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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1224 뮤지컬 엘리자벳 낮공 (수원)

by All's 2022. 12. 26.

 

캐스트 - 이지혜 이해준 이지훈 민영기 주아 장윤석 김유안

 



오늘의 애기 루돌프는 김유안 유안이!
애기 원래도 큰 애기였는데 키 또 크고 있나봐 홀쭉해졌다ㅠㅠ 목소리 여전히 예쁨 ㅎㅎ

의완 가정교사쌤이 돌아오셨고! 대구에서 휩네 역 배우가 달라진 줄 알았는데 같은 분인데 또 봐온 느낌이라 대구에서 한 달 만에 엘리를 봤더니 새롭게 느껴졌던 건가 약간 의아한 상태ㅇㅇ

주아 대공비의 인간적인 노선이 취향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맘이 가는 게 참 의외롭지. 정말 요제프도 제국도 시씨도 루돌프도 걱정해서 잘 이끌어주려는 사람이라 그 마음이 방식을 잘못 만난 게 안쓰러운 한 사람이다ㅠ 그리고 뭔가 서울공보다 조금 더 가볍게 넘버 부르시는데 난 그것도 좋았다.

 

민제프는 엘리 4연 때 노래 잘하는 것과 별개로 젊은 시절/나이든 시절 목소리 구분이 나에게는 너무 적게 느껴졌고, 나약하고 유약한 요제프라 어린 시씨가 지금은 철이 없어서 그렇지 자기처럼 황실에 적응하고 순응하게 될 거라는 식의 생각을 가졌던 사람인 캐해가 내 취향과는 안 맞았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는 젊은 시절/나이 든 시절 목소리 연기를 좀 더 공들여서 해주셨고 엘리자벳이 사랑해서 믿었는데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에 당위성이 더해지기도 해서 극 안에서 본인의 삶의 주도권을 소피 대공비에서 엘리자벳에게 이양하는 유약함이 엘리 극 속의 존재로는 잘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시즌에는 무난하게 봤다. 


졔엘리 결혼식 종소리부터 데브레첸에 하나하나 다 뭔가 너무 죽음에 대한 갈망이 더 엿보여서 가슴이 짠했다ㅠ 훌쩍 세상을 등지고 싶지만 하나하나 늘어난 삶의 책임들에 메여있는 느낌이야ㅠ 그게 사랑이든, 모정이든, 성취욕이든 무엇이든 간에ㅠ

아무 것도도 거울송도 추도곡도 침몰배에서도 그리고 정말 많이 지쳐있는 졔엘리가 죽음의 충동을 영원히 떨칠 수 있을 듯 당당하던 그 사람과 너무 많이 멀어져 가서 가슴이 아팠다. 비두맆과 거울송이 각자 내 맘을 알아주고 이해해줄거라 믿었던 유일한 이들이 결국 그들의 아이들을 외롭게 남겨둔, 꿈을 꾸게 해놓고, 그리워하게 해놓고 정작 홀로 남겨진 이들의 비극의 연쇄였음이 유난히 선명한 날이었는데 몇 십년을 떠돌아도 얻을 수 없는 내면의 평화와 진정한 자유에 너무 지쳐서 스스로 죽을 힘도 없어서 버티기만 하던 졔시씨가 막스의 껍데기를 불러내서 이야기를 나눠도 위로받을 수 없던 자신의 절박한 외로움을 그녀 스스로 윤석돌프에게 물려줬음을 깨달아 부르는 '우린 늘 혼자였어'가 '우리'가 아니고 '혼자'가 유난히도 가슴에 와 박혔다. 그런 졔시씨가 소망하는 죽음은 죽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절망의 끝일 뿐임에 시씨에게 이렇게는 네가 필요없다 절규하는 햊토드의 마음이 온전히 이해되었다.

