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노든 - 강정우
펭귄 - 연지현
앙가부/윔보 - 박선영
치쿠 - 이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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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아프리카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라난 코뿔소 노든.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살아남은 노든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겪으며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새끼 펭귄을 떠맡게 된다.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 노든과 펭귄은
바다를 향해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되지만,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지나 바다에 닿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긴긴밤을 함께 보내며,
노든은 펭귄에게 자신의 삶에 가득했던 어두운 밤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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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가보지 않아 알 수 없기에 어둡고 길고 긴 미지의 밤을 걸어갈, 내 몫의 삶을 메고 가게 될 존재의 이야기와 그렇게 그 존재를 길러내며 함께 했고 마침내 자신의 삶의 몫과 무게를 메고 걸어갈 존재를 사랑하기에 떠나 보내는, 그리고 자신 역시 그러했던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안 아름다울 수 있어
몇 년 전부터 책 너무 안 읽어서 원작 너무너무 유명한데도 안 읽어봐서 이야기 처음 만나는 거라 노든이 사랑하는 아기 펭귄이 펭귄으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기를 바라서, 그 아이의 말대로 기억하며 지키기 위해 복수를 포기하며 떠나 보내는 순간을 은유하는 가방에서 배낭을 꺼내는 장면에서 소설 속에서는 이런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저 그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아름다운데 그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만난 게 행복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제야 알았다는 거 자체가 너무 아쉬울 만큼 정말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멋진 극이었다ㅠ
이야기도 넘버도 무대도 연출도 배우들도 다 맘에 드는 거 오랜만이다. 찾아보면 아쉬운 거야 있겠지만 굳이 억지로 흠을 왜 잡아야 해 행복한데ㅠ 심지어 오늘의 펭귄 연지현배우 컨디션이 안 좋으신 건지 아직 노래가 덜 익으신 건지 넘버할 때 솔직히 살짝씩 삐끗하는 순간 꽤 많은 것도 이렇게 아기 펭귄 아닐 리 없는 외모에(키가 꽤 크신 편인데도) 몸도 되게 잘 쓰시는 배우면 넘버 좀 아쉬워도 써야지. 왜 안 써 당연히 캐스팅해야지하고 생각할 정도였는 걸ㅠ 배역에 딱 맞는 깨끗한 목소리에 어리지만 당찬, 홀로 걸어갈 뒷모습이 마냥 외롭지 않을 이를 찾아낸 거니까. 지현펭귄 말을 할 때는 안 그런데 노래하는 도중에 목소리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더 앞 회차에 관극하신 트친님한테 여쭤봤는데 그때는 안 그러셨다고 하네ㅠ 말로도 노래로도 양쪽으로 목을 많이 써야 하는 역이라 목이 상하셨나봐ㅠ 빨리 나으셨길 연기 너무 좋았어ㅠ
너무 잘 보고 나니까 오히려 할 말을 찾기가 좀 힘들기도 하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라난 코뿔소, 마침내 만나게 된 같은 코뿔소들과 함께 나라는 존재가 뭔지 다른 존재와 함께 하며 충만했던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순간을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으로 인한 포획으로 빼앗기고 자유마저 박탈 당해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살아가던 그 존재가 자신이 낳은 알이 아니지만 아버지가 되기를 결심했기에 온 마음을 다해 알을 지켜낸 윔보와 치쿠의 사랑을 이어 아기 펭귄을 키워내고 그 아이가 펭귄으로서 자기 자신을 오롯이 느끼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죽기보다 어려운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다 이제 스스로 삶을 살아가며 어둡지만 그렇게 미지의 세계이기에 아름다운 그 존재만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이고 살아갈 수 있게 등을 밀어주는 이야기. 그렇게 종도, 성별도 없는 경계와 편견 없는 사랑 속에서 사랑으로 키워진 존재가 당당하게 내 몫의 삶을 기쁨과 자유와 외로움과 두려움까지 다 안고 걸어나가는 어둡지만 아름다운 밤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긴긴밤. 그냥 극 자체가 편견과 폭력이 왜 사라져야하는 지와 길러내는 이의 진정한 사랑은 그 존재가 홀로 걸어갈 삶까지 준비시켜주는 것이라는 걸 너무 아름답게 보여주는데 내가 여기에 말을 보태봤자..라는 생각만이 들어ㅠ
잘못 아는 걸 수도 있는데 이야기 속 코끼리 고아원은 실제 상아 밀렵 등으로 어미를 잃은 코끼리들을 키우는 그런 단체의 코끼리 고아원 얘기일 것 같다만 코끼리들이 실제로 부모 잃은 다른 어린 새끼들을 공동 육아하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정말 잘못 아는 걸 수 있음) 상아와 뿔을 얻으려는 인간들의 욕심으로 사냥 당한다는 고통을 공유하는 코끼리와 코뿔소가 밀렵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같이 키워낸다는 것도, 아마도 둘다 남성체인 윔보와 치쿠가 알을 키우기로 결심하는 게 실제로 동성애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는 동물인 펭귄이라는 것도, 코끼리가 코뿔소를, 코뿔소가 펭귄을 키워내는 설정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악함이 다름에 대한 차별과 배척에 대한 비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게 너무 대단하고 근사했다. 이름 지어져서 불리지 않을 때가 더 행복했다는 것도 당장은 온전히 소화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그 의미가 묵직하게 마음을 감싸줬다. 그저 존재할 뿐인 다른 종의 생명체들에게 이름을 붙여서 인간의 세계에 강제로 편입시키고 끼워넣는 인간의 사고 방식의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지 못 했는데 아름답고 따스한 이야기 속에서 건네는 이야기들이 기분좋게 무거워 잘 간직해서 마음 속에서 키워내고 싶게 해.
