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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1130 뮤지컬 렌트

by All's 2023. 12. 1.




캐스트 - 백형훈 김환희 정원영 윤형렬 조권 김수연 정다희 구준모



(+) 트윗 감상

[인터미션]

아 켱로저랑 환희미미랑 같은 영혼이 같은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거라는 게 너무 느껴져서 귀여운데 또 맘이 이상하게 아리네ㅠ 근데 약 중독이었다가 약을 끊게 되었던 걸 생각하면 또 지금의 미미가 한때의 로저였을 듯도 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폭동이 일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럼에도 마침내 서로에게 닿을 수 없던 이유를 알게 된 새로운 연인이 사랑을 나눈다는 게 그럼에도 빛이 있었다는, 판도라의 상자 속 남은 희망이었다는 게 반짝이는 그 둘의 키스 그 자체라 눈에 그 모습이 잔상처럼 남은 듯 찡하다

켱로저 그의 본체적인 특징이라고 해야하나ㅋㅋ 굉장히 단호하고 각잡힌 모범생적인 면모가 미미한테 촛농 손에 떨어지면 물집 잡힌다고 조심하라는 게 말 돌리는 게 아니라 진짜 걱정되어서 잔소리하는 그런 느낌이라는 걸로 표현이 되려나ㅋㅋ 정말 철없고 너무 자유분방한 미미한테 칼같이 철벽 치는 듯 한데, 그만큼 단단하게 벽 세우던 사람이 아웃 투나잇 이후에 결국 미미한테 참지 못 하고 감정을 토해내고, 길에서 그녀를 보자 다가가서 말을 걸고 말고, 미미도 에이즈라는 걸 알자 미미는 그냥 한 번의 불꽃같은 스침을 생각한 것도 있었는데 길게 이어질 것을 말하는 관계의 시작을 말하고 에이프릴의 죽음과 에이즈로 인한 죽음의 공포로 사람과 세상에 세웠던 벽이 미미로 인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간극이 커서 불안한 구석이 너무 없는 건 또 단점 아닐까 싶던게 역으로 좋게 그려져서 찡했다ㅠ 노래 잘하는 건 말해 뭐해 싶지만 아 진짜 역시 내 음악의 요정ㅠㅠㅠㅠ

환희미미는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바람같은 영혼의 들고양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형태로 시한부일지 아닐지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삶에 반항하는 영혼이라 그게 또 사람 마음을 들쑤시네ㅠ 사실 모범생이었을 것 같고 베니랑도 그런 커뮤니티에서 알던 사이었는데 어느 순간 삶이 뒤틀리자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을 살면서 달려가는 것 같고, 약을 하는 게 병증으로 인한 고통을 잊으려는 목적이 좀 더 클 것 같아서 렌트에서 에이즈도, 동성애도 이해해도 약을 사는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그 시절의 도덕심 저하인가 했던 게 약을 사려던 미미와 그걸 보고 약판매상에게 매달리는 이들의 씬에서 그런 약에 취하던 모습까지 병증의 고통을 치료받지 못 하는 가난함 속에서 약에 빠지게 되는 굴레였구나를 깨닫게 해줘서 고마웠어. 쓰다보니 요즘 펜타닐 사태랑 너무 닮아있네.. 렌트가 너무 현 시대의 이야기라 힘들다ㅠ

[공연 끝]

서로로 인해 자포자기했던 삶의 의미를 찾아놓고 온전히 서로를 믿지 못 하고, 또 그래서 서로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기지도 못 하고. 엔젤과 콜린의 사랑이 아낌없이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고 그저 숨 쉬듯이 사랑하는 것과 로저와 미미, 조앤과 모린의 사이가 달랐건만 그들이 모두 엔젤처럼을 이야기하는 게 전에는 그냥 사랑의 다른 형태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오늘은 마크와 로저가 서로를 향해 왜 솔직하지 못 하냐고, 왜 한 걸음 물러서 있냐고 소리치는 순간부터 이 극 속 모든 연인들이, 친구들이, 그렇게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의 다양한 모습이라는 걸로 순간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원래도 모두를, 불안한 청춘을, 그들의 삶을 대표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가눌 길 없이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게 음악이든, 영화이든, 사랑이든, 이념이든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바치고 싶은 소중한 꿈 앞에서 다른 고민없이 그저 모두 바치는 이도 있겠지만 그걸 잃을 때가 두려워서 괜히 부정하게 되고, 이 꿈에 나를 맡기는 게 맞나 자존심을 세우게 되기도 하고, 어쩌면 다른 길이 나의 길인가 생각하며 현실에 부딪쳐서 뒤로 미뤄둘 수도 있고, 그러다가 정말 외면의 끝으로 가면 베니처럼 이런 것도 사랑이기도 하겠다고 타협인 듯 배신하는 이도 있겠지. 그렇지만 결국은 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꿈을 위해 바라는 삶과 사랑을 위해 가난과 고통과 질병 속에서도 달려나갔던 이들을 알아달라고, 그게 나이기도 하고 나의 친구들이기도 했고, 그리고 당신들이기도 하지 않냐고 말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그냥 좌절하고 죽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꺼져버린 미미의 생명이 다시 불붙듯 다시 타오를 수 있다고 무의미하지 않고 그런 꿈도, 꿈을 풀고 살아가는 이들도 모두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해해주길,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자기 자신의 순간들의 현재의 반짝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조나단 라슨의 간절하고 다정한 꿈이 담긴 이야기구나. 싶어서.. 다시 눈을 뜨는 미미가 에이즈로 떠나보내야했던 수많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했지만 좌절된 꿈을 다시 불태울 수 있는 희망의 불빛이라는 것으로도 보이면서..  그래 나도 살아보자 싶어지고 너무 고마워졌다. 포기하지 않고 빛난 불꽃인 이야기가ㅠ