졔엘리 진짜 엘젠부터 내춤싶까지 너무 당당하고 행복해했어서 그 변화가 더 가슴 아팠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을 선택하지 않던 졔엘리가 결국 엘리 극 속에서 시씨가 자신의 처지로 이입했던 헝가리의 자유를 일부분이라도 쟁취한 뒤 행복감과 승리감에 충만해하니까 햊토드가 그녀가 정말 영원히 더 이상 죽음을 선망하거나 안식으로 여기지 않을까 일견 초조하게 느껴질 만큼 절실하게도 보여서 나를 떠날 수 없다고 날 찾게 될 거라고 하는 게 예언이 아니라 엘리를 되찾겠다는 죽음의 의지로 느껴질 만큼 진짜 죽음에게 팽팽함을 넘은 힘을 졔엘리가 보여줬던 게 말라디에서 배신의 상처에 꺾이기 시작한 뒤 혼란한 시절들에서 점점 사그라들다 정신병원부터는 완전히 부서진 게 보여서 탄젠빌의 그 사람은 찾아볼 수 없어진 게 참 씁쓸했다. 

졔엘리가 시씨 생일이라고 스토리도 올려줘서 알고 간 날이었는데 토드가 자업자득과 결자해지를 하게 될 만큼, 지혜배우의 엘리자벳이 자유롭고 해맑은 유년 시절의 사랑스러운 소녀가 사람과 사랑과 세상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점점 더 자신을 잃어가다 죽음을 통해 온전히 자유로워지면서 진정한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 자유롭게 날아간 그녀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서 아낌없이 사라진 졔엘리의 끝이 또다시 뭉클했다. 어쩌면, 삶 속에서는 내가 하고픈 대로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걸 정말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사랑도 있어 살아내고자 했지만 안 되는 건 영원히 안 된다는 서글픔을 절절하게 얻은, 삶 또한 살아가고 싶을 만큼 사랑했어서 버티다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비어버렸던 그녀가 그래서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을 만큼 온전히 흩어져서 다행이었다. 남겨진 사진과 기억들로 아무리 모두가 그녀와 그녀의 삶에 대해 흥미거리로든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으로든 떠들어대고 되새겨봤자 그 안에 있는 건 진짜 엘리자벳이 아니니까, 그게 너무나 다행이었다. 

햊토드는 여전히 성대 예쁘고ㅎㅎ 전에는 프롤로그에서 햊토드가 실루엣을 손으로 그려가며 심장에 다시 가까이 대면서 엘리에 대한 벅참을 되새길 때 베일 때를 생각하나 했는데 이 날은 뭔가 '아닌가 저건 론도인가'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진짜 론도에서 '알 수 없는 마력 날 가로 막아서'를 졔엘리와 눈이 마주칠 때 인간과 시선이 똑바로 맞았다는 것에 멈칫, 그 인간이 반갑게 손을 뻗으며 미소 짓는다는 사실에 완전히 놀라버린 뒤 그 뒤로 시간을 흐르게 하기 시작한 뒤 여전히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친근한 인사를 건네는 졔시씨에게 눈을 떼지 못 하고 점점 빠져들어가는 걸 보면서 되새긴 게 론도에서 처음 시씨를 안아들었을 때구나라는 생각에 약간의 확신을 더 얻었다. 그저 자신을 반가이 여기는 걸 넘어서 죽음이 시씨로 인해 새로운 감정을 얻게 되었듯이 시씨도 오롯이 자신을 더 완전히 원하길 바라는 혈기 넘치는 토드라 삶에 지쳐가지만 오히려 미련은 더 많아지는 졔엘리의 거부에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분노가 쌓여가는데.. 근데 그 납득할 수 없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졔엘리 이 날 정말 뭔가 죽음에 대한 갈망이 보였다ㅠ 삶을 버텨내는 느낌이야ㅠㅠ
 
