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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80912 뮤지컬 웃는 남자 밤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박효신 양준모 민경아 정선아 강태을 김나윤 허재연 백승호

 

 

 

 

난 이 캐슷으로 보고 싶었고(성인 기준) 딱 원하던 조합으로 봐서 배우탓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에 대한 감상은... 재미없다... 줄거리 자체는 흥미로울 구석이 있고 구조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3시간 갓 넘는 긴 공연인데 주인공인 그윈플렌에 대한 묘사가 약하다. 이야기적으로 넣어서 아쉽다 싶은 건 조시아나 마지막 넘버 뿐인데 그거 빼고도 약 3시간이라 뭘 더 빼고 그윈플렌 묘사 섬세하게 다듬으라 해야할 지 난감했다. 이야기가 의도하는 메시지 자체 앞뒤가 안 맞지는 않았고 조시아나의 참회와 후회 빼면 (그걸 넣어서 조시아나 자체는 더 멋지기도 하지) 잔인한 세상에 대한 고발에 그런 세상에 머무르기에는 너무나 순수했고 아름다운 존재였던 그윈플렌과 데아를 그들이 있어 마땅한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거 자체도 깔끔했다. 근데 공연을 보는 건 아 골조가 이거구나를 즐기려는 게 아니라 구조를 짜가는 과정인 퍼포먼스가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스케치를 아름답게 채워줄 채색인 사건과 인물 묘사와 음악이 너무 약했다.

스토리의 원작 소설가가 같고 배우가 겹쳐서 레미제라블 생각나는 부분 빼면 같은 제작사 작품 아니랄까봐 마타하리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는데 이건 마타보다 재미가 없고 넘버도 약하며 무대가 덜 기깔나.(초연 마타하리 기준 비교)
공개된 넘버들 중에 우르수스 넘버, 나무 위의 천사, 웃는 남자 등을 미리 들어봤는데 셋이 나쁘지는 않지만 되게 좋다는 느낌은 아니고 좀 서로 유기성이?싶었는데 극 넘버 전체가 그 인상을 준다. 봤던 와일드혼 뮤지컬 넘버들 중에 가장 가요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그게 그윈플렌 넘버에 많이 몰려있는데 원래 가요적인 넘버를 가수이고 목 안 좋아서 더 가요처럼 부르는 배우로 듣고 있자니 장르가 약간 의아하고 그와중에 우르수스랑 조시아나 넘버는 또 와일드혼 뮤지컬 넘버하면 생각날 종류들이 맞는데 우르수스는 몬테고 조시아나는 증오와 욕망이며 떼창은 약해서 무대 위에 세우기까지 해서 전체를 이어주는 역할인 바이올린 선율이 다듬어 주는 게 있는데도 따로 국밥이다. 따로 국밥들인데 리프라이즈도 잦아서 사건도 딱히 없는데 넘버도 약하니 지루한 순간이 너무 길고 잦더라. 초연 마타하리 넘버를 좋아했던 건 개별적인 곡의 완성도도 좋고 장르가 통일되어 있으면서 극과 어우러지는 유기성이 음악 자체가 극의 무드였던 거였는데 웃남 넘버는 재연 마타만큼은 아닌데 그거처럼 따로 국밥이기는 해서 이 제작진들이 왜 이러나 싶었다.


볼거리적인 부분은 무대가 맘에 들기는 했는데 이 무대의 생명력에 대한 의아함은 있다. 세트의 각도와 영상을 이용해서 쏟아져내릴 듯 높은 상원 의회 회의실을 만들어낸 영리함과 환상처럼 아름다운 빛의 눈을 뿌린 데아와 그윈플렌이 처음 만난 눈 내리는 숲의 구현이 준 감동, 2막 첫 넘버 때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침대와 1막 우르수스의 사람이 앉기만 해도 꽉 차는 비좁은 침대의 대비, 반짝이는 천과 조명을 통해 구현해낸 바다의 깊이감, 그 그림 자체로 짜릿했던 조시아나의 공작새 침실과 웃는 남자의 입모양을 형상화하고 그걸 여닫으며 인형극의 막을 여닫는 의도 등은 좋은데 그런 부분의 눈맛을 음악이 받쳐주지 못 하고 또 음악과 잘 맞는 순간도 적어서 이야기와 무대의 유기성이 의도한 거에 비해서 확 오지가 않았다. 이야기 자체가 좀 심심한 걸 눈과 귀로 사로잡으려는 의도로 창작한 것 같은데 결국 음악이 약하다로 계속 수렴되는 느낌이네ㅋㅋㅋ 근데 초연 마타하리 때 스토리가 약해서 이거 롱런하겠냐가 다수의 의견 아니었나.. 재연을 스토리 보강한다면서 여러가지로 사람 빡치게 했으면서 왜 또 스토리가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고 캐릭터 양념과 무게가 조절을 실패하고 그 와중에 눈속임과 귀달래기도 안 해주는 지 모르겠다.


