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최재림(뉴랜드 아처) 구원영(엘렌 올랜스카) 이지혜(메이 웰랜드) 정영주(밍곳) 양지원(로렌스) 심재현(실러틴 잭슨 외) 정인지(웰랜드 부인 외) 이효주(아처 부인 외) 고상호(달라스 아처, 목소리 출연)
티켓 창구에서 준 팜플렛에 있던 시놉.
1870년대 뉴욕의 사교계.
오밀조밀한 인간관계 안에서 알게 모르게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경계가 뚜렷했던 시절.
그곳에 시대를 앞서고 싶어했던 뉴랜드, 그리고 시대를 앞성 여성, 엘렌이 있다.
뉴랜드는 자신의 눈에 마냥 순수해 보이는 메이에게 청혼하지만,
뒤늦게 동질감과 동경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엘렌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고,
그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같은 행동과 사건 속 조금의 디테일이 인물들을 밋밋하고 짜증나게 할 지,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할 지를 가른다고 쓰려던 게 결말 직전까지의 생각이었는데 이게 결말이 아니었어?라고 생각한 진짜 결말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누르던 짜증이 폭발한... 그 결말만 아니었어도 뉴욕판 무진기행이네라는 감상까지는 안 나갔을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은 딱 그렇다.
이거랑 비교하는 사람들 있을 것 같은데 원작 말고 뮤지컬 기준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랑 이거 놓고 둘다 불륜이네 정도의 감상만 내놓는 사람 있으면 찾아가서 목 짤짤 해버릴 거야ㅂㄷㅂㄷ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지컬을 좋아했던 이유가 프란체스카랑 로버트가 같이 도망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프란체스카가 오롯이 자신이 고민의 주체로서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었는데 이 극 속 남주 뉴랜드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심장함과는 거리가 멀게 흔들리고 고민하면서 결국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고 마지막에도 용기내지 않고 주저앉을 뿐인데 뭔가 대단한 저항에도 패배한 듯 마지막에 이미 늙어버려서.. 나도 더이상 용기내기에는 옛날 사람.. 이러면서 세상에 저버린 듯이 징징거리며 끝이 나고 심지어 그거에 대해 아들이랑 아내 메이가 우릴 위해 희생해줘서 쌩유하면서 끝나서 혈압이 폭발함ㅋㅋㅋ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뉴랜드를 주저앉힌 건 메이이고 자신이 사랑한 뉴랜드와 그의 가정과 평화를 지키며 자신 또한 추억에 묶이지 않은 온전한 자유를 위해 엘렌이 떠나고, 자신을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한 여인들과 대비되게 완전히 무너지고 패배한 채로 뉴랜드가 끝난다면 그래도 극 전체에 끔끔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생길 것 같은데 뉴랜드 결국 용기를 내지 못 해서 현실에 머물렀을 뿐인 겁쟁이일 뿐인데 가족을 위해 남아 30년 간, 심지어 메이가 죽은 뒤에도 엘렌을 찾아가지 않고 뉴욕에 머무른 겁쟁이를 가족을 지킨 사람이라고 메이와 아들이 금칠해주는 넘버로 회환에 젖은 듯이 끝내는 거 뭐하자는 건지 참. 용기내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걸로 끝낼 거면 적어도 메이와 아들이 감사하는 뉘앙스 없애지 않으면 이 극은 여러 글러먹은 부분들이 있지만 본 공연 올라오기 글렀다.
지금 마인드 수준이 이거 지금 미국판 건축학 개론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대학 시절 말고 현대ㅋㅋㅋ 구도 딱 나와. 엘렌 - 한가인 역, 메이 - 고준희 역, 뉴랜드 - 엄태웅 역ㅋㅋㅋ 마지막에 엘렌도 뉴랜드 평생 그리워했다는 듯이 파리에 간 뉴랜드 아들과 뉴랜드를 거기서 살고 있던 30년 뒤의 엘렌을 만나러 가기 직전 같은 뉴랜드 아들이 '아버지 어서 가요! 부인이 기다리세요!'하는 게 한가인 역 제주도에서 파리로 장소 바뀌는 거냐 싶었네 아주.
