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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80627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낮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강필석 김지현 최우혁 이지민(이아진) 최호중 진상현 이다정 강기헌 하도빈 박철 이예슬 이지숙 임지혜

 

 

인우 - 강필석, 태희 - 김지현, 현빈 - 최우혁, 혜주 - 이지민, 대근 - 최호중, 기석 - 김상현, 교수&소현 - 이다정,

민욱기(남학생1) - 강기헌, 수영(여학생1) - 이예슬, 조재일(남학생2) - 하도빈, 여학생2(반장 추정) - 이지숙, 남학생3 - 박철, 여학생3 - 임지혜

 

 

이번 배우들 앙상블들도 고딩 역할답게 어리고 귀엽고 맘에 드는데 캐슷 보드에 역할 이름 없이 다 남학생 여학생이길래 그냥 기억나는 대로 추가해서 적어보기.

다시 말해서 공연이 매우 매우 좋았다는 이야기지ㅎㅎ

 

번점 초재연 보는 동안 맘에 안 드는 부분은 너무 싫은데 좋은 부분은 또 너무 좋아서 그리워하면서도 딜레마인 작품이었는데 보다가 감정 확 깨지게 만들던 싫은 부분 거의 대부분 바뀌어서 1막도 2막도 감정이 중간에 안 끊기고 쭉 이어지니까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기분이 구려질 걸 생각하고 긴장하던 장면들이 스무스하게 넘어가서 이렇게 좋을 거라고 생각도 못하게 좋았다. 그리고 요즘 관극 확 줄이면서 가끔 신작이나 기대작들이나 어쩌다보다보니 의도치 않아도 투머치한 극들 위주로 봤어서 좀 지쳐있었는데 말과 행동의 쉼, 공간의 여백이 주는 게 뭔지 아는 극을 보니 너무 좋더라. 연출부터 그러했고, 그런 극을 이끌어가야하는 배우들 또한 연기와 호흡으로 그걸 잘 나타내서 진짜 만족스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2막 중후반 쯤에 벨소리 관크가 나도 기분이 안 깨지더라. 초연 블루스퀘어와 재연 연강홀 중간 사이즈 공연장이라서 재연 연강홀 느낌 가깝게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넘버 구성은 재연에 가깝지만 장면 구성은 초연에 가깝다면 가까운, 하지만 초연과 재연 대충 짜깁기한 무성의한 연출이 아니라 무대부터 동선까지 삼연만을 위해 고민한 부분들이 보이는 연출이었고, 초연도 재연도 그게 조금 더 좋았다고 생각나게 하는 한 두 장면씩은 있지만 그건 그냥 그리움일 뿐, 이번 삼연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조명을 통해 표현하는 선이 주려는 의미가 인물들의 마주침과 어긋남과 뭐 그런 걸 의도하는 것 같았고, 태희를 기다리는 인우의 기차역씬 조명쓰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1층에서 봐서 느낌만 알겠고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본 건 아니라 2층도 가면 나름의 맛이 있겠네 싶었다. 2층 나름의 장점이 있고, 공연도 좋았구나 그냥 추정이 아니라 확신인 게 오늘 문화가 있는 날이고 낮공연이라 그런지 교복 입은 학생들 단관이 있어서 제가 미리 쟤네 관크 심하면 어쩌지? 지금 쟤네 나이 1.5~2배일 내가 봐도 올드한 시절 이야긴데 얼마나 지루해할까. 와씨 오늘 날 잘못 잡았네 막 이런 걱정 했는데 공연보면서 창피했다. 학생들이라 감동의 템포가 빨라서 몰입도 높고 좋은 장면 뒤에 박수도 너무 잘 치고 1막, 2막 시작할 즈음에는 좀 웅성거려도 공연 하는 중간에 공연장 공기가 진짜 몰입한 사람들이 가득 찼을 때의 빡빡함이 막 매우 그랬어서... 걱정이 병인 덕후는 겪어보지도 않고 2층 단관 학생들 미리 걱정해서 너무 미안했다ㅠㅠㅠㅠ 벨소리 관크도 1층에서 난 거였다. 2층에서 좀 시끄러웠던 건 기침 소리 정도인데 슬픈 장면 뒤라서 개인적 경험으로 울음 참으려다 쿨럭 거렸던 생각이 나서 스무스하게 넘어갈 정도ㅇㅇ 여튼 공연 연출도 나름대로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객석도 좋고... 비온다고 하다가 안 와서 몸이 덜 불편해서 최고 좋고 아주 매우 좋았다.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진짜 어떻게 바뀐 건지 디테일은 안 찾아보고, 좀 이것저것 빻은 부분 수정했다는 얘기들은 익히 듣고 가긴 했는데 생각나는 부분들 좀 주절주절 풀어보면....

