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70910 뮤지컬 서편제 낮공

by All's 2020. 6. 19.

 

캐스트 - 차지연 박영수 서범석 김수아 이민혁 이은율 김태한 차엘리야 윤선용 심정화

 

 

 

프리뷰 없는 공연이지만 프리뷰 기간이나 매한가지였던 첫 주 이후의 재관람. 크게 수정된 부분은 없지만 마지막 길을 가자 리프라이즈에서 동호의 음악 활동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스크린 자막으로 쏘는 걸로 바뀌었는데 그게 아주 다행이고 다행이고 다행이다. 바뀌는 김에 청춘이 묻는다 스프링 보이즈가 같이 부르는 게 아니라 동호 독창으로 바뀌면 좋겠는데 그건 그대로라 좀 아쉬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미니가 있는데 왜 보이즈냐 오아시스 쇼단에서 굳이 개명하고 싶었으면 스프링 밴드나 오아시스 밴드로....는 아 밴드 오아시스가 있어서 그랬구나 지금 퍼뜩 깨달음이ㅋㅋㅋㅋㅋ
여튼 보이즈는 뺐으면ㅇㅇ 다음 상연이 올 수 있을까 싶다만 온다면..해줘요 개명ㅠㅠㅠㅠ

여튼 위에 쓴 거 말고는 굵직한 변화는 없었고 전에 본 캐슷에서 아역까지 나머지는 다 동일하고 동호캐만 좀 바뀌었는데 그 부분이 공연 감상에 아주 극호로 작용했다.

박영수 동호.. 프레스콜에서 저게 무슨 일이야 싶게 못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린 첫공 후기 찾아보니 그때도 못 했다길래 관극하기 전에 걱정이 너무 넘쳤는데 그래도 오늘 공연은 평범한 박영수의 노래 실력 수준이고, 캐릭터는 캐스팅 발표가 난다했을 때 기대했던 느낌과 거의 유사하여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다.

이전 관극은 8월 31일이었고, 그때 보았던 동호는 강필석 동호였는데 전체 극이 동호에게 준 디렉션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표현하는 배우가 보여주는 방식과 정도, 그리고 사람이 달라서 느껴지는 차이가 있는데 내 기분 제끼고 생각하면 연기도 노래도 요정이 더 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슈 쪽이 더 잘 맞았다.

이번 서편제에서 동호에게 준 디렉션은 대충 정리하면 이런 것 같다.

1. 우리 소리에 심드렁하고 큰 관심은 없는 듯이 하라.(소리 공부 장면)
2. 유봉에 대한 분노를 선명하게 표현하라.
3. 송화에 대한 집중 혹은 집착을 표현하라.

1번은 개인적으로 처음 봤을 때 2막 라디오 방송 때 동호가 국악과 서양 음악의 크로스오버 음악을 작곡해서 어쩌구저쩌구 할 때 소리에 애증이 아니라 그냥 판소리가 싫었던 놈이 나중에 이룬 자기 소릿길이 왜 크로스오버냐!!!싶어서 역정이 났는데 신문기사 제목 느낌의 자막이 투사되는 걸로 바뀌면서 스프링 보이즈 단장이었던 춘식이 중간에 댄스 음악에 관심을 보이기에 아 댄스와 락의 크로스오버인가봐로 정신승리 할 수 있어서 연출이 그런 의도를 한 건 아니겠지만 해결되었다.

2번과 3번은 동호가 송화를 찾아 춘식과 동행하는 길에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은 유봉을 두려워했던 마음이 미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과 함께 극의 전체 분위기와 연결되는데 이건 1번과도 좀 연관되던 건데 극에서 동호가 유봉의 죽음 이후 자신이 도망쳤던 소리에 대해서 웅앵웅 할 때 춘식이 난 네가 그 소리가 아니라 송화에게 집착하는 것 같았다로 연결되고, 그게 3번까지 뻗으면 앞선 후기에 썼지만 자신의 이전 삶이자 아예 떼어낼 수 없는 소릿길의 기억과 가족을 상징하는 듯한 송화에 대한 동호의 집착이 자신의 과거나 그 무엇이 아닌 그냥 송화라는 한 여인에 대한 집착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게 어떤 세상과 인간의 화해같았던 심청가의 떳구나가 불우한 과거를 공유한 한 남녀의 용서와 화해 정도로 좁아지는 거 같아서 싫었는데 3번이 있더라도 송화에 대한 동호의 감정의 농도가 옅으니까 동호에게 송화라는 존재가 자신이 부정하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의 어떤 상징체로서 다시 기능하고 극 안에서 춘식이 송화에게 집착하는 줄,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던 것도 송화의 의미가 동호에게 자신이 도망치고 외면했던 그 모든 것이니 송화와 동호의 이야기로 끝이 아니라 다시 세상과의 화해로 느껴지더라.

