니 무대 위 구조물 배치가 돌고래 자리이고, 돌고래는 3연 때 추가된 상징이라는데 제이와 은기가 서로를 그릴 수 있는 하늘에 항상 있는 상징이라는 게 너무 좋아서 좋았어ㅠㅠ 4연 오면  이번에 못 봐서 아쉬운 다른 캐스트가 꼭 다시 와서 그렇게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극 자체가 정말 좋았다. 따스한 시선을 가진 성장 서사인데 그 진짜 메인 주인공이 여성 인물인, 음악도 아름답고 무대도 과장되지 않은 극 너무 소중한 존재고 계속 계속 사랑 받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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