멜로디가 아무리 발랄하고 좋아도 극혐하던 대근이와 기석이 넘버와 대사 부분의 변화가 크다(재연이 더 싫고 초연이 덜 싫을 뿐 늘 싫어함) 인우한테 연애 관련해서 선생질하는 거나 이상하게 들이댔다가 무시당하는 거 자체는 안 변했는데 육체파 vs 감성파의 초연이든, 머리에 섹스밖에 안 찬 새끼들 같던 재연이든 어쨌든 인우보다는 얘네가 낫다 같은 느낌을 주던 게 없다. 이것들도 헛소리하네 뉘앙스로 넘길 수 있고 여자 앙상블들이 같이 모여서 인우 연애 조언하는 걸 보는 게 아니라 남배들과 남자 앙들만 모여서 헛짓거리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맘을 편하게 하더라. 뭣도 모르는 것들이 지들끼리 난리났다 하고 코미디 보는 기분으로 넘겨졌다. 그리고.. 연탄이었나 짜장면이었나 드립 사라지고, 대근이가 바람피는 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거 사라졌고, 인우 군입대 전날 태희랑 자는 거 관련해서 조언하는 건 옆 테이블 군인들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서 디테일이 안 들리는 식으로 해놨다. 대근이와 기석이가 혐오스러운 놈들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친구 쯤으로 느껴지는 게 참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리고 대근이었나 기석이었나가 대근이겠지? 태희 관련해서 걔가 능숙하고 속모르는 여자라서 인우 두고 어떻게 할 지 모른다는 식으로 태희 썅년처럼 느껴지게 하던 대사들이 쫙 빠졌다. 당연히 재연 때 생겼던 인우 혼자 춤추게 되는 거지 라는 대사도 없는데 그런 대사 없이 그저 왈츠를 추다가 둘이 멀어지는 거 주는 여운 굉장히 좋더라. 초연 재연 다 본 사람 중에 여혐 감수성 강해진 건 싫어도 왈츠출 때 빼면 극 사이즈에 비해 공간이 너무 광활하다 느껴지고 기립 침대 극혐 감정이 대단해서 재연 안 싫어하던 몇 없는 사람이면서도 재연 결말과 왈츠씬 이상한 전등, 대근이의 그 혼자 좆되는 거라고 했던가.. 그런 말 등등이 주는 여러가지 설명적인 부분들은 굉장히 싫었는데 역시 그런 변화는 극의 내용과도 맞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대근-기석 관련된 수많은 부분이야 나만 싫을 게 아니었을 거고, 나는 싫지만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싶던 바뀐 부분은(그 덕에 극이 심심해졌다는 평도 있지만 난 좋네) 바로 영화에서부터 이 애는 남자애고 동성애자 아니고 성적인 호기심도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있던 혜주에게 가슴 만져보자 하는 대사와 관련된 상황들, 그런가 봐 넘버에서 혜주에게 브래지어를 선물하는 설정. 이번 선물도 장난의 의도가 있는 물건이지만 브래지어가 아니다. 심지어 브래지어 전에는 여자애들한테 기분 나쁠 소리하는 재일이 현빈이가 혜주 편들어주느라 반박함ㅋㅋㅋㅋ 그런가봐에서 브래지어 선물하는 부분은 극혐해도(그런 거 선물하고 음담패설이나 하는 애 좋아하는 혜주가 이해 안 갈 만큼 싫어했음. 진짜 극혐, 오죽 싫으면 오슷 들을 때 그런가봐 안 들을 수준) 가슴 만져보자는 나잖아 넘버에서 혜주가 자기 가슴 만지게 하면서 네가 좋아하는 거 나잖아할 때 또 짜증나면서 애틋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빠져야하는 걸까 싶었는데, 원작부터 그전까지 상황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게 빠진다고 해서 꼭 문제될 건 아니었네,하고 스스로 좀 반성했다.

