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이지나 김우형 박혜미 강웅곤 문성혁 곽이안 김단비 김요나 에릭 테일러 오미선 강희준 이우진
저번에는 3층에서 보고 이번에는 1층 A열에서 보는 극단적 시야 변화와 약간의 캐스팅 차이를 겪은 김에 간단하게 후기 남기기.
아주 앞과 매우 위이자 3층 5열이라 뒤에 가깝기도 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자첫자막할 사람은 망원경 없으면 빌리거나 사서 3층이 좋을 것 같고 두번 이상 볼 사람은 A 비롯한 극 앞열도 가볼만 한 것 같다.
오피에서 뭐라는 지 잘 들린다는 얘기 후기들에서도 봤고 지인들한테도 듣기는 했는데 정말 뭐라는 지 잘 들리더라ㅋㅋㅋㅋㅋㅋ
가사 알아듣기에는 앞열이 더 좋다면서 자첫자막에 뒤를 추천하는 건 무대가 정말 한눈에 안 들어와서!
바닥 조명을 많이 쓰는 데다가 관객석을 확 감싸는 초키 조명의 살벌함을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고 세트가 자잘하게 많이 바뀌기도 해서 1층 3~8열 사이나 2층 앞열이 베스트가 아닐까.. 안 가본 입장에서 감히 추정해볼 만큼 전체로 보는 맛이 좋은 극이라고 본다.
3층 5열에서도 무대 저 끝의 집 세트 같은 게 안 보이지 않기에 3층도 그래서 추천한다.
뭐 하지만 여러번 볼 거라면 오피도 가보는 것도 추천ㅋㅋㅋ 난 트런치불 치마 속은 생각보다는 신경 안 쓰여서 다행다행했고 소리가 잘 들리니 속시원하긴 하더라. 공연이 몇달 째인데 자잘하게 마이크 음량 조절 어긋나는 음향팀의 영향을 확실히 덜 받고 마틸다 표정이 잘 보이니까 감정이 더 울컥하는 게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오늘 만난 지나마틸다가 전에 본 마틸다인 예영마틸다랑 대사치는 그런 게 유달리 다른 건 없는 게 진짜 빡세게 디렉팅 들어가나보다 싶기는 했는데 그래도 사람이 달라서 다른 느낌인 건 슬픔을 꾹꾹 누르고 괜찮은 척 하려는 게 잘 느껴지는 거였고, 불행하지 않은 척 아픔을 감추고 제 나이처럼 살지 못 했던 아이가 허니 앞에서 와락 안겨들고, 불쑥 진실을 토해내면서 제 나이 아이가 되어서 그 나이에 감당해서는 안 되는 슬픔을 엿보일 때 가슴이 파스스하게 무너졌다. 눈빛이 아주 단단했는데, 단단함과 아이다움의 대비를 해내는 게 멋졌어.
혜미 허니는 진의 허니에 비해서는 트런치불을 이겨내는 과정이 빨랐는데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인내심을 다해서 가르쳐서 아이들이 단어를 잘 아는 거라고 소리칠 때 용맹하시더라. 난 진의허니가 보여주는 쉽사리 떨칠 수 없는 불행에 젖어산 슬픔이 더 좋지만 혜미허니의 리듬이 준 강경함이 리볼팅 차일드를 극의 확실한 절정으로 만드는 부분이 더 취향일 분들도 진의허니 좋은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진의허니일 때 절정은 마틸다와 같이 살고 싶다 할 때라고 내 맘대로 생각함ㅋㅋ 이야기 속 이야기 말고.. 마틸다의 서사의 절정이랄까)
나머지는 아역들빼고 다 같은데...
