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81014 뮤지컬 마틸다 밤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황예영 김우형 방진의 강웅곤 현순철

 

 

 

정말 좋은 극을 만나서 행복하다.

주인공이 여자 아이인 마틸다이기도 하지만, 꼭 여자가 아니라 학대의 경험이 있거나 그에 대해 고통을 감응할 수 있는 감수성의 사람이거나 계집애는 나서지 말라는 세상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여성이라면 결국은 뭉클해질 수 있는 이야기였고, 나는 두 종류의 경험을 다 가진 사람이라(사랑함에도 미숙한 부모는 아이를 슬프게 하는 종류의 아픔이랄까.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학대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웜우드 부부만큼이나 정도는 아니지만 어릴 때나 커가면서 언제나 들어왔던 종류의 이야기를 듣고 인정받지 못 하고 상처받는 마틸다를 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팠던 게 관객으로서 느낀 감정의 시작이었고, 마틸다를 위해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허니선생님 나이도 넘었는데 자기 삶의 폭력에 굴하지 않는 마틸다 만큼도 용기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1막을 보냈는데, 2막이 진행되고 극이 끝났을 때 더더욱 부끄러워졌다.

용기도 없는데 편견마저 가득 찬 어른이었더라 나는. 서로가 서로를 구하고 학대받았으나 거기에 굴하지 않은 아이들과 거기서 자라난 어른이 함께 세상을 이기는 이야기였는데 당연히 어른인 허니쌤이 아이인 마틸다를 구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트런치볼에게 평생을 학대 당해왔고 자신의 제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도 막아보려했으나 제대로 막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허니를 마틸다와 허니가 상냥함과 다정함과 인내로 가르치며 지키려한 아이들의 용기가 구해내는 장면인 리볼팅의 감동은 정말 오래 남을 거야.

 

극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마틸다이기에 한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두려움과 게으름과 무지로 인해 세상을 속이고 옳지 않은 것에 굴복하며 사는 것이 옳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극이었고, 마틸다가 가진 특별함과 그 특별함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일이 두려움과 폭력 속에 자랐으나 결국 완전히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낸 허니 선생님의 손과 트런치불에게 같이 학대당했던 아이들과 맞잡고 일으킨 봉기로 인해 일어났다는 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리볼팅을 이루어낸 마틸다의 특별함은 그냥 모든 승리와 성공의 프리패스가 되는 일반적인 영웅의 능력이 아니라 모두의 선량함과 용기를 모아주는 특별함이라 정말 특별하더라. 단 한 명의 특별함이 이룬 성과가 아니라 그 시작은 라벤더가 잡혀가게 하지 않기 위한 아이들의 용기였고, 그 용기로 인한 봉기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마틸다가 초능력을 통해 트런치불을 몰아세울 수 있었고, 아이들 모두 자신의 힘을 확인하며 기뻐하는 해방의 순간을 통해 마틸다를 비롯해 모든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있게 느꼈던 대로 소중한 아이인 '나'로 당당히 서면서 규칙에 순응하는 구더기 따위가 아닌 사람으로 서는 혁명을 모두 함께 이루게 만드는 특별함.

마틸다적 특별함은 이 이야기가 잘 꾸려낸 승리의 혁명에 걸맞고 그럼에도 불고하고 생뚱맞게 더 위의 권력자를 끌어오는 타협같은 혁명이 아니라 더욱 좋더라. 혁명을 다룬 이야기들 어린 생명들이 아름답게 스러지는 걸 그리며 비극을 심화하면서 희망 한 줄기만 남기는 종류의 서사를 현실적이라고 이야기되고 그게 작품성있게 느끼게 한다지만 난 솔직히 기분 전환을 위해 공연을 보면서 배우들이 깜냥이 모자라면 숭고함까지 가지 못 하고 절망에서 멈추게 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 있어보이는 척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 때가 더 많아서 안 좋아하는데 마틸다는 작고 순수한 힘이 모여서 승리하면서 심지어 동화적인데 현실적으로 납득이 될 법도 한 있어보이면서 동화다운 해피 엔딩을 그려내기까지해서 나에게는 오늘부터 마틸다가 가장 완벽한 혁명 서사가 되었다ㅠ


