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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922 뮤지컬 서편제

by All's 2020. 6. 19.

 

 

캐스트 - 이소연 김재범 이정열 김수아 이민혁 이은율 김태한 차엘리야 윤선용 심정완

 

 

 

이번 시즌 뉴송화와 뉴유봉과 안 보았던 단 한 명의 동호를 보고 왔다.

송화장인인 자람송화와 차송화 둘다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뭔가 너무 경지에 올라버린 송화들이라 서툴고 어린 송화를 보고 싶던 열망이 있던 중에 프레스콜 생중계 인터뷰 뒤에 씨제이가 푼 소연송화 부양가 영상에서의 소연송화가 포스터보다 앳되고 어린 이미지인 게 좋았어서 보았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관극이었다.

앞에 이미 썼지만 자람, 차 둘 다 4연 째 송화를 해오면서 강약을 주는 것마저 더더 농익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편제 계속 본 입장에서 좋은 건 충족되어도 늘 비슷한 종류의 감동을 받아서 새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소연송화가 그런 의미로는 맘에 꽤 찼다. 동안의 얼굴에 비해서 등장하자마자의 느낌은 좀 단단한 구석이 있는 인상이었는데 그 대비가 예인의 싹을 가진 어린 소리꾼으로 오는 게 있었고, 깨달음을 통한 달관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자신 안의 꼿꼿하고 굳은 한 줄기를 키워가며 소릿길을 찾아 노력하고 걸어가는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참 좋았다. 소리를 청하셨다고요를 말하며 나오는 첫 등장 때부터 왠지 초인의 느낌보다는 강건한 한 예인 정도라 의외로웠는데 극을 끝까지 보고나니 아직 소리를 완전히 찾지는 않은, 경지를 찾아가며 강해져가는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송화로 마무리가 되어서 낯설면서 좋았다.

넘버 소화로 급 넘어가면 판소리 넘버들을 할 때는 아쉬울 거 없이 좋기는 한데 가요적인 넘버인 살다보면이나 다른 소릿길에서 판소리 적인 창법이 섞여나오는 부분이 좀 튀기는 해서 이 부분은 호불호를 탈 것 같지만 창법의 호불호지 노래 실력이 모자란 느낌은 아니다.

근데 연기는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예인의 싹이 미리 보이기는 해도 연기나 캐릭터가 경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점점 성장하는 인물형이라 차언니 쪽에 더 가까운데 천진한 어린 송화에서 성숙한 노년의 송화까지의 인물의 분위기나 액팅의 고저가 큰 차송화에 비하면 어린 송화가 천진보다는 굳세고 털털한 느낌이고 표정이니 액션이 크지 않은데 캐릭터가 흥미로운 거에 비해서는 좀 연기 자체의 흡입력이 아쉽긴 했음. 못하지도 않지만 크게 잘하는 걸로 느껴지지도 않는 그런 기분?

하지만 어쨌는 다 합쳐서 이소연 배우의 송화가 어떻냐고 하면 괜찮다. 안 보고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송화는 아니지만 궁금하신 분들 시간과 돈이 아까울 송화도 절대 아님ㅎㅎ

소연송화는 여튼 그렇고, 파파유봉이랑 범동호도 나쁘지 않았다. 

파파는 개막 초반에 목 안 좋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와서 연기는 몰라도 목 컨디션 걱정은 했는데 이제 괜찮으신가봐. 노래 짱짱하게 잘 하셨다ㅋㅋㅋ 젊을 적에 짧게 배우셨다는 소리도 나쁘지 않아서 넘버 소화력 자체로는 범유봉과 파파유봉을 굳이 고를 필요없을 듯. 근데 이게 파파가 잡아온 인물이 실제 노래를 짱짱하게 하는 거와 별개로 되게 경지에 오르지 못한 미천하고 미욱한 존재의 허세 낀 놈의 뽐내기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노래 실력과 상관없이 연기로 넘버의 분위기 바뀌는 게 되게 신기했다.