 

항상 마음에 걸리지만, 또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도 안 변한 게 납득을 할 수 있는 건 소현이라는 이름이 있었다는 걸 후기 쓰려고 캐스팅 보드 보면서야 알게 된 인우 아내의 존재, 즉 인우의 결혼이네. 인우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너무 내 맘이 괴로워서 잘자요 사랑하는 그대에 집중을 못 했었는데 인우가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려던 부분이 빠져서 인가.. 오늘 마지막 소절 끝음을 흐리듯 떨리게 부르는 걸 들으면서 자신의 삶의 균열을 애써 봉합하고 싶었으나 사실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소현의 불안이 담겨있는 넘버구나 이제야 알아차렸더니 한 여배가 극에서 맡게 되는 비중도 그렇고, 굳이 버려야할까 싶어졌다. 짧게 지나가는 한 인물이 가진 복잡한 속내를 바로 노래로 나타낼 수 있는 장치를 피해자 보기가 괴롭다고 존재와 장면을 지우라는 건 진짜 내 맘 편하자고 밖에 안 되는 거 아닐까 싶더라. 태희만 사랑한다 해놓고 아내와 결혼하고 사랑하는 게 아님을 티내는 서인우가 너무 혐오스러운데 또 그렇다고 태희 없이 독수공방하다가 현빈이를 만나면 인우가 너무 흠이 없어지는 거니 그 부분도 맘에 걸리고, 현빈이에게는 혜주, 서인우에게는 결혼이라는 걸로 둘 중에 한 명만 다시 태어난 거지만 생을 건너서 '너'만 사랑하는 무게감을 감당하게 하는 부분인가 생각도 들어서.. 혹시 4연이 올라오면 그 역이 빠지고 인우가 노모와 살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인우가 유부남인 것도, 아내에게 단독 넘버를 준 것도 납득했다.

 

극 관련해서는 여튼 바뀐 부분 좀 그래서 밋밋해졌다고 하는 분들 계시겠지만 난 좋다.

연출도 좋다.

잘 바뀌어서 올라왔다.

 

그리고 캐슷 이름 주르륵 쓰면서 애기했지만 앙상블들 맘에 들어. 프롤로그나 1막 초반 넘버들 떼창은 좀 맘에 안 차고, 이건 재연 때도 아쉬웠지만 성일이가 재일이 하던 시절에 비해 재일이 역할은 유난히 노래가 아쉽다는 감상을 주지만 이건 노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목소리 청량감의 차이겠지. 캐슷보드에서도 욱기 뒤로 밀린 재일이 비중 줄어든 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ㅋㅋㅋ 근데 체격 좋고 능글능글해서 또 사실 나쁘지는 않다. 여튼 극 초반 빼면 앙상블들 노래도 연기도 어린애들 기준 무난하고 귀엽고 젊은 배우들이라 상큼한 건 좀 미숙한 것 상쇄하고도 남는다ㅎㅎ 그리고 난 이번 혜주가 아주 맘에 든다. 귀엽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씩씩하게 잘한다. 내가 품지 못하는 혜주는 이로서 란주 한 명이군... 미안해... 하지만 개취인 걸ㅠㅠ

기석 역 상현배우는 하던 대로 잘하고, 대근이에 비해서 원래도 좀 덜 빻은 캐릭터라 변화도 별로 없음, 체육선생 역할을 추가로 맡으셨던데 좀 착해보여서 애들이 막 극혐하는 거 그다지 납득은 안 감, 호중배우는 대근이 역할 느물느물하게 매우 잘 하고 계시고, 학년주임역을 겸업하시는데 학주다운데 무섭지는 않다. 무서운 건 재연 학주분이 진짜 최고였고, 그 분 같은 학주는 나도 싫었을 것 같아...