단순히 마틸다와 아이들이 트런치불을 몰아내서 좋은 학교를 갖게 되고 허니에게 집을 찾아줘서 마냥 해피한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일인 웜우드 가족의 학대로 조심스럽게 방향을 돌리기 시작할 때는 이것도 희극과 비극의 균형을 맞춘다고 마냥 행복하게 안 두는 건가 화날 뻔 했는데 어딘가 있어보이는 비극적 끝맛을 위해 그렇게 짚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기 행각이 발각되어 위기에 처한 부모를 구한 뒤 해외 도피를 하려는 가족들을 떠나 허니와의 삶을 선택하는 걸로 마틸다가 복수와 용서와 성장을 함께 이루는 엔딩 너무나 동화적이면서 억지스럽지 않아서 정말정말 너무 좋았다. 계속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 했고 마틸다에게 보호받기까지 했던 허니가 진짜 어른으로서 마틸다의 보호자가 되는 또 하나의 성장도 같이 이루면서 극 중 이야기이자 실제 허니의 삶의 성장도 마무리 하는 걸로 모든 걸 잘 정리해내는 게 뿌린 떡밥 제대로 회수 안 하거나 대충 갈무리하는 무성의한 전개와는 차원이 다른 격조있는 닫힘이라 잘 짜여진 이야기를 만난 기쁨 또한 얻었다.

짜여짐 얘기를 해서 하는 건데, 구조가 정말 잘 짜인 극인데 그게 복잡하지 않아서 아이들도 분명히 충분히 매우 잘 이해할 정도이고 그 구조 자체가 극의 메시지와 닫아있는 거 정말 너무 맘에 든다.
마틸다가 자신은 누군가가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겠다고 하는 게 그 아이의 목소리로 한 첫 넘버 속 이야기였는데 허니의 과거이자 곡예사 가족 이야기의 끝이 마틸다와 인물들이 현실에서 한 행동으로  만들어지고, 곡예사 가족이자 허니의 이야기의 해피엔딩으로 만든 게 결국 마틸다가 자신을 학대한 원 가족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의 배경이 되는 연결이 자연스럽고 그 구조 자체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낼 때 옳지 않은 걸 바로잡고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 되는 것에 정말 감탄했다. 어렵지 않게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극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ㅠ

이야기 얘기만 자꾸 하게 했는데 무대랑 조명이며 음악이며 배우들 연기며 연출 다 좋았다. 이런 동화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아역 배우들을 쓰면서 아동극과 성인극 양쪽으로도 다 즐기고 만날 수 있게 너무 사랑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만드는 거 정말 어려운 건데 균형감이 엄청 나더라. 힘이 엄청 들어간 무대와 세트인데 (극장 벽에도 장치를 얼마나 넓게도 해놨던지ㄷㄷㄷ) 정작 보는 입장에서는 힘 너무 줘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안 드는게 장당 최소 6만원 최대 14만원짜리 소비를 특별한 문화 생활로 할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너무 체하는 기분도 느끼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친숙해서 허접하게 다가오지도 않을 딱 그만큼의 뽀대나는 화려함이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쓰면서도 동화인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게 그저 좋다고 밖에. 

음악 자체도 귀에 잘 붙고 좋았고 성인배우들은 그저 잘하셔서... 아쉬운 사람이 정말 없었다. 예영마틸다는 똑 부러지고 똘똘하면서 어쩐지 슬픔이 뭔지 아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 애는 이 극 전체와 자신의 역할이 뭔지 분명히 이해하고 연기한다는 확신을 주더라. 노래도 잘하고 기특했다ㅠ 마틸다 포함해서 아역배우들이 대부분 무대 경험이 있는 애들임에도 대사나 노래가 군데군데 안 들리는 부분도 좀 있긴 한데(알파벳 송은 반 정도 알아들은 것 같아) 원체 모든 대사나 가사를 다 들어가며 관극하는 타입은 아니고 분위기를 타며 보는 스타일이라 나는 타협 가능한 정도였다.

같이 아역이 주인공인 극이라 빌리 생각이 났는데.. 빌리가 취향이 아니었던 사람에게 마틸다는 취향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 반영이 되다 못 해 주인공이 성공은 할 수 있는 걸까 싶고 남겨진 마을 사람들이 상징하는 하층민의 가능성은 땅에 묻혀버리는 결말이 주는 꿉꿉함이 힘들었던 분들이나 마틸다도 주인공답게 등장 비율이 높지만 빌리처럼 거의 내내 나와서 거의 내내 춤추고 노래하고 커튼콜까지 쉴 틈이 안 보여서 저 순간 자체가 어쩌면 아동 노동 착취가 아닐까 같은 딴 생각이 안 나는 게 기쁠 분들에게도 그럴 듯. 일단 나는 그랬다.

