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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1123 뮤지컬 팬레터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문성일 김수용 조지승 박정표 양승리 손유동 권동호

 

 

 

 

어리고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인물. 선망하는 자에 대한 동경과 그런 동경에 사랑으로 잘못 대답하는 엇갈림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갈망이 초연 자첫자막 때 해진에 대한 세훈이의 마음을 반 겹 정도 가리고 보았다는 걸 오늘 알았다. 세훈이가 한 이기적이고 어리고 아픈 사랑을, 그렇기에 이리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에게 왔다.

 

성일세훈 등장하면서부터 못 뵌 사이 더 미모가 막.. 아주 막.. 너무 그래서 아 눈 너무 행복해 세훈이 신문 읽는 표정 너무 가슴 아려 엄청 예뻐 이러고 있다가 노래 시작하는 순간 목소리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진짜 벼락맞은 것처럼 좋았어서 당연히 오늘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이렇게 좋은 건 좀 반칙이다 싶게 좋았다ㅠ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절대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믿는 바보같은 아이. 하지만 그 절박한 미숙함이 자신이 몰랐거나 가렸던 스스로의 감정이나 욕망과 소망을 알아가면서 너무나 아팠던 봄을 지나 이제야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 아이와 그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랑과 열망과 열병에 눈물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해서, 반짝이며 슬퍼하는 성일세훈의 모습에서 해진이 해진의 편지에서 말하던 순수함을 만났다.

 

내가 스스로 가리고 있던 내 소망을 걷어내고 보았기도 하지만, 초연에 비해서 재연에서 세훈이가 해진에게 가지는 감정이 그저 동경이 아니라 사랑임이 꾸준하고 강해졌는데 그 사랑의 시작과 깨달음과 아픔을 표현해내는 핫세훈이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너무 슬프고 아팠다. 시작할 때 너무 아픈 성일세훈 얼굴에 이미 아프고 시작하기는 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할 때 사랑받지 못 하는 존재이며 이 세상에서 날 사랑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고 믿는 여리고 처연한 핫세훈과 그런 핫세훈을 안타까워하며 사랑을 기대도 않는다는 듯 아버지를 보지않는 세훈과 달리 아버지와 세훈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바라보며 슬픔을 애써 감추는 세훈과 달리 안타까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던 지승히카루를 바라보며 솔직하고 간절한 핫세훈의 열망이 히카루 자신이었음이 처음부터 다가왔다. 그리고 그 대비가 가져다주는 세훈의 간절함의 투사가 내내 마음을 울렸다.

 