....그럼에도 보는 동안에는 대부분 기분이 안 나빴던 건 내가 영주배우, 지혜배우 좋아하고 원영배우에게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서 였는데 보고 나서는 역겨워서 부들부들했다. 건축학 개론 남자들이 나도 저 맘 알아ㅠ0ㅠ하고 잉잉거리며 공감해도 여자들은 역겨워서 질색하는 거 명심하고 스토리 다시 쓰길 바라고.
여튼 보고나서 기분이 너무 그랬기에 정말정말 원작이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원작 속에서 뉴랜드를 어떻게 그릴 지가 궁금하다. 혹여나 그 지질함까지 이해해줘요. 나의 나약함ㅠㅠ 답답한 시대로 인한 고통ㅠㅠ 이러고 징징거릴까봐 겁은 나는데 결말이 그래도 과정 동안이라도 뉴랜드 한심하게 보기라도 하면 그래도 덜 짜증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뉴랜드의 비겁함을 비웃는 거고, 시놉시스 상에는 엘렌에게서 뉴랜드가 사상적인 자극을 받는 것 같아서 그런 자극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엘렌이 주체성이 있고, 지금은 개빻은 대사를 치고 있는 메이가 자신의 사랑과 가정을 스스로의 신념에 맞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름의 정의가 있다는 게 드러나 있다면... 진짜 작가랑 연출 목 짤짤하고 싶다. 아무래도 메이와 엘렌 양쪽으로 시대를 앞선 사상과 시대에 순응하며 평화와 안정를 그리는 가치관을 대비하는 유의미하고 깊이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넘쳐 보이는데 지금은 그냥 둘다 뉴랜드 사랑하는 역할로 소비되는 것 같아서 넘버는 나쁘지 않았으니 작가랑 연출 갈아버리거나 좀 제정신 박힌 사람이랑 개작하게 시켜야 할 듯.
위에 메이랑 엘렌에게 좋은 가능성이 막힌 느낌이었기에 결말까지 보기 전에 느꼈다는 조금씩 뒤틀면 크게 달라질텐데 싶었던 부분 중 하나는.. 이 정도의 대사만 할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 엘렌과 뉴랜드의 첫 대화.
뉴랜드의 집에서 열린 사교 모임에서 지루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지친 엘렌이 뉴랜드에게 '나 좀 구해줘요.'하고 개구지게 다가오는 걸로 시작하는데 그래서 이어지는 그 내용 시작이 뉴랜드에게 엘렌이 옛 생각 난다면서 너는 나 좋아했고 나는 네 사촌 좋아했는데?같은 말을 함. 근데 그 말 들어가서 갑자기 꼬리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냥 그 이상한 대화없이 어린 시절에 다함께 친했는데로 가고, 당신과 나는 잘 통했었다고만 하고 거기다대고 뉴랜드가 어릴 때 기억이 안 난다고 한 뒤 지금 사실 옛 기억이 나지만 모른 채 하는 거라는 현재의 넘버를 불렀어도 알아서 관객이 '아 얘가 쟤 좋아했구나.' 알텐데 뭐하는 짓인지... 엘렌이 그 말 하고 뉴랜드가 엘렌한테 가지는 관심보다 엘렌이 뉴랜드한테 관심 많은 것처럼 해놓기도 해서 보는 사람이 기분이 역함. 엘렌의 이야기가 의미없는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농담 정도의 뉘앙스를 비추는 것도 아니고 지금 대사 수준은 추억 회상이 아니라 엘렌이 먼저 유혹일 뿐이고 아무리 뉴랜드와 메이가 약혼할 사이라고 아직 밝히기 전이라해도 관객 입장에서 엘렌만 되게 이상한 애 되는 것 같았단 말이야. 플러스로 한 두번 일침 가할 때는 단호한 말을 하지만 평소 상태가 무기력과 우울로 착 가라앉아있는 엘렌이 뉴랜드랑 있을 때 그나마 행복해보여서 되게 뉴랜드한테 매달리는 느낌 말고, 좀 생기라는 걸 줬으면 좋겠어. 지금의 우울한 엘렌을 표현하는 와중에 원영배우가 꽤나 우아하고 단호한 느낌을 내는 걸 보면서 대사톤도 그렇고 이런 느낌도 되게 잘 연기하시는 배우였구나 와~했는데(전에 본게 도리안에서 였는데 극에 대한 불호를 눌러 참느라 배우에 대해 남은 인상이 그닥 이었는데 죄송했다ㅠ) 그건 그거고 지금 극 자체에서 그려낸 인물이 너무 연약함. 배우는 나름 안에서 심지를 찾아내서 그려내지만 앞에 쓴대로 뉴랜드 사랑하는 연상의 첫사랑1로 만들어진 한계 안에서 힘을 내봤자 한계가 너무 크더라.
