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백은혜 이현진
작가 - 장우성
작곡가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공연장 - 서울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스페셜 하우스 어셔 - 배우 김수연)
(+) 트윗 감상
포기하지 않고 참지 않고 끝까지 가준 이와 그와 함께 했고 뜻을 이어간 이들로 인해 지금 내가 걸려넘어지지 않게 된 선을 생각한다. 끊어내고 잘라내고 지워야 할 남은 선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작은 소리라도 보태야 할 고마움을 몫을 잊지 말아야지.
백인당 태영 극을 알게 되고 이태영 변호사에 대해 알아보고 감사함을 느낀 것과 역시 생을 따라가서 만나보는 것의 감사함의 깊이의 차이를 느끼면서 목소리 프로젝트가 그 분에 대해 느낄 수 있게 이 극을 만들어준 것에 감사한다. 더 많이 널리 당연히 이런 이가 이런 이야기가 알려지게 해주길.
변호사 사무실 이후부터의 부분은 앞선 일생에 대한 묘사에 비해 너무 전개가 빠른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보는 중에 했는데 이어지는 내용이 바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몇 십년의 싸움이 바로 그렇게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도 지지부진하고 일관되게 무시 당했기에 그랬겠지라는 걸 느낄 수 밖에 없어서 이야기의 분배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었고 창문 조명의 각도와 색의 변화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연출과 변호사가 된 뒤 본격적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해 싸워가면서 무대를 가득 채워가는 선, 선, 선들. 태영 개인의 삶을 사는 동안은 넘기도 하고 걷기도 했던 선들이 태영이 그 시절 여성들의 삶의 부조리를 알고 부딪치고 그래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채워지는 선들이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무겁고 버겁기도 했을 힘겨운 싸움이 태영의 자리를 좁혀오는 것을 보며 바로 자기 자신의 집에서 이루어진 딸과 며느리와 아들 사이의 불평등으로도 아팠던 태영이 짊어진 무게를 알 수 있었다.
태영과 태영의 곁에 있었고 함께 한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 백은혜와 배우 이현진이 무대 위에서 온전히 배역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중간 중간 바로 목소리를 전하는 이로서 말하는 시간을 넣은 것도 좋았다. 되살리고 전하려는 것은 목소리. 그리고 무대 위 배우와 극 전체가 원하는 것은 그 목소리의 전달이라는 것을 환기시키는 부분이었는데 무대는 무대일 뿐이라며 관객이 마음 속에 선을 그을 수도 있게 할 수 있기에 쉽지 않을 선택을 용감하게 한 것도 그걸 적절히 조율하여 내 삶과 무대 속 태영에 삶을 오히려 관객이 그 배우들처럼 이어가며 생각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 초연으로 처음 만났을 때 따스하고 좋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음악과 단순하지만 에너지가 있는 연출로 풋풋한 감동을 줬던 이들이 이렇게나 대단히 성장한 것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리고 음악. 태일과 쇼맨은 아직 보지 못 해서 그 극들에서 이미 피어난 부분일 수 있는데, 기타와 드럼 사운드를 굉장히 묵직하게 쓰기 시작했던 넘버가 그동안 이선영 작곡가의 공연을 봐온 중에 처음이라 새로워서 신기했고 그냥 신기한 게 끝이 아니라 좋아서 감탄했다. 마냥 하려는 이야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극의 이야기가, 연출이, 음악이 좋아. 10년 동안 꾸준히 이야기를 만들고 그려내는 이 트리오가 목소리 프로젝트를 통해서 의미있는 걸 넘어서 잘 해내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통하여 내가 알게 된 사실과 잊고 싶지 않은 깨달음과 놓지 않아야 할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 모든 게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대 위 스크린에서 할머니가 되도록 너무나 오래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기에 태영과 태영이 뜻을 같이 한 이들이 고치고 없애고 만들어 지금에 이른 법 조항 하나하나가 너무 지금은 당연해서, 그런데 그 하나하나가 너무 많아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내가 당연히 그렇다고 배웠던 한 줄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던 시절이 당장 내가 어린 시절이기도 했다는 걸 그 법률들이 사라지고 고쳐진 날짜를 보며 알았다. 막연히 어릴 때 고쳐져야한다고 갑론을박 중이라며 TV에서 봤던 호주제가 당장 내 삶의 권리를 다 뺏어갈 수 있는 악습임을 그게 낯선 자가 되어 이제야 알았다.
같이 노력하고 함께 손을 모은 이라서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분들이지만 최재천 교수와 권해효 배우의 노력에 대해서는 알고 이태영 변호사이자 박사에 대해서는 몰랐던, 가족법 개정과 호주제 폐지에 대한 역사마저 결국 기울어진 부분이 있고만 이 세상에서 나에게 어린 태영의 첫 소리침과 포기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까지 던진 노력을 알게 해준 목소리 프로젝트가 고맙고, 이제는 정말 잊지 않고 적어도 창조하는 이가 될 수는 없어도 그 목소리가 나올 때 마음 깊이 공감하고 같이 손을 드는 이는 되리라 다짐해본다.