여튼 인우아내까지 다 합쳐서 원캐는 딱히 싫을 사람 없다.

인원수 줄어서 소리 볼륨도 줄은 건가 싶은 건 아쉽지만 구멍이 딱히 없게 잘 채워놨다.

좋다 잘했다 캐스팅

 

그럼 이제 더블 배우 얘기.

내가 굳이 이 조합을 잡은 이유는 태희는 무조건 김지현 태희를 볼 것이다. 난 사실 번점을 보려는 게 아니다 지현태희를 다시 보기 위해 이 공연을 보는 거다. 필인우는 하다보나 초재연 다 안 봤고 가끔 싸우지만 워낙 잘 하는 배우인 건 참트루이고 이지훈에게 순진함을 1도 느끼지 못한다, 최우혁 간만에 늘었는지 궁금하네.였다.

 

지현태희 다시 보고 싶다가 관극 이유의 9할이라 지현태희가 나오는 모든 순간에서 그 느낌을 받았지만, 혹시 너도 들은 적 있니와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을 다시 만난 건 눈물이 자꾸 나서 시야가 흐려진 게 속상할 만큼 행복했네. 관극 이후에 후기를 검색해보니 목상태가 쓰릴하실 때도 있는 것 같다면 마티네 때는 너무 좋았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깨끗하게 태희의 마음을 전할 때의 지현배우의 목소리를 정말 너무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고요. 그게 나의 전부란 걸에서 감정은 정말.... 그냥 좋다는 말 말고 다른 거 보탤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다른 태희들도 좋아하고, 지현배우의 다른 역들도 좋아하지만 태희를 통틀어, 또 만났던 지현배우의 역할을 통틀어 지현배우의 태희를 가장 사랑하고 또 유별나게 좋아하는데 마음이 뜨거워서 손이 차가운 사람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하고 속을 알 수 없는 것 같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담긴 망설임과 두려움과 기쁨과 행복 그런 게 가슴이 뻐근할 만큼 느껴진다. 불꽃이 너무 뜨거우면 오히려 색이 파랗다고 하잖아. 나에게 태희는 그런 사람이고, 지현배우의 태희가 딱 그렇다. 극 자체가 인우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특히 재연 때는 인우 친구들의 대사들로 인해서 남자 마음 홀려놓고 떠나버리는 나쁜 여자의 느낌을 초연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풍기게 만들던 부분이 태희를 흔히 말하는 썅년처럼 느끼게 하는 걸 좀 의도하는 게 늘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런 자잘하게 짜증나는 부분들이 빠지니 누구보다 큰 마음과 열정을 지니고 있어서 더 조심스러운 태희가 더 두드러졌고, 그걸 잘 표현해내는 지현태희를 또 만났으니 어떻게 안 행복하겠어. 극 자체가 인우의 시점이고 태희를 미스테리하게 표현해서 인우에 대한 태희의 마음의 무게나 감정의 깊이에 대해서 배우가 연기로 표현해야 하는 부담이 큰데 지현배우의 태희를 보면 아예 새로운 생을 시작했고, 다시 찾은 건 기억 밖에 없음에도 그 사람을 사랑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큰 건지 느껴진다.