그리고 메이 넘버들 가사와 대사와 넘버 뉘앙스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바꾸어야한다. 뉴랜드의 허물까지 감싸려는 순수하고 체제 순응적인 약혼녀인데 그 중에 결혼을 서두르려는 뉴랜드에게 너 예전에 유부녀랑 사귄 거 아는데(엘렌 아님. 진짜 다른 사람. 예전 불륜) 그 부인이 맘에 남아있어서 나랑 빨리 결혼하려는 거라면 싫다며, 나는 당신의 일부가 아니라 당신의 전부를 원한다고 노래하는 '당신의 전부'란 넘버가 있는데 이 넘버 분위기가 너무 발랄해. 같은 가사여도 조금 어두운 분위기로 편곡이 되어있었다면 같은 성녀여도 메이가 고뇌를 하면서도 뉴랜드의 과거까지 품기로 한 성녀가 될텐데 지금은 그냥.. 이건 남자들 꿈 속에 그리는 나의 과거에도 날 원망하지 않는 그런 여자네ㅋㅋㅋ 원작 뉘앙스가 원래 좋았던 건지 그래도 그 뒤에 엘렌을 좋아하는 뉴랜드를 알고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나름 고군분투하는 메이를 보면서 쟤는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같은 생각을 그나마 하게 하다가도 마지막에 죽은 메이가 아들에게 뉴랜드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줘서 고마워했다는 걸로 이야기를 끝내서 메이는 정말 현재는 노답 성녀캐가 되어버린.... 지혜가 노래 잘하고 역시 긴 머리 예쁘면 뭐하나ㅋㅋㅋ 지금 캐릭터는 글렀다.
그리고 자꾸 결말 얘기만 하고 캐릭터 구리다는 얘기만 했는데 연출적으로도 짜증나는 게 좀 있었는데 이런 디테일 지적해봤자 뭔 소용이겠나 싶지만 난 이런 거 앞뒤 안 맞는 거 극혐해서 속이 계속 부글부글해서 첨언하자면...
그 시대는 얼굴 제외한 여성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은 고상하지 않은 행동으로 여겨지는 건지 다들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고, 장갑을 끼지 않고 돌아온 엘렌에게 엘렌과 메이의 외할머니이자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하는 이혼녀인 엘렌을 유일하게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인 밍곳부인이 장갑을 주고 그 이후에도 엘렌도 끼고 있다가 떠날 결심을 한 뒤 다시 맨 손으로 나오더라. 자유로워지기로 하는 시그널인가보다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엘렌이 떠난 뒤에 앙상블과 밍곳 부인이 나와서 부르는 넘버 2막 뉴욕의 격 리프라이즈에서 밍곳 부인이 장갑을 벗을 때까지야 '그래그래 저 분은 엘렌에게 네가 뉴랜드같은 사람과 만났어야한다는 잘못된 위로를 건넬 지라도 엘렌의 마음을 언제나 최우선으로 생각한 충실한 조력자셨고, 시대상과 다른 깨다름이 있는 분이니 그럴 만도! 주변 젊은 것들과 대비되고 괜찮네.'하고 있었는데 컴퍼니 배우들이 하나하나 장갑을 다 벗기 시작하면서 유치한 장치라도 일관성있게 뭐 하는 거에는 높은 점수 주는 편이었는데 혈압이 확 오름ㅋㅋㅋ 그렇게 장갑 벗어서 옆에 내려둔 뒤에 인물들이 한명씩 퇴장하면서 장면이 끝나고 암전이 올 때 극이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30년 세월이 지난 뒤 뉴랜드가 목소리 출연하는 아들과 함께 파리에 와서 하는 모양새가 앞서 욕한 결말이다.
