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이경미 유유진 정원조 최나라 박윤정 서우진 강신구 김신기 이승우 구도균
연출 - 고선웅
제작사 - 서울시극단
(+) 트윗 감상
악 쓰던 거 날아감ㅠ 생각보다 여운이 너무 좋아서 더 즐기고 싶지만 버스 애매하다고 쓰다가 날렸는데 걍 그 김에 광장에서 좀 벅차하다가 갈까.... 이경미 유유진 최나라는 신이에요..
시놉시스를 보긴 했지만 알린이 알리가 출소한 후에 자기의 이름으로 쓰고 싶어하는 이름이고 그래서 알린과 알리로 둘이 한 배역으로 나온다 정도만 남기고 보게된 거라 알린이 겪는 현실적인 폭력들에 마음이 정말 너무 많이 아프고 답답했지만 결국 알린이 갇힌 게 아니라 나간 거여서, 걸어나갈 시작을 보게 되었다는 확신이 생각할수록 점점 들어서 곱씹을수록 답답함 대신에 뭉클함이 차오른다. 너무 너무 좋다ㅠ
친절한 아저씨같은 이라고 생각했던 교도관은 그 어린 10대 여자애였던 알리를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흑심을 가지고 그애를 따라나왔고, 자신의 잘못까지 뒤집어씌워서 어린 시절을 내내 감옥에 갇히게 만든 과거의 남자친구는 가석방 소식에 탈옥을 하고 찾아와 다시 매춘을 하자고 꼬드기고 자신까지 죽여가며 살아낸 세월의 결과로 나온건데 알린도 몰랐던 베니의 흑심을 그대로 오해한 엄마는 어릴 때도 그러했듯이 결국 알린을 믿지 않고 나가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면서 자신과 달리 부모의 지킴을 받는 이로 조이를 아끼고 보살피며 함께 좋은 삶을 살고 싶었던 알린의 바람이 감옥에 가기 전에도, 감옥에서 나오기 전에도, 감옥 안에서도 그러했듯이 아무도 그 사람을 지켜주지 않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진짜 이야기와 마음을 들어주는 이는 없던 걸 감옥이 형상화된 2층과 가석방 이후 들어간 낡은 아파트 속의 세트에서 알린과 알리의 상황을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그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 보면서 점점 막막하고 갑갑해지다가 하지만 잘 살아가고 싶은 알린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인, 그리고 알린이 걸어갈 길이기도 한 사람인 루비가 알린을 자신이 들어왔던 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 그러다 도와주고, 그리고 들어주고, 안아주면서 너는 다르게 살 수 없다고 희망을 또다시 짓밟혀가던 알린을 붙잡아주고 지독하게 외로웠고 아팠던 그 아이가 무너지지 않게 희망을 보여주는 순간부터가 너무 좋았다.
사실 아직은 루비가 말한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사랑해도 괜찮아'라는 말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루비가 알린이 겪었던 절망과 차별의 과정을 모두 겪은 이로서 거창하지 않지만 그래도 평범하고, 세상이 주는 걸 눈치보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내가 바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다르다는 걸 칼의 농간으로 흔들리고 절망하던 알린에게 전해주고 루비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비하하는 것을 두고보지 않는 마지막 일갈을 통해서 알린이 자신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 또한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왜 변하려했는 지, 어떻게 그런 변화를 겪게 되었는 지 되돌아볼 수 있는 경종을 울려준 거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았다. 알리부터 알린까지 그 사람을 감싸고 있는 모든 환경과 사람들이, 심지어 알린이 진심으로 의지하는 신부님마저 그 사람 자체의 마음과 고통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진짜 보호를 해주려하지 않는 순간들을 내내 지켜보았기에 처음에 루비가 등장해서 캔디의 방문자들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까지만해도 혹시 저 사람이 캔디의 숨은 포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알린처럼 나도 루비를 경계했었는데 극이 진행되어 가면서, 그리고 베니가 들렀다 간 순간 이후에 루비가 알린에게 맺지 못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길 청하는 순간부터는 이렇게 막막한 현실의 연속 속에서 과연 알린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는 할까 모든 희망을 나조차 잃어가던 것에 희망을 느꼈다. 루비의 포옹 이후에, 다시 살아가고 싶어서 이해받고 보호받고 사랑받지 못 해서 아팠던 과거의 알리를 스스로 죽였어야 했던 알린이, 그래서 오히려 더 불안정하고 행복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 했던 알린이 자신마저 버렸던 알리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그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마침내 알리와 알린이 마주보고 서로를 끌어안았을 때, 자리가 중블 사이드 쪽이라 알린의 표정만 보이고 알리는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만 보았지만 스스로에게도 해주지 못 했던 진짜 이해를 통해 마침내 나를 사랑하게 된 알리와 알린의 화해 이후 극에서 내내 알리를 고통스럽게 만든 존재들이 그 애를 가둬두었던 벽장 문이 열리고 알리가 막혀있지 않은 그 곳으로 걸어나가고, 알린도 걸어나가고 창문 앞의 꽃 화분 너머로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며 끝이 날 때 그저 감격의 기운으로만 다가왔던 감동이 곱씹을 수록 선명해지며 준 메시지가 너무나 따스해 생각할수록 정말 너무나 좋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살 속에 알리와 알린이 같이 서 있었던 것처럼, 어둡고 차가운 그림자만 져있었을 것 같은 삶에 이제 빛이 들어올 거라고. 아팠던 과거도 그런 과거의 자신도 안아주고 살아갈 현재의 알린 자신에게도 휘황찬란하지 않아도 따스한 빛이 비출 것이고, 창살이 있는 창이 감시와 구속의 존재가 아니라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그리고 바깥의 창살마저 세상에서 그 사람을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듯이 이제 알리이자 알린인 그 사람은 진짜 행복을 향해 나갈 수 있고 어두운 과거 속에서 나갔다는 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고선웅 연출의 극을 본 게 푸르른 날에랑, 초연 광주랑 히드클리프였는데 초연 광주와 히드클리프는 극 자체가 별로였고 푸르른 날에는 좋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별로여서 몇 개 되지도 않지만 고선웅 연출의 작품에 대해 개운한 기억이 없었는데 겟팅아웃을 보면서 아 이래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구나 이제야 진짜 알았다. 알리와 알린을 둘러싼 세상 자체가 그렇다보니 대사나 상황 등이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걸 보는 게 괴롭기는 해도 말초적 재미를 위해 이야기에서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강요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 정도라 많이 아픈 내용인데도 캐릭터와 상황이 불쾌한 거지 극에서 느껴지는 제작진의 시선이 불쾌하지 않았고, 그리고 여러모로 과하게 나갈 수도 있을 부분들을 날 것처럼 보이나 정리해서 내놓았다는 게 극을 찬찬히 곱씹을 수록 다가온다. 작정하고 파헤치려고 하면 얼마나 신경을 쓴 건지 더 보이겠지만 그냥 객석에서 온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극은 너무나 소중해.