햊토드는 1막은 그런 기색이 아니지만 2막에서는 엘리를 되찾기 위해 그녀의 불행을 부추기는 듯하는 토드라서 추도곡에서 졔엘리가 텅 비어서 자길 데려가라고 하는 거에 상처받아서 소리치는데 니가 자초해놓고!!하고 얄미워서 상처받은 거 자업자득이다 쌤통이다하고 속으로 좀 밉다 밉다 했다ㅠ 하.. 침몰배가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던 자유롭고 반짝이던 눈빛의 영혼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결자해지하던 햊토드가 베일에서 마침내 진짜 자유로워진 졔엘리를 품에 안아 위로한 뒤 떠나보내는데 글쎄... 그가 양팔을 늘어트리고 떠나는 졔엘리의 실루엣을 손으로 그린 뒤 가슴에 담은 건 자신이 처음 사랑에 빠진 소녀가 다시 그녀 자신을 찾고 자유로워졌음을 느낀 거지 그녀를 품에 담은 게 아님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마저 좀 자업자득이다 싶었고.. 역시 프롤로그에서의 감격은 처음 엘리를 만났던 때의 감격의 되새김이나 그리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의 안에서는 살아있음이었던 거 였구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햊토드는 진짜 신기한 토드야ㅋㅋ 햊토드 정도로 러버형 해석이면 내가 원래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어도 일부러 죽음은 엘리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자체 차단을 하며 봐야하는데 햊토드는 2막부터는 모든 걸 죽음의 손으로 하는 건 아니어도 진짜 명백히 루돌프의 죽음 등 시씨의 절망을 부추기는데 그러면서도 결국 엘리를 휘두른 느낌은 아니라서 밉지가 않다. 충동질은 하지만 결국 그 끝에 이르는 선택은 인간들의 몫이었던 듯한 결국 관찰자인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엘리와 함께 하고 싶고 그녀를 오롯히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생한데 그게 되는 게 신기함.


2022년 엘리자벳 진짜 아예 완전한 자체자막이었고 (내가 좋아해서도 있겠지만) 햊토드가 그림자맆에서 사이좋게 인간은 절대 볼 수 없이를 싹 날려먹었어도 화도 나지 않게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졔엘리를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대구에서 피곤에 져서 완전히 느끼지를 못 해서 오늘 표 양도를 많이 고민했었는데 자체 레전은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졔엘리를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팬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졔엘리 노래도 연기도 다 너무 좋았고 그런 졔엘리와 목소리도 노선도 잘 맞는 해준토드와의 조합으로 보낼 수 있어 이래저래 다행이었어.

그냥 내 취향으로 예쁘고 좋은 외모와 목소리가 같이 공연을 해서가 아니라 졔햊은 정말 생생할 때 인물의 부딪치는 에너지 케미와 음색의 어우러짐, 대치하는 넘버에서의 상성도 너무 잘 맞고, 자유롭고 어리고 맑은 영혼의 어린 시씨가 살아가면서 부서졌다가 죽음과 함께 다시 온전해지는 졔엘리의 재탄생에 가까운 소멸의 순간과 바로 그 영혼의 두려움조차 없는 순수한 반짝임을 사랑한 햊토드의 절절한 열망이 맞닿는 순간 완전히 사라지는 비극이 아름답고,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 동안 극 전체가 둘의 넘실대는 혈기로 울렁이게 하는 특별함이 있어서 정말 좋고 좋았다.

졔엘리는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진짜 충실하게 자기 삶을 살아갔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버티기 위해 노력하는 생생한 존재이고 그래서 완전히 타버린 장작은 텅 비어서 부서지듯이 텅 비어버릴 만큼 절실한데, 그런 엘리자벳이 무너지기 전 가장 승리의 순간인 탄젠빌에서 그런 엘리가 자신을 잊을 수도 있다고 두려워할만큼 엘리의 간절한 절실함이 이룬 승리를 인정하고 역시 절실하게 부딪치는 토드인 햊토드가 좋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졔햊의 탄젠빌의 그 가득찬 혈기의 맞부딪침이 너무 좋았어.