다들 장갑을 벗게 한다는 건 그렇게 시대가 변한다는 걸 의미해야 하는데 30년 뒤의 시대 뉴랜드 우쭈쭈 금칠이나 하고 앉았고 그 와중에 엘렌이 30년 동안 다른 사랑 안 찾고 파리에서 뉴랜드 그린 뉘앙스 풍기는 것도 아주 짜증났는데 거따대고 장갑 벗는 걸 하고 싶냐 싶더라. 동선 정리도 못 했는 지 노년의 뉴랜드가 30년 전 로랜츠 역의 앙상블이 벗고 퇴장한 장갑 옆에서 파리의 거리인 양 회한에 잠겨 앉아있는데 애초에 벗기는 걸로 의미 소실된 마당에 방해물까지 되는 거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요 안 나요. 작가든 연출이든 둘다든 그런 디테일은 맥락에 맞게 해놓고 수습도 제대로 해야지 뭐하는 짓인지. 관객이 아 저거 의민가봐하려고 챙겨보게 일부러 강조도 한 부분이 앞뒤가 안 맞으면 남들 다 노잼이래도 난 그래도 넘버가 좋았던 사람이라 넘버 다시 듣고 싶은데 어디를 얼마나 고치면 멀쩡해질까 고민하던 사람이 어이가 없다가 성질이 뻗쳤다. 찌질한 뉴랜드한테 금칠해줄 시간에 자기들이 넣은 디테일 앞 뒤나 맞췄으면.
그리고 극 중에서 엘렌이 그림 그리는 거 중요한 행위인데 그림 그릴 때 엘렌 표정이 안 보인다. 무대 뒤쪽 계단 세트 중간에 그림 캔버스가 있고 그 앞에서 엘렌이 그림을 그리는데 완벽히 뒷 모습임. 그림 자체보다 엘렌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평화와 신념을 찾고, 그림으로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듯이 앞에 중얼중얼해놓은 떡밥이 있는데 정작 그림 그릴 때 엘렌의 감정을 안 보여준다. 무대 구석에서 뒤돌아서서 그림 그리는 엘렌의 뒤통수를 보면서 엘렌 표정이 말할 그녀의 생각이 궁금한데 보이는 건 그 씬에서 고뇌하며 노래하는 뉴랜드의 노래와 목소리 뿐이라 이 극에서 관심있는 게 뉴랜드 금칠 밖에 없구나 확신했다. 이런 편견 나쁜 거 알지만 지질한 남주 지질하게 못 내버려두고 어떻게든 좋은 놈으로 우쭈쭈하려는 극 작가 및 연출에 남자 있으면 남자들 자기 이입하면서 애정욕구랑 인정 욕구 충족하려는 건가 싶은데 촘촘하게 그 생각 들게 하는 극이었다.
결국 쓰다보니 욕욕욕욕욕이었지만... 남들은 매력없고 지루하고 노잼이라는 얘기만 했어도 난 넘버가 정말 마음에 들긴 했다. 벨텔처럼 아담한 대극장 사이즈로 만들어진 넘버들같은데 정말 좋았으니까 그 규모에 맞게 빻은 넘버 내용 바꿔서 엘렌 조정은에 메이는 지금처럼 이지혜로, (뉴랜드는 머리는 좋으나 유약하며 찌질한 실패자로 그렸으면 좋겠는데 그런 타입 남배가 딱히 생각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렇게 큰 규모 투자가 붙기에는 앞에 써놓은 부분들이 저런 거 올리면 '요즘 관객들은 욕함+남주가 금칠해놔봤자 찌질이고 안 금칠하면 정말 찌질이라 남배 캐스팅 어려울 거임+심지어 노래 어려움'이라 투자가 안 될거라서 못 올라올 듯.