팬레터를 작년에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세훈이 해진에게 가지는 감정이 사랑보다 월등하게 동경이라고 생각한 건 결혼할 사람이며 연모하고 있다는 해진의 말에 그 정도는 아니잖아라고 할 때의 당혹스러움이었는데, 오늘 재연을 다시 만날 때 그 말 뒤에 이런 감정이 사랑이 아닐 수 없음을 말하는 해진의 말에 두 눈이 흔들리며 그 말에 다가오는 감정의 깨달음에 놀라는 핫세훈을 보면서 이 아이가 사랑받아보지 못 해서,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다 믿지 못 해서, 그리고 자신이 해진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일 거라 생각도 하지 못 해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 하다가 해진의 그 말에 자신의 감정이 가질 수 있는 이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전 칠인회 선생님들에게 부끄럽고 떨려할지언정 스스럼없이 얼마나 그들의 작품과 그들을 선망하고 아꼈는 지 이야기하던 이가 편집실에 들어선 해진에게는 차마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게 하는 다른 색의 감정. 유난하게 마음을 울리는 문인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같은 어둠을 느낀 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의 각성. 사랑받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과 컴플렉스를 자신의 다른 자아인 히카루를 세워서라도 스스로에게는 지우려했던 사람이라 자신이 히카루임을 밝혀서 사랑받는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어림과 이기심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구나 느꼈다. 그렇게 스스로도 해진을 위해 그런 것이라 속인 마음이 히카루를 통해 점점 더 커지면서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외면하는 만큼 잔혹해지다가 자신이 만든 다른 자아인 히카루에 대한 해진의 사랑을 더이상 자신에 대한 것으로 여길 수 없어져 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 것까지 이기적이고 어렸던 순진하고 그리고 순수하고 그래서 잔인하지만 사랑스러운 성일배우의 세훈이를 보면서 모든 것이 어리고 서툴러서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보지 못 하는 그와 그를 둘러싼 모든 감정과 마음들이 안타까워서 가슴이 아렸다.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 급사에게 주는 해진의 상냥함도, 그리고 그가 편지만으로도 깊이 애정하며 살 힘을 얻는다고까지 했던 사랑도 자신이 진실을 밝히면 모두 사라질까 자신마저 속인 채 그를 위한 거라며 세뇌하지만 '섬세한 팬레터'에서 결국 히카루를 빌어 그를 가지게 되었을 때 해진을 바라보며 황홀해하는 눈망울이 너무나 솔직하고 아름답게 빛나서, 그 잔인함과 대비되는 순수함이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름답게 반짝여서 차마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랑받는 자로 남고 싶은 열망이 가득 찬 사람. 그 순수한 열망. 자신과 그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홍안의 예쁜 아이일지라도 남자인 자신마저 지워내고 그를 차지하고 싶은 맹목적인 열정. 그리고 그의 사랑을 받는 히카루라는 자신과 그의 생명을 쏟아부어 남긴 작품으로 죽음으로 하나되어 영원히 사랑받는 이로 남고 싶은 잔혹한 소유욕. 히카루가 하는 일들과 생각과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처럼 피하는 성일세훈과 살아 움직이는 듯 강렬하게 움직하는 지승히카루의 대비가 좋았던 건 그 대비가 너무나 강해서 오히려 그 둘이 전부 세훈이라는 게 느껴져서였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깊이 믿는 세훈과 달리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걸 대범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사랑을 느낀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성별까지 가진 히카루. 세훈이 가진 비밀의 무게 무거워지고 해진과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커질 수록 세훈은 히카루 탓을 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피하려하기에 사실 자신이 행하는 일인 그녀가 하는 일을 점점 더 모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세훈이 원자아로서는 차마 할 수 없을 일들을 더 대범하게 행하며 세훈이 부정하는 욕망을 키우고 채워주는 히카루가 반짝일 때 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빛내고 웃음 짓는 걸 통해 히카루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음을 관객이 놓칠 수 없게 끊임없이 짚어주는데 그걸 과하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연기하는데 진짜 늘 좋아하는 성일배우 연기지만 계속 반하면서 봤다. 해진의 사랑을 받을 때, 소설이 인정받을 때 그 어느 때든 난감한 와중에 찬사와 애정이 쏟아지면 차마 온전히 숨기지 못 하고 비져나오는 웃음과 행복함에 반짝이는 눈동자가 세훈이 차마 그런 걸 숨길 수 없을 만큼 그런 애정과 사랑에 목말랐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사랑스러우면서 애틋했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자라나는 세훈의 욕망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더하면서 결국 세훈의 자아이기에 그 아이를 사랑하고 그 아이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지승배우의 히카루는 자신의 열망을 다른 자아에게 대리충족하며 스스로의 욕망과 감정은 부정하며 모든 비극을 피하려고만 하던 세훈이 마침내 모든 과오와 그것이 빚어낸 오판 속에서 알게 된 자신의 가치를 알게된 뒤 강해진 것과 달리, 점점 더 명확히 자신의 소리를 내는 강도를 더해가다가 히카루를 만들어낸 존재인 세훈에 의해서 가장 강력할 때 파괴되었다가 세훈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준비를 마쳤을 때, 이제 그 아이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지, 들끊는 욕망마저 세훈이 끌어안고 또 다른 그이기도한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을지 두려움을 넘어 다가와 드디어 세훈과 하나가 되며 세훈이와 함께 하고 싶었고 그것을 이루어 기쁘고 행복한 얼굴로 세훈이를 끌어안는데.. 세훈이 절대 자신이 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사랑받는 꿈이 세훈이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제야 제대로된 시작을 맞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지승히카루가 핫세훈의 모든 열망을 끌어안은 듯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 느낌까지는 못 받았을 것 같다.

 

