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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80728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밤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강필석 김지현 이휘종 이지민(이아진) 최호중 진상현 이다정 강기헌 하도빈 박철 이예슬 이지숙 임지혜

 

인우 - 강필석, 태희 - 김지현, 현빈 - 이휘종, 혜주 - 이지민, 대근 - 최호중, 기석 - 김상현, 교수&소현 - 이다정,

민욱기(남학생1) - 강기헌, 수영(여학생1) - 이예슬, 조재일(남학생2) - 하도빈, 현경이(여학생2) - 이지숙, 동건이(남학생3) - 박철, 단비(여학생3) - 임지혜

앙상블 학생들 인물 이름 매칭 완료!!!ㅋㅋㅋㅋ




공연이 너무 좋았어서 오히려 후기가 게을러졌다. 다른 말이 필요없이 진짜 최고였던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봐서, 그 공연을 본 게 나라서 그냥 행복할 만큼 너무너무. 이 공연의 감성을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날에야말로 인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랑의 운명에 얽혀버린 순간을 만났다.
1막 피날레 때마다 사랑을 확인하고 왜 그녀가 늦는다고 저리 절망하는 지 인우를 이해하지 못 했었는데 인우는 태희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녀 또한 자신을 사랑함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그녀가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었던 나약한 인간임이 진짜 절절히 느껴졌다. 그러던 그가 여관방에서 태희가 전한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진심에 그녀와의 영원한 사랑을 확신했고, 함께 밤을 보낸 아침 이제 다시 태어나도 너만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을 만났어. 이제 다른 사람은 사랑할 수 없게 된 운명에 묶였는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데, 태희가 하나의 운명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엮인 태희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절망, 그 간절함이 쏟아지면서 인우의 아픔이 다가왔다. 오지 않는 태희를 기다리며 인우가 토해낸 불안함은 17년이 지난 날의 대근과 기석과의 술자리에서 대근은 진저리를, 기석은 연민을 놓지 못 할 만큼 겪었을 자신의 지독한 고통의 세월을 본능적으려 느꼈기 때문에 그랬던 거더라. 태희가 죽고 그녀를 묻어두고 살기로 결심하고 소현과 결혼을 하게 될 때까지 죽지 못 해 살면서 그 불행한 운명 속에서 오지 않는 태희를 기다리며 그저 그대로 끝나지 않은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고 살았겠지. '이렇게 돌아갈 곳 없는 길을 지나오게 만들었니 태희야'가 그렇게 와닿은 건 처음이었다. 태희가 죽고난 뒤 아마도 죽음과 같은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살아가기 위해 소현과 결혼을 하고 그녀를 잊고 다른 삶을 살아가려 했을 인우 앞에 현빈이 나타났고, 결국 현빈이 태희임을 느끼고 스스로 어쩔 수 없어하며 현빈에게 다가가고 혜주를 질투하며 소현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 하며 스스로가 천명했고 결국 피할 수 없는 사랑의 운명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던 인우가 태희의 초상을 그린 현빈의 멱살을 잡고 너 누구냐며 얘기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유약한 울부짖음이라 가슴이 아팠다. 태희와의 사랑이 운명처럼 그의 인생을 덮쳤듯, 17년 만에 다시 현빈으로 돌아온 태희를 느끼지만 말할 수 없어 절망하며 지치고 괴로운 인우의 아픔이 다가왔고, 그 이후에 이어진 휘종현빈이의 모든 시간들.. 정말 너무 좋았다. 이 날의 이야기와 감정이 그렇게 톱니바퀴처럼 내 잘못이 아니야를 부르는 현빈이에게게 흘러가 꼭 맞아 떨어짐.