중소극 사이즈로 작게 올리기에는 넘버 스케일도 그게 아니지만 극 장르가 고전이라 극장 사이즈가 시야처럼 극도로 작은 게 아니면 세트나 의상 등에서 돈 많이 들어갈 때 생기는 돈이 보장하는 우아함을 구현하기에는 극장 대비 티켓값이 너무 올라서 어차피 안 팔릴 그릇이다. 아쉽지만 넘버만 마음에 담아야할 듯 ㅠ
*트위터 단상
오전 티켓팅 망한 상처 때문에 지혜배우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양도받아서 왔는데 기분이 참.. 애매하다. 졔배우 보겠다는 본 목적은 더할 나위 없었지만 극이 애매해ㅋㅋ...ㅋㅋㅋ
같은 행동과 사건 속 조금의 디테일이 인물들을 밋밋하고 짜증나게 할 지,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할 지를 가른다고 쓰려던 게 결말 직전까지의 생각이었는데 이게 결말이 아니었어?라고 생각한 진짜 결말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누르던 짜증이 폭발한... 이런 극들이 보통 그렇듯 내가 싫은 결말 자체가 원작 소설의 결말과 같은 것 같지만 그 결말만 아니었어도 뉴욕판 무진기행이네라는 감상까지는 안 나갔을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은 딱 그렇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지컬을 좋아했던 이유가 프란체스카랑 로버트가 같이 도망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프란체스카가 오롯이 자신이 고민의 주체로서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었는데 이 극 속 남주 뉴랜드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심장함과는 거리가 멀게 흔들리고 고민하면서 결국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고 마지막에도 용기내지 않고 주저앉을 뿐인데 뭔가 대단한 저항에도 패배한 듯 마지막에 이미 늙어버려서.. 나도 더이상 용기내기에는 옛날 사람.. 이러면서 세상에 저버린 듯이 징징거리며 끝이 나면 화가 날까요. 안 날까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뉴랜드를 주저앉힌 건 메이이고 자신이 사랑한 뉴랜드와 그의 가정과 평화를 지키며 자신 또한 추억에 묶이지 않은 온전한 자유를 위해 엘렌이 떠나고, 자신을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한 여인들과 대비되게 완전히 무너지고 패배한 로 뉴랜드가 끝난다면 그래도 극 전체에 끔끔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생길 것 같은데 뉴랜드 결국 용기를 내지 못 해서 현실에 머물렀을 뿐인 겁쟁이일 뿐인데 가족을 위해 남아 30년 간, 심지어 메이가 죽은 뒤에도 엘렌을 찾아가지 않고 뉴욕에 머무른 겁쟁이를 가족을 지킨 사람이라고 메이와 아들이 금칠해주는 넘버로 회환에 젖은 듯이 끝내는 거 뭐하자는 건지 참. 용기내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걸로 끝낼 거면 적어도 메이와 아들이 감사하는 뉘앙스나 좀 없애줬으면.
이렇게 짜증을 열심히 쏟아내고 있지만 넘버가 굉장히 취향이었고 과연 그 디테일을 해낼 수 있을까 싶다면 인물의 디테일을 통해 엘렌과 메이의 지금의 양날개 느낌만이 아니라 함의하고 있을 듯한 정체성과 매력을 더 키우면 꽤나 취향인 극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바로 상업화되기에는 지금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적은 장치로도 형성되는 분위기가 현재 음악이 가질 규모에 맞게 커지면 돈이 제법 들어야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 그만큼 큰 자금이 들어갈 만큼 커질 수 있을까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중소극으로 올라가기에는 극이 짜인 구성도 음악 성향도 작은 규모에는 아쉽고... 본 공연이 빨리 올라오지는 못할 것 같다.
앞에 싫은 소리 잔뜩 했지만 결말에서 폭발해서 그렇고 감성이나 음악이 취향이어서 보는 대부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 제일 좋았던 건 구원영배우와 그 분의 엘렌이었고.. 전에 뵌 게 도리안 그레이였고, 극과 싸우느라 힘들어서 그때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아쉬운 대사들 속에서도 어떤 울림을 만들어내는 우아함과 강단을 그려내셨고, 참 좋았다.
