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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1006 연극 오펀스 낮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박지일 이동하 문성일

 

 

 

*트위터 단상

 

 

자첫자막하려고 했는데 필립 너무 귀엽고 예쁘고 짠하고 극도 괜찮고.. 고아들 너무 짠하고 가엾고.. 원래면 싸웠을 연출도 있는데 이 극에서는 그럴 부분도 잘 맞고.(후광이 있는 웃는 얼굴)(후광이 있는 웃는 얼굴)(후광이 있는 웃는 얼굴)

시놉시스를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인물들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생각을 할수록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이 되고, 또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기분은 나쁘지 않고 생각할수록 아직은 확신이 안 생기는데 그게 나쁘지 않고 좋다는 게 좋다. 아무도 서로를 지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과 형제를 지키기 위해 트릿은 분노를 억제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고 또 필립을 억압하고, 그런 트릿에게 억압 당하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자유를 짓눌리는 필립이 누군가를 아무것도 누르지 않는 것으로,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자제하고 억누르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면서 서로를 지키던 비정상적이면서 가여운 삶이 헤롤드에 의해서 변해가는 모습들과 그로 인해 맞게된 그 모든 상황들이 참... 생각하니 또 울컥하기만하고 표현이 잘 안 되서 안타깝다. 그리고 그렇게 비정상적인 보호 속에서 서로를 위태롭게 지탱하던 형제들에게 그들이 받지 못 했고 격려와 어른의 지도를 나누어주려는 헤롤드가 역시 그 누구의 보호와 진심어린 양육을 받지 못 했을 고아였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목숨를 돌보는 것도 어쩌면 위태로울, 그 시작부터 트릿의 납치인 헤롤드라는 게 주는  울림이 큰 공연이었다. 이렇게 쓰면 무겁고 지루한 내용이기만 할까 싶은데 또 나름 어색하지 않게 웃을 구석이 많아서 즐겁게 혹은 긴장하며 또 울컥해가며 극을 따라가다보면 짧지 않은 시간인 150분이 잘 지나있어서 그런 부분도 또 괜찮았다. 뭔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을 극인데 아직은 좋다는 감상이 지배적이라 말이 정리가 잘 안 되서 속상하다ㅜ 지금은 일단, 헤롤드가 주었던 격려와 위로를 자신이 아픈 상황에도 트릿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필립을, 그리고 자기 스스로 필립의 운동화끈을 묶어줄 수 있게 된 트릿이 한동안 내 마음과 머릿속을 맴돌 것이고 헤롤드의 손짓이 격려가 그렇게 그들을 감싸는 것 같아 그들의 앞이 마냥 어둡지도 모든 게 덧없지도 않을 것 같이 느껴져 가슴이 아프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는 거 정도를 풀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극의 메시지나 인상에 대한 감상은 이렇고, 트웨에 이어서 악어컴퍼니 극을 두번째로 본 건데 연출이랑 극이 다름에도 이 컴퍼니가 추구하는 어떤 감성이라는 게 있는 것 같고 그게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의 색이 있고, 그 부분이 나쁘지 않아서 컴퍼니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다. 공연을 보고 나서 공연 소개 상세 페이지를 보니 극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마케팅 성의있게 하고 있구나 트웨 때도 느낀 거지만 새삼 호감되고ㅇㅇ

김태형 연출의 조명의 사용에 대해서는 좋지만 가끔은 과해라는 입장을 거의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럴 수 있던 순간들이 그럼에도 좋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엄마의 코트에 고개를 파묻은 트릿의 위로 쏟아지는 창 모양의 조명이 특히 그랬다.  과하단 느낌도 없이 그냥 좋았던 건 코트와 페도라를 갖춰 입은 헤롤드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들이치던 부드럽고 다정한 햇살. 그때의 헤롤드의 눈빛, 문을 여는 행위 그 자체. 따뜻한 보호자와 함께 안전하게 길을 걸어 나갈 필립의 들뜬 발걸음과 웃음. 헤롤드가 필립과 만드는 순간들이 공연을 보는 내내 좋았지만, 그 장면이 안겨준 아름다운이 준 따스한 압도감이 정말 너무나 좋았다.

필립과 헤롤드 중심으로 얘기한 감이 많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가능하게 된 계기, 술집에서 트릿을 처음 보고 그 아이를 따라갈 맘을 먹고 집 안의 필립까지 보듬어 키울 맘을 먹게 되었을 때의 해롤드의 마음과 생각이 궁금하다. 이런 건 내 해석력으로는 한 번 보고 느끼고 알아챌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위해서도 다시 보고 싶기도. 극에서 아름답게 많이 그려지는 건 헤롤드와 필립이지만 더디었고 그래서 아팠지만 계기였고 또한 손이 닿은 트릿과 헤롤드의 이야기, 헤롤드의 마음도 궁금해, 데미안을 여기저기 다 껴넣을 만큼 좋아하냐면 글쎄라는 맘인데 킬 미 나우 때도 그렇고 오펀스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데미안 생각이 났다. (스포인 것 같아요)

헤롤드의 죽음이 좀 더 이른 알을 깨는 상황 같다는. 어른이 되려면 부모, 혹은 가족이라는 이전의 알을 깨고 나가야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는 거고.. 이전까지 그들을 감싸줄 알껍질 없이 세상에 던져져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던 트릿과 필립이 짧은 시간이지만, 헤롤드라는 뒤늦은 알껍질 속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이제 헤롤드가 사라진 뒤 아프지만 진짜 둘다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게된 거 아닐까 그런 생각. 격려와 사랑을 거부하고 그저 필립을 보호하는 강한 자로서 자신을 어찌 다루지 못 하던 트릿이 필립에게 안겨 우는 법을 알게 되었고, 필립은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고, 마땅히 그럴 권리가 있음을 깨달았고 늘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가던 트릿에게 헤롤드에게 받았던 격려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 이미 세상을 봐버렸기에 어쩔 수 없다고 했던 헤롤드의 말과 이 생각들이 이어지면서 슬프지만 뭉클했던 이유가 이거였을까 싶어졌다. 그렇다면 트릿과 필립의 춤은 헤롤드를 보내는 장례식이자 스스로의 성장을 축하하는 축하연이 되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들고. 아픔으로 무너지지만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를 만나게 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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