스토리 연약함과 캐릭터 비중에서 나쁜 의미로 그윈플렌에게 마타하리를, 조시아나에게 라두를, 데아에게 아르망을 느꼈는데 조시아나가 극에서 필요한 것에 비해서 넘버가 넘쳐서 그윈플렌보다 존재감이 과하고 서사를 좀 해치며 데아는 듀엣용 사랑봇으로만 쓰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윈플렌은 자기 의지로 뭘 하는 것보다 휘둘리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원톱인 것에 비해 이야기 속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근데 마타 때는 라두 줄이고 아르망이랑 마타 무뜬금 느낌 조금 다듬고 마타하리 좀 좀 더 당당하게 만들라 하면 해결이 날 것 같은 스토리 연약함과 비중 문제인데 이 극은 그 부분에서는 좀.. 더 노답같다. 라두에게 나팔 소리 좀 빼라고 했던 것처럼 조시아나의 성장을 보여주는 마지막 넘버가 곡으로 좋을 지라도 귀족인데도 그윈플렌을 이해하는 희망의 불씨를 가진 존재를 만들어내는게 이야기의 잔혹함을 갉아먹으니 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거 하나 뺀다고 앞의 노잼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아르망처럼 결국 행방은 묘연하고 뜬금없이 환상으로 소환되지는 않는 데아는 뭐 본인의 역할은 다 했으니 지금은 건들 게 없음. 결국 문제는 그윈플렌인데... 얘는 뭐가 없는 게 문제인데 의도한 거 자체가 이런 인물 같아서 후기 극 초반에 썼다만 여기서 뭘 더 묘사해 생각하면 극이 4시간이 될 것 같으니 너무... 답이 없는 듯. 연극은 몰라도 뮤지컬로 만들 줄거리가 아니었나 싶어졌다.


배우의 매력에 극의 재미를 맡기는 부분까지는 제목이 원톱인 이유가 있는데 이야기적인 게 아니라 주연 배우의 매력에 기대는 거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했지만 초연 마타하리에서 뮤지컬 마타하리라면서 왜 마타하리가 이렇게 약하냐 했던 사람들의 감상 내가 웃남에서 그윈플렌에게 느끼는 감상이다. 그때 안 그랬던 사람이 여기서는 그렇다 느낄 만큼이니 이건 더 심하다는 방증이라고 우겨본다.

 

이제 슬슬 배우 감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도 쓰는 건데 그윈플렌이 약하다 느낀 건 배우 자체의 장악력이 문제는 아니었다.

