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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81007 연극 신의 아그네스 낮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전국향 송지언 오지혜

 

(+) 트위터 단상

종교 고발극인가 싶다가 결국에는 그게 아니란 걸 알고나니 오히려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극이었다. 결국 모든 불행은 세상을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려고 하는 것이라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 30분 가까이 걸렸다.

그 아이가 남긴 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괴로워하는 닥터 리빙스턴의 독백으로 끝이 나는 구성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면에 대해 더 깊이 곱씹게 했지만, 곱씹어 가는 과정에서 과연 그 방식과 의도가 옳았나를 끊임없이 되묻게 되는 것이 괴로웠다.

아그네스를 그녀 자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바라본 사람들 모두가 결국 그녀를 행복하게 할 수 없었고 그 사람의 몸과 정신과 삶을 망가트렸다. 실패한 자신의 삶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덧씌워 그녀를 학대한 엄마, 아그네스의 노래 소리 속 신성에 매료되어 그녀를 신성시하고 자행되었을 폭력은 그저 회피하려한 미리암 원장수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종교에 대한 분노와 죽은 여동생의 그림자를 아그네스에게 덧씌운 리빙스턴.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무지와 신이라는 방어벽 속에 가두어버리는 아그네스까지 모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만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태어날 때부터 존재를 부정당했고 결국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잘못 주입된 모든 의도들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 채 비극적 결말을 맞는 아그네스의 모습을 통해 재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 극이었고, 그 질문에 대해 극이 내린 답인 옳지 않다에 공감하지만 그 이야기를 위한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 아프기도 했고 괴롭기도 했다. 과학과 종교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시선의 폭력을 이야기하기 위한 극이라 그 어느 쪽도 아그네스를 구해내지 못함를 그려낸 결말이 어느 한쪽을 맹신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자신이 믿는 쪽이 옳다고 답을 내릴 수도 있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내 생각마저 어느 쪽도 완전히 신뢰하고 싶지 않은 내 이기심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어 그런 것 같다.

극 초입에 그레타 가르보의 해피엔딩을 맞는 다른 춘희를 기원하며 영화를 보고 또 보았다는 리빙스턴처럼 해피엔딩을 기원하는 사람이기에 지금 내 마음은 괴롭지만, 의도하는 메시지가 명확함에도 생각할 거리와 갈래가 부산하지 않게 주는 이야기와 극을 여성 3인극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새로운 극이 아니라 예전의 극이 계속해서 재상연되는 것이라해도 이런 극이 올라가서 한 명의 여성이라도 더 좋은 텍스트와 연출 속에서 자신의 나래를 펴고 그를 통해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제 난 송지언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고, 기억할 것이기에 그 중요함을 실감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지친 상태라 무겁고 괴롭고 텍스트가 많은 이야기를 피하는 중이었는데, 조명이 켜지고 오지혜 배우가 닥터 리빙스톤으로서 첫대사를 내뱉는 순간에 이런 공기를 그럼에도 그리워했다는 것을 느꼈고 전국향 배우와 송지언 배우 모두와의 앙상블에서 계속 실감했다. 한 마디로 단순히 줄일 수 없는 다면적인 이야기를 가진 인물의 목소리를 다른 연령과 매력을 가진 세 명의 여배우로 만날 수 있는 120분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었다.

전국향 배우와 오지혜 배우는 공연과 매체 어느 쪽으로도 이미 좋아하는 분들이셨고 당연히 좋았는데 28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신 분이니 송지언배우 잘하시겠지 예상을 했음에도 너무 잘하셔서 계속 마음에 맴돈다. 송지언배우가 만든 아그네스 리빙스턴의 회상과 미리암의 회상 속에서 같지만 다른 인물처럼 다가온다. 마치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그네스에게 바라는 외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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