두번째로 봐서 보인 부분이겠지만 '눈물이 나'에서 해진을 맴돌며 그의 존재 하나하나 손끝에 부서지는 햇살마저 감탄해놓고 세훈일 때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놓고 히카루로 쓴 편지와 소설에서는 대담한 필치로 연모를 담아 연인의 손끝에 부서지는 햇살을 그려낸 부분같이 세훈과 히카루가 결국에는 같은 존재임을 드러내는 장치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그 중 하나인 춤을 출 때면 지승 히카루와 함께 반전된 이미지를 몸으로 그려낼 때 춤선이 예뻐서 그것도 좋았다. 그림자가 아니라 바로 앞에서 춤을 출 때도 아름답지만 창호로 비치는 실루엣일 때 그 선들로만 보일 때 실루엣으로 얼굴이 지워진 채 동작과 손끝 등으로 보여질 때도 너무 좋았고, 생의 반려에서는 특히나 서있는 장면이 많은 데 그때마저 그림자에서도 머뭇거림과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자로만 나타날 때는 얼굴이 지워지기 때문에 세훈과 히카루의 경계가 흐려지고, 히카루가 해진과 함께 쓰는 소설 속 여주가 세훈이 꿈꾸는 그의 모습이라는 것도 그로 인해 선명해지는 부분 등이 히카루와 세훈이 하나임을 알리는 것 같아서 연출적으로도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편지를 전달하는 아이에게 남주가 무언가의 의심과 관심이 가려고 할 때 여주가 나타나 죽음으로 생의 반려로 삶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나 또한 그것이 두려운 히카루이자 세훈인 그 이중적 존재의 양면적인 바람의 반영인데 소설 밖 히카루는 사실 해진을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세훈을 위해 그의 열망을 실현하며 가장 세훈만을 위해 세훈을 사랑하고 행동하는 게 비틀린 세훈의 자기애라는 걸 떠올리면 결국 모든 해진을 향한 사랑의 주체는 세훈이기에 세훈이 당시에는 소설을 완성하지 못 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해달라고 보아달라고 말하게 되는 부분이 암시하는 것 같아 그 연결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초연 팬레터를 볼 때 동경과 사랑 사이의 모호함을 다룬다는 점이 좋고, 그리고 사랑받는 다른 자아를 만들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세훈이 안타깝다까지의 감상을 가졌는데 이번 재연을 보는데 세훈의 감정을 명확하게 하고, 히카루와 세훈을 더 강력하게 대비시키는 게 팬레터의 전체 구조가 결국 정세훈이라는 사람의 아픈 사랑이야기이자 그를 통한 성장극이라는 걸 깔끔하고 깨끗하게 짚어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옷 얘기하니까! 히카루 옷이 원래도 그랬나 싶은데 아무도 모른다 때는 바지에 모자써서 성별을 좀 더 모호하게 드러내다가(히카루라는 이름도 꼭 여자 이름은 아닌 것 같고-고스트 바둑왕 기준...-) 해진에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히카루의 편지를 쓰겠다고 할 때부터 점점 더 옷이 여성스러워지고 몸선이 드러나는 걸로 변화하는 거 좋았다. 세훈이와 히카루의 분화이자 히카루의 강화이고 그렇게 점점 그 사이의 갭이 커지는 걸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성의있기도 하고 효과적이기도 했다. 신인 탄생에서 입는 두번째 옷이 딱히 내 취향에 안 맞는 옷인데 오래 입는 건 좀 아쉽지만, 문학소녀에서 깜짝 등단으로 여류작가가 된 히카루의 변화를 드러내려면 그렇게 의상 체인지 있는 거 자체는 좋았다. 마지막 등장 때 히카루가 그녀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리겠다고 할 때의 옷차림으로 나오는 건 히카루의 진짜 시작으로 돌아가 분리되었던 그들이 합쳐지면서 부서졌던 세훈의 조각이 맞춰지게 된다는 걸 옷으로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꼼꼼한 의상 연출이었다.

 

초연 자첫 자막해서 싫어서 충격적이었던 눈물이 나 이동 계단 정도 아니면 극이 좋았다는 감상과 꾸핫히어라 조합이 너무 좋았다는 기분 정도만 남아있어서 그런가 이번에는 엄마오리 없이 재연이 재연 자체로 난 참 맘에 드는데, 이전 넘버 가사랑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칠인회 관련 넘버랑 장면도 그런 의미로 튀는 기분 못 느꼈고 좋았다. 초연 때는 구인회에서 모티프를 따와서 칠인회라는 문인 단체를 설정하고 순수 문학을 이야기하는 모더니즘 문인들 이야기를 하는 거에 비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씬이나 넘버를 더 추가하기에는 전체 서사에서 너무 튈 수 있는 부분을 인간의 깊은 감정을 울려서 조선의 감성을 지키고 구호로는 전할 수 없는 어떤 울림을 통한 감동을 일깨우고 싶다는 문인들의 열망을 무리하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다. 적어도 이번 팬레터, 나에게는 설명충보다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려는 개작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대 2층 무대된 거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초연 때 창처럼 분할된 파티션이 세워져있던 무대도 유리창이자 거울인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보기에도 좋고 생각하는 맛도 있었지만, 그런 느낌의 구조물이 동숭 무대 크기에 맞춰서 확장되면 개인적 취향으로는 예쁜 기억이 별로 없었고 위로 높은 동숭 무대를 쓰면서 2층을 안 쓰는 것도 낭비라면 낭비라고 생각한다. 목재 구조물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창호지로 비치는 실루엣도 예쁘고. 공간이 넓어서 꽃비가 주는 임팩트 약해진 거 하나 아쉽다.

 

지승배우 프로필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고요한 이미지로 느껴져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으로 직접 만나니 감정을 또렷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데 그게 기대와 달랐지만 정말 좋았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다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세훈이와 반대 급부에 있는 캐릭터이니 그렇게 모든 게 생생하고 강렬한 게 참 좋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 세훈이와 달리 결국 모든 것이 세훈이를 위해 하는 일인게 분명하기에, 그건 그 만큼 그저 그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기에 자신을 없애는 세훈이를 진심으로 가엾어하며 떠나는 모습은 또 너무나 뭉클했다. 히카루가 세훈과 달라지고 강렬해질수록 오히려 세훈이 자신으로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놓지 않았기에 히카루를 보내는 게 절절하게 슬프고 힘든 일이었음을 세훈을 짓누르는 듯 휘젓던 히카루가 떠날 때 보이는 안타까움으로 형상화하는 게 히카루의 캐릭터성을 살리면서 세훈의 서사와 전체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허스키한 다른 두 히카루의 목소리도 좋아하지만 맑은 음성으로 노래하다가 한 번씩 강하게 음색을 바꾸는 변주를 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내가 죽었을 때에서 세훈이와 드디어 하나가 되어 둘이 함께 온전한 존재가 될 때의 아름다움이 가슴을 파고들게 만들어주셨던 일등 공신이었다.