결국 또 이야기에서 감동받은 부분 얘기 했지만 앞에서도 썼듯이 넘버, 무대, 연출까지 싹 다 맘에 들었다. 링크아트센터 드림 2관 무대가 크지 않은데 사막부터 바다까지 오고가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양쪽 벽까지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서 무대를 확장하여 사용하는 게 너무 좋았고 원을 잘라 놓은 듯한 정면 무대 세트의 밑쪽으로 빛이 섬세하게 써서 그냥 일자로 틈을 만들어놓은 것보다 공간이 안아주는 느낌이 들면서도 확장감이 있고 부드럽게 세트 자체가 다가오는 게 제일 좋았고, 무대 바닥이 바둑판처럼 짜여진 상태로 흰 그 바다에 조명이 들어오는 걸로 공간을 분리시키거나 동물원에 갇혀서 좁은 공간 속에 갇혀있는 걸 추가적인 세트용 소품을 넣고 빼지 않으면서 만들어내는 것도 좋았어. 의상이나 소품을 극도로 자제하여 사용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위로 바다의 파도를 형상화 한 듯한 볼풀이 떨어져 내리는 건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다. 떨어지면서 튀어오르는 그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이고 팡하고 튀어오르는 소리가 파도 같았어 너무나 완벽한 피날레였다ㅠ
선영배우는 처음 만난 배우였는데 밝고 다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거의 없을 수 있는 앙가부와 윔보를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구분해서 연기하시더라. 앙가부는 끊임없이 노든을 두드려서 마음을 열게 하고, 윔보는 그저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걸 사르르하게 보여줘서 치쿠를 설득하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행동양식이 굉장히 다른 인물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다정하고 햇살같은 마음이 가득해서 상처입거나 겁이 많은 친구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점에서는 또 같은데 그게 참 좋았고 웃는 모습이 예쁘셔서 캐릭터들이랑 이미지가 참 잘 맞았어
규학배우 미드나잇에서도 되게 좋았는데 역시 좋더라ㅠ 얼굴 골격이 진한 타입이셔서 웃지 않으면 단호하고 좀 무서워 보일 수도 있는데 사육사 상태거나 그럴 때 미묘하게 표정을 부드럽게 풀어놓으셔서 그런 기색이 없는 잔 연기도 좋고 츤데레라는 말 그 자체인 치쿠는 또 너무 귀여움ㅠㅠ 처음 만난 노든에게 응석과 짜증의 경계에 선 불만을 쏟아내다가 왜 그렇게 불만이 많냐는 노든의 말에 윔보를 두고 왔는데 어떻게 안 그럴 수 있냐고 소리치는데 뒤에 이어진 윔보는 뭐 얼마나 맛있는 건데라는 노든의 말에 순간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와버리면서도 근데 치쿠가 너무 슬프잖아하고 아무 숨김없이 터트려버린 규학치쿠의 슬픔에 윔보가 누군지 말을 하자마자 노든 뿐 아니라 객석 역시 바로 웃음기가 사라지던 게 그 앞선 슬픔이 너무나 잘 와닿았기 때문에 객석 역시 다시 금방 감정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노래를 참 잘하신다. 소리가 단단하셔서 좋아.
강정노든... 짱... 하 진짜 그의 다정한 눈웃음과 그럼에도 쎄할 때가 있는 서늘한 기운도 풍기는 외모부터 자신을 찾는 여정을 선택한 행복하고 자유로운 어린 코뿔소부터 그 안에서는 절대 웃을 수 없는 묵묵한 침묵을 가진 동물원 속의 노든 그 자체이고 펭귄과 함께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의 다정하고 든든한 보호자로서의 노든 속에 사랑하는 존재들을 계속 잃고 이 세상의 유일한 흰바위코뿔소가 되어버린 아물지 못 한 상처로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버티는 외로운 코뿔소를 펭귄에게 보일 때의 고통을 그려내는 순간은 다시 떠올려도 목이 메인다. 사실은 인간의 곁에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텐데, 이미 다친 상태였고 너무나 심각해져버린 자신의 다리 상태로는 처음 만난 세상인 그를 너무 사랑하여 펭귄 대신 코뿔소로 살면 안 되냐고 하는 어린 펭귄이 자유롭게 바다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수를 포기할테니 펭귄에게 홀로 떠나라고 등을 밀어줄 때 사랑하는 이를 잃어 아픈 존재에서 그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지켜낸 존재가 되어 펭귄을 바람보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떠나보내는 것까지 이루어낸 그 거대한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노든의 사랑이 펭귄의 발에 날개를 달아줬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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