휘종현빈은 똘똘하고 다정한 아이이고, 자신의 삶과 세상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딱 그 나이 고등학생이었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주변을 사랑하는 똘똘한 아이는 나이답지 않게 모든 걸 능숙하게 해내고, 의도하지 않은 어떤 건 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똑똑한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교실에 남아 인우에게 괜히 말을 더 걸어보려고 시답잖게 태희가 했던 숟가락과 젓가락 받침에 대한 물음을 건네고, 친구가 하기로 했던 2인3각 주자를 대신하며, 속이 상한 여자친구를 달래야할 때 자기도 모르게 인우의 편을 들고 어찌하지 못하겠어서 말문이 막히게 되는 일을 겪는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 하겠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고뇌하며 어렴풋이 느껴가는 자신 안의 무언가와 싸우며 현빈이라는 자신과 현빈이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고 두려워하는 내 잘못이 아니야를 부르고, 그리고 기억들 전까지 이어지는 그 모든 고뇌와 방황.. 정말 너무너무 안쓰럽고 애틋했다. 자기도 모르게 움트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가 믿던 자신과 대치될 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빈이가 너무나 안쓰러웠고, 그렇게 자신을 지키고 싶었지만 결국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던 그 모든 흐름들이 번점이 이야기하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사랑 그 자체로 나아갔다. 혜주가 나잖아를 외칠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섰다가 인우에게 현빈인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며 소리친 뒤, 왜 나를 알아보지 못 하냐는 원망이자 그리움의 말 이후 라이터를 돌려주며 이미 많은 것이 무너졌대도 그럼에도 사랑을 간직한 채 현빈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 라이터를 돌려주고 뒤돌아서는 인우의 뒷모습 이후로 밀어내려고 했던 기억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함께 쏟아져내리는 감정과 그로 인한 슬픔까지 끌어안고 인우에게 달려가는 현빈이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 그 장면에서는 노력하지 않으면 현빈이 잘 안 보이고 태희만 봤는데 둘이 같이 보였다.

라이터를 쥐어주고 뒤돌아서가던 인우의 뒷모습.

태희가 사고가 나기 전 인우에게 달려가며 걱정하고 두려워했을 자신을 기다리며 초조했을 인우의 영겁의 기다림을 그렇게 다시 눈으로 마주하고 더 이상 자신 안의 태희를 막을 수 없어 터져나오는 기억들과 함께 태희와, 그 기억과, 그 사랑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 지금은 돌아섰지만 먼 곳에서 또 생이 반복될 때까지 자신을 기다릴 인우를 향해 달려가야하는 현빈의 그 복잡하고 애틋한 감정이 나에게도 쏟아졌어. 오랜 시간 애처롭게 밀어낸 만큼 완전히 태희가 다시 찾아온 순간. 그 순간을 만들어내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줘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리고 그렇게 현빈으로써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휘종현빈이 태희의 기억을 찾고 인우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을 만큼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 가길 간절히 원했고 인우에게 태희가 그랬던 것처럼 태희 역시 인우가 유일한 사람이자 사랑이 되었음을 그 자체로 납득시킨 지현태희도 너무 최고였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완성은 태희가 간절히, 너무나 간절히 인우를 사랑한다는 거고 지현태희가 그걸 오롯히 전해줬다.

아직 덕질 제대로 안 할 때라 자리 잘 가리지 않던 초연 자첫 자막 때를 제외하면 번점은 중블에서도 완전 가운데에 가깝게만 봤었는데 이 날은 산책하다가 앞열 발견해서 언제 앉아볼 수 있겠냐는 마음에 2열이지만 좌측에 좀 치우치게 앉았고, 가운데에 앉았을 때는 등으로만 봤던 태희의 표정을 많이 만났는데 그전에도 이미 느낌과 뉘앙스로 납득하고 있었지만, 인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자꾸 웃음이 나면서도 혹여나 쉽게 다가가면 아무 인연이 아닌 듯 스쳐버린 비오던 날처럼 그렇게 쉬이 멀어질까 자꾸 인우를 피하면서도 그렇게 피할 만큼 인우를 계속 신경쓰고 있는 태희를 눈으로 봤는데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하더라. 왈츠를 추다가 나오는 자신을 따라오는 인우를 보며 픽 웃고는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누르고 뒤돌아서서 인우에게 '저 따라오신 거 아니에요?'라고 할 때 태희가 더는 인우에 대한 끌림을 미래에 있을지 모를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놓치지 않기 위해 속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 그에게 향하고 싶은 마음을 터트렸음이 느껴졌고, 차분하고 능숙해보이는 그 행동이 실은 너무나 오래 누르고 눌러서 가능했던 침착이란 게, 그 순간을 그 누구보다 고대했던 설렘의 방증이란 게 다가와서 사랑스러운 필지휘의 왈츠인데 그때부터 이미 눈물이 왈칵 났다.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 사람이라 그런 거겠지만, 그렇게 겨우 서로 이제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왈츠를 추다가 태희는 애틋하게 인우를 보며 웃지만 멀어지고, 홀로 남은 인우는 여전히 태희와의 시간 속에 살며 아무도 없이 외로이, 그러나 태희와의 시간이라는 환상 속에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는 건 태희의 사고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헤어지게 됨에도 태희와의 시간 속에서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우의 사고 이후의 삶 그 자체인데 정작 둘의 모습과 표정이 너무 투명하고 예쁘고 슬프더라.

