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트
노아 역 - 이봉준
조슬린 역 - 송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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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만국박람회를 앞둔 1851년의 런던,
헥터 모자 공장에 취업한 열네 살의 소년 노아는
우연히 헥터의 아들인 '조슬린'을 만난다.
돈을 벌기 위해 '정해진 모자'를 만드는 노아와
'쓰고 싶은 모자'를 만들고 싶어 하는 조슬린은
서소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쉬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내 친구가 된다.
한편, 펠트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원인을 찾아 나선 노아는
그 원인이 '수은 증기'라는 것을 밝혀내지만
헥터는 수은 사용을 강행하고 노아를 해고한다.
거리로 쫓겨난 노아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노숙자들을 모아 조슬린과 함께 모자 가게를 열고,
이전엔 없던 사람들의 추억과 욕망을 담은
모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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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연뮤덕질하며 본 극들 중에 한 손가락 안에 들게 빨갛고, 정말 너무 잘 만들었고, 이 극의 초연을 보게 된 나는 행운인 그런 극. 그럼에도 이상한 세상에서 이상하다 말하는 이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하 그냥 이 극 자체로 너무 좋은 극인데 나의 모리츠였던 봉준이가 노아가 되어 세상에 꺾이고 주저앉혀진 순간에 이제 그만 포기해도 된다는 충분했다는 위로 속에서 그래도 말할 사람이 필요하잖아라며 일어서 손을 잡는 순간이 너무 벅차고 고마웠다. 살아가줘서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ㅠ
극이 너무 맘에 들어서 공연 보고 나와서 창작진 정보 찾아보는데 오루피나 연출이랑 강남 극작가라서 좋게 놀랐다. 호프 좋은 극인데도 실존 인물을 너무 소재로만 쓴 게 갈수록 거북해서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콤비였는데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아야만 한다는 극을 만들다니.. 좋은 충격이야.
내가 태어나서 처음 탑햇을 본 건 어릴 때 티비에서 자료화면이든 주말의 명화로든 보여주던 찰리 채플린의 영화였고, 시놉시스 자체에도 노동자 착취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그런 내용을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노아의 첫 넘버 시작부터 14살이 되어서 이제는 12시간 노동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아동 청소년 노동 착취로 시작해서 너무 깜짝 놀랐는데, 굳이 어렵지 않은 비유로 시원시원하게 그렇지만 그렇기에 솔직하고 맘에 닿을 수밖에 없게 가난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이 될 수 없는 존재들이 겪어오는 착취와 폭력의 굴레를 무겁지 않기에 무겁게 전해주는 무대 위의 순간이 다 너무 사무쳤다. 아동 청소년 노동, 휴게 시간도 없이 굴려지며 겪는 부상으로 인한 산업재해, 유해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건강 상실, 그리고 그렇게 착취 당하고 버려졌지만 다시 일어나 살아가려는 이들이 가난하고, 늙고, 아프고, 낯선 존재라며 '청소' 당하는 순간들 모두가..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현재도, 바뀌지 못 한다면 미래에도 반복되고 있고 자행될 일들이라는 게 사무쳤어. 공연 시작 전부터 조용히 이어지던 프리쇼가 극의 말미에 다시 반복되고, 그럼에도 그러나 문이 열리고 빛이 쏟아질 때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이라는 희망이 반짝임에 공연이 끝나고 더 마음이 벅찼다.
쉽사리 반드시 세상이 변하고 이상함이 이상하다는 걸 말하는 맞는 세계가 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이상한 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적용되는 조각을 통해 맘이 울리고, 그리고 그렇게 열린 마음이 나와 조금 다른 고통 속 이들도 결국 같은 존재이고 모두 존중받아야함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기원하고 바라고, 조금은 더 힘을 내어 말해볼까 끝이 꼭 아름답지 않더라도 그렇게 걸어와준 이들을 기억하는 마음에서라도.라는 생각을 담을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정말 무거운 이야기인데 그냥 맘에 와닿게 그러면서 유치하지 않게 직설적인 비유로 상황과 사건들이 이어진 좋은 극본과 깔끔한 연출 속에서 배우들이 좋은 걸 잘 수행해서 얻을 수 있는 감상이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뭔가 좀 애매한 것들을 배우의 역량이나 개인적 사랑으로 이해한 게 아니라는 게 너무 충만했어ㅠ
유택 봉준 둘다 카인즈로 만났던 배우들이라 무대 위의 그들을 보며 카인즈들이네~하고 보고 있었는데 두 카인즈의 느낌이 달랐듯이 촘촘하고 영민하고 깔끔한 유택배우의 빽빽하게 좋은 능력치와 좋은 연기력 대비 노래는 여전히 더 늘어가야할 길이 있지만 맑은 에너지가 예쁜 봉준배우의 어우러짐이 너무 기꺼웠다. 조슬린과 멀티 역을 경력이 있고 노련할 배우들에게, 노아 역을 어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인급에 가까운 배우들에게 맡긴 캐스팅도 매우 납득이 가서 좋았다ㅠ 의도가 선명한 것들이 아름답다ㅠ
노아 캐릭터 이름이 노아라는 거 자꾸 과한 크리에잇을 하게 된다ㅠ 마치 성경 속 노아의 방주의 노아같아서ㅠ 성경 속 노아는 모든 종의 한 쌍씩을 모아 방주에 그들을 구햏지만, 매드 해터 속 노아는 공장과 거리의 동료들이 상징하는 모든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세상 자체를 고발했다는 게 그러고자 했다는 게 마음을 너무 울려ㅠ
아 근데 매드 해터 너무 맘에 드는 극이지만... 극 제목을 굳이 영어로 해둔 거는 좀 별로임.. 모자 장수 이야기나 미친 모자 장수 등등으로 하면 아동극 느낌이 날까봐 했으려나 싶지만 극이 좋으면 어차피 제목을 극복하게 되는 거라는 건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평생 증명하잖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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