켱환희... 나를 인정하라고 죽어라고 싸우는 조앤이랑 모린 보면서 꼭 끌어안고 쟤네 왜 저럼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 너희 아까 그렇게 싸우고 뒤에도 그렇게 싸울 거잖아 생각하니 누가 누굴 싶어서 제법 웃기고 그림체 똑같은 애들이 그러고 있으니 너무 귀여움 ㅋㅋㅋ

준모배우에 대한 호감이 깊은 터라 베니가 이번에는 덜 얄밉게 느껴지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배우에 대한 오랜 호감과 인간 사는 삶에 대한 어떤 공감으로 변절하는 사람도 그게 편하고 쉽지 만은 않다는 걸 알지 싶으면서도, 같이 함께 꿈 꾸던 사람들에게 이제 내가 '베푼다'는 그 태도가 친구들하고 여전히 같이 있고 싶다고 하고, 그들에게 우린 친구라고 꾸준히 말한다고 해도, 베니라는 이가 이제 완전히 자본가의 태도를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걸 지울 수는 없어서 여전히, 역시 베니가 짠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거부 당하는 친구들을 역시 돈으로 구하는 것도 결국 그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걸 택한 사람이라는 한계라는 게 좋아하는 배우로 보니 더 와닿더라고. 꿈 꾸던 시절의 순간을, 함께 했던 시절의 감정을 그리워할 수 있고, 현재의 삶 속에도 공허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돌아가기에는 이제 완전히 달라진 거야. 그렇다고 베니를 엄청나게 비난하기 위해 그렇게 그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저 그렇게 결국 멀어져버린 옛 친구도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했던 거겠지.

오랜 방황 끝에 깨달은 건, 내 꿈은 딱히 거창한 거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충 사는 거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며칠 전에 했는데 꿈 앞에서 반짝이는 청춘들에 가슴이 일렁여서 정말 그게 내 꿈이 맞는 건가 이것 또한 포기인 건 아닐까 목이 메인다. 정말 그게 맞냐고 공연이 물어오는데... 아니라고 하자니 두렵고 맞다고 하자니 거짓말이구나 싶어서 어쩜 이럴 수 있나 그냥 눈물날 것 같다.

좋아하는 배우들을 최대한 모아모아 본 거였고 그래서 솔직히 정말 다 좋았다. 다른 캐스팅들도 궁금하고 여력이 된다면 그래서 몇몇 캐스팅은 바꿔서 볼 생각도 있지만 오늘 만남이 내가 이들이 이 역할을 하는 걸 보아서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이들이 참 많아서 더 감격스럽고 좋았어