아직도 지독하게 바뀌고 변하고 익숙해져야할 부분이 많은 나란 인간이 2019년 7월 9일 목소리 프로젝트의 섬을 본 날 이후로 일상에서 발달장애인과 마주칠 때 큰 소리를 내거나 산만한 행위가 있을 때 무작정 무서워하거나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있으니 그냥 그렇게 흐르게 신경쓰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게 정말 고마웠는데 오늘 태영으로는 꾸준히, 나를 지탱하는 일상의 어떤 순간과 그 순간들로 인해 얻은 힘으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이가 되자는 결심을 얻어간다.
지금 생각하는 나를 지탱하는 작은 무언가는 후기를 쓰는 것. 귀찮아도 힘들어도 가끔은 그냥 의미없지 않을까 싶어도 다시 되돌아본 어느 날 나에게 있었던 그때는 큰 지도 몰랐던 내 삶에 남긴 흔적을 알게 해준 순간을 기록하는 것. 바로 그 글 한 줄이 다시 되돌아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하나의 모래알이라도 될 수 있게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태영의 35점 시험 답안지보다도 못 한 0점짜리 글 줄일지라도 남겨둬야지. 적어도 나라도 되돌아보며 가끔 세상의 변화가 정말 오긴 할까 희망을 갖는 게 바보같은 짓일까 의심이 들 때 태영이 그랬듯이 삶의 걸림줄들이 잘려가는 순간이 당장 내 삶 속이 아니라 사후에라도 올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고 마음을 다잡자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목소리라도 될 수 있게 남겨두고 포기하지 않으리라.
혐생이 팍팍해서 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百人堂 태영을 딱 지르지는 못 하고 있는데 강력하게 영업해주셔서 표를 잡게 해주신 고마운 트친님께 드린 감사 메시지에 쓴 말이기도 한데, 요즘 현실이 너무 막막하고 답이 없어 보여서 세상이 바꿀 거라고 믿고 희망을 가지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1956년 여성법률사무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가족법 개정 운동과 여성 변호에 힘쓰기 시작한 태영이 삶의 끝까지 노력한 세월보다 삶 자체도 덜 살았으면서 벌써 희망을 잃을 이유가 없다는 힘을 이 극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고 요즘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희망을 가질 지표를 보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하다. 목소리 프로젝트에서 백인당 태영을 통해 태영을 말하기 시작한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한 사람의 여성의 삶과 그로 인해 당연해진 결실을 통해 희망을 보여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보낸다. 힘내고, 희망을 갖고, 살게요.
메시지로 감동받은 부분에 대해서 잔뜩 썼지만 이 극의 좋은 점은 의미만 좋은 게 아니라 잘 만들었는데 재미도 있다는 거고, 인간 태영의 삶의 굴곡을 그리면서 그 사람이 힘든 9년을 버티게 하였으나 또 그 뒤의 세월을 달려나갈 수 있게 한 결초보은의 동지에 대해서 과하지도 박하지도 않게 그리면서 인간 태영의 사랑과 감정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은 부분일텐데, 바로 그 부분에서 태영과 일형이 산책을 하는 씬이 너무나 사랑하는 연극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이 정말 설레고 아름답게 잘 연출한 그 극에서처럼 설레게 그렇지만 과하지 않게 그걸 그려준 것도 좋았다.
제작진도 너무 잘 했고, 무대 위 배우인 은혜배우와 현진배우도 최고최고였고... 그냥 마냥 재미를 위해서 공연을 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나에게 힘을 주는 공연을 만날 때면 이런 무대를 보여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고마워요. 고마워.
티 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을 그려낸 이들이, 두들겨서 치고 글자에 찍히고 나면 고칠 수 없는 타자기 속 결과 같은 법률 조항을 아예 새로 써내어 다시 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내게 된 성장이 나에게 만들어준 고마움이다.
한정석 작가와 함께 할 때의 특유의 따스함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목소리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장우성 작가와 함께 할 때의 이선영 작곡가와 박소영 연출의 색이 주는 묵직함 또한 좋다. 둘 다 그들이 전할 수 있고 전하고픈 이야기겠지만 오늘은 묵직하게 준 울림이 큰 힘이 되었어.
이게 아직 상업극으로 손 보아지기 전이라 전해지는 오리지널리티일까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포미니츠 보면서 내가 기억하는 박소영 연출이 할 법하기에는 폭력적인 부분에 대한 연출이 직접적이고 강도가 높아서 의외라 생각한 적이 있는데 다른 극들이나 오늘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보면 역시 그때 초연 포미니츠의 폭력적 연출 부분이 좀 답지 않다 싶어지는 거라.. 최대한 창작자의 색에 손을 대지 않는 큐레이션 과정에 가까운 현재의 결과물이 보여주는 지나치지 않고 선정적이지 않은 고난 묘사가 내가 생각하는 연출가가 스스로 적합하다 여기는 선이 맞다면 이 창작진들이 상업극으로서 자신의 작품들을 올릴 때, 극 속 태영이 '타협은 불가능하다. 이건 애초에 잘못되었으니까.'라는 대전제를 가지고 갈 수 있을 법한 명확한 선을 가질 수 있던 것과 달리 실제 극을 만들어가며 수많은 조율과 말들 속에서 완성작을 올려야 하는 이 제작진들이 현실에서 겪을 어떤 타협, 혹은 포기의 순간이 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현실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더 발전하고 또 이렇게 자기들의 힘과 생각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극을 위해 또다른 노력을 하는 꾸준함에 대해서 어떤 뭉클함이 마음 속에서 솟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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