 

수용배우는 강한 역할로만 뵈었어서 노래며 연기며 잘하시는 거야 당연히 알아도 해진선생님같이 부드러운 역할은 보는 내가 너무 낯설지 않을까했는데 사람이 미리 편견가지고 공연 보면 안 되는 구나 새삼 깨달았고! 다른 해진들에 비해서 좀 더 유려한 사교성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 속 슬픔이나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서 그러는 사람같아서 다정하고 상냥한 웃음 뒤에 한 번씩 속얘기를 꺼내놓을 때 가슴이 찌릿한 울림을 주는 분이었어서 그게 참 좋았다. 상냥함이 그의 것인 게 맞지만, 상냥한 햇살같은 웃음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는 걸, 그게 그 사람을 지키는 방패같은 다정함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공연을 보고 되새길수록 점점 하게 해주던 분이었고, 내면 속 초조함과 불안과 어둠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히카루에게는 절실함에 혈서까지 쓰게 되는 부분이 또 여리지 않은 겉모습과의 대비로 보여지는 게 수용해진이 만들어낸 인물이 가지는 가장 큰 설득력이었고 그게 참 인상깊었다. 그의 다정함과 상냥함은 거짓이 아니지만 또 그 어둠이나 슬픔을 가리는 가면이기도 했기에 자신의 따뜻한 글 속에 담긴 슬픔을 읽어낸 편지의 주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이날 캐수팅 핫숑지승 다 목소리가 맑은 분들이었는데 그래서 같이 부를 때 목소리가 깨끗하게 섞이는 느낌도 좋았다. 팬레터 넘버의 청아함이 잘 사는 조합이었다. 다른 분들은 초연 때도 뵈었고 그때도 좋았고, 팬레터로 처음 본 마지막 분인 정표배우는 또 좋았고! 모범생들에서 뵈었을 때 연기 어쩜 저렇게 잘하시지?하고 생각했었는데 노래도 잘 하시고... 사기캐가 있어 덕후는 행복했다. 정표배우의 이윤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한게 일제강점기에 순수 문학을 하는 문인이 가질 수 있는 반골 기질이 자연스럽게 그냥 툭 튀어나와있었다고 해야하나. 천재끼리 통하는 거라고 말 하기도 하지만, 자칫 가벼이 구는 것 같은 행동 속에 비틀린 속내와 문학에 대한 열병같은 진지함을 담은 사람이라 해진의 마음을 이해하고, 친우가 세상을 떠나게 한 존재임에도 그를 사로잡은 세훈이자 히카루의 재능 자체에 대한 아낌으로 거짓 기사로 세훈을 꼬여내 결국 세훈이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을 다 납득시켜주는 인물이라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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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단상

 

팬레터 이렇게까지 슬펐나ㅜㅜ 마음 아려서 1막 내내 목이 꽉 메였다ㅠㅠ 그리고 그와중에 핫세훈을 사랑해요.. 아 진짜 광대가 내려가지를 않는데 그 와중에 슬프고 난리났다 내 맘ㅋㅋㅋㅋ

어리고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세훈아.. 아이야ㅠㅠ 편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눈 나리는 날. 동숭에서 만난 아름다운 공연. 3년 간 어리게 꼭꼭 여며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이제 풀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한 날. 아름다운 공연.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노래. 목소리. 선망하는 자에 대한 동경과 그런 동경에 사랑으로 잘못 대답하는 엇갈림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갈망이 초연  자첫자막 때 해진에 대한 세훈이의 마음을 반 겹 정도 가리고 보았다는 걸 오늘 알았다. 세훈이가 한 이기적이고 어리고 아픈 사랑을, 그렇기에 이리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에게 왔다. 성일세훈 등장하면서부터 못 뵌 사이 더 미모가 막.. 아주 막.. 너무 그래서 아 눈 너무 행복해 세훈이 신문 읽는 표정 너무 가슴 아려 엄청 예뻐 이러고 있다가 노래 시작하는 순간 목소리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진짜 벼락맞은 것처럼 좋았어서 당연히 오늘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이렇게 좋은 건 좀 반칙이다 싶게 좋았다ㅠ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절대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믿는 바보같은 아이. 하지만 그 절박한 미숙함이 자신이 몰랐거나 가렸던 스스로의 감정이나 욕망과 소망을 알아가면서 너무나 아팠던 봄을 지나 이제야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 아이와 그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랑과 열망과 열병에 눈물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해서, 반짝이며 슬퍼하는 성일세훈의 모습에서 해진이 말하던 순수함을 만났다.