소녀트런치불 진짜 너무 무섭다ㅠㅠ
재림 트런치불이 더 무섭다는 게 중론같던데 아니 얼마나 더 무서운 거지?ㅠㅠ
이미 줄거리 다 알고 보면서도 너무 무섭고 징그러워서 소름끼쳤다ㅠㅠㅠㅠ
강웅곤 문성혁 웜우드 부부는 춤도 노래도 연기도 여전히 잘하셨고 그래서 역시 끔찍하더라. 캐스팅 참 잘한 신시....
원작 소설과 다르게 뮤지컬 마틸다는 결말부에 애비 웜우드는 마틸다라는 아이를 약간이라도 인정해주는데 큰 돈 주고 아이들 데리고 공연 보러 올 부모들의 기분을 생각해서 그렇게 한 각색이라면 굳이 안 그러지 왜 그랬을까 싶고 그렇다. 앞선 학대가 어디 개선이 가능할 학대가 아니잖아. 모든 학대받은 아이들이 마틸다처럼 사랑으로 품어줄 새로운 양육자를 만나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가족이 바뀔 가능성을 열어놓나 싶은데... 온 세상의 중심일 수밖에 없는 가족과 그 중에서도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불행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그걸 털어놓고, 다른 세상을 선택하게 한 마틸다의 용기와 나쁜 부모는 부모 자격이 없다는 원작의 메시지를 더 빛나게 하려면 갱생의 여지도 없던 원작의 부모 상태 그대로 뒀으면 한다.
그리고 자첫 때도 느낀 건데 알파벳송 같은 건 몰라도 트런치 불이 브루스 케이크 먹을 때 쓰는 문장이랑 길티 단어랑 리볼팅 차일드 전 마틸다 칠판 글씨 정도는 걍 한글로 좀 해줬으면 좋겠다. 레플리카라 건들기 어려운 거라고 납득하고 넘어가기에는 솔직히 좀 굳이 그거까지 싶은 게 진심임.
인터미션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웜우드 넘버 때 관객 쪽 주는 것도 본고장에서 그렇게 한다 그래도 그것도 내 취향 아니고... 끝나고 지목당한 관객한테 책 한권이라도 주면서 쏘리쏘리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난 그렇게 쪽주는 이벤트 너무 싫다 진짜ㅠㅠㅠㅠ
뭐.. 싫은 부분 이야기만 갑자기 줄줄 풀었지만 이런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해도 마틸다라는 뮤지컬 전체는 그냥 결국 좋다.
아이는 사랑받아야하는 존재고 양육자라는 것들이 그냥 싸질러놓고 그 아이를 진정으로 제대로 돌보지 않는 학대를 가하는 게 얼마나 악독한 일인지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단하고 즐겁게 보면서도 깨닫게 할 여지를 주는 극 못 만나봤고, 그것 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행복한 아이나 어른이들은 즐거울 수 있고 아팠던 아이나 어른이는 위로를, 무딘 어른들이 어쩌다가 교훈도 얻을 수 있는 극이잖아. 극 끝나고 나갈 때 1,2막 아이들이 더블 캐스팅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아저씨 관객 무리마저 결국 보길 잘했다 좋았다라는 말을 하는 걸 로비에서 스쳐듣게될 만큼 재밌고 볼만한데 메시지가 너무 감사하기까지해서 난 이 극이 정말정말 좋다.
그저 2월 중순까지 할인 너무 무자비하게 안 풀리게 많이들 봐줬으면 좋겠다.
작고도 꾸준한 이 바람이 이뤄지면 좋겠다.
p.s 이름만 써놓고 딱히 평을 안 쓴 새로 만난 아역들 걍 다 잘한다. 누가 구더기팀이고 누가 도롱뇽팀인지 그런 건 모르겠다만 그 작고 어린 것들이 그만큼 춤추고 노래하고 대사 외우고 세트 옮기고 커튼콜 때 박수를 즐기며 활짝 웃고 다 예쁘더라 그냥ㅎㅎ
(+) 트위터 단상
간만에 이안이도 보고 두번 만에 아역 두팀 다 만나는 것 같아서 좋다ㅎㅎ
가까이에서 표정 하나하나 다 보이니 더 슬프다.. 너무 슬프다.... 너무너무....