둘의 왈츠는 언제나 가슴이 아린 장면이지만 이날은 태희 역시 인우를 향하는 마음을 두려움에 꾹꾹 눌렀다가 터트렸다는 게 더 다가오니 정말 가슴이 시렸다.

아예 이야기의 화자이며 시점의 주인공이기에 인우에게 태희가 달아날까 혹은 멀어질까 두려운 사람에서 한 생이 끝나고 다음 생을 살아도 영혼으로 사랑할 유일한 존재임을 알아보는 건 관객에게 어렵지 않지만, 현빈이와 함께 달리는 기억들을 제외하면 인우의 회상으로만 나타나는 태희의 등장 비중의 한계 속에서 태희는 인우보다 그 깨달음이 조금 더 빨랐을 뿐, 그녀에게도 인우가 그렇게 유일한 사람임을.. 그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먼저 멀어지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을 뿐 그녀 역시 인우가 유일한 사람이었음을 나타내는 걸 부족한 시간 속에서 오롯이 연기로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지현태희에게 새삼 감동했다. 언제나 가장 사랑하는 태희였지만 진짜 이렇게까지 잘하나 필인우와 세트로 감탄했네ㅠㅠ 태희에게 인우가 절실했기에 내면의 태희를 밀어내려고 애쓰던 휘종현빈이 태희와 같은 영혼을 가졌기때문에 결국 기억을 되찾고, 한 영혼이지만 다른 시간을 산 두 존재가 인우에게 이제야 달려가는 기억들이 너무나 간절하고 아련해서, 마침내 만나서 함께 손을 잡고 무대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 마지막이 인우 혼자 왈츠를 추던 때와 너무 달라서, 이제야 드디어 만났다는 게 너무 기쁘면서도 슬퍼서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아름답게 젖어들게 해주었다.

연출적으로 장면 교차가 그렇게 되다보니 현빈과 태희가 교차하고 인우와 재회하는 사고씬은 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하고 벅참을 느낀 적이 더 많았는데, 이 날은 태희의 간절함이 너무나 느껴져서 17년 전 사고를 함께 은유하는 사고음이 들릴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그 순간 기다리는 인우를 생각하며 달려갈 수 없어 절망했을 태희가 기억을 찾은 현빈의 몸으로 다시 달려가 인우에게 '너무 늦었지...'라고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가 가늠이 되지 않아서 이들이 드디어 다시 만났다는 기쁨과 그 전까지 인우에게 달려가고 싶었을 태희의 간절함에 대한 슬픔에 감정이 나를 넘어서 온 공간에 차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말한 모든 감정을 의도하고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연출이고 음악이고 대사고 움직임들이지만... 그걸 정말 오롯이 표현해내는 건 배우의 힘이고, 이날의 필지휘는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간절하더라. 그리고 그 간절함의 마주침이 서로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임에도 마지막에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짐을 오히려 납득시키더라.

서로가 헤어지고 한 명은 생의 길 속에서 혼자 남은 시간을 걷는, 한 명은 다시 그 사람을 찾기 위해 망각의 벽 속에 갇히는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한 선택. 어떤 성별로 만나도 그저 그냥 다시 사랑하면 되지만, 그들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건 함께 더 오랜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세월을 걷고 싶어서였다. 영화부터 뮤지컬까지 함께 뛰어내리는 부분을 세상의 편견이라는 벽이 아무리 커도 현빈이 인생은 어쩌고?라는 생각에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 했는데, 이들은 그저 같은 시간을 함께 걷고 싶었다 라는 걸 느끼니 울림이 다르더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그렇게 둘만을 위해 그렇게 떠나버리는 게 그들을 사랑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20년 이상 이미 엇갈린 나이로 필히 예정된 생사의 이별을 맞는게 그들에게 얼마나 잔혹했을지를 떠올리면 같은 나이로 태어나 한 세상에서 다시 만나 서로를 처음으로 또 만나 함께 하고픈 그들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었다.