기억은 흐려지니 기록을 남겨야하는데ㅠ 공연보는 동안 머릿 속을 떠다닌 모든 걸 풀어놓고 자체 박제하고 싶은데 머리가 따라주지를 않아서 갑갑하다ㅠ 후기를 써 나야 후기를 써ㅠㅠ

내가 스스로 가리고 있던 내 소망을 걷어내고 보았기도 하지만, 초연에 비해서 재연에서 세훈이가 해진에게 가지는 감정이 그저 동경이 아니라 사랑임이 꾸준하고 강해졌는데 그 사랑의 시작과 깨달음과 아픔을 표현해내는 핫세훈이 너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너무 슬프고 아팠다. 시작할 때 너무 아픈 성일세훈 얼굴에 이미 아프고 시작하기는 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할 때 사랑받지 못 하는 존재이며 이 세상에서 날 사랑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고 믿는 여리고 처연한 핫세훈과 그런 핫세훈을 안타까워하며 사랑을 기대도 않는다는 듯 아버지를 보지않는 세훈과 달리 아버지와 세훈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바라보며 슬픔을 애써 감추는 세훈과 달리 안타까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던 지승히카루를 바라보며 솔직하고 간절한 핫세훈의 열망이 히카루 자신이었음이 처음부터 다가왔다. 그리고 그 대비가 가져다주는 세훈의 간절함의 투사가 내내 마음을 울리었지.

팬레터를 작년에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세훈이 해진에게 가지는 감정이 사랑보다 월등하게 동경이라고 생각한 건 결혼할 사람이며 연모하고 있다는 해진의 말에 그 정도는 아니잖아라고 할 때의 당혹스러움이었는데, 오늘 재연을 다시 만날 때 그 말 뒤에 이런 감정이 사랑이 아닐 수 없음을 말하는 해진의 말에 두 눈이 흔들리며 그 말에 다가오는 감정의 깨달음에 놀라는 핫세훈을 보면서 이 아이가 사랑받아보지 못 해서, 그리고 사랑받을 수 있다 믿지 못 해서, 그리고 자신이 해진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일 거라 생각도 하지 못 해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 하다가 해진의 그 말에 자신의 감정이 가질 수 있는 이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걸 느꼈다. 이전 칠인회 선생님들에게 부끄럽고 떨려할지언정 스스럼없이 얼마나 그들의 작품과 그들을 선망하고 아꼈는 지 이야기하던 이가 편집실에 들어선 해진에게는 차마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는 다른 색의 감정. 유난하게 마음을 울리는 문인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같은 어둠을 느낀 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의 각성. 사랑받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과 컴플렉스를 자신의 다른 자아인 히카루를 세워서라도 스스로에게는 지우려했던 사람이라 자신이 히카루임을 밝혀서 사랑받는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어림과 이기심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도 해진을 위해 그런 것이라 속인 마음이 히카루를 통해 점점 더 커지면서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외면하는 만큼 잔혹해지다가 자신이 만든 다른 자아인 히카루에 대한 해진의 사랑을 더이상 자신에 대한 것으로 여길 수 없어져 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 것까지 이기적이고 어렸던 순진하고 그리고 순수하고 그래서 잔인하지만 사랑스러운 성일배우의 세훈이를 보면서 모든 것이 어리고 서툴러서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보지 못 하는 그와 그를 둘러싼 모든 감정과 마음들이 안타까워서 가슴이 아렸다.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 급사에게 주는 해진의 상냥함도, 그리고 그가 편지만으로도 깊이 애정하며 살 힘을 얻는다고까지 했던 사랑도 자신이 진실을 밝히면 모두 사라질까 자신마저 속인 채 그를 위한 거라며 세뇌하지만 '섬세한 팬레터'에서 결국 히카루를 빌어 그를 가지게 되었을 때 해진을 바라보며 황홀해하는 눈망울이 너무나 솔직하고 아름답게 빛나서, 그 잔인함과 대비되는 순수함이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름답게 반짝여서 차마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랑받는 자로 남고 싶은 열망이 가득 찬 사람. 그 순수한 열망. 자신과 그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홍안의 예쁜 아이일지라도 남자인 자신마저 지워내고 그를 차지하고 싶은 맹목적인 열정. 그리고 그의 사랑을 받는 히카루라는 자신과 그의 생명을 쏟아부어 남긴 작품으로 죽음으로 하나되어 영원히 사랑받는 이로 남고 싶은 잔혹한 소유욕. 히카루가 하는 일들과 생각과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처럼 피하는 성일세훈과 살아 움직이는 듯 강렬하게 움직하는 지승히카루의 대비가 좋았던 건 그 대비가 너무나 강해서 오히려 그 둘이 전부 세훈이라는 게 느껴져서였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깊이 믿는 세훈과 달리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걸 대범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사랑을 느낀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 성별까지 가진 히카루. 세훈이 가진 비밀의 무게 무거워지고 해진과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커질 수록 세훈은 히카루 탓을 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피하려하기에 사실 자신이 행하는 일인 그녀가 하는 일을 점점 더 모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세훈이 원자아로서는 차마 할 수 없을 일들을 더 대범하게 행하며 세훈이 부정하는 욕망을 키우고 채워주는 히카루가 반짝일 때 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빛내고 웃음 짓는 걸 통해 히카루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음을 관객이 놓칠 수 없게 끊임없이 짚어주는데 그걸 과하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연기하는데 진짜 늘 좋아하는 성일배우 연기지만 계속 반하면서 봤다ㅠ 해진의 사랑을 받을 때, 소설이 인정받을 때 그 어느 때든 난감한 와중에 찬사와 애정이 쏟아지면 차마 온전히 숨기지 못 하고 비져나오는 웃음과 행복함에 반짝이는 눈동자가 세훈이 차마 그런 걸 숨길 수 없을 만큼 그런 애정과 사랑에 목말랐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사랑스러우면서 너무 애틋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자라나는 세훈의 욕망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더하면서 결국 세훈의 자아이기에 그 아이를 사랑하고 그 아이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지승배우의 히카루는 자신의 열망을 다른 자아에게 대리충족하며 스스로의 욕망과 감정은 부정하며 모든 비극을 피하려고만 하던 세훈이 마침내 모든 과오와 그것이 빚어낸 오판 속에서 알게 된 자신의 가치를 알게된 뒤 강해진 것과 달리, 점점 더 명확히 자신의 소리를 내는 강도를 더해가다가 히카루를 만들어낸 존재인 세훈에 의해서 가장 강력할 때 파괴되었다가 세훈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준비를 마쳤을 때, 이제 그 아이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지, 들끊는 욕망마저 세훈이 끌어안고 또다른 그이기도한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을지 두려움을 넘어 다가와 드디어 세훈과 하나가 되며 세훈이와 함께 하고 싶었고 그것을 이루어 기쁘고 행복한 얼굴로 세훈이를 끌어안는데.. 세훈이 절대 자신이 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사랑받는 꿈이 세훈이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제야 제대로된 시작을 맞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지승히카루가 핫세훈의 모든 열망을 끌어안은 듯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 느낌까지는 못 받았을 것 같다ㅠ