배우 흠을 잡기에는 박효신 목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좋을 때 공연을 본 적 없던 사람이면 베스트 컨디션일 때랑 다르다는 걸 모르게 해내더라고. 대사 연기는 꾸준한 들뜬 톤에 세상하고 겉도는 이 세계의 덜 자란 청소년과 청년 사이의 캐릭터인지라 이거 자체가 안 맞는 사람이거나 변화가 적다는 게 싫은 사람에게는 싫겠지만 난 그거 박효신 본연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타협한 쪽이고 넘버 연기가 워낙 좋고 몸을 잘 써서 칼싸움 등 그럴 듯한 것도 좋았다. 2막 상원 의회 넘버 소화는 빈약한 이야기때문에 흩어진 집중력을 확 잡아준 덕에 끝 감상이 좋았고, 역 자체가 천진난만하면서 기괴한 관능미를 갖고 있어야하는데 그게 워낙 잘 어울려서 1막 나무 위의 천사 공연 때 톰짐잭과 무대와 객석을 휘저으며 돌다가 자기 얼굴에 손 갖다대며 끌려하는 조시아나에게 끼떨 때는 나부터 좀 두근거리기도 했다. 순수함이나 청년미가 강한 그웬플린들은 그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외모적 나이차가 더 많이 날 신영숙 조시아나라면 수호나 박강현처럼 순진한 외모의 그윈플렌을 신시아나가 유혹하면 원숙한 여인이 어린 청년이 풍길 풋내나는 반짝임을 잠시 특별하다 착각했다가 내칠 때의 간극도 짜릿할 것 같고, 단 하나의 순수인 데아와 더 그림처럼 어울리는 짝일 것 같기는 한데..
내가 본 건 젊고 관능적인 정선아 조시아나였고 그윈플렌의 가난과 장애라는 불행 포르노에 취해서 불타오르는 자신의 성욕을 어쩌지 못 하는 정시아나의 혈기에는 쿄윈플렌이 잘 맞았고 그게 내 개인적 취향에는 확실히 좋았다. 아 근데 박효신 목상태 진짜 안 좋기는 했다. 넘버가 아무리 가요적이라도 목 상태 좋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크고 좀 다르게 지를 것 같던 부분들 엄청 조심해가면서 소리를 높고 길게 내는 걸로 상쇄 중인데 쿄 뮤적 창법 쿠세 힘든 분들은 걍 노래 만으로도 피하셔도 인정임. 한 일주일 푹 쉬고 오지 않는 한 팬텀 때처럼 부를 일은 없을 것 같다.

넘버도 잘 받았고 캐릭터 일관성도 잘 갖고 있는 우르수스는 (문종원 배우는 자베르 하셨지만 이 분 역시 장발장 느낌도 갖고 계신 분이라) 장발장을 했고 해낼 수 있는 배우들이라 만드는 임팩트가 큰 역이더라. 다른 캐슷은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양준모 우르수스는 마타하지 안나 느낌 살짝에 레 미제라블 장발장을 왕창 얹은 헌신적인 아버지더라. 대사나 넘버들 느낌도, 데아와의 관계성도 그렇고 마리우스..가 아니라 그윈플렌한테 데아랑 결혼이나 하라고 할 때랑 데아 심장 걱정에 온 극단 사람들과 함께 데아 속이겠다고 가짜 연극할 때 마리우스 등에 지고 하수구 달리던 장발장을 너무 느껴버렸다ㅋㅋ 뭐 그래서 나쁘다는 건 아니고, 스위니 이후로 간만에 보는데 여전히 잘하고 좋았다.

조시아나 역시 존재감 있는 배우이고 한 분은 본투비 귀족 느낌 한 분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디바 그 자체인 배우 역량에 기댄 면이 큰 캐릭터이긴 한데 캐릭터 자체가 좋긴 했다. 고귀하게 태어난 적장자인데 버려져 하류 인생을 살면서 그럼에도 선량함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그윈플렌과 가장 큰 대비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라 누구보다 고귀하다는 왕의 혈통을 받았지만 그게 정실 태생이 아니라 공주가 아니라 공작이고, 적장자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사생아에 개차반인 약혼자에게 인생 저당잡힐 운명이라 아름답고 부유하고 고귀하면서 더러운 취급 받고 살고 있어서 화려한데 안 행복한 사람. 사생아인 현실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이고 그게 추악하고 기괴한 그윈플렌에게 끌린 원인이었을 것 같은데 그걸 그냥 두지 않고 해결한 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이 극 안에서는 혼자 모든 비밀을 알게 되고 모든 부조리를 깨닫게 되어서 조시아나가 성장이라면 성장을 하는데.. 세상에 대한 헛된 꿈을 버린 그윈플렌과 함께 그 둘만 성장을 하는 부분 그전까지는 그딴 거 없다 싶다가 자신이 공작가의 적자라는 걸 알고 흥미 떨어져서 내 불행 포르노 채워줄 사람 아닌 시시한 귀족인 너 따위하고 조시아나에게 버림이라면 버림을 받던 때부터 웃는 남자 넘버 전까지는 오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싶던 스토리의 품격을 확 소거해주더라. 가뜩이나 스토리에 끌려다니는 존재감 약한 주인공이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던 성장을 조시아나가 같이 나누는 데다가 조시아나가 그윈플렌을 이해해버리면.... 희망의 불씨가 생겨버리잖아. 그리고 자기 불행 포르노 못 채워줬다고 바로 맘이 식어서 그가 하류 인생 광대일 때와 달리 그윈플렌을 하찮아하며 버리고 갈 때의 위선이 매력적이었어서 더더욱 그녀의 성장이 아까웠다. 근데 그렇게 성장도 있어서 2막 분량 엄청 적은데도 신여사랑 정썸머 둘 캐스팅이 가능했을 것도 같고... 나는 몰라도 성장도 해서 조시아나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 조시아나는 게다가 넘버도 좋고 정선아는 노래도 외모도 넘버 소화도 너무 좋았고, 내가 그 넘버 아쉬워도 상원 의회 끝나고 부르는 마지막 넘버 때 화사하고 아름답던 사람이 회환에 젖어서 자신이 행복할 자격이 없다며 훅 늙은 듯한 느낌까지 연기하는 거 굉장히 좋았다.

