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존 역 - 이해준
수잔 역 - 김수하
마이클 역 - 양희준
앙상블 - 홍동하 서정 백중훈 권수정 권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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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90년 1월 어느 토요일 밤, 소호 끝자락에 있는 아파트.
존은 곡 작업을 하려고 노력 중이고
꼴랑 며칠 남은 20대의 시간을 어떻게든 만끽하려 노력 중이고
틱틱 시간 가는 소리를 무시하려고 매우 노력 중인...
서른 살을 목전에 둔 존.
"나만 제자리야,
다들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혼자 제자리에서 벽에 머리만 찧고 있어..."
.
.
.
과연 존은 조여오는 시간과 현실의 압박, 꿈을 위한 여정 그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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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앙상블 활용이 선데이 넘버 제외하면 세트 움직이는 거 외에 없는데 그렇다고 앙상블에게 수잔과 마이클 역 배우들이 원래 갖고 있던 멀티 역할을 나눠주는 것도 극의 원래 의미들을 없애는 거니 안 된다 싶어서 정말 큰 극장에 올리기 위한 큰 의미없는 앙상블 추가와 오히려 큰 세트로 배우들이 무대를 누비는 발랄함은 사라진, 규모와 극의 정서가 맞지 않은 프로덕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2017년에 보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던 그 공연, 틱틱붐이 맞아서 속절없이 따스해졌다. 그때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좋구나.
해준존이 초반에 서너번 정도 대사를 버벅여서 대사 많은 연극도 많이 해봤으면서 왜 그러는데ㅠ하고 애배지만 속상하구만 싶은 상태로 보고 있었는데 see her smile에서 수잔에게 노래하는 순간 쯤부터 결과가 없는 삶 속에서 불안에 파묻혀 시계 초침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만큼 불안하면서도 꿈을 놓을 수 없고 꿈을 간직하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고 있어 반짝이는 존 그 자체구나 배우의 영혼 속의 존이 그대로 와닿아서 굳이 예술가가 아니라 그 어떤 크고 작은 꿈이든 그 꿈을 위해 살고 싶은 청춘의 상징인 존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래도 그치만 정말 지금 상연 초라고 해도 대사 조금씩이었지만 더는 안 그렇게 되기를(기도) 극 초반 두세번, 극 말미에 한 번 그랬는데 앞 뒤로 그러면 중간에 아무리 다른 거 잘해도 남는 게 아 실수도 했어 일 수 있으니까. 나는 애배기때문에 내가 무난하게 넘기는 게 남들한테도 그 정도일지 솔직히 모르겠긴 함. 넘버 소화도 너무 좋고 저음도 심지어 좋아졌던데 그런 거 실수에 가려지면 아쉽잖아ㅇㅇ 기약없는 미래에 불안해하면서도 5년 간 노력해서 만든 뮤지컬에서도 마음의 눈을 떠서 세상을 그대로 느끼며 살자는 말을 전하는, 실은 꿈꾸는 삶을 살아가자고 무의식 속에서라도 바라고 기원하며 다른 이들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느끼며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존이라는 인물을 그 미숙함도, 순수함도, 그리고 우직함까지 다 고스란히 그려내 전해준 햊존이 정말 좋았다.
2017년에 볼 때도 존처럼 꿈을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나니까 배우의 꿈 대신 선택한 마케터로서의 삶에서 충분히 의미를 찾고 살고 있는 마이클도, 전문 무용수로 각박한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고 또 그 길을 택한 수잔도 그렇게 각자 정말 바라는 것이기만 하다면 어떤 삶도 다 좋은 거라는 다정함도 잘 보여서 좋더라. 그 방식이나 방향성이 무엇이든지 자신이 확신이 서고 원하는 길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존은 그 안에서도 기약없는 미래일지라도 그 꿈의 본고장을 떠나기에는 꿈꾸는 존재이기에 행복한 사람의 대표이고, 그런 삶도 무의미하고 바보같은 게 아니고 충실하게 나에게 주어진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기에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두려움의 시계초침 소리와 폭탄에 소중한 현재를 뺏기지 말고 내가 살아가는 그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면 답이 올 것이라는 따스한 위로가 이 극을 만든 이의 삶 그 자체였다는 것까지 다 위로가 돼.
이 극의 배경인 1990년대에는 에이즈라는 병에 대해서 알려진 게 많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젊은이들마저 죽어가게 만드는 불치병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죽는 것에 대한 절망이 얼마나 컸는지에 대하여 2020년대의 관객에게 사전 설명이 적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마이클이라는 인물과 마이클의 고백으로 친구의 성공을 기뻐하면서도 부러워도 했고, 그래서 괜한 싸움까지 했다가도 마이클이 에이즈라는 사실에 미래에 대한 자신의 불안감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비가 내리는 야외 무대에서 몸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건반을 튕기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되돌려 생각해보며 그 순간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그러니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재가, 기약 없지만 무한하게 주어져있는 미래 그 자체가 얼마나 엄청난 행복인지 마음 깊이 새기고 충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존의 마음이 그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시한부인 친구에 비해 내가 낫잖아.의 승리감이 아니라는 걸 객석에 앉은 이들이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무례한 걱정을 하게 될만큼 난 역시 이 극이 좋다. 존이 마이클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알게 된 깨달음이니까, 마이클에게 시간이 없다는 게 아프기에 얻게된 깨달음이기에 난 이 극이 좋아.