하고 싶은 얘기는 제대로 못 하고 후기가 그저 뱅뱅 도는 기분이라 너무 답답하다ㅜ 관극 자주 안 해서 후기도 자주 안 썼더니 가뜩이나 못 쓰는데 후기쓰는 능력 퇴보해서ㅠㅠ 자기 자신으로는 사랑받을 거라는 믿음도 자신도 없어서 히카루라는 다른 자아를 대신 세워놓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그녀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스스로의 이기심을 인정하기 싫어서 히카루를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이 존재로 점점 분리하고 부정하다가 해진이 히카루와 함께 완전히 사라질 순간에 이르자 그렇게 세훈 자신이 아닌 존재와 영원을 함께하기 위해 해진이 사라질까,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열망에 그가 얼마나 글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지도 느꼈을 것이면서 히카루가 아닌 정세훈을 보아달라는 진짜 바람을 숨긴 채 핫세훈은 해진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히카루를 보낸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부정하던 정세훈으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해진에게 보이고 내쳐진 뒤 절망하여 모든 꿈과 기대를 버린 채 자신의 모든 소망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지내다 사실 해진이 자신의 존재를 통해 삶의 희망과 의미를 느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사랑받아도 될 존재인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며 잔인하고도 아팠던 성장통을 거쳐 마침내 한발짝 나아가기로 하는 핫세훈의 이야기, 23일의 팬레터 본 거 너무나도 행복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는데 왜.. 왜 표현이 잘 안 되는 지 아쉽고 너무나 답답하고ㅠ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핫세훈은 사랑이라는 거 밖에 없는지 너무 속상하다ㅠㅠㅠㅠ