케이티 더블 할인이 A석 할인률이 제일 높아서 3층 5열 가서 봤는데 배우 머리 잘려서 짜증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기에 3층 중블 5열까지는 다들 무난하게 보시지 않을까 자리 정보 투척하며 이만 줄이기!

 

 

 

더보기

 

(+) 트위터 단상

1막만 봤는데 벌써 갓극이다 쩐다 대단하다 너무 슬프고 너무 뭉클하다ㅠㅠㅠㅠ

웜우드 부부만큼이나 정도는 아니지만 어릴 때나 커가면서 언제나 들어왔던 종류의 이야기를 듣고 인정받지 못 하고 상처받는 마틸다를 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팠고, 거기에 맞서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뭉클하면서도 어쩐지 슬프다. 마틸다를 위해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허니선생님의 역할을 맡을 나이인데 아직 마틸다 만큼도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사람이 이렇게 편견에 가득 차 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고 학대받았으니 굴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기는 이야기였는데

"웜우드 부부만큼이나 정도는 아니지만 어릴 때나 커가면서 언제나 들어왔던 종류의 이야기를 듣고 인정받지 못 하고 상처받는 마틸다를 보는 게 너무 가슴 아팠고, 거기에 맞서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뭉클하면서도 어쩐지 슬프다. 마틸다를 위해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허니선생님의 역할을 맡을 나이인데 아직 마틸다 만큼도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이렇게 얉은 생각으로 지레짐작 해버렸다.

너무 좋은 극을 만나고 나면 좋다는 말 말고 다른 생각을 못 하겠어서 답답하다. 생각과 언어가 왜 이다지도 빈곤한 걸까.

리볼팅에서 눈물이 진짜 마구 나왔는데, 이렇게 울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조여오는 어떤 강한 감정이나 한 인물에 대한 몰입을 떠나, 세상이 바뀔 수 있는 어떤 강렬하고 숭고한 순간을 만나고 있다는 감동과 그 이전까지의 고난에 받았던 고통이 터져나오는 눈물은.

극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마틸다이기에 한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두려움과 게으름과 무지로 인해 세상을 속이고 옳지 않은 것에 굴복하며 사는 것이 옳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극이었고, 마틸다가 가진 특별함과 그 특별함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일이 두려움과 폭력 속에 자랐으나 결국 완전히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낸 허니 선생님의 손과 트런치불에게 같이 학대당했던 아이들과 맞잡고 일으킨 봉기로 인해 일어났다는 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틸다의 특별함은 모두의 선량함과 용기를 모아주는 특별함이었고, 그동안 보았던 혁명을 위한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웠다. 트런치불을 몰아내었기에 마냥 해피한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일들을 짚어주고, 하지만 어딘가 있어보이는 비극적 끝맛을 위해 그렇게 짚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한 희망적으로 처리했지만 그게 마틸다가 자신을 학대한, 혹은 사랑한 이들을 위해 나눈 모든 마음의 결실인 것이 상냥하고 끈기있고 다정하여 기쁘고 또 기뻤다.

극의 이야기가 동화적이면서 또 그 안의 동화와 서사가 맞물려 지나가는 게 너무나 환상적이었고, 점점 떠올랐지만 더는 떠오르지 않았던 이야기의 끝을 마틸다와 인물들이 직접 만드는 부분이 극 초반 마틸다가 왜 구해주길 기다려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약간의 똘끼를 보여주었던 것으로 이어지고 맞물리는 게 억지스럽지 않고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라 정말 좋다.

이야기 얘기만 자꾸 하게 되는데 무대랑 조명이며 음악이며 연기며 연출 다다 좋았다. 이런 동화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아역 배우들을 쓰면서 아동극과 성인극 양쪽으로도 다 즐기고 만날 수 있게 너무 사랑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만드는 거 정말 어려운 건데 균형감이 엄청 났다

예영마틸다... 단단한 목소리와 눈빛 속에 슬픔이 뭔지 담고 있어서 첫 등장씬 대사 만으로도 너무 많이 울컥 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학대라는 걸 알고 있고 아직 완전히 이겨낼 힘이 없다고 그저 주저앉지 않고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의 부정까지 막아보려는 그 아이의 노력에 가슴이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던 순간이 정말 특별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을, 극을, 그 모든 순간들을 다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마틸다로 무대에 서있는  그 모든 순간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본 부르스가 서윤이었구나. 프랑켄 때 봤었을 때보다 엄청 커있어서 얼굴이 낯익은데 누구지 한참을 봤다. 내가 뭐라고 잘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뿌듯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