2번에서 뻗은 3번이 그래서 둘이 뭐 얼마나 달랐는데로 가면 극 전체에서의 톤도 다르지만 'my life is gone' 넘버 느낌부터가 다른 게 제일 개인적으로 컸는데 요정동호의 경우 송화 개인에 대한 미련이 많게 느껴지기에 넘버 속 마지막 가사가 굿바이에서 안녕으로 중의적이 되는 부분이 가뜩이나 '잡을 수 있어 너를 이젠 보낸다'가 '잡을 수 없어 하지만(은 아닐 수도 있어) 잊을 수 없어.'가 된 것과 맞물려 송화 결국 못 놓아주고 찾고 헤매던 동호가 결국 송화와 만났고, 찾았구나가 된다. 완결성이 없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게 심청가에서 송화가 심청가를 부르며 자신에게 삶이 준 시련을 어떻게 그 안에서 벼리어 승화해냈는 지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동호는 그저 바라고 그리던 여인을 다시 찾는 것 같이 되어서 인물의 균형이 안 맞게 느껴지고, 인물의 만남의 균형이 다르니 떳구나 뒤에 동호가 송화의 손을 잡는 순간 갑자기 송화가 어떤 거대한 성인에서 급 한 사람의 여인처럼 좁아지는 기분인게 솔직히 싫더라. 송화가 손을 놓고 다시 동호가 물러나 북을 잡는 짧은 찰나가 송화라는 예인의 방해꾼처럼.. 동호가 느껴졌다 솔직히.

슈동호는 미움도 많지만 두려움이 더 많고 요정동호가 방황도 그리움도 화끈하게 하고 있다면 이쪽은 인물이 좀 더 성격이 어리고 청춘의 방황같은 흔들림이 더 있는 유약한 계열이었다. 송화에 대한 사랑이  한 여인에 대한 사랑보다 송화가 동호를 아이같은 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것처럼 누이에 대한 사랑이나 그리움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송화가 동호에게 있어서 도망치고 떠나버렸지만 외면할 수 없는 고향이나 뿌리라는 총체적인 느낌이 크고, 그래서 마이 라이프 이즈 곤도 '넌 웃으며 머물다 아프게 가니까'랑 '내 곁에 없어도 기억은 내 맘속에'가 꽂히는데 동호라는 존재가 해외 입양자나 교포들이 자기를 찾고 싶어서 한국에 왔어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에 걸맞는 뿌리가 약한 사람이라서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피하려고 했던 소리, 송화를 만나려고 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선명해지게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겪어보고 찾는다고 삶을 다 바꾸고 급 한국에서 평생 산 사람들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본질을 알고 인정하고 자신을 바로 세우며 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게 동호가 갖는 의의라고 보는데 '자신의 기억'이자 본류인 송화가 내 곁에 늘 머물 수 있는 존재도 아니지만 그녀가 자신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듯이 이전의 삶들과 밉고 두려웠던 소리의 토대를 인정하고 진짜 내 삶을 찾아야한다는 깨달음이 송화와의 심청가를 통해서 확인받는 게 되고, 그래서 떳구나 이후에 손을 잡는 것도 경지를 이루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한 동생을 흔들까 그와의 만남을 미루고 피하던 누이에게 나도 이제 내 삶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한 것 같아서 애틋하고 둘이 손이 닿았다고 해서 인물간의 균형이 깨지는 것 같지 않아서 좋았다. 청년과 중년의 차이를 목소리 톤으로 구분하는 게 영 안 되고 음정이 군데군데 흔들리기에 객관적으로 연기랑 노래 완벽하다고는 못 하지만 서편제의 의미와 연출이 준 디렉션 사이에서 아주 좋은 길을 찾아낸 캐릭터라서 참 좋다.

차송화랑 범유봉은 좋은데 뭔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게 좋아서.. 범유봉은 그 사이에 아리랑을 보내고 오셔서 더 중년의 느낌이 사셨고, 차언니는 부양가까지의 한의 축적과 심청가 때 고요한 성장의 대비가 너무나 좋다. 차송화의 심청가 축공 영상 워낙 유명한데 그 속의 송화보다 지금의 송화가 더 성숙하게 소리로 자신의 생을 표현해서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던 그 젊은 날의 송화 축공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기대보다는 얌전한 감정선이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난 이번 차송화가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어떤 깊이가 더 생겼다.

원래는 박영수 프콜보고 너무 놀라서 다른 동호로 자막하겠다고 범동호 표를 잡았었는데 10일 공연이 너무 더할 나위없이 좋아서 이걸로 자막하고 싶어서 취소해버렸네... 범동호가 궁금하지만 자리야 늘 있는 공연이니 정말 혈중 서편제 농도를 채우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고민해보련다.

여튼 이번 서편제 좋다.
청춘이 묻는다 춘식 애드립과 떼창은 여전히 짜증나지만... 정말 짜증나지만.. 라디오 방송 블라블라 없어진 게 굉장히 다행이라 이번 버전도 이제 만족한다.

자리는 어쩌다가 b열이었는데 저는 키가 되게 큰 편이라 딱 배우들 발끝까지 보였는데 키가 평균이거나 더 작으면 c열부터 보시는 거 추천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