원작이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원작 속에서 뉴랜드를 어떻게 그릴 지가 궁금하다. 그 지질함까지 이해해줘요. 나의 나약함ㅠㅠ 답답한 시대로 인한 고통ㅠㅠ 이러고 징징거리는 것도 싫지만 뉴랜드 한심하게 그리기라도 하면 그래도 덜 짜증날 듯. 주인공이 우쭈쭈받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 같은 각색 정말 이제 점점 더 질색이네. 원작은 비웃는데 뮤는 금칠하는 도리안일지, 다양한 함의가 있을 수 있는데 너무 주인공 위주로 우쭈쭈하느라 나머지가 확 죽고 결국 난 주인공에 대한 반감과 역함만 남은 시라노 쪽일지 원작을 읽어야 알겠다만 일단 지금은 원작 결말 그대로 가면서 인물 너무 우쭈쭈하고 세상에 완벽한 남자인 듯 사랑받는 뉴랜드가 제일 역겨운데 그 역겨움을 금칠하지 않으면 생겼을 끔끔함도 없다는 게 제일 싫다. 이 극이 누군가의 큰 돈을 투자받아 제대로 올라오려면 지금 느낀 역함 부분을 꼭 해소해야할 듯하다. 아 그리고 메이 넘버들 가사와 대사와 넘버 뉘앙스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바꾸고. 당신의 전부 넘버가 그렇게 발랄하지 않고 마지막에 가족을 위해 희생해줘서 고마워요만 남기지 않았어도 메이가 이렇게까지 답답하지는 않았을 듯.
결말까지 보기 전에 조금씩 뒤틀면 크게 달라질텐데 싶었던 부분 중 하나는.. 가장 맘에 든 인물이기는 하나 이 정도의 대사만 할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 엘렌과 뉴랜드의 첫 대화. 대체 왜 뉴랜드에게 엘렌이 옛 생각 난다면서 너는 나 좋아했고 나는 네 사촌 좋아했는데?같은 말 하게 하죠??? 그 말 들어가서 갑자기 꼬리치는 것 같잖아요. 그냥 그 이상한 대화없이 어린 시절에 다함께 친했는데로 가고, 당신과 나는 잘 통했었다고만 하고 거기다대고 뉴랜드가 어릴 때 기억이 안 난다고 한 뒤 지금 넘버만 불렀어도 알아서 관객이 아 얘가 쟤 좋아했구나 알텐데 뭐하는 짓인지... 앨렌이 그 말 하고 뉴랜드가 엘렌한테 가지는 관심보다 엘렌이 뉴랜드한테 관심 많은 것처럼 해놓으니까 사람이 기분이 역해지잖아요. 엘렌의 이야기가 의미없는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농담 정도의 뉘앙스를 비추는 것도 아니고 지금 대사 수준은 추억 회상이 아니라 엘렌이 먼저 유혹일 뿐이고 아무리 뉴랜드와 메이가 약혼할 사이라고 아직 밝히기 전이라해도 관객 입장에서 엘렌만 되게 이상한 애 되잖아요.
...쓰고보니 이 느낌 익숙해. 이거 건축학 개론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왜 보는 내내 뉴랜드만 나오면 역하나 했더니ㅋㅋㅋㅋㅋㅋ
.....앞에 보는 대부분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와 상충하는 내용같지만 생각보다 뉴랜드가 그렇게 내내 나오지 않기에...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나올 때마다 역했다는 게 중요하고. 그래 이건 건축학 개론이었다. 구도 딱 나오네. 엘렌 - 한가인 역, 메이 - 고준희 역, 뉴랜드 - 엄태웅 역ㅋㅋㅋ 마지막에 엘렌도 뉴랜드 평생 그리워했다는 듯이 뉴랜드 아들이 아버지 어서 가요! 부인이 기다리세요!하는 게 한가인 역 30년 뒤입니까?ㅋㅋㅋ ....대부분 기분이 안 나빴던 건 내가 영주배우, 지혜배우 좋아하고 원영배우에게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서 였던 거였나 보다. 건축학 개론 남자들이 나도 저 맘 알아ㅠ0ㅠ하고 잉잉거리며 공감해도 여자들은 역겨워서 질색하는 거 명심하고 스토리 다시 쓰길
이 장면 극 보면서 울컥 했는데... 너희는 그래도 소중한 것을 위해 노력하며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구나 싶어서... 아 짠해