휘종현빈 이 날 연기가 잘 풀려가서 감정은 막 오르고 갑자기 그 주에 스케줄이 너무 늘어서 몸에 피로는 쌓인 게 서로 삑이 났는지 우린 사랑해야한다에서 한 번 소리 좀 뒤집혀서 그전까지 태희 보는 눈으로 꿀떨어지던 필인우 눈이 에구 어린애야 막 너무 튀었니ㅋㅋ하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잠시 우쭈쭈해주며 한 음 한 음 같이 불러주는 거 느껴져서 급 현실 강필석과 이휘종 조우에 감상 깨질 뻔 했는데 뒤돌아서서 걸어가며 다시 찾은 눈빛과 살짝 붕 떴다 내려앉을 듯 덜컹.하듯 암전 전에 내딛는 필인우의 발동작이 이들이 그저 하산하는 게 아니라 함께 뛰어내렸다는 걸 확실히 하는데, 인우와 태희의 마음으로는 그게 해피엔딩이라는 게 이렇게 와닿은 것도 처음이었다. 잘 느껴왔고 이해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번점만큼 번점에 닿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인우와 태희 현빈이를 중심으로 후기를 썼지만 이날 진짜 모두가 완벽했다ㅠ 6월에 만났을 때도 수도 적은데 열심히 해서 기특했는데 이번 앙상블 너무 잘해ㅠㅠ 애들 귀여워ㅠㅠ 젊은 배우들의 성장 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해서 우리 세영고 아가들 노래도 더 깔끔해지고 감정 깊이도 어마어마하고 정말 너무 예뻤다ㅠㅠ 번점은 학생역 배우들이 반짝일 때 전해지는 청춘의 푸르름이 워낙 사랑스러운 공연이지만 이번 상연에서 인우와 아이들 관계가 더 다정해서 아이들이 비난에서 인우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더 절절하고 풋풋하고 그래서 아픔ㅠㅠ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과 다른 우리를 사랑하는 선생님인 인우에게 가졌던 믿음이 현빈이에게 제자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보이면서 깨지고, 너무나 좋아했어서 더 상처받았기에 변명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는 인우에게 더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ㅠㅠ '우리 선생님'이던 인우가, '우리 편'이던 인우가, 그랬던 유일한 어른이 믿음을 깬 것이 아직 작은 세계 속에 살고 있을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실감과 분노를 주었는지 표현이 놀라울 정도로 깊어졌는데 진짜 청춘의 역은 젊은 배우들이 해주는 게 이래서 좋아하고 슬퍼하면서 감탄하느라 맘이 너무 바빴다. 솔직히 한명 한명 다 다른 앙상블 역도 섬세하게 해내고 너무 예뻤는데 도빈재일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특히나 없었고,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늦게, 그리고 그 아이로서는 유일하게 서인우라는 선생님에게 맘을 열었는데 그 믿음을 배신한 인우에게 경멸만이 아니라 원망을 동시에 표현하는 거 눈에 확 들어오더라. 다른 아이들도 진짜 다 하나하나 너무 예뻤는데ㅠ 그냥 좋아서 더 쓸 말이 없어서 슬프네. 다정배우, 상현배우, 호중배우 역시 다 좋음. 다정소현 좋다는 건 저번에도 썼고, 매 상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기석이를 늘 잘하시는 상현배우야 말할 것도 없고, 매우 구린 대사였지만 웃음 유발에 좀 더 자극적이던 대근이 대사가 더 무난하게 바뀌었기에 분위기 메이커로서 극에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주는 게 오롯이 배우의 연기력에 더 기대게 된 걸 깔끔하게 해내는 호중배우의 완급조절력도 최고.

번점 진짜 너무 좋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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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이 필요없이 진짜 최고였던 날이다. 너무 기뻐서 끝나고 지인님하고 소회를 나누느라 이제야 후기를 시작하게 되어서 기억력의 문제로 여러 부분 휘발되었겠지만, 내가 보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좀 덜 기억나도 행복하다. 어제 이 공연을 봐서, 그 공연을 본 게 나라서 그냥 행복.