켱로저 너무너무 꿈꾸던 거긴 한데 그의 모범생스러움이 로저의 반항미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했는데, 단약 모임 우수 수료자지만 세상하고는 단절될 거야 상태인 단호함으로 보이니 그건 또 그거대로 너무 귀엽더라ㅋㅋㅋ 막 나가는 거 알고 일부러 그렇게 사는 거야 모드인 환희미미랑 깡깡 부딪치는 거 인터 때도 썼지만 정말 너무 귀여웠고, 서로의 상황을 알고 사랑하기로 한 순간부터 미미는 로저로 인해 학교도 다시 다닐 거고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다가 약을 끊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고, 병으로 몸도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로저와의 이별이 두렵기 시작했기에 모든 걸 로저에게 털어놓지 못 하고, 자기의 상황을 봐버린 베니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게 애처로웠어. 에이프릴처럼 자기가 떠날 것이 두려워서 로저가 아픈 자신을 밀어내는 건가 싶어지니 그를 떠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베니를 받아들인 것도 아니라 외롭고 힘들게 길 위를 떠돌다 마지막이라도 사랑하는 로저의 곁에 있고 싶어서 그가 돌아온 지도 아닌 지도 알 수 없으면서 로저와 마크가 살던 그 곳에 가다가 쓰러져있던 그녀에게 엔젤의 사랑이 모두의 염원이 닿아 다시 생명의 불꽃이 피어난 게 너무 좋았다. 자기는 그러지 못 했다고 로저와 싸우던 중 말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사랑과 마음에 솔직하고 모든 걸 쏟았기에 길을 헤맸고, 그리고 돌아온 미미에게 많이 늦은 로저의 사랑 고백이 닿을 수 있는 순간이 온 걸 보는데 어떻게 눈물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숨을 멈춘 미미에게 그럼에도 전하지 못한 노래를 부르며 하고 싶던 말을 전하는 형훈로저의 간절함이 그 불씨가 아니라고도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1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날, 모두가 음메를 외치며 반짝이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로 약속한 그때 말로 다할 수 없이 반짝였지만 그 뒤의 525600분의 시간이 마냥 행복으로 가득하진 않았듯이 앞으로의 로저와 미미도 또 그렇게 다시 싸우고 오해하고 아플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길이라는 걸,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걸 그들 마음 속 깊이 원한다는 걸 방황 끝에 찾아낸 두 사람이니까, 비록 그 끝이 답 없는 질병으로 인해 예상치 못 하게 빨리 다가올 지라도 살아가는 바로 그 순간은 행복할 거야.

오히려 시간이 더 쌓일 수록 렌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더 사무치게 다가오는데, 아직은 모린의 공연이 말하는 내용 그 자체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함께 음메를 외치는 순간이 벅차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어. 그걸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건 언제일까, 온다면 내 삶의 어느 부분이 변화해서일까 그것 또한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면 평생 이해 못 할 수도 있겠지. 달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저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자들의 머리 위를 넘어 가자는 의미일까 곱씹어 보기도 하지만 아직은 역시 모르겠다. 음메 소리로 철거 앞에 대항한 이들의 마음을 알게 되는 때가 오면 좋겠어. 이슈가 생기면 허울 좋은 타협안을 내놓고, 그 전에는 이런 저런 수를 써서 쫓아내거나 결국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가난하고 가진 자 없는 이들을 그냥 눈 앞에서 치우려고 하는 순간들이 렌트라는 뮤지컬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혜화역사 내의 설치된 끔찍한 것들만 생각해도 너무 지독하게 현재와 닿아있어서 참으로 아프단 생각을 한다. 에이즈, 동성애, 보헤미안 그런 거 다 올드하다기에는 에이즈가 어떤 경로로 퍼지는 지 알려졌고 그래서 그 병을 가진 이들이 더더욱 핍박받는다는 것 외에 세상에서 렌트 속 이야기들이 그저 옛일인 부분이 있을까? 에이즈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조차 난교를 해서 의료진들이 회의감을 느낀다는 등의 기사를 보고 이건 섹스중독자일 뿐 아닌가 에이즈라는 병명에 나쁜 생각이 안 들 수 없는 현대인이지만 그 에이즈의 자리에 코로나만 넣어봐도 지난 몇 년 간의 팬데믹 동안 그 병이 미지의 존재일 때 병에 걸린 이들에게 가해진 멸시와 병에 걸렸던 이들이 겪었던 불안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1990년대의 청춘들이 미지의 존재임에도 생을 좀 먹는 그 질병 앞에서 얼마나 두렵고 절망적이었을지 가늠해보는 게 어렵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역시나 이렇게나 요즘의 이야기라는 말을 또 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진심으로 진짜 다 옛일이고 그저 옛 시절의 감성 맛보기가 될 날이 온다면 오히려 행복하겠지만, 지금은 너무 현재 그 자체라 위로가 되면서도 가슴이 시린다. 오히려 렌트가 와닿을 나이대의 범주가 더 넓어진 게 맞으니까.

조권엔젤이 콜린을 도와주며 나는 엔젤이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 소년처럼 반짝여서 정말 천사가 맞다고 말하는 형렬콜린의 눈 속에 비친 반짝임이었을까 했고, 그 순간부터 무정부주의자에 가난한 내가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 걱정하는 그의 마음 속에 엔젤이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 천 번의 키스와 같은 사랑이 가득 차오르던게 극 내내 엔젤과 함께 하고 엔젤이 떠난 뒤에도 엔젤을 담고 살아가는 내내 그리고 극 너머의 콜린의 삶 속에서도 퍼져갈 것이라는 생각을 할 만큼 절절하고 또 당연하여 아름다웠다. 더데빌 초연 이후로 너무 오랜만에 곰을 다시 본 건데 더데빌 초연에서는 극과 인물 모두 너무 날 힘들게 하는 포인트가 강렬했던지라 잘생기고 노래도 너무 잘하고 목소리도 짱이시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상태였던 게 처음이자 최신의 기억이었던 게 렌트와 콜린으로 갈아껴진 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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