인물 자체가 분량을 떠나서 뭘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게 없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니 맘에 계속 맴도는 인물은 데아인 듯. 별처럼 빛나는 아름답고 순수하며 그윈플렌의 운명이자 더럽고 잔인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존재.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지켜진 순수성이라고만 여기기에는 데아에게 아름다운 궁전과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윈에게 세상을 알려줘야한다고 했던 우르수스마저 데아를 걱정해 그윈플렌의 부재를 속이려했던 걸 깨닫고도 그저 그를 붙잡지 못할 자신이었다 여긴다는 게 그린 듯한 성녀캐라면 성녀캐인데 또 이렇게나 순수하게 한 존재를 믿고 그 존재를 사랑하는 인물은 또 오랜 만이라 뭉클하게 다가오는 게 있었다. 경아데아 금발 가발 엄청 잘 어울려서 하얀 피부에 금발이 굽이칠 때 눈 밭 위로 하얗게 빛나는 별 같은데 그런 순수한 인물을 그려내니 밑바닥 인생들 모두가 지켜주고 싶어하는 이유 알 것 같더라.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나는 지키지 못한 순수를 간직하며 갖고 살아가줬으면하는 모두의 바람을 껴안은 인물. 그윈플렌이나 우르수스 뿐만이 아니라 하류 인생 모두에게 자신들을 위해 지킴을 받게 되는 수동적이고 기능적인 인물이고 비현실적인데 나도 그 애를 지키고 싶다는 맘이 들게 하더라. 이 공연 보면서 레미 생각 꽤 했는데 마리우스와 코제트에게 느꼈어야하는 마음이 이거였겠지 웃남에서 오히려 데아를 보며 깨달았다. 레미 재연으로 자첫자막하며 눈에 보이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비해 울림을 얻지 못한 이유는 역시 배우의 영향이 컸구나 느꼈고 그 얘기인 즉슨 민경아가 잘했다는 얘기. 아무리 순수한 인물이라도 그윈플렌하고 데아 둘이 연인인데 이수빈 데아 나이는 모르겠는데 생김이 너무 애기같아서 그윈과 연인 연기하면 내가 극이 거기까지는 의도 안 했을 것 같은 크리피함 느꼈을 것 같아서 아름다운 소녀보다는 아름다운 여인에 가까운 민경아 데아를 애초에 보려고 한 건데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비치미를 굉장히 많이 눌러서 갓 성인이 된 순수한 여성이라 좋았어.
민경아 노래에 대해서 더라키 때부터 어쩐지 불호 의견이 많은 것 같다만 목소리 깨끗하게 고음 깔끔하게 뽑았고 스피커 장난질 영향 제일 많이 받는 3층인데도 몸이 울려 불쾌하지 않을 수준의 음향 조절로 커버될 만큼의 성량은 갖고 있어서 난 노래도 만족했다. 극에서 캐릭터로 구현은 못 해냈지만 세상에 있기에는 아까운 존재인 그윈플렌의 아름다움을 믿고 그를 영원히 사랑했고 사랑하며 세상을 떠나는 올곧은 인물 잘 표현했어서 비슷한 속성 가지고 있는 엠마 잘 해낼 것 같아서 지킬 캐스팅 발표되자마자 까이는 거 짠했는데 안심함. 헨리 사랑하는 거 말고 이용하려했으나 인간 대 인간의 신의를 지키려는 신여성 엠마 원하는 분들은 싫다하시겠다만 난 엠마가 곧은 사랑의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좋아해서 그런 해석도 좋게 봐서 인물 해석에도 굳이 문제 없을 것 같고 그렇더라.