전체 서사 정리 못 하는 답답이가 되었으니 좋았던 부분 기록이라도 해야지.. 일단 목소리. 그저 목소리. 세상에나 목소리ㅠㅠ 성일배우 맑고 깨끗한 음색과 여리여리한 감성 초연 때도 팬레터 넘버랑 너무 잘 맞았지만 대사칠 때 보면 감기라도 걸리셨는지 약간 코가 막히신 것 같은데도 재연 넘버 소화력 진짜 너무 말도 안 된다ㅠㅠ 넘버 시작하는 순간에 깨끗한 목소리가 쫙 뻗어나오면서 귀로 쏟아지는데 진짜 아... 너무 좋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을 찾고 싶은데 그저 정말 좋다는 말 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ㅠ 청량하고 맑고 섬세하고.. 아 정말 너무 사랑해요ㅠㅠ 두번째로 봐서 보인 부분이겠지만 '눈물이 나'에서 해진을 맴돌며 그의 존재 하나하나 손끝에 부서지는 햇살마저 감탄해놓고 세훈일 때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놓고 히카루로 쓴 편지와 소설에서는 대담한 필치로 연모를 담아 연인의 손끝에 부서지는 햇살을 그려낸 부분같이 세훈과 히카루가 결국에는 같은 존재임을 드러내는 장치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그 중 하나인 춤을 출 때면 지승 히카루와 함께 반전된 이미지를 몸으로 그러낼 때 그 선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노래랑 연기랑 춤이랑 다 하는 세훈이 역할 진짜 너무 좋다고 속으로 환호했다ㅠ 그림자가 아니라 바로 앞에서 춤을 출 때도 아름답지만 창호로 비치는 실루엣일 때 그 선들로만 보일 때 실루엣으로 얼굴이 지워진 채 동작과 손끝 등으로 보여질 때도 너무 좋았고ㅠ 생의 반려에서는 특히나 서있는 장면이 많은 데 그때마저 그림자에서도 머뭇거림과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자로만 나타날 때는 얼굴이 지워지기 때문에 세훈과 히카루의 경계가 흐려지고, 히카루가 해진과 함께 쓰는 소설 속 여주가 세훈이 꿈꾸는 그의 모습이라는 것도 그로 인해 선명해지는 부분 등이 히카루와 세훈이 하나임을 알리는 것 같아서 특히 좋고! 소설 속에서 편지를 전달하는 아이에게 남주가 무언가의 의심과 관심이 가려고 할 때 여주가 나타나 죽음으로 생의 반려로 삶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는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나 또한 그것이 두려운 히카루이자 세훈인 그 이중적 존재의 양면적인 바람의 반영인데 소설 밖 히카루는 사실 해진을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세훈을 위해 그의 열망을 실현하며 가장 세훈만을 위해 세훈을 사랑하고 행동하는 게 비틀린 세훈의 자기애라는 걸 떠올리면 결국 모든 해진을 향한 사랑의 주체는 세훈이기에 세훈이 당시에는 소설을 완성하지 못 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해달라고 보아달라고 말하게 되는 부분이 암시하는 것 같아 그 연결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초연 팬레터를 볼 때 동경과 사랑 사이의 모호함을 다룬다는 점이 좋고, 그리고 사랑받는 다른 자아를 만들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세훈이 안타깝다까지의 감상을 가졌는데 이번 재연을 보는데 세훈의 감정을 명확하게 하고, 히카루와 세훈을 더 강력하게 대비시키는 게 팬레터의 전체 구조가 결국 정세훈이라는 사람의 아픈 사랑이야기이자 그를 통한 성장극이라는 걸 깔끔하고 깨끗하게 짚어주어서 어제 그렇게나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거울.. 아 거울 사랑해. 솔직히 어제 핫세훈 나와있는 모든 순간 사랑하긴 했는데ㅋㅋㅋㅋㅋ 안녕 나의 빛, 나의 악몽 읖조릴 때 너무.. 너무ㅠㅠㅠㅠ 귀여운 것도 써볼까ㅎㅎ 모범생들 여러번 봤고 출연자가 겹치는 것도 있겠지만 뮤즈 넘버 때 편지 뺏어가며 안무하는데 범생이 채플씬 지뢰가ㅋ ㅋㅋ 선생님들 가신 다음에 개새끼들 하고 말할 것 같고 ㅋㅋㅋㅋ 근데 그 와중에 서스펜터 예뻤음ㅋㅋㅋ 급사 옷 좋아요ㅋㅋㅋ아 물론 가쿠란이 제일 좋은데ㅋㅋ 카라 잡아뺄 때 그 부분도 새삼 범생이 지뢰긴 했네ㅎㅎ 고이 접어서 그 잠깐만 입는 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1막 정도는 내내 입어줘도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아무도 모른다가 사랑인 이유는 정말 핫세훈 가쿠란 너무 좋으니까ㅠ

옷 얘기하니까! 히카루 옷이 원래도 그랬나 싶은데 아무도 모른다 때는 바지에 모자써서 성별을 좀 더 모호하게 드러내다가(히카루라는 이름도 꼭 여자 이름은 아닌 것 같고-고스트 바둑왕 기준...-) 해진에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히카루의 편지를 쓰겠다고 할 때부터 점점 더 옷이 여성스러워지고 몸선이 드러나는 걸로 변화하는 거 좋았다. 세훈이와 히카루의 분화이자 히카루의 강화이고 그렇게 점점 그 사이의 갭이 커지는 걸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표현하는 거 좋아해서ㅎㅎ 세번째 옷이 딱히 내 취향에 안 맞는 옷인데 오래 입는 건 좀 아쉽지만ㅠ 문학소녀에서 깜짝 등단으로 여류작가가 된 히카루의 변화를 드러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싶고ㅎㅎ 마지막 등장 때 히카루가 그녀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리겠다고 할 때의 옷차림으로 나오는 건 히카루의 진짜 시작으로 돌아가 분리되었던 그들이 합쳐지면서 부서졌던 세훈의 조각이 맞춰지게 된다는 걸 옷으로도 나타내서 또 좋고ㅎㅎ