 

오늘 현빈이 캐슷인 우혁현빈이 키 큰 거 빼면 그림체가 지현배우와 확 다른 느낌인 게 그런 의미로 좋았다. 성격이나 분위기는 몰라도 외모적인 부분은 태희와 현빈이가 많이 달라야 아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도 놓을 수 없는 사랑의 비극성이 제대로 와닿는다 생각하는데 딱 그랬다. 공연 다 본 뒤 후기에는 뉴현빈 안에 지현태희 있다는 게 많던데, 휘종현빈을 아직 안 봤지만 좀 차분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하나 싶었어. 비주얼은 키 큰 거 말고 진짜 안 닮았으니까ㅋㅋㅋ 생긴 건 이지훈이랑 비슷한 계열이지 최우혁은ㅇㅇ프랑켄 때 보고 엄청 오랜 만에 만났는데 창법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 것 같은데 콧소리라던가 고음에서 바이브레이션이라던가 덜 촌스럽게, 깨끗하게 부르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목소리 자체가 미성은 아니라 넘버에 목소리는 안 묻어도 노래가 꽤 담백해지고 어린 감정선도 잘 풀어내서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네 나이가 정녕 스물여섯이 맞나 싶은 노안이라 고딩 느낌 낼 수 있나 걱정했는데 머리를 동그랗게 이발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분위기로 고딩 느낌을 내더라. 그리고 내 잘못이 아니야에서 태희의 기억이 떠오른 건 아닌데 뭔가 자기 안에 다른 세계를 의식하고 있고, 인우에 대한 감정도 의식하고 있고, 그런데 이런 것들에 솔직해지면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자체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과 불안을 가진 것 같은 현빈이를 연기하는 거 초재연 현빈이들보다 캐릭터 제일 맘에 들었다. 더불어서 마지막에 등산 가고, 여기서 떨어지면 모두 끝일까요하고 인우에게 묻자(대사 디테일 기억 못합니다.. 뉘..뉘앙스만...) 인우가 '아니'라고 하는 걸 들었을 때 순간 나타난 복잡한 혹은 쎄하게도 느껴지던 찰나의 표정이 정말 좋았다. 최우혁 프랑켄에서 봤었고, 공연 첫 장면에서 괴물로서 일어서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쎄한 표정 지었는데 그런 느낌 참 잘 쓴다. 적절하게 사람의 심장을 서늘하게 하는 어떤 지점을 과하지 않게 전하는 법은 타고난 것 같아.

 

난 현빈이에게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아니라 인물에게 바라는 게 참 많은데, 바로 너무 쎄하지도 말고(그래 재균이) 그렇다고 계속 해맑은 것도 아쉬워하는데(응 소호) 우혁현빈은 내가 바라면 양면이 있는 현빈이라서 좋았다. 그냥 담백한 감성의 중소극장 연기하면서 연기 좀 다듬고 잘 발전해라, 워낙 가진 게 좋은 배우니 잘 하면 도움 많이 되겠지 젊은 배우의 성장을 응원해~하는 맘으로 기대했다가 맘에 드는 현빈이를 만나서 너무 기뻤다. 아.. 근데 최우혁... 그런가 봐 춤 너무 잘 춰서 그건 대실망ㅠ 프랑켄 때 느낌 기대했다고 직각목각도 아닌 그 저 세상 뻣뻣함 없어ㅠㅠ 젊고 몸 잘 쓰는 사람의 춤은 너무나 빨리 느는 것이었다ㅠㅠ

 

주인공 오브 주인공이라 제일 마지막에 쓰는 건 아니고... 중요한 역인데 안 좋아해서 마지막에 쓰는 인우... 배우가 아니라 걍 인우가 싫어. 난 정말정말 인우가 싫다. 앞에는 인우가 결혼 안 하고 미혼이면 너무 흠이 없어져서 싫다고 해놨지만 사실 그거 빼고도 이 새끼는 흠 개많다고 생각한다. 군대 갈 예정이면서 태희한테 대시해, 사귀기 시작할 때 빨리 얘기도 안 해, 군입대 날에 태희가 늦으면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을 해야지 너 왜 안 와? 우리 사이 결국 아무 것도 아니었어?하고 불안해하는 것까지 너무너무 개짜증... 난 이런 이유들때문에 굳이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도 인우를 워낙 안 좋아한다, 그 와중에 필석배우는 맞을 때는 너무 좋고 안 맞을 때가 가끔 있으면 되게 안 맞아서 초재삼 다 한 인우 장인 인데도 굳이 찾아 보지 않았고, 이번에도 안 맞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좋은 쪽이라 다행이었다. 여전히 앞에 쓴 인우의 싫은 점은 싫은데, 맑고 곧은 눈빛은 태희에 대한 꺾일 수 없는 진심이었고, 작고 휘청이는 몸은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의 비난에 휘청이는 고통이더라. 서인우에게 태희가 얼마나 절절한 대상인지 그냥 막 와닿았다. 그리고 소소하게는ㅎㅎ 우형인우랑 섭인우 욱기 도와주고 내가 어릴 때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해서 괴롭힘을 많이 당했는데 대사치면 어디가 덩치가 작으심?? 싶은 마음 아무래도 있었는데 체격 고증 좋았고 태희 인상착의 묘사할 때 보통 키가 아니라 키가 크고라고 하는 것도 귀여웠다.