웃남 후기 쓰면서 마타나 지킬 얘기는 그만하고ㅋㅋㅋㅋ

강태을은 잘하고, 김나윤 앤 여왕은 상원 의회에서 마지막 대사 칠 때는 무게감이 좀 아쉬웠는데 (그 부분은 이소유 앤 여왕이 훨씬 잘 살릴 것 같다) 노래나 다른 연기는 내가 소유배우 노래 스타일이 좀 안 맞아서 다 좋았다. 백승호 아가는 애가 작길래 애초에 기대를 싹 버리고 봐서 노래 연기 그닥 잘하지 않아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목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어린애가 저녁에 일하는데 아픈데도 일하는 느낌인 게 맘이 좀 아팠다ㅠㅠ

바이올리니스트는 음알못이라 연주를 잘하고 못 하고는 모르겠는데 쓰임 자체가 좋았다. 스토리 연결의 부실함과 노잼을 바이올린 선율의 서정성으로 채우려는 게 있는데 극 전체에 어떤 비극적인 낭만성을 깔아주는 거에 기여도 하고, 조시아나의 2막 첫 등장씬에서 공작새의 머리로 바이올리니스트가 형상화된 부분이 기괴하면서 아름답고 그 넘버에서의 조시아나의 환희 절망 공작새의 깃털처럼 허무하기 그지없어서 그런 면 때문에라도 이 극 안 망하고 잘 고쳐와서 나중에 스토리 유잼 됐다는 말 들리면 보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근데 공작새 바이올리니스트 장면 포함 배우들이 아무리 좋았어도 스토리 자체가 너무 지루해서 군데군데 좋았던 장면들이 있음에도 그걸 보기 위해 다시 보고 싶은 않은 극인데 앞에 구구절절 쓴대로 지금 있는 수준에서는 나는 4시간 짜리가 되라는 거 말고는 답을 못 찾겠어서 후기로 선생질도 못 하겠으니 그 답은 재연 올릴 때 제작진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넘버 노잼 많고 따로 노는 거는 연출과 작곡가가 같이 힘내봐요. 근데 사랑을 위해 다듬고 쳐내는 거 전문인 사랑꾼 요한슨 연출이 만지는 걸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고... 마타 초연 제프 연출한테 좀 맡겨서 그 답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ㅠㅠ 이거 바꾸고 마타 삼연도 다시 맡기라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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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단상

1막까지 음악은 생각보다 심심한 느낌. 취향인 넘버가 없는 건 아닌데 아주 확 끌리는 넘버는 아직은 없는? 원작을 안 본 입장에서는 안 보고 본 게 아직은 좋은 선택이 맞는 것 같다. 줄거리는 대충 아는데 여러 의미로 아주 압축적임. 아직까지는 맥락이 끝까지 맞기를 기다리는 중.

빅토르 위고 소설은 어린이용 축약서나 학습 만화 등으로 얄팍하게 접한 레 미제라블 뿐인데 순수하고 천사같으며 모두의 아름다움으로 지켜져야할 어떤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때묻은 아비라는 설정을 매우 좋아하는 건가 싶은 상태.