인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랑의 운명에 얽혀버린 순간을 만난 날이었다. 1막 피날레는 사랑을 확인하고 왜 그녀가 늦는다고 저리 절망하는 지 인우를 이해하지 못 하던 순간이었는데 태희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녀 또한 자신을 사랑함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그녀가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던 그는 여관방에서 태희가 전한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진심에 그녀와의 영원한 사랑을 확신했고, 함께 밤을 보낸 아침 이제 다시 태어나도 너만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기다림에서의 절망은 이제 다른 사람은 사랑할 수 없게 된 운명에 묶였는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데, 이제는 하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태희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절망, 그 간절함이 쏟아지면서 인우의 아픔이 다가왔다. 오지 않는 태희를 기다리며 어떤 불안함을 감지했던 그는 대근과 기석과의 술자리에서 대근은 진저리를, 기석은 연민을 놓지 못 할 만큼 지독한 고통의 세월을 태희가 죽고 그녀를 묻어두고 살기로 결심하고 소현과 결혼을 하게 될 때까지 살았을 것이며 스스로 그 불행한 운명을 오지 않는 태희를 기다리며 그저 그대로 느끼고 있었겠지. 이렇게 돌아갈 곳 없는 길을 지나오게 만들었니 태희야가 그렇게 와닿은 건 처음이었다. 태희가 죽고난 뒤 아마도 죽음과 같은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살아가기 위해 소현과 결혼을 하고 그녀를 잊고 다른 삶을 살아가려 했을 인우 앞에 현빈이 나타나고, 결국 현빈이 태희임을 느끼고 스스로 어쩔 수 없어하며 현빈에게 다가가고 혜주를 질투하며 소현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 하며 스스로가 천명했고 결국 피할 수 없는 사랑의 운명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던 인우가 태희의 초상을 그린 현빈의 멱살을 잡고 너 누구냐며 얘기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유약한 울부짖음이라 가슴이 아팠다. 태희와의 사랑이 운명처럼 그의 인생을 덮쳤듯, 17년 만에 다시 현빈으로 돌아온 태희를 느끼지만 말할 수 없어 절망하며 지치고 괴로운 인우의 아픔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진 휘종현빈의 모든 시간들.. 정말 너무 좋았지. 휘종현빈은 똘똘하고 다정한 아이이고, 자신의 삶과 세상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딱 그 나이 고등학생이었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주변을 사랑하는 똘똘한 아이는 나이답지 않게 모든 걸 능숙하게 해내고, 의도하지 않은 어떤 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똑똑한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교실에 남아 인우에게 시덥잖지만 태희와 같은 물음을 건네고, 친구가 하기로 했던 2인3각 주자를 대신하며, 속이 상한 여자친구를 달래야할 때 자기도 모르게 인우의 편을 들고 어찌하지 못하겠어서 말문이 막히는 등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 하겠는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고뇌하며 어렴풋이 느껴가는 자신 안의 무언가와 싸우며 현빈이라는 자신과 현빈이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고 두려워하는 내 잘못이 아니야를 부르고, 그리고 기억들 전까지 이어지는 그 모드 고뇌와 방황.. 정말 너무너무 안쓰럽고 애틋했다. 자기도 모르게 움트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가 믿던 자신과 대치될 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빈이가 너무나 안쓰러웠고, 그렇게 자신을 지키고 싶었지만 결국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던 그 모든 흐름들. 혜주가 나잖아를 외칠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섰다가 인우에게 현빈인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며 소리친 뒤 왜 나를 알아보지 못 하냐는 원망이자 그리움의 말 이후 라이터를 돌려주며 이미 많은 것이 무너졌대도 그럼에도 사랑을 간직한 채 현빈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 라이터를 돌려주고 뒤돌아서는 인우의 뒷모습 이후로 밀어내려고 했던 기억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함께 쏟아져내리는 감정과 그로 인한 슬픔까지 끌어안고 인우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라이터를 쥐어주고 뒤돌아서가던 인우의 뒷모습. 