배우의 노래 실력과 별개로 쩔어주는 소리꾼 유봉 느낌같은 건 안 나는데 그게 난 파파유봉의 인물의 캐릭터 느낌과 함께 유봉이라는 인물과 유봉이라는 인물의 행위에 대한 혐오감이 새삼 극대화 되게 만들어주더라. 범유봉이 소리에 욕심이 넘쳐서 잘 될 수도 있던 놈이 망한 거고, 송화를 자신의 꿈의 대리자로 쓰는 것보다는 소리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게 그래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의지도 있는 종류의 인도자의 역할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거에 비해서 정열파파의 유봉은 아직도 스승님에게 내쫓긴 울분과 억울함을 삭혀내지 못한 욕심많고 나약하면서 이기적인 젊은 날의 유봉에서 크게 자라지 못한 인물이다. 자기 욕심에 눈 먼 실패자가 송화의 눈을 멀게하면서까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득음을 자신의 손에서 이루고 싶어하는 광기를 보이며 송화의 눈을 멀게하는 한이 쌓일 시간 2와 시간이 가면까지가 격렬하게 혐오스럽다ㅋㅋ 원래 그 씬들은 실패자이며 가족까지 망가뜨리는 인물의 행위에 대한 혐오와 그렇게 미친 짓을 하게 만드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이해가 뒤섞여서 속시끄러운 부분이었는데 그 비율이 5:5같이 받던 걸 8:2 정도로 느끼다보니 극을 새로 보는 기분까지 얻었다ㅋㅋㅋ 청춘이 묻는다 끝나고 라디오 듣는 부분에서 부양가 끝까지도 이미 죽을 걸 알고 죽는 게 아니라 급 객사한 기분인데 그래서 잘 다져진 후회보다 미천한 한 사람의 급작스러운 후회와 미안함을 송화와 세상에 남기는 부양가를 보는데 유봉을 밀어 보낸 송화가 우짖는 걸 보고 있노라니 송화가 자신이 소리를 하게 하는 길의 동반자나 시작이기도 했을 것이나 자신만의 길을 가게 하는 큰 장애물이기도 했던 유봉을 보내고 정말 자신만의 소릿길을 가는 어떤 계기를 맞아 슬픔과 자유 속에서 오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괜찮았다.

김재범은 보게 되면 나쁘지 않게 보면서 또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는 배우였는데 동호는 꽤 좋았다. 반항심은 극렬하지만 어미를 삼킨 거대하고 무서운 소리를 두른 햇덩이같은 유봉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속에 쌓인 거에 비해서는 제대로 거부하지 못 하던 인물이 유봉과 송화와 떠나 방황하는 동안에 점점 더 다져지는 변화가 좋더라. 꾸준히 강성인 요정동호와 기본적으로 연약하고 또 계속 연약한 영혼인 슈동호에 비해서 그런 변화의 폭이 있는게 유의미한 장점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청가를 송화와 함께 만들기 전에도,  또 심청가 이후에도 자기 소리와 삶과 세상과 완전한 화해를 이루지는 않은 유일한 동호였는데 그게 소연송화와 어우러졌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범동호 my life is gone에서 그 전에 봤던 다른 동호들과 달리 마지막에 '나의 꿈이여 이젠 안녕'에서 안녕을 안 하고, 심청가에서 송화에게 다가가지 않고 소연송화와 함께 흐느끼며 끝을 내는데, 완전히 송화와의 소릿길과의 안녕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동호가 송화에게 당신 소리를 들어보아야 자신이 소리를 죽였는지 살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할 때 정말 아직 길을 찾았는 지 모르겠어서 그 오랜 세월에도 계속 흔들리는 자의 슬픔이 있더라. 소연 송화의 심청가가 모진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며 대단한 소리를 가지게는 되었지만 아직 진짜 모든 자신의 한을 다 끌러내고 삭히고 그에 대해 초탈하지는 않은, 길을 걷는 과정의 절절함을 보여주는 것 같은 심청가인데, 그런 심청가를 가진 미완의 존재인 송화와 송화라는 존재가 가질 자신의 과거와 우리 소리에 대한 완전한 단절도, 또 그에 대한 수용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범동호가 함께 만들어가는 심청가를 보는데 '떳구나'라는 송화의 말과 함께 응어리진 모든 것이 풀리고 깨달음의 빛이 퍼지는 것 같던 이전의 심청가들과 달리  몽니마을에서의 이 둘의 마주침은 그 날을 기점으로 서로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음을 여기고 그렇게 하룻밤 소리판을 벌이고 자신의 소릿길, 서로의 소릿길을 위해 멀리 멀리 서로라는 묶인 줄을 끊어내고 가기 전에 함께 통곡하는 순간의 정점을 만난 것 같아서 환희가 아니라 거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서로 처음 헤어진 때가 20살 이라고 쳐도 아마도 60대 언저리의 나이었을 둘이 생의 끝에 만날 소리를 위해 살아온 회한을 나누는 심청가.. 서로 갈 길이 다름을, 힘들게 걸어왔음을 토로하고 이해했으니 이제 각자가 서로의 묶인 줄이 아닌 그 하나로 걸어갈 길 전, 다른 소리길을 걷기 전 마지막 만남을 보는데 행복이라는 나의 소리를 찾아 고통의 길을 걸어가는 한 존재로서 그들의 그 복잡스런 고통이 나의 인생 중 한 순간 같기도 하고, 그들이 나같고, 함께 슬픈데 그게 좋았고, 내가 나를 아끼고 내 삶을 응원하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응원하고 싶더라. 아름다운 슬픔을 느꼈고 그 순간이 좋았던 좋은 관극이었다.