무대 위에서 직접 물을 흘리는 것과 촘촘하게 쌓인 골조들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빛들이 사진으로 보고  기대한 것보다 아름답다는 건 호. 앞서 말한 얄팍함이 되다만 젠체로만 끝나면 불호일 것 같으니 줄일거면 지금 다가오는 느낌인 러브 스토리로 화끈하게 줄여져있길 기도하며 2막 볼 예정

상원 의회장 씬들이 좋기는 한데 그 앞까지 그 만큼의 이야기를 할 만큼 촘촘하고 흥미진진하냐면 그게 아니라서 지루함이 너무 길다.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들이 더 동력을 얻기 위해 내용이 촘촘해지길 바라자니 4시간짜리 공연이 될 것 같고, 지금 그대로 두라기에는 맹맹하고 애매하네..

매력적이고 성장의 모습도 가지고 있어서 맘을 사로잡는 건 조시아나 공작인데 이게 조시아나의 성장을 보여주는 마지막 넘버가 곡으로도 좋고 조시아나 캐릭터 하나만 놓고 생각하면 캐릭터 입체성에도 좋은데 바로 그 지점이 이야기의 잔혹함을 갉아먹는 게 딜레마였다. 그런데 그렇다고 조시아나 캐릭터를 바꾼다고 해서 극 전체의 품격이 올라갈 것 같냐고 하면 그것도 또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작가가 같고 배우가 겹쳐서 레미제라블 생각나는 부분 빼면 같은 제작사 작품 아니랄까봐 마타하리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는데 조시아나에게 라두를, 데아에게 아르망을 느꼈네ㅋㅋㅋ 근데 이 둘은 초연 라두랑 아르망인데 그웬플린은 재연과 초연 마타하리 그 어디 사이임ㅋㅋㅋㅋ 배우의 매력에 극의 재미를 맡기는 부분까지는 제목이 원톱인 이유가 있는데 극 서사 상에서 주어지는 역할은 초연 마타하리처럼 오롯이 결국 마지막에는 한 명을 위해 만들어지고 모아진 느낌은 아님. 근데 애초에 초연 마타는 시작과 끝이 모두 마타하리의 처형 장면이었고 이 극은 열고 닫는 부분이 데아와 그웬플린임을 생각하면 이건 배우의 장악력이 아니라 그냥 구조가 그리 짜여있어서 배우가 극을 못 장악한 게 아니라 제목치고 주인공을 약하게 짰네 싶다.

배우 장악력을 흠 잡기에는 목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좋을 때 공연을 본 적 없던 사람이면 베스트 컨디션일 때랑 다르다는 걸 모르게 해낸데다가 대사는 몰라도 넘버 연기가 워낙 좋아서 2막에서 빈약한 이야기때문에 흩어진 집중력을 확 잡아준 덕에 끝 감상이 좋았고, 역 자체가 천진난만하면서 기괴한 관능미를 갖고 있어야하는데 그게 워낙 잘 어울림. 순수함이나 청년미가 강한 그웬플린들은 그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내 개인적 취향에는 덜 좋을 것 같다. 

서사가 비는 부분을 서정성으로 채우기 위해 무대 위 바이올린은 매우 좋았다. 특히 조시아나와 그웬플린의 2막 첫 씬에서 공작새로 형상화된 부분이 기괴하면서 아름답고 그 넘버에서의 조시아나의 환희 절망 공작새의 깃털처럼 허무하기 그지없었음 장면장면 맘에 드는 부분은 있는데 뮤지컬로서 이 극의 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느끼자니 아예 사회적인 메시지 쫙 빼고 사랑으로 가라기에는 데아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는 이야기이라서 주로 로맨스를 소비하기 위해 emk극을 보는 소비자로서는 갱생의 여지가 없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으라하기에는 앞에 쓴 대로 4시간 짜리로 바뀌어도 뭐가 될까 싶다. 지금은 아주 애매한 자리에 극이 위치하고 있는데 난 일개 소비자라서 그 답의 방향을 모르겠으니 (마타 재연같이는 말고ㅠ) 재연 올릴 때 그 답을 제작진들이 찾길.