나마틸다 가족과 눈을 마주할 때는 내내 굳은 표정이고 혼자 있을 때나 책을 읽을 때 풀어진 얼굴, 작게 띄운 미소, 꾹 참는 눈물 보이는 거 너무 가슴 아프다. 가족과 함께 하는 동안 이 아이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아. 필사적으로 불행을 무표정 속에 누르고 있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아무 것도 나눠주지 않는 가족을 견뎌내던 아이가 그 아이의 특별함을 위해 노력하고 도와주고자하는 사람의 다정한 노력에 꾹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나오듯 달려가 답싹 끌어안는 순간은 아름다운 만큼 슬프다. 지나마틸다 리볼팅 끝나고 딸꾹질 계속 나는데 타이밍 잘 맞춰서 대사치고 노래하고 너무 대단하다ㅎㅎ 1막 내내 남아있던 풍선 쏙 잡아서 책상에 넣는 것도 센스 있었는데ㅎㅎ 에고.. 배우님의 센스도 넘치고 연기도 넘치고 오늘도 너무 좋네 마틸다는ㅠㅠ 혜미허니 선생님은 강건한 사람이 미래의 트라우마에 눌려있던 게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는데 리볼팅 직전 수업부터 확 강해져 있어서 진의허니랑 굉장히 달라서 신기했다. 진의허니의 부서질 것 같던 느낌이, 손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늪에 빠져서 간신히 마틸다라는 빛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고 안간힘을 쓰는 느낌이 좀.. 뭐랄까 항상 절망에 빠져 살아서 벗어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그 막막함이 너무 와닿아서 더 좋기는 한데 혜미허니의 곧은 목소리와 외침이 아이들에게 어떤 힘이 되고, 어떤 확신을 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그것도 좋았다.
....또다시 만난 분들은 여전히 잘하시고.. 그게 트런치 불, 웜우드 부부라 여전히 싫고 무섭고 징그럽고 열받고 짜증나고 무섭고 싫고 징그럽고 열받고 짜증나고의 끊임없는 반복이라 끔찍한 역할을 배우들이 너무 잘하실 때 이입된 관객의 고통 끌어내기 최고였다고 진심으로 찬사를...
1층 앞열에서 보니까 아이들 표정 하나하나 다 보이는데 그래서 더 울컥하고 그만큼 더 사랑스럽고ㅎㅎ 소품 끌고 나올 때 미소 가득한 얼굴로 나오는 것도 예쁜데 진지하게 밀고 들어가는 건 또 프로미 뿜뿜해서 또 감탄감탄ㅎㅎ 어른이 되면에서 반짝이는 웃음들은 그냥 그 순간이 위로였다.
높이 올라갔다가 결국 다시 내려가는 그네와 같이 진자운동하지 말고, 모든 아이들이 행복의 길로, 세상으로 슝하고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되는 순간. 아름답고, 고맙고, 기도하게 된다.
지나마틸다가 허니선생님에게 진심을 털어놓던 순간이 너무 좋았다. 슬프지 않다고, 사실 행복한 아이가 아니라고,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 무섭고 두렵고 힘든 일인데.. 마틸다는 그 말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바라봤다. 정말 기적같은 아이. 새롭게 반짝이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기쁘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서 만났던 아역배우들이 다른 역으로 성장한 걸 만날 때의 기쁨도 각별하다. 팔다리가 길어지고 소리가 커짐과 함께 눈이 깊어지는 걸 볼 때면 그 아름다운 성장을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하게 된다.
마틸다 자첫 때 등장하자마자 느꼈고 늘 느끼는 건데... 그 아이의 헝크러지고 부스스한 빗질 한 번 못 받은 것 같은 머리가 너무 슬프다. 허니선생님과 함께 하기 시작한 뒤 마틸다의 머리는 부스스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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