 

다른 캐슷을 굳이 찾아볼 생각은 없고, 본다면 필지휘종 정도나 보게 될 것 같지만 지금 본 캐슷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절대 최악은 아닐 거라고 장담한다.

아주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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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떡해..너무 좋아...

번점 초재연 보는 동안 맘에 안 드는 부분은 너무 싫은데 좋은 부분은 또 너무 좋아서 그리워하던 작품이었는데 보다가 감정 확 깨지게 만들던 싫은 부분 거의 대부분 바뀌어서 1막도 2막도 감정이 중간에 안 끊기고 쭉 이어지니까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말과 행동의 쉼, 공간의 여백이 주는 게 뭔지 아는 연출이었고 연기였고 호흡이었고. 초연도 재연도 그게 조금 더 좋았다고 생각나게 하는 한 두 장면씩은 있지만 그건 그냥 그리움일 뿐, 이번 삼연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이전 공연들에서 혹평과 호평 받은 부분들을 대충 섞은 성의없는 연출이 아니라 좋았고, 조명쓰는 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어서 2층에 가도 좋았을 것  같다. 지현태희 다시 보고 싶다가 관극 이유의 9할이라 1층 갔지만 오늘 호응도 그렇고 2층에서 봐도 충분히 좋았을 거다.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 작품에 대해서 뭔가 주절주절 풀고 싶기도.. 또 그냥 여운에 집중하고 싶기도 한 그런 기분. 확실한 건 난 그 공간과 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는 거.

지현태희가 나오는 모든 순간에서 그 느낌을 받았지만, 혹시 너도 들은 적 있니와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을 다시 만난 건 눈물이 자꾸 나서 시야가 흐려진 게 속상할 만큼 행복했다. 그리워한다고 늘 말하면서도 정말 중간중간 싫은 부분이 세세하게 많았던 아이러니한 공연인데 찝찝했던 부분 중에 단 하나 바뀌지 않은 큰 부분인 인우 아내의 존재는 그 역할이 없으면 여자 배역의 노래 하나가 날아간다.라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쉴드치기로 결심을. 그리고 인우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너무 내 맘이 괴로워서 잘자요 사랑하는 그대에 집중을 못 했었는데 인우가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려던 부분이 빠져서 인가.. 오늘 마지막 소설 끝음을 흐리듯 떨리게 해놓은 걸 들으면서 자신의 삶의 균열을 애써 봉합하고 싶었으나 인지하고 있던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넘버구나 이제야 알아차렸다. 짧게 지나가는 한 인물이 가진 복잡한 속내를 바로 노래로 나타낼 수 있는 장치를 피해자 보기가 괴롭다고 존재와 장면을 지우라는 건 진짜 내 맘 편하자고 밖에 안 되는 것 같다라는 맘인 게 지금의 심정이다.