근데 사랑을 위해 다듬고 쳐내는 거 잘하는 사랑꾼 요한슨 연출이 만지는 걸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고... 마타 초연 제프 연출한테 좀 맡겨봤으면.. 마타 삼연도 묶어서 다시 올려주면 좋고ㅠ 적어도 제프 연출이면 지금 내가 이 극에서 여러 부분 배우의 역량으로 흥미로웠기에 다른 캐슷으로 보면 극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지거나 (지금 더블 캐슷 이상 배우들 중에 딱히 안 맞아본 사람이 거의 없어서 초연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듯) 배우와 안 맞아서 극 자체를 지루하게 느끼는 일은 없게 다듬어놓을 것 같은데ㅠ 오늘 캐스팅은 무증빙 할인이 있는 양도가 딱 나왔는데 그 와중에 진짜 딱 이렇게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캐스트 조합과 정확히 일치해서 잡았고, 배우들 역량에는 모두 만족했는데 뭔가 캐릭터 자체가 할 수 있는 게 적어서 더 잘하기도 힘들 것 같은 데아를 빼면 넘버도 잘 받았고 일관성도 잘 갖고 있는 우르수스는 (문종원 배우는 자베르 하셨지만 이 분 역시 장발장 느낌도 갖고 계신 분이라) 장발장을 했고 해낼 수 있는 배우들이라 만드는 임팩트가 컸고, 더블 캐스트의 매력이 서로 다른 조시아나 역시 존재감 있는 배우이고 한 분은 본투비 귀족 느낌 한 분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디바 그 자체라 배우 역량에 기댄 면이 너무 컸고, 이 두 배역은 넘버들이라도 괜찮은데 그웬플린 넘버는 2막 넘버는 몰라도 1막 넘버들 너무 심심하고 캐릭터 자체가 앞에 썼듯이 약했고 인물 묘사 자체가 너무 연약함.

볼거리적인 부분은 무대가 맘에 들기는 했는데 또 마타 초연 만큼은 아님. 세트의 각도와 영상을 이용해서 쏟아져내릴 듯 높은 상원 의회 회의실을 만들어낸 부분과 환상 같이 아름다운 빛의 눈을 뿌린 부분, 2막 첫 넘버 때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침대와 1막 우르수스의 사람이 앉기만 해도 꽉 차는 비좁은 침대의 대비, 반짝이는 천과 조명을 통해 구현해낸 바다의 깊이감, 그 그림 자체로 짜릿했던 조시아나의 공작새 침실 등이 있었고 그런 부분의 눈맛을 음악이 받쳐주지 못 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화려해보이는 얘네가 나중에도 볼만할까? 웃는 입술 모양의 상징성 외에 특별히 무대 자체로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얼마나 남을까? 등 무대와 이야기의 유기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서 그랬다.

인물 자체가 분량을 떠나서 뭘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게 없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도 맘에 계속 맴도는 인물이 데아인 듯. 데아 생각이 자꾸 난다. 별처럼 빛나는 아름답고 순수하며 그윈플렌의 운명이자 더럽고 잔인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존재.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지켜진 순수성이라고만 여기기에는 데아에게 아름다운 궁전과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윈에게 세상을 알려줘야한다고 했던 우르수스마저 데아를 걱정해 그윈플렌의 부재를 속이려했던 걸 깨닫고도 그저 그를 붙잡지 못할 자신이었다 여긴다는 게 그린 듯한 성녀캐라면 성녀캐인데 또 이렇게나 순수하게한 존재를 믿고 그 존재를 사랑하는 인물은 또 오랜 만이라 뭉클하게 다가오는 게 있었다. 경아배우 금발 가발 엄청 잘 어울려서 하얀 피부에 금발이 굽이칠 때 눈 밭 위로 하얗게 빛나는 별 같은데 그런 순수한 인물을 그려내니 밑바닥 인생들 모두가 지켜주고 싶어하는 이유 알 것 같았다.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나는 지키지 못한 순수를 간직하며 갖고 살아가줬으면하는 모두의 바람을 껴안은 인물. 그윈플렌이나 우르수스 뿐만이 아니라 하류 인생 모두에게 자신들을 위해 지킴을 받게 되는 수동적이고 기능적인 인물이고 비현실적인데 나도 그 애를 지키고 싶다는 맘이 들었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에게 느꼈어야하는 마음이 이거였겠지..원작 작가가 같아서인지 느껴진 감상일 것 같은데 뮤 레미 재연으로 자첫자막하며 눈에 보이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비해 울림을 얻지 못한 이유가 배우의 영향이 컸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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