태희가 사고가 나기 전 인우에게 달려가며 걱정하고 두려워했을 자신을 기다리며 초조했을 인우의 영겁의 기다림을 그렇게 다시 눈으로 마주하고 더이상 자신 안의 태희를 막을 수 없어 터져나오는 기억들과 함께 태희와, 그 기억과, 그 사랑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 지금은 돌아섰지만 먼 곳에서 또 생이 반복될 때까지 자신을 기다릴 인우를 향해 달려가야하는 현빈의 그 복잡하고 애틋한 감정이 나에게도 쏟아졌다. 오랜 시간 애처롭게 밀어낸 만큼 완전히 태희가 다시 찾아온 순간. 그 순간을 만들어내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줘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리고 그렇게 현빈으로써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휘종현빈이 태희의 기억을 찾고 인우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을 만큼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 가길 간절히 원했고 인우에게 태희가 그랬던 것처럼 태희 역시 인우가 유일한 사람이자 사랑이 되었음을 그 자체로 납득시킨 지현태희도 너무 최고였다. 아직 덕질 제대로 안 할 때라 자리 잘 가리지 않던 초연 자첫 자막 때를 제외하면 번점은 중블에서도 완전 가운데에 가깝게만 봤었는데 이날은 산책하다가 앞열 발견해서 언제 앉아볼 수 있겠냐는 마음에 좌측에 좀 치우치게 앉았고, 가운데에 앉았을 때는 등으로만 봤던 태희의 표정을 많이 만났는데 그전에도 이미 느낌과 뉘앙스로 납득하고 있었지만, 인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자꾸 웃음이 나면서도 혹여나 쉽게 다가가면 아무 인연이 아닌 듯 스쳐버린 비오던 날처럼 그렇게 쉬이 멀어질까 자꾸 인우를 피하면서도 그렇게 피할 만큼 인우를 계속 신경쓰고 있는 태희를 만나는 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한 일이었다. 왈츠를 추다가 나오는 자신을 따라오는 인우를 보며 픽 웃고는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누르고 뒤돌아서서 인우에게 저 따라오신 거 아니에요?라고 할 때 태희가 더는 인우에 대한 끌림을 미래에 있을지 모를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놓치지않기 위해 속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 그에게 향하고 싶은 마음을 터트렸음이 느껴졌고, 차분하고 능숙해보이는 그 행동이 실은 너무나 누르고 눌러서 가능했던 침착이란 게, 그 순간을 그 누구보다 고대했던 설렘의 방증이란 게 다가와서 사랑스러운 필지휘의 왈츠인데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이미 결말을 알고 보는 사람이라 그런 거겠지만, 그렇게 겨우 서로 이제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왈츠를 추다가 태희는 애틋하게 인우를 보며 웃지만 멀어지고, 홀로 남은 인우는 여전히 태희와의 시간 속에 살며 아무도 없이 외로이, 그러나 태희와의 시간이라는 환상 속에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는 건 태희의 사고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헤어지게 됨에도 태희와의 시간 속에서 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우의 사고 이후의 삶 그 자체였다. 언제나 가슴이 아린 장면이지만 태희 역시 인우를 향하는 마음을 두려움에 꾹꾹 눌렀다가 터트렸다는 게 더 다가오니 정말 가슴이 시린다는 말 말고 더 뭘 할 수 있을까 싶게 아팠다. 아예 이야기의 화자이며 시점의 주인공이기에 인우에게 태희가 달아날까 혹은 멀어질까 두려운 사람에서 한 생이 끝나고 다음 생을 살아도 영혼으로 묶인 유일하며 영원한 사랑임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지만, 기억들을 제외하면 인우의 회상으로만 나타나는 태희의 등장 비중의 한계 속에서 태희는 인우보다 그 깨달음이 조금 더 빨랐을 뿐, 그녀에게도 인우가 그렇게 유일한 사람임을.. 그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먼저 멀어지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을 뿐 그녀 역시 인우가 유일한 사람이었음을 나타내는 걸 부족한 시간 속에서 오롯이 연기로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지현태희에게 새삼 감동했고, 그만큼 태희에게 인우가 절실했기에 내면의 태희를 밀어내려고 애쓰던 휘종현빈이 태희와 같은 영혼을 가졌기때문에 결국 기억을 되찾고, 한 영혼이지만 다른 시간을 산 두 존재가 인우에게 이제야 달려가는 기억들이 너무나 간절하고 아련해서, 마침내 만나서 함께 손을 잡고 무대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 마지막이 인우 혼자 왈츠를 추던 때와 너무 달라서, 이제야 드디어 만났다는 게 너무 기쁘면서도 슬퍼서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아름답게 젖어든 날이었다. 