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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80114 뮤지컬 앤 ANNE 낮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차중호 최현미 임소윤 신혜지 임찬민 조혜령 서대흥 이혜원 유원경 조흠 지하

배역 - 매슈 마릴라 앤1 앤2 앤3 다이애나 길버트 린드부인 필립스 찰리

 

왜 매튜와 마일라가 아닌 지 의아하지만 여튼 캐스팅과 배역을 저랬고 임소윤 배우 오늘이 막공이라던데 임소윤 배우가 한 앤1 역할 더블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프란체스카 딸이었던 송영미 배우라 여기 귀여울 듯.

배우들 다들 잘해 이뻐 귀여워ㅋㅋㅋㅋ 캐슷 굳이 가릴 필요 있을까 싶다. 극단 단원들이 알아서 돌아가며 하는 거라서 기본 깜냥들이 있어서ㅋㅋ

 

아 분명히 좋아하겠지 난 앤 좋아하니까 생각은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랑스러워서 정말 좋았다ㅠㅠ

소년물이든 소녀물이든 뭔가 주인공을 위해서 돌아가는 세상 그다지 안 좋아해서 (세일러문에서 세라 싫어하고 웨딩 피치에서 피치 싫어하고 가즈나이트에서 리오 싫어하는 종류... 하여간 주인공 몰빵 극혐) 앤만한 나이에 앤을 읽을 때나 만화로 볼 때는 그래서 뭐야 얘는 원래 특별하다는 거냐 만화를 볼 때도 책을 볼 때도 책이며 만화며 다 보고 읽을 만큼 좋아하면서도 주인공에 대해서는 비꼬롬하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아예 어른이 되어서 굳어버린 머리로 보니까 앤이 가진 모든 게 아이이자 평범한 여자아이의 단면이라는 게 다가와서 뭉클하더라. 앤이 조금 더 특별한 점은 이야기의 주인공일 수 있게 솔직하게 그 모든 걸 표현한다는 거 정도라는 걸 이제야 알았네.

 

극단 단위로 올리는 소자본 공연이라 세트가 많이 저렴하고, 음향도 좀 아쉽고 어쩔 수 없는 열악함이 있는데 고등학교 연극부 공연이라는 설정으로 극단 공연이라 미흡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장치들을 이해하고 넘기기 위한 포석을 잘 깔았다. 의도하고 싶어서 의도한 게 아니지만 그리고 그래서 만들어진 엉성함까지 미완성의 존재인 소녀의 이야기와 잘 어울려서 귀엽게 볼 수 있더라. 초록지붕집의 앤 중 우리나라에서 많이 다루는 앤의 위탁부터 매튜의 죽음 이후 애이번리에서 선생님 하기로 결심하는 것 까지의 이야기를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되는 과정, 다이애나와의 우정, 똑똑한 숙녀로의 성장 3단계로 나누어서 다른 앤들이 연기하고 자잘한 에피소드들 중에 딱 엑기스일 굵직한 부분들만 다루었음. 상상력 풍부하고 연극적이기까지 한 소녀의 그 정신사나운 사랑스러움으로 시작해서, 친구와의 우정의 시작과 시련과 재회의 과정을 통해 공감과 성장의 씨앗을 보여주고, 길버트와의 안 좋은 시작과 의도된 무시가 용서와 사과와 화해로 끝나는 부분까지 흐름이 짧게 압축되어서 오히려 잘 보이더라. 그리고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한 매튜와 마일라의 깊은 사랑과 역시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그 아이를 사랑해주기도 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 등이 극으로 눈 앞에서 보여지니까 아 이렇게 사랑이 가득하고 예쁜 이야기였네하고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빨간머리 앤을 왜 좋아했는지 이제야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게 되었고ㅎㅎ 보기 전에는 앤 역할을 세명의 배우가 맡는게 성장을 보여주는 거겠거니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 보고나니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는 걸 이렇게도 나타내주는 거구나 뭉클하더라. 소녀의 특성을 과장되게 보여줘서 그렇지 앤은 한 소녀 그 자체인 인물을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하는 게 모든 소녀들은 앤처럼 특별하다는 의미 그 자체가 배우 체인지가 가진 의미구나 싶었음. 그리고 어릴 때는 그래도 참 좋은 사람들이야 정도로 생각했던 초록지붕 집 남매의 사랑과 다정함이 늙어서 보니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다루는데도 훅 와닿아서ㅠㅠㅠㅠ 극 곳곳에 왜 마일라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건데, 유머 포인트 하 꼭 이래야했나 싶은 꽁기함이랄까, 요즘 말로 피씨하지 않은 구석이 곳곳에 있지만 또 못 볼 만큼 거슬릴 수준도 아니라 보는 내내 행복이 주도적이었고 결국 많이 울었다.

 

중소극장 상업극들이 가지고 있는 돈 적음, 아마추어틱한 분위기 등이 영 싫은 분들이라면 절대 추천 못할 만듦새인데, 나는 그런 거 잘 보는 편이라 좋았고, 그래서 그런 거 괜찮고 빨간머리 앤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예뻤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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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명히 좋아하겠지 난 앤 좋아하니까 생각은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랑스러워서 정말 좋았다ㅠㅠ 아주 어릴 때는 느낌으로만 기억하고 좋아했던 부분들이 다 다가와서 더 사랑스러웠다. 앤만한 나이에 앤을 읽을 때는 그래서 뭐야 얘는 원래 특별하잖아하고 만화를 볼 때도 책을 볼 때도 비꼬롬하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아예 어른이 되어서 굳어버린 머리로 보니까 앤이 가진 모든 게 아이이자 소녀이고 청소년이고 그 흘러가는 모든 여자아이의 단면이라는 게 다가와서 뭉클했다. 고등학교 연극부 공연이라는 설정은 극단 공연이라 미흡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장치들을 이해하고 넘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엉성함까지 걸판의 앤을 완성시킨 것 같다. 어릴 때는 모든 게 다 아쉽고 조금은 특별한 나를 상상하고, 그리고 평생을 함께할 것 같은 친구를 꿈꾸고 바라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서툴고 아낌없는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은 없어서 그 모든 소중함의 이유는 모르기도하다가 자람에 따라서 더 이해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 다 가진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져서 올려줘서 고마웠다. 내가 빨간머리 앤을 왜 좋아했는지까지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보기 전에 앤 역할을 세명의 배우가 맡는게 성장을 보여주는 거겠거니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 보고나니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는 걸 이렇게도 나타내주는 거구나 뭉클했다. 어제 오늘 가능성과 미래의 사랑스러움을 다른 형태로 아름답게 빚어낸 극들을 보았고, 꿉꿉하던 닫힌 마음이 뭉클하게 말랑해지는 소중한 순간을 만났다.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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