그리고 그런 졔햊과 윤석돌프의 조합이었던 것도 역시 좋았다. 윤석돌프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척 하지만 그가 머리든 느낌이든 그 무엇으로든 인식하는 세상과 제국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자기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에 말라가는 게 정말 가엽고 가만히 있으면 제국을 물려받을 황태자가 제국주의를 끝내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그를 비난하거나 속여 이용만 하려는 세상 속에서 기댈 곳 하나 없어서 너무나 두렵고 외롭다는 걸 꾸밈없이 보여주어서 예쁘게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정말 졔엘리 아들이야ㅠㅠ 아직은 아무래도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도 표정을 예쁘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쓰거나, 그 정도를 섬세하게 구분하는 능력은 신인이다 보니 없어서 공연을 보고 난 다음에 윤석돌프 연기 기술 키울 수 있는 차기작 염불을 자꾸 하고 있긴 한데,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감정을 툭 보일 수 있는 거 자체가 귀한 재능인데 내가 자꾸 쓰는 더 늘면 좋겠다 소리가 지금 부족하다는 소리로 혹시 읽히지는 않기를 자체자막의 후기라 과한 걱정이 되기도 하네. 충분히 잘했고, 심지어 노래는 잘 하고 음색도 너무 좋고 윤석돌프 진짜 좋았어. 남은 여정도 잘 끝내길 이어질 필모길도 곱길, 응원해본다.

아 그리고 훈케니ㅋㅋㅋ 나는 프롤로그에서 시씨 조각상 희롱하는 거.. 허상이나마 시씨 희롱한다고 ㅂㄷㅂㄷ하는 시씨맘이라 늘 1퍼센트 정도 삐쳐있었는데(탤케니가 차 달라고 할 때 역정내는 거에 우리 애한테 왜 그래요 할 때랑 같은 맘ㅋㅋ) 여기저기 가열차게 키치 날려주신 거가 진짜 품에 쏙 들어와서 너무 놀랐고 정말 감사해서 삐침이 사라졌다고 한다ㅋㅋㅋ 오늘 노래도 연기도 깔끔하게 잘해주셨음에 늘 기본이 좋은 분이었지만 역시 감사했다ㅎㅎ 대구도 수원도 뭔가 서울 공연보다 와일드함은 덜어지고 냉함이 더 붙었는데 저는 그것도 원래 좋아하는 터라 이래저래 좋았다.

이번 엘리 본진이 하기도 했지만 조연부터 앙상블이 너무 좋아서 이래저래 편하게 잘 달렸다 정말ㅠㅠ 결혼식에서 졔엘리 들어올 때 지선루도비카가 내새끼 너무 예쁘다고 환하게 웃으시는데 이제 지선루도비카도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울컥했다ㅠㅠ 성혁막스도 좋았고, 유신 에스터하지는 말해 뭐해고ㅠㅠ 성욱배우가 맥주 권하면 예의바르면서도 새침하게 거절하면서 줄타기하는 시씨 진심으로 걱정하는 선정헬레네는 물론이고 그냥 앙상블들도 다 잘하고 다들 감사했다. 계속 잘해주셔서ㅠㅠ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은 엘리자벳 3연 자체 자막을 위해 왔었는데 그때는 2번 다 2층에서 봐서 1층은 어느 정도 거리감인지 몰랐는데 넓고 깊긴 하지만 똑같이 오피를 덮었어도 대구 계명아트센터보다는 무대랑 객석이 가까워서 1층 3열에 앉았는데 블루스퀘어 6열 쯤의 시야 기분이었다. (계명은 2열이 블퀘 8열 느낌이었음ㅠ) 그리고 동굴 음향으로 울리는 계명과 달리 여기는 좀 소리가 먹히는 쪽인데 쩌렁쩌렁 계열을 좋아하긴 한다면 뭐 듣기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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