신시컴퍼니는 진짜 복도 많지... 어떻게 렌트랑 틱틱붐 다시 올리려고 하는 타이밍에 김수하라는 배우가 존재할 수 있는 행운이 그들에게 온 건지, 그래서 내가 김수하 미미를 봤고 김수하 수잔을 보고 수하 카레사의 come to your senses를 듣는 행복을 내가 누린 것까지 신시의 복이고 나의 행운이네. 조나단 라슨 극에서 반짝이는 김수하라는 배우만으로도 사실 오늘 모든 게 다 완전했다 싶기도 하다. 수잔이나 카레사가 카레사는 존의 어린애같은 취향부터 예술가로서의 천재성을 모두 이해해주고 수잔은 갈등 유발을 했지만 결국 그를 인정해주고 떠난다는 점에서 극 안의 존과 창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판타지가 투영된 거 같다는 생각이 솔직히 들면서도 그럼에도 존은 존만의 삶이 있는 거고 그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존을 응원하며 자신을 삶을 위해 먼저 관계를 정리하는 용기를 내는 수잔도, 수잔의 얼굴로 존이 바라는 꿈을 무대 위에서 그려내는 융합적인 존재로서 슈퍼 비아 무대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카레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희준배우 외쳐 조선 실황에서 단이로 만났어서 그런가 마이클말고 너무너무 존인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마이클도 맞더라. 안정적이고 치열한 직장인의 삶에 완전히 발 붙인 차분함 쪽이 아니라 바쁜 삶에서 결과를 꽃 피우고 있는 젊은 청년의 정돈되었으나 빛나는 에너지 쪽으로 마이클을 그려줬는데 그래서 이 쿨하고 반짝이는 젊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에서 그가 받았을 충격이 나에게도 왔다. 이렇게 세상이 바라는 대로 반짝이잖아 건강하잖아 대체 왜..하는 그 대비가 좋았어.
내가 2017년에 다른 이들이 올린 3인극 버전의 틱틱붐을 보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 프로덕션의 공연이 그냥 조나단 라슨 공연 자체의 스타일이구나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때 그 공연을 본 기억으로 신시 컴퍼니의 렌트를 보면서 아 이런 거 자체가 작곡가의 스타일이구나 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부분이 2024년 신시컴퍼니의 틱틱붐과 2020년대에 신시에서 올리는 렌트랑 겹치는 건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스타일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며 긍정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배우가 겹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오늘 내가 본 캐스트에 내가 렌트로 만난 사람은 수하배우 뿐이었기도 하고, 두려워하는 남자 주인공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렌트의 미미와 틱틱붐의 수잔은 완전히 다른 존재인 걸.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시의 렌트와 이 2024년 틱틱붐은 음악 스타일이나 그런 걸 떠나서 유사성이 크게 오는데, 렌트는 렌트이고, 틱틱붐은 틱틱붐이라는 걸 올리는 제작사와 제작진이 겹치기 때문에라도 더 구분을 뒀으면 좋았을 거야. 스타일은 비슷한데 앙상블의 쓰임이 자연스러운 렌트와 달리 3인극 구성에 sunday 넘버 씬 제외하면 앙상블이 큰 역할을 안 하고 있는데 신시 렌트와 세트 이미지부터 안무 동선 같은 게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많으니까 틱틱붐 자체로 매력적인 극인데 렌트를 본 사람 입장에서 그거에 비해 이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더 든다. 그리고 작은 극장이 맞는 극을 큰 극장에 올릴 때, 쇼노트에서 헤드윅에 쓰기도 했던 트릭인데 스크린을 무대 곳곳에 배치해서 배우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는 거... 먼 자리의 관객에게도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 자체야 좋은 거지만 다큐멘터리 감독인 렌트의 마크는 카메라를 쓰고 그 화면이 스크린에 나오는 게 당연해도 존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하는 존재인데 스크린을 써서 극 규모에 비해 과한 극장에서 올리고 있는 걸 상쇄하려는 게 좀 억지스럽게 다가왔다. 쇼노트 헤드윅이 홍아센 대극장으로 모자라 샤롯데씨어터에서까지 올라오는 걸 보면서(충무 대극장 버전은 못 봐서) 이럴 바에 그냥 작은 공연장에 올리라고 싶던 거의 또다른 예시 추가였다.
그렇다고 지금 대극장 버전 틱틱붐이 별로냐면.. 그래도 올라왔고 극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 받아야 할 메시지는 다 전달 받기도 했고, 오늘 내가 본 캐스트 기준으로는 배우들도 너무 잘하고 세트가 계단형 3층 회전 무대여서 오히려 높이가 살짝 있어서 OP아닌 일반 객석 1열인데도 존이 바닥에 누워서 연기하는 짧은 장면 딱 하나 빼고 시야방해도 없었고, 음향이 엄청 좋지는 않지만 아티움 기준으로 최악도 아닌 상태였고 지금 할인 많이 풀고 있으니 그거 감안하면 충분히 볼만하다 싶음. 난 또 보고 싶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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