초연 자첫 자막해서 싫어서 충격적이었던 눈물이 나 이동 계단 정도 아니면 극이 좋았다는 감상과 꾸핫히어라 조합이 너무 좋았다는 기분 정도만 남아있어서 그런가 이번에는 엄마오리 없이 재연이 재연 자체로 난 참 맘에 드는데, 이전 넘버 가사랑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칠인회 관련 넘버랑 장면도 그런 의미로 튀는 기분 못 느꼈고 좋았다. 초연 때는 구인회에서 모티프를 따와서 칠인회라는 문인 단체를 설정하고 순수 문학을 이야기하는 모더니즘 문인들 이야기를 하는 거에 비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씬이나 넘버를 더 추가하기에는 전체 서사에서 너무 튈 수 있는 부분을 인간의 깊은 감정을 울려서 조선의 감성을 지키고 구호로는 전할 수 없는 어떤 울림을 통한 감동을 일깨우고 싶다는 문인들의 열망을 무리하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다. 적어도 이번 팬레터, 나에게는 설명충보다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려는 개작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대 2층 무대된 거 좋았다. 초연 때 창처럼 분할된 파티션이 세워져있던 무대도 유리창이자 거울인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보기에도 좋고 생각하는 맛도 있었지만, 그런 느낌의 구조물이 동숭 무대 크기에 맞춰서 확장되면 개인적 취향으로는 예쁜 기억이 별로 없었고 위로 높은 동숭 무대를 쓰면서 2층을 안 쓰는 것도 낭비라면 낭비라고 생각해서ㅎㅎ 목재 구조물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창호지로 비치는 실루엣도 예쁘고. 공간이 넓어서 꽃비가 주는 임팩트 약해진 건 아쉽다ㅠ
 
지승배우 프로필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고요한 이미지로 느껴져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으로 직접 만나니 감정을 또렷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데 그게 기대와 달랐지만 정말 좋았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다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세훈이와 반대급부에 있는 캐릭터이니 그렇게 모든 게 생생하고 강렬한 게 참 좋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 세훈이와 달리 결국 모든 것이 세훈이를 위해 하는 일인게 분명하기에, 그건 그 만큼 그저 그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기에 자신을 없애는 세훈이를 진심으로 가엾어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뭉클하고ㅠ 히카루가 세훈과 달라지고 강렬해질수록 오히려 세훈이 자신으로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놓지 않았기에 히카루를 보내는 게 절절하게 슬프고 힘든 일이었음을 세훈을 짓누르는 듯 휘젓던 히카루가 떠날 때 보이는 안타까움으로 형상화하는 게 히카루의 캐릭터성을 살리면서 세훈의 서사와 전체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허스키한 다른 두 히카루의 목소리도 좋아하지만 맑은 음성으로 노래하다가 한 번씩 강하게 음색을 바꾸는 변주를 주는 것도 매력적이셨고 정말 좋았다 지승히카루. 내가 죽었을 때에서 세훈이와 드디어 하나가 되어 둘이 함께 온전한 존재가 될 때의 아름다움이 가슴을 파고들게 만들어주셨던 일등 공신이셨다.

수용배우는 강한 역할로만 뵈었어서 노래며 연기며 잘하시는 거야 당연히 알아도 해진선생님같이 부드러운 역할은 보는 내가 너무 낯설지 않을까했는데 사람이 미리 편견가지고 공연 보면 안 되는 구나 새삼 깨달았고ㅋㅋ 다른 해진들에 비해서 좀 더 유려한 사교성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 속 슬픔이나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서 그러는 사람같아서 다정하고 상냥한 웃음 뒤에 한 번씩 속얘기를 꺼내놓을 때 가슴이 찌릿한 울림을 주는 분이었어서 그게 참 좋았다. 상냥함이 그의 것인 게 맞지만, 상냥한 햇살같은 웃음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는 걸, 그게 그 사람을 지키는 방패같은 다정함이기도하다는 생각을 공연을 보고 되새길수록 점점 하게 해주던 분이었고, 초조함과 불안과 어둠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히카루에게는 절실함에 혈서까지 쓰게 되는 부분이 또 여리지 않은 겉모습과의 대비로 보여지는 게 수용해진이 만들어낸 인물이 가지는 가장 큰 설득력이었고 그게 참 인상깊었다. 그의 다정함과 상냥함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지만 또 그 어둠이나 슬픔을 가리는 가면이기도 했기에 자신의 따뜻한 글 속에 담긴 슬픔을 읽어낸 편지의 주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이날 캐수팅 핫숑지승 다 목소리가 맑은 분들이었는데 그래서 같이 부를 때 목소리가 깨끗하게 섞이는 느낌도 좋았다. 팬레터 넘버의 청아함이 잘 사는 조합이었고ㅎㅎ

다른 분들은 초연 때도 뵈었고 그때도 좋았고, 팬레터로 처음 본 마지막 분인 정표배우는 또 좋았고ㅎㅎ 범생들에서 뵈었을 때 연기 어쩜 저렇게 잘하시지?하고 생각했었는데 노래도 잘 하시고... 사기캐가 있어 덕후는 행복합니다ㅎㅎ

정표배우의 이윤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한게 일제강점기에 순수 문학을 하는 문인이 가질 수 있는 반골 기질이 자연스럽게 그냥 툭 튀어나와있었다고 해야하나. 천재끼리 통하는 거라고 말 하기도 하지만, 자칫 가벼이 구는 것 같은 행동 속에 비틀린 속내와 문학에 대한 열병같은 진지함을 담은 사람이라 해진의 마음을 이해하고, 친우가 세상을 떠나게 한 존재임에도 그를 사로잡은 세훈이자 히카루의 재능 자체에 대한 아낌으로 거짓 기사로 세훈을 꼬여내 결국 세훈이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을 다 납득시켜주는 인물이라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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