장면 교차가 그렇게 되다보니 현빈과 태희가 교차하고 인우와 재회하는 사고씬은 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하고 벅참을 느낀 적이 더 많았는데, 이 날은 태희의 간절함이 너무나 느껴져서 17년 전 사고를 함께 은유하는 사고음이 들릴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그 순간 기다리는 인우를 생각하며 달려갈 수 없어 절망했을 태희가 기억을 찾은 현빈의 몸으로 다시 인우에게 너무 늦었지...라고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가 가늠이 되지 않아서 이들이 드디어 다시 만났다는 기쁨과 그 전까지 인우에게 달려가고 싶었을 태희의 간절함에 대한 슬픔에 감정이 나를 넘어서 온 공간에 차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지금 내가 말한 모든 감정을 의도하고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연출이고 음악이고 대사고 움직임들이지만... 그걸 정말 오롯이 표현해내는 건 배우의 힘이고, 이날의 필지휘는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간절했고 감사했다. 그 간절함의 마주침이 서로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임에도 마지막에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짐을 오히려 납득시켰다. 서로가 헤어지고 한 명은 생의 길 속에서 혼자 남은 시간을 걷는, 한 명은 다시 그 사람을 찾기 위해 망각의 벽 속에 갇히는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한 선택. 어떤 성별로 만나 그냥 사랑하면 되지만, 그저 함께 더 오랜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세월을 걷고 싶을 뿐. 영화부터 뮤지컬까지 함께 뛰어내리는 부분을 세상의 편견이라는 벽이 아무리 커도 현빈이 인생은 어쩌고?라는 생각에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 했는데, 이들은 그저 같은 시간을 함께 걷고 싶었다 라는 걸 이 날 느꼈다.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그렇게 둘만을 위해 그렇게 떠나버리는 게 그들을 사랑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생의 시작점이 17년 엇갈려 예정된 생사의 이별을 맞는게 그들에게 얼마나 잔혹했을지를 떠올리면 오롯이 그들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우와 태희 현빈이를 중심으로 후기를 썼지만 이날 진짜 모두가 완벽했다ㅠ 6월에 만났을 때도 이번 앙상블도 너무 잘해ㅠㅠ 애들 귀여워ㅠㅠ하고 세상 행복했는데 젊은 배우들의 성장 속도는 정말 무시무시해서 우리 세현고 학생들 노래도 더 깔끔해지고 감정 깊이도 어마어마하고 정말 너무 예뻤다. 번점은 학생역 배우들이 반짝일 때 전해지는 청춘의 푸르름이 워낙 사랑스러운 공연이지만 이날은 정말 특히 좋았다. 이번 상연에서 인우와 아이들 관계가 더 다정해서 아이들이 비난에서 인우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더 절절한 걸 애초에 이해했었는데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과 다른 우리를 사랑하는 선생님인 인우에게 가졌던 믿음이 현빈이에게 제자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보이면서 깨지고, 너무나 좋아했어서 더 상처받았기에 변명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는 인우에게 더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게 너무나 안쓰러웠다. '우리 선생님'이던 인우가, '우리 편'이던 인우가, 그랬던 유일한 어른이 믿음을 깬 것이 아직 작은 세계 속에 살고 있을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실감과 분노를 주었는지 표현해내는 깊이가 놀라울 정도로 커졌는데 진짜 청춘의 역은 젊은 배우들이 해주는 게 이래서 좋아하고 슬퍼하면서 감탄하느라 맘이 너무 바빴다. 솔직히 한명 한명 다 다른 앙상블 역도 섬세하게 해내고 너무 예뻤는데 도빈재일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특히나 없었고,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늦게, 그리고 그 아이로서는 유일하게 서인우라는 선생님에게 맘을 열었는데 그 믿음을 배신한 인우에게 경멸만이 아니라 원망을 동시에 표현하는 거 너무나 좋았다. 다른 아이들도 진짜 다 하나하나 너무 예뻤는데ㅠ 그냥 좋아서 더 쓸 말이 없어서 슬프네. 다정배우, 상현배우, 호중배우 역시 다 좋다. 다정소현 좋다는 건 저번에도 썼고, 매 상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기석이를 늘 잘하시는 상현배우야 말할 것고 없고, 매우 구린 대사였지만 웃음 유발에 좀 더 자극적이던 대근이 대사가 더 무난하게 바뀌었기에 분위기 메이커로서 극에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주는 게 오롯이 배우의 연기력에 더 기대게 된 걸 깔끔하게 해내는 호중배우의 완급조절력도 최고. 어떻게 더 사랑할 수 밖에 없어질까 번점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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