다시 지현태희로 돌아가서... 마음이 뜨거워서 손이 차가운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하고 속을 알 수 없는 것 같은 마음 속에 담긴 망설임과 두려움과 기쁨과 행복 그 자체인 지현태희를 사랑한다. 말투가 차분하고 행동이 고요하다고 그 사람의 마음 속도 차가운 게 아니라는 거 그 자체인 사람. 불꽃이 너무 뜨거우면 오히려 색이 파랗다고 했던가. 나에게 태희는 그런 사람이고, 지현배우의 태희가 그렇다. 극 자체가 인우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특히 재연 때는 인우 친구들의 대사들로 인해서 남자 마음 홀려놓고 떠나버리는 나쁜 여자의 느낌까지 약간 의도적으로 풍기게 만들던 부분이 태희를 흔히 말하는 썅년처럼 느끼게 하는 걸 좀 의도하는 게 늘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런 자잘하게 짜증나는 부분들이 빠지니 누구보다 큰 마음과 열정을 지니고 있어서 더 조심스러운 태희의 마음이 전해져와서 너무 좋았다. 아예 새로운 생을 시작했고, 다시 찾은 건 기억밖에 없음에도 그 사람을 사랑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비할 바없이 큰 거라고 생각한다. 태희의 사랑의 무게가 쓸데없는 시선으로 가려지지 않아서 기쁜 연출이었다. 오늘 현빈이 캐슷인 우혁현빈이 키 큰 거 빼면 그림체가 지현배우와 확 다른 느낌인 것도 그래서 좋았다.

아.. 근데 우혁현빈.. 그런가 봐 춤 너무 잘 춰서 실망함ㅠ 프랑켄 때느낌 기대했는데ㅠ 젊고 몸 잘 쓰는 사람의 춤은 너무나 빨리 느는 것이었다ㅠ0ㅠ 그거 빼면ㅋㅋ 프랑켄 때 보고 엄청 오랜 만에 만났는데 노래가 많이 담백해지고 어린 감정선도 잘 풀어내서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음.  특히 마지막에 필석인우의 '아니'를 들었을 때 순간 나타난 복잡한 혹은 쎄하게도 느껴지던 찰나의 표정이 정말 좋았다. 프랑켄 첫 장면에서 괴물로서 일어서 세상을 바라볼 때도 그랬는데, 적절하게 사람의 심장을 서늘하게 하는 어떤 지점을 과하지 않게 전하는 법을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초재연 다 어쩌다보니 다른 배우로 봐서 상현배우까지 포함해서 초연부터 삼연까지 계속 하는 유이한 배우인 필인우를 이제야 봤네. 필석배우는 맞을 때는 너무 좋고 안 맞을 때가 가끔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좋은 쪽이었다ㅎㅎ 그동안 본 인우들 어릴 때 작고 몸이 약해서라고 하면 ?? 싶은 마음 아무래도 있었는데 체격 고증 좋고ㅋㅋ 태희 인상착의 묘사할 때 보통 키가 아니라 키가 크고라고 하는 것도 소소하게 귀엽고ㅎㅎ 맑고 곧은 눈동자가 배우 자체의 작은 체격과 가지는 조화가 주는 신체적 조건도, 그 조건을 완벽히 발휘하는 연기력과 노래 실력 다 좋았다. 오늘 캐슷 완벽 우혁현빈 얘기 조금 더. 현빈이에게 기대하는 나만의 이미지 굉장히 빡빡해서 너무 쎄하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계속 해맑은 것도 아쉬워하는데 우혁현빈 기대하던 그 양면이 있는 게 참 맘에 들었다.

아 근데.... 진짜 국문과 출신의 쪼잔하고 치졸한 고통인데.. 숟가락 젓가락 중고딩 때 배우는 거잖아 인우야. 4학년 때 배우는 거 아니잖아..... 술+가락=숟가락 호전 작용, 저+가락=젓가락 사이시옷이잖아... 진짜 내가 유머를 모르는 인간인 부분인 거 아는데 영화-초연-재연-삼연까지 신경 쓰여ㅠ 참고하실 분 계실까 자리 얘기. 번점 오늘 중블 4열에서 봤는데 배우들 아이레벨보다 아주 살짝 낮았고, 앞 사람 머리가 보이긴 하는데 4열부터는 앞열이랑 지그재그라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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