나 여캐 장점 찾아내기 만렙인데 바로 윗 타래 말고 장점 못 찾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밋밋하게 인물을 만들어놨는 지 참... 남은 감상이 원영배우 우아한 것도 잘 어울리시는 구나 와! 졔배우 긴 머리 너무 간만이야ㅠ 오리지널처럼 키티 머리도 길었으면ㅠ ........이 지배적인 장점이었고요... 더 이상의 장점은... 그래 결국 배우에 대한 호감이지 전부
결말이 그 모양인 마당에 이런 디테일 지적해봤자 뭔 소용이겠나 싶지만 난 이런 거 앞뒤 안 맞는 거 극혐해서 속이 계속 부글부글해서 첨언하자면... 그 시대는 얼굴 제외한 여성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은 고상하지 않은 행동으로 여겨지는 건지 다들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고, 장갑을 끼지 않고 돌아온 엘렌에게 할머니인 밍곳부인이 장갑을 주고 그 이후에도 엘렌도 끼고 있다가 떠날 결심을 한 뒤 다시 맨 손으로 나오던데 말입니다. 자유로워지기로 하는 시그널인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2막 뉴욕의 격 맆에서 밍곳 부인이 장갑을 벗을 때까지야 그래그래 저 분은 엘렌에게 네가 뉴랜드같은 사람과 만났어야한다는 잘못된 위로를 건넬 지라도 엘렌의 마음을 언제나 최우선으로 생각한 충실한 조력자셨고, 시대상과 다른 깨다름이 있는 분이니 그럴 만도! 주변 젊은 것들과 대비되고 괜찮네 하고 있었는데 컴퍼니 배우들이 하나하나 장갑을 다 벗기 시작하면서 유치한 장치라도 일관성있게 뭐 하는 거에는 높은 점수 주는 편이었는데 혈압이 확 오르잖아요입을 벌리고 웃는 표정 다들 장갑을 벗게 한다는 건 그렇게 시대가 변한다는 걸 의미해야 하는데 30년 뒤의 시대 뉴랜드 우쭈쭈 금칠이나 하고 앉았고 그 와중에 엘렌이 30년 동안 다른 사랑 안 찾고 파리에서 뉴랜드 그린 뉘앙스 풍기는 것도 아주 짜증났는데 거따대고 장갑 벗는 걸 하고 싶습니까? 동선 정리도 못 했는 지 노년의 뉴랜드가 30년 전 로랜츠 역의 컴퍼니가 벗고 퇴장한 장갑 옆에서 파리의 거리인 양 회한에 잠겨 앉아있는데 애초에 벗기는 걸로 의미 소실된 마당에 방해물까지 되는 거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요 안 나요. 작가든 연출이든 둘다든 그런 디테일은 맥락에 맞게 해놓고 수습도 제대로 해야지 뭐하는 짓이야 진짜. 관객이 아 저거 의민가봐하려고 챙겨보게 일부러 강조도 한 부분이 앞뒤가 안 맞으면 남들 다 노잼이래도 난 그래도 넘버가 좋았던 사람이라 넘버 다시 듣고 싶은데 어디를 얼마나 고치면 멀쩡해질까 고민하던 사람이 어이가 없다가 성질이 뻗치게 됩니다요. 찌질한 뉴랜드한테 금칠해줄 시간에 자기들이 넣은 디테일 앞 뒤나 맞춰라 진짜. 그리고 엘렌이 그림 그리는 거 중요한 행위인데 그림 그릴 때 엘렌 표정 좀 보이게 하고. 그림 자체보가 엘렌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평화와 신념을 찾는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무대 구석에서 뒤돌아서서 그림 그리는 엘렌의 뒤통수를 보면서 엘렌 표정이 말할 그녀의 생각이 궁금한데 보이는 건 뉴랜드의 노래와 목소리 뿐이면 이 극에서 관심있는 게 뉴랜드 금칠 밖에 없나 했던 걸 확신하게 할 뿐이고요. 이런 편견 나쁜 거 알지만 지질한 남주 지질하게 못 내버려두고 어떻게든 좋은 놈으로 우쭈쭈하려는 극 작가 및 연출에 남자 있으면 남자들 자기 이입하면서 애정욕구랑 인정 욕구 충족하려 그러나 싶으니 제발들 균형 좀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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