좋은 관극이기는 했지만 모든 게 다 완벽했냐고 하면... 엠알이 너무 커서 배우들 소리가 안 들린다는 얘기들이 많았어서 그런가 음향으로 엠알은 줄이고 배우들 마이크 소리는 키웠는데 뒷줄이나 2층에는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앞열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귀가 오히려 좀 아팠다. 그래도 음향 자체는 이전보다 깔끔해지기는 한 것 같아서 개선은 꾸준히 하고 있네 싶은 건 긍정적이랄까. 공연보러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같은 엘베에 탄 사람 중에 유일하게 6층에서 내려서 흘끗 보게 된 사람이 윤일상이라 인상깊었는데 꾸준히 음향 잡으려고 노력들 하고 있나봐.

9월 중순에 나온다더니 내가 간 날에야 나온 플북은 너무 늦게 나왔지만 공연 사진이 꽤 많은 편이라 만족. 가격은 만원이고 현금으로 사니까 현금 영수증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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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단상

 

 

소연송화 좋다... 심청가에서 아직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은 송화라니... 소연송화랑 범동호는 몽니마을에서의 소리의 마주침으로 서로 소릿길로 만나 회한을 푸는 것이 아니라 그 날을 기점으로 서로가 길을 가고 있음을 여기고 그렇게 하룻밤 소리판을 벌이고 자신의 소릿길, 서로의 소릿길을 위해 멀리 멀리 서로라는 묶인 줄을 끊어내고 갈 것 같은 심청가였다. 서로 처음 헤어진 때가 20살 이라고 쳐도 아마도 60대 언저리의 나이었을 둘이 생의 끝에 만날 소리를 위해 살아온 회한을 나누는 심청가.. 서로 갈 길이 다름을, 힘들게 걸어왔음을 토로하고 이해했으니 이제 각자가 서로의 묶인 줄이 아닌 그 하나로 걸어갈 길 전, 다른 소리길을 걷기 전 마지막 만남이었다. 애틋하고 그럼에도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트위터가 내 후기 먹었어ㅠㅠㅠㅠ 범동호 my life is gone에서 마지막에 이젠 안녕에서 안녕을 안 하시고, 심청가에서 송화에게 다가가지 않고 소연송화와 함께 흐느끼며 끝났는데, 완전히 송화와의 소릿길과의 안녕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동호가 송화와 함께 그들의 회환을 나누는 오늘의 심청가와 너무나 잘 어울려 좋았고, 그래서 애틋하고 가슴이 저렸다. 그동안의 아픔을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떠나기 위해 한껏 서로에게 맺힌 아픔을 토로하는 미완의 존재들 같아 참으로 아릿하고 아프고.. 그러나 영원히 길을 걸어갈 존재들이라는 게 다가와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길을 걸어가는 그들의 고통에 나도 같이 한을 얹어 같이 슬퍼하고 오늘의 아픔을 함께 우는 것이겠지. 이런 심청가도 좋구나. 조금은 다르고 또 좋은 서편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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