이건 원 희곡 자체가 가진 힘일텐데, 당장 베니와 칼, 알리엄마의 오해와 협박 만으로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도 한 번 전과자가 되면 다시 새 삶을 꾸리는 거 자체가 힘든 상황이 선명하고 강렬하게 그려지지만 루비와 알린과 알린 엄마 사이의 대화 속에서 사회 구조적으로도 전과자의 갱생이 힘들 수 밖게 없다는 걸 넌지시 드러내는 것도 정말 좋았다. 교도소에서 미용 기술을 가르쳤어도 전과자면 자격증을 주지 않아서 그 기술로는 취업을 할 수 없고,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일을 구할 수도 없는 현재의 알린의 처지와 과거 루비의 경험을 대화를 통해 비판하는 게 인물의 대사로 이루어짐에도 설명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정말 좋았다. 흘러가듯 대화 속에서 사회적 부조리를 알려주는데,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오고 전해져왔다. 알리 알린이 힘든 게 그냥 그 사람 개인이 문제아라서 아니라는 걸 억지로 보여주지 않는 부분으로 극 자체가 글 속에서 리듬을 갖고 있는 게 너무 좋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연기 리듬도 배우 자체의 능력이 기인한 것도 있지만 그걸 의도해서 보여주도록 하는 강약의 조절이 있던 것도, 그리고 알리와 알린에게 어쩌면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신부님이라는 인물이 실제 배우의 모습으로 무대 위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까지 다 너무 좋았다. 극을 보는 동안에 신부님이 누구길래라며 계속 궁금했는데 알린이 루비에게 신부님이 떠나고 그림액자를 준 뒤의 일에 대해 말하고 알리가 그걸 보여주고 있던 씬에서 아 이 극은 신부가 등장하지 않기에 대단한 거구나 순간 소름이 돋았을 정도로 좋았던 부분이었다. 신부가 등장했다면 알린이 알리를 스스로에게서 분리해 공격하고 부정하게 만들었던 교화의 형태로 이루어진 폭력적인 세뇌의 무서움이 아니라 그걸 만든 신부에게 객석이 관심을 더 주는 걸 막아 오롯이 알리와 알린에게 객석이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했을 선택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무대 위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는데 알리와 알린을 힘들고 아프게 한 모든 배우들이 강하게 약하게 정도를 조율하면서 다양하고 현실적으로 폭력적이라 보는 동안 상황은 괴로운데 그럼에도 다 어쩜 이렇게 딱 필요한 정도와 종류로 가혹할까 감탄했다. 이런 걸 그리워했어. 그리고 후기의 서두에 일단 써놓고 시작했지만 이경미 유유진 최나라 배우는 그냥.. 신이세요. 최나라 배우는 극 안에서 유일하게 건강한 인물이라 분위기의 전환을 비롯하여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알린에게 길을 보여주는 루비를 알린이 그녀를 경계할 때부터 진짜 마음을 열 수 밖에 없게 될 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알린처럼 그녀를 느낄 수 있게 그려내신 게 너무 대단했다. 유유진 알리가 강한 행위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소리지르고 움직인 것이 아직도 너무 놀랍도 신기하다. 겉보기에는 단단해보이나 쉽게 금이 가다가 결국 깨져버릴 것 같은 유리조각처럼 점점 더 부서져가던 경미알린이 마침내 루비의 품 속에서 깨진 뒤에 무너진 게 아니라 진짜 자신이 남아 무대 위에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은... 지금은 묘사할 단어를 고를 수 없을 만큼 눈부셨어. 구도균 배우의 음색이나 대사투 등이 내가 좋아하는 종류는 아니신데 비슷한 역으로 계속 보는 듯하나 모두 다 달랐던 것도, 그리고 그 배역들이 가진 우습지만 껄끄럽고 비웃기에는 무섭기도 한 속성에 대한 표현력이 너무나 뛰어난 것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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